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숫자도 못세는 상태로 독일에 왔다. 그리고 정확히 12주가 지났고, 단 하루도 결석하지 않았다. 특별히 내가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서라기보다(물론 좋아하기도 한다), 나는 돈을 지불하면 그 지불한 것을 100%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 싫다. 물론 헬스장은 예외... 학원의 경우 서른 넘게 살면서 단 하루도 빠져본 적 없다. 그런데 이게 여기서는 좀 특별한 일인가보다. 단 하루도 결석하지 않은 내가 조금 신기한듯.


당연하게도, 결석하지 않고, 나는 학생으로서는 꽤 성실하니까 총 16주가 걸리는 초급반이 12주에 끝났다. 사실 더 빨리 끝낼 수도 있었는데, 나 혼자만 안다고 넘어갈 수 있는게 아니라 어쩔 수 없었다. 답답했지만 뭐 어쩔 수 없지, 혼자듣는 수업이 아니니까. 한번 더 들으면서 확실히 할 수 있어서 나쁘진 않았다. 특별히 좋을 것도 없었지만.



그리고 내일, 어쩌면 날짜도 딱 81일인지. 중급반 수업을 듣게 된다. 이렇게 빨리 중급반으로 가도 되는지 조금 의아하지만, 나는 분위기를 많이 타는 성격이라, 중급반에 갖다두면 중급이 되고 초급반에 갖다두면 초급이 된다는거 내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항상 쥐의 머리가 되기 보다 소의 꼬리가 되는 삶을 살았다. 그래서 비교하며 속상한 일도 많았었다. 하지만 이제는 비교하는 삶은 버렸고, 소의 꼬리에서 소의 몸통들과 놀면서 지적유희를 즐기는 쪽을 선택했다. 내가 될 수 없는 소의 몸통은 부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 시간을 꽤 행복했었던 시간으로 기억할 듯하다. 매일 원없이 공부하고 매일 먹고 싶은거 잔뜩 먹고 충분히 자고 좋은 사람들 만나고 주말에는 멀리든 가까이든 어디로든 놀러가고.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행복감. 그저 좋다. It can not be better than now.

'aus Deutschland > Mannheim' 카테고리의 다른 글

Lenok's Burger  (0) 2016.08.10
볶음밥에 심취해있다.  (0) 2016.08.02
최저가 구매 능력의 달인  (0) 2016.07.30
새로운 글이 뜸한 이유  (0) 2016.07.22
아무래도 내가 호구인 모양이다.  (0) 2016.07.1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