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연계된 비싸고 좋은 방에서 두 달 반을 지내고, 조금 저렴한 집을 계약하게 되어서 이사했다. 그리고 오늘, 보증금을 되돌려 받았다. 그런데, 인터넷 사용요금을 보증금에서 까버리네?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사용할 수 있는데 유료란다- 이 뜻이었던건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거냐고 물었어야하는걸까... 뭐 엄청 비싸게 낸건 아니다. 그래도 생각도 못했던 돈을 내라고 하니 나는 당황했고, 핸드폰의 데이터를 조금이라도 아끼겠다고 3유로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해서 그 고생을 고생을 했는데, 한순간에 그 돈의 열배를 인터넷 사용료로 보증금에서 까버리니까 나는 그게 너무 억울했다. 


근데 뭐 백유로 단위도 아니고 30유로니까, 억울하지만 배운 셈 치려고 한다. 너무너무 억울하지만 배운 셈 쳐야지 뭐 별 수 있나.. 혼자 수업 들은 그 많은 날들과, 꽤 좋은 선생님들을 만난 값을 이렇게 지불하는거라고 생각하려한다. 그런데 생각하려할 수록 이게 과연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다 내가 독일어를 제대로 못하는 탓이라고 생각하면 간단한데, 그렇게 생각하면 더 미워진다. 내가 독일어 못하는거 알면서, 내가 배우러 여기온거 알면서 그런 나한테 그렇게 뒷통수를 치나 싶은 마음.


나만 이렇게 당한걸까, 나같은 학생들이 더 많이 당했을까. 나만 이렇게 당한거면 그건 그거대로 억울하고, 여러 학생들을 이런식으로 등쳐먹었다고 하면 그건 그거대로 또 괘씸한 일이다. 뭐 아무래도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액션은 아무것도 없다. 그냥, 어휴 잊어야지.. 하는 수밖에. 잊어야지.. 하면서 이렇게 또 글로 쓰다보니 잊어지지 않고 다시 또렷해졌다는게 함정이다.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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