도서관에 처음 간 날을 올리려 했지만, 하루만 가고 안가면 뭔가 의미없을 것 같았다. 이틀 연속으로 갔기에 혼자 감동받아서 이렇게 올려본다. 원래 공부할 때 유난떨면서 하는 것을 몹시 좋아하기에, 이렇게 또 도서관에 있는 모든 사전의 도움을 받을 기세로 사전을 끌어모았다. 아래쪽에 보이는 내 소지품 왼쪽부터, 만년필 케이스, 단어카드, 필통. 




이렇게 잔뜩 펼쳐두고 공부한다. 내 방의 책상이 넓지만 넓게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미 책상에 뭔가가 많아서... 하지만 도서관의 책상은 내가 온전히 사용할 수 있어서 좋다. 넓게 넓게 온갖 필요한 책들 다 펼쳐놓고 쌓아놓고 좋다좋다. 공부할 때 여러 펜을 사용하는 것도 내게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문구류가 갖춰져있지 않으면 공부할 수 없어...!!




매일 단어가 부족한 것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단어를 이렇게 독독사전으로 검색해서 정리하고 있다. 오늘 첫 날이라 쉬운 단어들도 많다. 사실 쉽다기보다 숙제에서 나온 단어들을 우선 정리했다. 영어와 비슷하지만 아주 조금 다른 단어들이 많은데, 그 다른 철자들을 항상 헷갈려서 그게 조금 곤란하다. 




위의 내용에는 없지만, 독일어로 "커피를 만든다"에 쓰이는 동사는 kochen을 쓴다. "점심을 준비하는 요리를 하는 것"도 kochen. 하지만 "고기나 빵을 만드는 것"은 braten. 독일어로 스푼/포크/나이프를 나타내는 말의 성별은 각각 남성/여성/중성이다. 약간.. 외국인에게 어려움을 주고 싶고 그랬었을까? 대체 왜 이런 이상하고 알 수 없는 성별이 생긴건지는 모르겠다. (der Löffel 스푼/die Gabel 포크/das Messer 나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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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하임에서 단 한번도 외식을 해보지 않았다. 외식비가 비싸기도 하고, 팁 주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같이 수업듣는 분들이 점심 같이 먹자고 해서 오게 된 곳. 여기 버거와 고구마 튀김이 끝내준다고... 사진에서 보이는 저게 감자가 아니라 고구마다. 역시 다른 사람들이 추천해주는 곳은 한번쯤 와볼만하다. 너무 맛있고 맛있고 맛있었다. 그릇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로 싹싹 다 긁어먹었다;


Mannheimer Burger 6,9

Süßkartoffel Pommes 2,7


고구마 튀김은 단품만 주문하면 3,7, 버거랑 같이 주문하면 1유로가 할인된다.

10유로가 안되는 가격에 외식을 하다니.. 놀랍다.



독일에 살게 되면서, 특별히 밥을 챙겨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그래서 이전 집에 사는 두 달 반동안, 밥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밥통이 없기도 했고. 그런데 이사를 하면서 미니밥솥을 중고로 구입했다. 구입하면서도 이렇게 작은 밥솥으로 무슨 밥이 제대로 되겠어... 라고 생각했었지만, 한 번 밥해보고 왜 유학생들이 다 이 밥솥을 하나씩 갖고있는지 알게 됐다. 엄청 작고 장난감같은데, 생각보다 밥이 잘 된다. 그래서 나는 요즘 거의 매일 밥을 한다. 하루 세 끼 모두 불 앞에서 요리를 하는,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행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밥의 가장 큰 문제는, 반찬이 있어야한다는 것. 하지만 나는 반찬을 따로 만들기도 귀찮으니 다 섞어버리는 볶음밥을 택했다. 매일 볶음밥을 만든다. 갈 수록 실력이 늘어나고 있다.



처음에 만들었던 볶음밥은 차마 사진을 찍을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꼴은 처참했으나 맛있었다. 그리고 역시 볶음밥에는 치즈지! 하면서 치즈를 얹기 시작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냉동야채를 먼저 버터에 볶는다. 야채 손질 그런거 귀찮아서 못합니다... 그냥 가위로 봉지 잘라서 부어주면 끗.




야채가 좀 익으면 돼지고기를 투하. 참나.. 생고기 너무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합니다.

이제 냉동고기 먹고싶지 않아...




훌륭한 자태로 잘 익어가고 있다.

여기에 밥을 넣으면 끝! 너무 간단.. 이것은 요리가 아니다. 그냥 전자렌지 뎁히는거랑 뭐가 달라...




필터가 너무 과하게 끼얹어졌네. 밥이 뜨거워서 항상 치즈가 금방 잘 녹아준다.




인스타용 사진으로 찍어봤다. 밥 양이 많아보이는건 기분탓입니다. 진짜에요...




그리고 최종 진화 버전! 볶음밥에 계란후라이를 잊다니!!! 잊을걸 잊어야지!!

사진 찍으려고 테이블 매트로 옮기다가 노른자가 터졌다... 맘아픔...



이렇게 과하게 잘 챙겨먹으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살이 빠지지 않는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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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숫자도 못세는 상태로 독일에 왔다. 그리고 정확히 12주가 지났고, 단 하루도 결석하지 않았다. 특별히 내가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서라기보다(물론 좋아하기도 한다), 나는 돈을 지불하면 그 지불한 것을 100%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 싫다. 물론 헬스장은 예외... 학원의 경우 서른 넘게 살면서 단 하루도 빠져본 적 없다. 그런데 이게 여기서는 좀 특별한 일인가보다. 단 하루도 결석하지 않은 내가 조금 신기한듯.


당연하게도, 결석하지 않고, 나는 학생으로서는 꽤 성실하니까 총 16주가 걸리는 초급반이 12주에 끝났다. 사실 더 빨리 끝낼 수도 있었는데, 나 혼자만 안다고 넘어갈 수 있는게 아니라 어쩔 수 없었다. 답답했지만 뭐 어쩔 수 없지, 혼자듣는 수업이 아니니까. 한번 더 들으면서 확실히 할 수 있어서 나쁘진 않았다. 특별히 좋을 것도 없었지만.



그리고 내일, 어쩌면 날짜도 딱 81일인지. 중급반 수업을 듣게 된다. 이렇게 빨리 중급반으로 가도 되는지 조금 의아하지만, 나는 분위기를 많이 타는 성격이라, 중급반에 갖다두면 중급이 되고 초급반에 갖다두면 초급이 된다는거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항상 쥐의 머리가 되기 보다 소의 꼬리가 되는 삶을 살았다. 그래서 비교하며 속상한 일도 많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비교하는 삶은 버렸고, 소의 꼬리에서 소의 몸통들과 놀면서 지적유희를 즐기는 쪽을 선택했다. 내가 될 수 없는 소의 몸통은 부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 시간을 꽤 행복했었던 시간으로 기억할 듯하다. 매일 원없이 공부하고 매일 먹고 싶은거 잔뜩 먹고 충분히 자고 좋은 사람들 만나고 주말에는 멀리든 가까이든 어디로든 놀러가고.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행복감. 그저 좋다. It can not be better than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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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비교하지 않고 백화점에서 필요한거 바로바로 구입하는 삶 너무 꿈꾸고 바라지만, 내가 가진 재화는 한정되어있고 사야할 것은 많다. 우표는 가격이 정해져있지만, 그 외의 모든 공산품은 가격이 정해져있지 않다. 사실 정해져있지만, 드물게 세일도 하고 할인쿠폰을 이용할 수도 있다. 마트의 경우에는 한국처럼 어떤 마트는 공산품의 가격이 좋고, 어떤 마트는 농수산물의 가격이 좋다. 물론 공산품의 경우에 완전히 같은 제품은 아니지만, 같은 종류의 제품이면 같은 제품으로 분류해서. 오늘 사야할 식재료들이 냉동야채 냉동고기 냉동냉동냉동이면 가는 마트, 오늘은 과일과 야채(초록야채 싫어해서 버섯만 구입한다)를 사야하는 날이면 가는 마트가 다르다. 이미 다 파악해놨다. 이 도시에서 내가 가장 저렴히 식재료를 조달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물론 개인에 한해서.


이런 것들은 한국에서도 항상 해오던 것들이라 큰 감흥은 없었다. 만하임에 처음 왔을 때, 주변 마트들 파악하느라 한 사흘쯤은 헤멨지만, 그 이후부터는 너무 잘 현지에서 몇 년은 산 사람처럼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속상한 부분은 바로 영화였다. 나는 한국에서 대전에 살았고, 연구소 기숙사에서 오래 살았다. 연구소를 그만두고도 본가에 내려가지 않고, 대전에서 지낸 이유는 다양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평생에 특정 기간을 영화관 앞에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기간이 그 때였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영화관 바로 앞에서 살았다. 조조영화를 보러 갈 때 세수만 하고 안씻고 나가는 일도 많았고, 심야영화를 보고 대중교통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런데, 그렇게나 좋아해서 매주 두 편씩은 꼬박꼬박 보던 영화를, 독일온지 3개월하고 보름이 지났는데 딱 두 편 봤다. 그것도 어제 본게 두 번째 영화. 값이 비싼건 우선 둘째 치고, 모든 영화가 독일어로 더빙된 상태로 상영된다. 너무 당연하게도, 현재의 나는 독일어를 다 이해할 수 없다. 비싼 돈 주고 영화관에 가서 그림만 보고 오는...? 그럴순 없지. 그래서 나는 OV 상영만 봤다. 그런데도 영화 한 편 보는데 2만원정도는 조금 과하니까 자주 보러갈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런데!!!!!!!!!!!


스타트렉 비욘드 무려 6유로에 봤다. 이건 한국보다도 저렴한 가격이다. 어떻게? 안알랴쥼




가장 왼쪽의 6이라고 써진게, 6유로!







이건 처음 봤던 영화, 엑스멘 아포칼립스. 13,40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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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에 문제가 있어서.

자세히 기입하자면 너무 내가 상그지인게 밝혀지므로 자세히 밝힐 수는 없는 것을 이해바랍니다.



그리고 주말에 뮌헨 여행을 가야해서, 여행 전에 미뤄둔 것들을 다 해결해야 하다보니 너무 바쁘다. 이사한지 일주일이 됐는데, 아직도 대청소를 제대로 다 해보지도 못했다. 부분부분만 겨우 치워서 딱 내가 쓰는 곳들만 만들어둔 정도랄까..



이전 세입자 얘기를 자꾸 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하게 된다. 부디 이번 이 글이 마지막이길... 이전 세입자는 여리여리하고 여성여성한 그런 여자분이었다. 서있어도 앉아도 배가 납작했다. 좀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난 이런 여자분들 보면 너무 부럽고 부럽다... 부럽다는 말로 다 표현이 안될 정도로. 무튼, 그런 여자분이셔서 나는 처음 방을 볼 때 그냥 짐을 다 빼느라 좀 정신이 없는거구나- 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러 가는 전날인데도, 방은 별 차이가 없었다. 음...? 뭐지...? 그리고 비행기를 타러 갔는데! 방이 똑같아! 이건 그냥 이렇게 산거구나... 그리고 내가 그 예쁜 분에게 시선을 뺏긴 동안 보지 못했던 집의 결함이 엄청나게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어떻게 사람이 사는 집에 이렇게까지 먼지가... 싶은 부분들이 수십군데!!! 에서 발견. 아니, 세다가 포기했으니까 백군데쯤 될지도.


아- 이 방을 어떻게 사람사는 공간으로 바꿔낼 수 있을까.. 먼지 이런건 너무 혐오스러우니까 굳이 사진으로 찍지 않았고, 방에 책상이 두 개인데, 한 책상의 상태가 이랬다. 나는 이걸 보고 조금 많이 놀래서, 이 책상 버리는거에요? 라고 물어봤다.... 어떻게 책상에 저렇게 칼질을 그냥 막한거지... 부디 얼굴 모르는 이전이전 그 이전의 세입자의 짓이길...





칼질 자체를 커팅매트에만 하는 내게는 너무 충격적이었던 책상 상태.




그리고 씌울거 찾아서 씌워둔, 현재 상태. 아주 조금은 가려졌다. 자세히 보면 보이지만ㅠ





학원에서 연계된 비싸고 좋은 방에서 두 달 반을 지내고, 조금 저렴한 집을 계약하게 되어서 이사했다. 그리고 오늘, 보증금을 되돌려 받았다. 그런데, 인터넷 사용요금을 보증금에서 까버리네?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사용할 수 있는데 유료란다- 이 뜻이었던건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거냐고 물었어야하는걸까... 뭐 엄청 비싸게 낸건 아니다. 그래도 생각도 못했던 돈을 내라고 하니 나는 당황했고, 핸드폰의 데이터를 조금이라도 아끼겠다고 3유로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해서 그 고생을 고생을 했는데, 한순간에 그 돈의 열배를 인터넷 사용료로 보증금에서 까버리니까 나는 그게 너무 억울했다. 


근데 뭐 백유로 단위도 아니고 30유로니까, 억울하지만 배운 셈 치려고 한다. 너무너무 억울하지만 배운 셈 쳐야지 뭐 별 수 있나.. 혼자 수업 들은 그 많은 날들과, 꽤 좋은 선생님들을 만난 값을 이렇게 지불하는거라고 생각하려한다. 그런데 생각하려할 수록 이게 과연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다 내가 독일어를 제대로 못하는 탓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한데, 그렇게 생각하면 더 미워진다. 내가 독일어 못하는거 알면서, 내가 배우러 여기온거 알면서 그런 나한테 그렇게 뒷통수를 치나 싶은 마음.


나만 이렇게 당한걸까, 나같은 학생들이 더 많이 당했을까. 나만 이렇게 당한거면 그건 그거대로 억울하고, 여러 학생들을 이런식으로 등쳐먹었다고 하면 그건 그거대로 또 괘씸한 일이다. 뭐 아무래도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액션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어휴 잊어야지.. 하는 수밖에. 잊어야지.. 하면서 이렇게 또 글로 쓰다보니 잊어지지 않고 다시 또렷해졌다는게 함정이다. 슬픈 일이다.


Hast du Kinder? = Do you have children?


Ah... 이제 나는 누군가와 사적으로 친해지려할 때 아이가 있냐는 질문을 받을 수 있는 나이구나. 나 결혼한 적 없는데? 라고 물으니, 결혼 말고 아이. 라고 다시 되묻는다. 약간 기분이 언짢아질뻔 했지만, 한국이 아니니까 이런 질문도 받는구나 싶어서 한국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여자가 아이를 낳는 경우는 거의 없어. 라고 했더니, 북한에서 온거야? 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여태까지 한국에서 왔어- 라고 하면 농담으로 북한? 남한? 이런 얘기는 했었지만, 이건 진심이었다. 어째서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아이를 낳는 경우가 없는건지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듯. 한국에 대한 그 어떤 얘기를 누구와 시작하든, 나는 ㅈ같은 한국에 대해서 얘기해야하다니. 아 나의 조국 버리고 싶다...


무튼, 나는 결혼한 적도 아이를 가진 적도 없다고 했더니 아이가 싫냐고 되묻는다. 특별히 싫어하지는 않지만,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고 대답했다.




서른이 넘도록 결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한 적도 없고, 내가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된다는 생각 자체가 없기 때문에, 결혼과 아이에 대한 질문을 연달아 들으니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이 곳에서 보는 젊은 엄마들은 다 나보다 어려서 꽤 놀랐었다. 어딜가든 임산부들이 자유롭게 다니고, 길에 유모차가 너무 많다는 것도 굉장히 놀랐었다. 그만큼 아이를 낳아서 키울 환경이 되니까 도시 전체에서 언제든 갓난 아이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거겠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한국에서 임산부를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들은 마치 없는 사람들 같았다. 몇 있는 임산부들은 모두 택시나 개인 차량을 이용했다. 회사의 임신한 동료들은 출산휴가가 아닌 퇴직을 선택해야했다. 배부른채로 회사를 어떻게 나오냐는 개꼰대들의 뒷담화가 내게도 들려올 정도였으니. 하지만 독일의 이 작은 도시에서는 임산부들을 거의 매일 여러명 보고 있다. 새로 이사한 집은 예전에 살던 집보다 조금 더 안전한 주거지역에 속해서인지, 어린아이들과 나보다 어려보이는 젊은 부모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이왕 결혼할거면 젊을 때 하는게 좋을 수도 있겠지, 근데 나는 어떻게 한 남자와 50년을 살 결심을 하게 되는지 그게 정말 궁금하다. 악의 없이 진심으로. 사물이나 음식이나 그런 것들은 전혀 질려하지 않는데, 나는 생각보다 연인에게 꽤 쉽게 질렸다. 질린다는 물리적 시간은 대략 4년쯤. 아직 내가 결혼을 결심할 수 있는 남자를 못만나서 이런걸 수도 있다. 





나는 독일에 온지 보름이 지나고 나서부터 꾸준히 새로운 사람들을 다양한 루트로 만나왔다. 듀오에 가입한 느낌이랄까? 아시아 여자는 알려진 대로 외국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편이었다. 나는 한국에서 성적대상화를 "상대적으로" 적게 당하며 살았다. 한국에서 살찐 여자는 여자라는 성별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그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내가 타인에게 성적대상이 되고 싶을 때만 성적대상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편리했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내가 그렇게까지 살찐 편은 아니다 보니 꽤 자주 성적대상화가 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물론 내 키에 이 정도 몸무게면 고도비만이지만, 워낙 거구들이 많으니 나 정도는 살이 좀 찐 정도일 뿐이다) 주로 여성이 물건인 국적의 남자들에게서, 황당한 소리를 종종 듣는다. 내가 독일어를 못하니 그냥 웃게만 되는데, 이것도 또 오해를 사는 듯 하다. 그렇다고 특정 국적의 사람들과는 교류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를 하려하니, 차별주의자가 되서 그 얘기를 할 수도 없다. 


반드시 독일 남자를 만나야겠다! 이런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국적이 독일이 아닌 다른 유럽 국적의 남자도 만났다. 동양인을 어리게 봐서인지, 한번도 30대는 만나보지 못했고, 대부분 20대 중반이었다. 한국에서 20대 중반이면 대학생인데, 여기서는 대학을 나왔어도 나오지 않았어도 20대 중반이면 거의 직장인이다. 내게 아이가 있냐고 물었던 남자는 26살의 BASF 직원. 혹시 회사 이름을 묻는게 실례가 될까봐 묻지 않다가, 대화를 하다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전공이 나와 비슷한 것 같아서 물었다. 혹시 BASF 다니냐고. 왜 놀라고 그래... 이 동네 사는 사람들 중 꽤 많은 사람이 BASF 직원이라는거 너무 잘 알고 있는데. 나도 BASF에 입사하고 싶다고, 내 전공이 화학이라고 했더니 엄청 웃는다. BASF에 다니는 사람들은 다 그만두고 싶어해...라고 말하길래, 그래? 그러면 너 그만두고 그 자리 나 줄래? 라고 농담을 건네고 싶었지만, 슬프게도 나의 빻은 독일어는 그런 농담을 전달해줄 수 없다. 26살인데, 심지어 근무한지 2년째라고. 부러워서 광광 우럭따....




무튼, 여러번 만나면서, 아직 잘 모르지만 알아가볼까? 내가 독일어를 잘 못하는데 우리 잘 대화할 수 있을까? 라고 건네던 그 많고 많은 말들이 무색하게 됐다. 이 글을 수정하는 2016/07/30, 처음 본 남자와 연애한 지 일주일이다.



한국은 수돗물이 깨끗하기로 손꼽히는 나라이다. 한국에 살 때는 제발 그런 끔찍한 소리 좀 하지말아줄래? 라고 생각했지만, 독일에서 3개월째 살다보니, 한국의 깨끗한 그 물이 몹시 그립다. 대부분의 한국 거주자들은 한국 물 별로 안깨끗한데? 라고 생각하겠지만, 설거지를 한 후에 자연건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물이 깨끗하다는 증거가 된다. 여기서 설거지하고 나서 그릇을 자연건조하면, 그릇에 얼룩이 진다. 물 얼룩이 아닌 칼크얼룩이... (칼크 = 석회)


칼크가 포함된 유럽지역의 물을 정수하지 않고 마셔도 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왔다.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현재는 마셔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커피나 차를 마실 때는 석회 유무로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수를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통일된 의견. 정수라고 해봐야 특별할 것은 없고, 한국에서도 꽤 알려진 브리타를 이용해서 간단히 정수한다.



나는 배고플 때마다 물을 마시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물을 많이 마셨다. 그런 이유로 나는 한국에서도 브리타를 이용했었다. 다만 한국에서 브리타를 사용할 때는 언제가 정수기능이 끝나는줄을 몰랐다. 너무 당연한 것이, 독일이 원산지인 브리타의 기능은 석회수의 석회를 거르는 데에 가장 뛰어나다고 한다. 원리는 조상님들이 숯을 담궈두고 그 물을 마시는 것과 거의 동일하다. 필터 안의 활성탄과 이온교환수지가 특정 이온들을 흡착하는 간단한 원리. (간단하지만 설명하면 또 길어지고 간단해지지 않는 그런 원리) 석회수를 정수할 때 가장 성능이 좋다보니, 유럽의 석회수를 브리타로 거르다보면 필터 교환 시점을 모를 수가 없다고 한다. 쓰다보면 필터에 석회가 그득 쌓여서 물이 정수되는 속도가 굉장히 느려진다고. 나는 아직 첫 필터 사용중이라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몇 달을 써도 물이 정수되는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




내가 왜 이 칼크에 대해서 환장할 것 같냐면, 그릇이나 이런 것들은 이제 해탈하기로 했다. 설거지 후 닦거나 자연건조 후 음식을 담기 전에 다시 닦거나 하는 방법을 이용해야할 뿐. 문제가 되는 것은, 뜻밖에 커피포트이다. 커피포트로 물을 끓이고, 그 물로 주로 홍차나 감기차를 타마신다. 커피포트에는 온전히 물만 끓이는데, 꾸준히 사용하다보면 커피포트 안에 하얀 석회가 마치 돌덩이처럼 바닥에 깔린다.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면서 커피포트에 그 사단이 나 있는 것을 몇 번을 보면서 나름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전 세입자가 놔두고 간 커피포트에서도 그걸 보고는 나는 너무 놀랐다. 공동사용이 아닌 개인사용이어도 칼크가 이렇게나 끼일 수 있다는건가....? 믿기 힘들 정도로 칼크가 심각히 끼여있었고, 나는 이걸 사흘째 세척해내고 있다. 칼크 세척에 가장 좋은 것은 식초, 그리고 Zitronensäure라고 한다. 뭔지 모르지만 우선 식초부터 사서 해결해봐야겠다.



식초로 해도 해결되지 않아서 Zitronensäure을 구입해서 사흘 째 시도중인데, 도저히 칼크가 사라질 기미가 없다. 그냥 내 정신건강을 위해 제일 싼 커피포트 하나 구입해서 내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든 이 challengeable problem을 풀어볼 것인지. 우선은 너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는데, 내 노력에 꿈쩍도 안하고 있다. 아주 조금 석회가 물에 녹아서 나오는데, 그렇게 조금만 나오기에는 커피포트안에 거의 석회동굴 수준의 석회가 깔려있다... 사진 찍으면 다들 너무 혐오스러워서 얼른 버리고 새로 사라는 얘기를 카톡으로 전해줄 것이 당연하기에 사진은 올리지 않는다... 어떻게 개인이 쓰는 커피포트에서 이정도의 칼크가 끼여있을 수 있는건지, 나는 아무리 이해해보려해도 이전 세입자를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런거 어차피 제일 싼거 만원이면 사는데, 그냥 버려버렸으면 내가 이 꼴 안봐도 됐잖아... 심지어 그 이전 세입자의 커피포트까지 버리지 않고 놔둬서, 나는 석회동굴처럼 석회가 끼인 커피포트 두 개를 보면서 으어어어어어어 저에게 왜 이러세요 으어어어어어를 외쳐야했다.





글 수정하고 있는 2016/07/30, Zitronensäure가 뭔지 찾았는데, 구연산이라니... 나는 또 나의 무지함에 부끄러워서 할 말을 잃었다. 이미 진작 구입해놨었는데, 이게 구연산인줄 몰랐다. 이미 사놓고, 구연산 어디서 파는지 찾아봐야겠다!라고 구매리스트에 올려놓고 그런거네... 그런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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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을 위한 학원이 아니니까, 당연히 외국인과도 같이 공부한다. 첫달에는 스페인 사람과, 이번 달에는 그리스 사람과 같이 공부하고 있다. 다들 수준이 고만고만해서 복잡한 말하기를 할 수는 없으니, 나는 뭘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색은 뭐고 이런 시덥잖은 소리만 하게 되는데, 취미 얘기를 할 때마다 내가 우표 수집이라고만 말했다. 다른 단어를 딱히 모르기도 하고, 굳이 내 취미 여러개를 공개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리고는 수업시간에 이런 것을 배웠다.

각각 그 나라 사람(남자), 그 나라 사람(여자), 그 나라 사람(복수), 그 나라의 언어 를 나타내는 말인데, 일정한 규칙이 있다.



특별히 자랑이 될만하지는 않지만, 나는 네번째까지 보고 나니 규칙이 두 가지인가보네? 라고 알아차릴 수 있었다. 순서대로 각각 빈칸에 뭐가 들어갈지 돌아가면서 대답을 했는데, 다들 이걸 헤메고 있었다. 대체 왜...? 아니 규칙 안보여요? 이렇게 간단한데...? 재수없는 사람이 될 수는 없으니까 그냥 나는 우연히 맞출 수 있었던 척을 몇 번 했다. 그리고 나만 자꾸 다 맞추니 뭔가 이상했던지. 그리스인이 내게 물었다. "이걸 어떻게 다 알 수 있어? 넌 한국인인데?" 이건 또 무슨 소리징... 한국인인거랑 이걸 아는거랑 어떤 관련이 있죠...? 근데 악의적으로 한 말은 전혀 아니고, 정말 "신기"해서 물었다는걸 잘 알고 있다. 내 나름의 대답으로 이거 꽤 수학적이지 않아? 라고 한 마디했는데, 덕분에 수업분위기가 ㅈ같아졌다...


그런데 나는 진심으로 이 이상한 유난스러운 규칙들은 간단한 수학으로 나타내어지고, 그 간단한 수학은 아무리 감이 없어도 절반 정도 풀게 되면 모를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모를 수도 있긴 있는구나... 싶어졌다. 나는 한국에서 단 한번도 뛰어난 학생이었던 적이 없는데 종종 이 곳에서 수업을 듣다보면, 조기유학가서 수학 천재 소리 듣는 한국 중고등학생들과 내가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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