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많은 한국 유학생들은 한국인에게 다음 방을 넘겨주는 경향이 있다. 바로 위버네멘(übernehmen)때문인데, 밥솥이나 식기중에 국그릇이나 숟가락,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세세한 생활품들이, 서양인과 동양인을 비교하자면 조금 다르다. 그 때문에, 서양인들은 이런 것들을 위버네멘 받지 않아도 되니 한푼이라도 더 건지려고 한국인끼리 그렇게 넘긴다.


내가 위버네멘 받은 것들은 좀 많다. 물론 그만큼 가격도 꽤 줬다. 전자렌지, 미니오븐, 청소기, 빨래건조대, 책상 두 개, 이케아 빨간 철제서랍, 미니 밥솥, 그릇들 잔뜩, 식기류 잔뜩 등등. 이걸 내가 구매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중고로 받아서 쓰고, 다음 세입자에게 나도 위버게벤을 하고 나가는 것이다. 그러니 깨끗하게 잘 쓰면 이 돈은 재주껏 잘 돌려받을 수 있다.


우선 쓰던 그릇들을 받아서 쓰기로 했으니, 남이 쓰던거라 좀 깨끗이 씻으려 했다. 엄마에게 말하니 식초 넣고 삶아주면 된다고 해서 식초도 사왔다. 큰 냄비에 식초 넣어서 끓였다. 큰 냄비여도 그릇이 한꺼번에 다 들어갈 수는 없으니 몇 개만 끓이고, 좀 끓여지며 세척이 된 것 같으면 꺼내서 다른 그릇 넣어서 끓이고, 의 반복. 그걸 사흘 내내 했더니 방에서 식초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렇게나 나의 살림을 꾸리기는 어려운 것이구나 싶다.


그런데 식초를 넣어서 끓여도 딱히 깨끗해지는 느낌이 없다. 오히려 식초 얼룩이 생기기도 해서 인터넷에 식초로 그릇 삶는걸 찾아봤더니, 다들 식초로는 옷을 삶고 그릇을 삶는 이야기는 없다... 곤란하네요.... 좀 더 열심히 찾아보니, 뭔가가 첨가된 식초를 쓰면 그 첨가물이 그릇에 얼룩이 되고, 투명한 식초를 사야한다고 한다. 내가 산건 사과식초였는데^^.... 그래서 이렇구나... 이 그릇들 나름 다 열심히 삶았는데, 식초 새로 사서 다시 해야하는건가본데....? 끝나나 싶었는데 아직 시작도 안한거였다니ㅠㅠㅠㅠㅠ




뮌헨 다녀와서 해야겠다. 지금은 할 수가 없다. 식초냄새에 너무 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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