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 수업을 들은지 오늘로 딱 6주다. 나는 뭘 배우든 초기 습득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라 아주 간단한 회화는 할 수 있다. 물론 내가 원하는 긴 문장들은 전혀 안되지만. 처음 4주를 가르친 선생님이 여름휴가를 갔고, 다른 선생님과 2주동안 수업을 듣게 됐다. 처음 선생님과 달리 이 선생님은 굉장히 프로페셔널했다. 처음 선생님이 아마추어라는건 아니지만 분명 연륜은 부족했다. 93년에 나는 이미 국딩이었는데, 소풍으로 대전엑스포 가고 그랬는데!! 선생님이 93년에 태어났다니... 무튼, 보름간 굉장히 잘 배운데다, 한국식으로 진도 쫙쫙 빼줘서 정상 속도보다 일주일 빨리 끝났다. 이래저래 감사한 마음도 있고, 독일어로 작문도 해보고 싶어서 선생님께 엽서를 썼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도 엽서를 자주 썼었다. 우표 붙여서 보내는거 말고 선생님들한테. 학년 마치거나 학원 끝나거나 그런 때에 거의 항상 써와서 나는 그게 정말 좋은데, 유난떠는 애라고 학급 친구들에게는 좀 미움도 많이 샀다. 지금 생각하면 유난떨지 말껄 그랬다 싶기도 하다. 무튼, 이 선생님께 엽서를 써서, 쉬는 시간에 "엽서에요! 선생님 드리는!" 이렇게 말하니까 선생님 표정이 약간 안좋아졌다. 왜지.. . 혹시 독일은 이렇게 엽서를 주는게 예의가 아닌건가.. 아 찾아보고 올껄ㅠ 이라는 생각과 함께, 내 입에서는 "독일어로 썼어요!"가 바로 나왔다. 뇌를 안거치고 말이 나온 느낌? ;; 그랬더니 선생님 표정이 좋아지셨다. 영어로 썼을까봐 걱정하셨던걸까. 영어 잘 못하시니까.




이 엽서에 썼다. 원래는 한국적인 이 엽서들 다 인천공항에서 펜팔들한테 뿌리고 오려고 한건데, 인천공항에서 엽서 몇 개 쓰니까 시간이 어찌나 빨리가던지... 해외펜팔들에게는 쓸 시간도 없이 주변 지인 몇 명에게 쓰고 나니까 시간이 부족했다. 독일에서 살게되면서 한국적인 엽서는 이제 어딘가로 보내기도 뭣하고, 쓸 일 없겠네.. 하고 남은 한국엽서들은 한국으로 다 돌려보내려고 했는데, 이렇게 쓰게 될 줄이야... 그리고 이렇게나 반응이 좋을줄이야... 일부러 화려한걸로 골랐다. 이 선생님은 독일인답지 않게 굉장히 화려하고 원색을 좋아하신다. 상하의 모두 노란색에 시계까지 노란색으로 맞춰서 입고 온 날에 나는 조금 놀랐다. 그런데 또 그걸 소화하고.. 뭔가 너무 대단한 분이다. 한국적인 엽서를 독일에서 이렇게 쓰게 되다니! 나의 게으름이 나를 구원했다. 




엽서를 보고는 너무너무 좋아해주셨다. 엽서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해주고 싶은데, 내! 독! 어! 가! 너무 초급이라 아 답답해 죽을뻔... 나는 독일어로 쓴 문장에만 신경을 썼는데, 선생님이 엽서의 그림을 보시면서 대뜸 이건 무슨 Theater에서 공연을 하는거냐구 물으셔서 아.. 카드 설명도 좀 미리 준비해올껄.. 싶어졌다. 궁중악이라고 얘기해드렸으면 더 좋아했을텐데, 그놈의 로얄패밀리라는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처음으로, 독일어로 쓴 엽서! 독일어 하나도 모르고 와서 6주동안 이렇게 장족의 발전을 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너무 뿌듯하다. 



내용은 뭐 별거 없다. 


친애하는 선생님께,

수업 굉장히 잘 들었어요. 그리고 휴가를 미리 알려줘서 고마워요. 왜냐하면, 작별인사로 엽서를 쓰는걸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한국어로는, HelloGood-bye를 같은 말로 써요, "안녕" 모든 Hello는 모든 Good-bye잖아요. 물론, vice-versa.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날을 기다릴께요. 그 때가 되면, 지금보다 분명히 더 잘 말할 수 있을거에요. 저는 굉장히 수다스러운 사람인데, 독일어로 충분히 말할 수가 없었어요. 휴가 잘 보내세요!

당신의 학생, Seo


이렇게 썼다. 언어에 관심있어하는 외국인들에게 이 얘기 해주면 정말 좋아하는, 나의 레파토리 중 하나. HelloGood-bye가 한국어로는 같고, All Hello comes to All Good-bye. Of course, vice-versa. 이거 내가 거의 백번은 말했다. 물론 한국어가 저런 의미로 같은건 아닐지 몰라도, 그냥 썰푸는거지, 뭐. 




선생님이 엄청 고마웠는지, 엽서 받자마자 나를 진짜 쎄!!!게 꽉 안아줬다. 그리고 엽서 내용 읽고 또 막 글썽이면서 또 꽉!!! 안아주셨다. 독일인의 환대는 이런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엄청난 포옹이었다. 선생님은 체구가 작은 분이신데 팔에 온 힘을 다해서 안아주셔서 나도 순간 울컥했다. 앞으로도 모든 선생님들께 다 이런 엽서를 하나씩 써야겠다. 두 번째 엽서의 독일어는 더 나아질거고, 가장 마지막 엽서는 이 학원을 떠나게 될 때 원장선생님께 써야지. 그 때의 내 독일어 작문은 지금과는 비교도 안되게 훌륭해졌으면 좋겠다. 막 필기체로 쓰고도 싶다. 



나는 구황작물이 싫다. 부유한 적은 없었어도, 특별히 가난하게는 살아보지 않았던 탓에, 나는 가난함을 모르고 자랐다. (혹시나해서 붙이자면, 문장 그대로이니 오독하면 곤란하다. 글자 그대로일뿐이다. 가난을 폄하하지고, 나의 삶을 자랑하지도 않았다. 자랑할 만한 삶을 살지도 못했다.) 무튼, 그래서 나는,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강렬했던 특정 기억들이 가난함과 닿아있다. 그 중 가장 큰 부분이 바로 많은 소설들에서 읽은, 구황작물인 감자와 옥수수로 기근을 버틴 그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몰입을 잘 하는 편인데(쉽게 잘 빠지는 장점이자 단점이 있다), 감자와 옥수수를 특별히 많이 먹어보지 않았었던 어린 나이에 이미 감자와 옥수수는 전쟁이 생각나는 그런 먹거리로 받아들이게 됐다. 이상한 일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 나이에 왜 전쟁소설을 좋다고 그렇게 읽었는지 모르겠다. 어릴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너무 다른 사람이다. 너무 다른 존재지만, 어릴 때의 내가 현재의 나를 만들긴 했다. 무튼, 구황작물은 맛있을 수는 있는데 살을 찌우고 배부르다. 너무 싫은 존재들이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요즘 매일 감자를 주식으로 먹고 있다. 특별한 이유는 아니고, 그냥 밥은 하기 싫은데, 뭔가 조금은 속이 든든해야하니 탄수화물은 섭취해야할 것 같아서 뭘 먹어야할지 마트를 둘러보니, 독일인들은 감자를 굉장히 다양하게 먹고 있었다. 크뇌델은 날이 살짝 쌀쌀할 때 아침에 그거 한두개 먹고 학원가면 세네시간은 거뜬히 든든했었다. 요즘은 감자튀김;을 주식으로 먹으며 지내고 있다. 감자튀김인데 당연히 맛있는거 아니야??? 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한국에서도 감자튀김은 특별히 즐기지 않았다. 맥주 마시러 가서 안주로 감자튀김 주문하면 내게 결투신청하는거였다고... 뭐 맥런치는 봐줌, 싸니까.



나를 먹여살리고 있는 REWE의 저가 브랜드 Ja! 총 세 종류의 감자튀김을 만들어낸다. 맥도날드 감자튀김과 같은 그 감자튀김은 1키로에 0.79유로, 다른 두 종류는 1키로/750g1.09유로씩. 이 큰 용량들의 가격이, 약 1500원정도라는 셈이다. 맥도날드 감자튀김은 1000!!! 어떻게 주식이 안될 수가 있냐 이거에요... 집에 진짜 좋은 오븐도 있어서 기름 하나도 안넣고 매일 감자튀김을 오븐에 구워낸다.




오븐에 구워내면, 원래 있는 기름들이 오히려 빠진다. 그래서 저 베이킹용 종이를 깔고 오븐에 굽는다. 감자튀김 각각도 다 맛있고, 하인즈 케챱도 열일한다. 원래는 가장 싼 맥도날드용 감자튀김만 한 달간 사먹었는데, 동생이 오는 기념으로 조금 비싼, 그래봐야 1500원정도인 다른 감자튀김도 샀더니 너무 맛있는거다. 오천원도 아니고 오백원 정도는 쓸 수 있으니까, 오백원 더 들여서 감자튀김 세 종류를 다 구비해놓기로 했다. 이 푼돈에 삶의 질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씨리얼 섞어서 먹어야 맛있다고 알려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알려주신 삶의 팁을 응용해서 저는 감자튀김도 섞어먹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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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크무슈에 들어가는 그! 하얀 소스가 베사멜 소스라고 해서, 라자냐 만들고 남은 베사멜 소스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베사멜 소스로 만든 샌드위치인데 베사멜 소스가 안보이는 이유는! 내 베사멜 소스는 하얗지 않기 때문에... 까막눈이라 밀가루가 아닌 호밀가루를 샀기 때문에^^.... 마침 살라미도 있고, 고다 치즈는 냉장고에 항상 있으니, 순식간에 슥슥슥 얹어서 한끼를 또 해결했다. 하루 세 번 뭔가 만들어서 먹어야하는거 너무너무 고단하다. 설거지 너무 싫고, 그래서 뭘 만들려다가도 그냥 식빵에 치즈 살라미 샌드위치 소스 넣어서 간식맨에 넣고 치즈만 딱 녹여서 먹는 끼니가 늘어난다. 이것도 결코 복잡하게 먹는건 아니지만, 더 간단하게 먹고 싶다. 근데 더 간단할 수는 없겠지... 휴- 아마 하루 세 끼 요리하고 설거지하는 시간과 하루에 공부하는 시간이 꽤 비등할 것도 같다. 물론 오븐 30분 돌리는데 그 옆에 내내 붙어있는건 아니지만. 




요즘 냉동피자에 좀 맛들렸다. 냉동피자 3개에 3유로라서 한끼에 1유로라고 생각하니 개이득.

냉동피자에 내가 가진 온갖 치즈들 다 얹어서 오븐 돌리면 1유로의 행복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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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일 없는 목요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처럼 시내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행사가 있다! 가까이서 뭔지 자세히 관찰했다. 꽝이 좀 많긴 하지만, 꽝이어도 작은 초콜릿 하나를 받을 수 있으니 개이득. 줄을 섰다. 그리고 내 차례가 왔다. 저기 보이는 주황색들이 당첨칸이고, 각각 15, 20, 25유로의 당첨이다. 숫자가 안적힌 저 주황색은! 꽝이다. 그러니까 당첨될 확률은 굉장히 적다. 그 엄청난 확률을 뚫고! 제가 바로 당첨이 됐습니다. 오예-




대부분 아이들;이 줄을 서있어서 으른인 내가 줄 서있기 아주 조금 부끄러웠으나, 쪽팔림은 잠깐이고 기쁨은 영원하다는 생각을 하며 줄을 서 있었고, 20유로의 쿠폰을 득템했다! 주황색 칸에 도착하자 다들 박수를 쳐줬고, 가...감사...라고 혼잣말을 했다.


츄카츄카!!! 라고 씌여있는 쿠폰! 어예... 초콜릿도 받았다!




새로 오픈한 가게를 배경으로 쿠폰 사진 남겨봤다.




한 장 더! 일부러 촛점을 뒤로 맞춘건 아니라고 우겨봅니다... 부들부들 아이폰...




28유로를 잃고 20유로를 얻었으니 이제 8유로만 더 당첨되면 본전이다!

음, 28유로 잃은 얘기는 슬퍼저 쓰지 않았지만, 버스 예매 잘못해서 그 큰 돈을 쌩으로 날리고 광광우럭따...




ps. 야민정음 넘나 좋다. 몇 달을 빠져 있는 단어 : 광광우럭따

처음엔 검색 안되게 욕하려고 발전했다. 이띵박, ㄹ혜

그리고 욕하려고도 발전했고, 머가리

자꾸 검색해서 고소장 날리니까, 좀 신기할 정도로 신박하게도 발전했다. 이거 누구 이름인지 알아맞춰보시구요. 숲튽훈

이 야민정음은 처음 생각한 사람 대단하다. "뜨또"

뭔지 모르겠다면, 보고 있는 화면을 놔두고, 고개만 오른쪽으로 90도 꺾어보면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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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생기게 마련이니까 나 혼자 부엌을 쓸 수가 없다. 오른쪽 두 개는 내 라구소스와 루, 왼쪽 두개는 옆 방 중국인들의 점심 준비. 이렇게 네 개가 같이 돌아가면 사람은 최소 두 명이 부엌에 있으니까 부엌이 엄청 복잡하다. 다시는 오리지널 라자냐를 만든다고 주접떨지 않으리... 그 와중에 라구소스는 오래 끓여야해서 금방 끝나지 않고, 루는 눌러붙지 않게 옆에서 저어줘야한다. 결국 나는 오랜 시간동안 부엌에 서 있어야한다는 얘기. 아이고...




모든 일의 원흉. 라자냐 판때기. 많이도 들었다. 질소포장같은거 좀 배우고 그랬으면... 이렇게 꽉꽉 채울 필요는 없잖아...?




제대로 끝내지 않았어도 어쩔 수 없다. 라구 소스가 자꾸 졸아서 더 끓이면 안될 것 같았다. 그리고 라자냐 판때기를 하나씩 익히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다 물에 넣어버리면 다 붙어서 법석이 될 것 같은 강한 느낌이 왔다. 하지만 하나씩 다 따로 끓이는 것도 상 노가다였다. 요리는 노가다가 맞다. 그래서, 남자가 하는 것도 맞다... 요리하고 싶지 않다... 내 평생 부엌을 쓰는 일이 없는 삶이 내 꿈이다.


라구 소스를 가장 아래에 한 층 깔고, 라자냐 판때기 세 장을 각각 따로 끓여서 올려줬다. 노! 가! 다!




거의 기계처럼 해서 중간 과정은 이게 끝. 한장씩 따로 끓이는거 정말 엄청난 짓이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아...


라구 소스 - 라자냐 판 - 베사멜 소스, 그리고 다시 라구 소스로 반복되는 이 것을 총 네 번 반복했다.

그리고는 위에 그라나 파다노 치즈 블럭과 고다치즈 블럭을 팔이 떨어져나갈 듯이 치즈를 갈았다.

음식점에서 남자 서버들이 쉽게 갈아주던데, 내가 하니까 팔이 왜 이렇게 사라질 듯이 아픈거지..

역시 요리는 남자가 해야한다.



다 만든 라자냐는 이렇다. 아직 오븐에 넣기 전이다. 시판되는 라자냐들처럼 옆이 깔끔하지 않다. 아니 깔끔할 수가 없다. 나는 인간이니까!!!




팔이 갈리는 듯이 치즈를 혼신의 힘을 다해서 갈았다. 그렇게 열심히 갈아제꼈는데도 치즈블럭은 거의 줄지 않았다. 혹시 저 치즈블럭들 막 1년안에 겨우 하나 다 쓰고 그런거 아닌가... 그런거면 난 그런 치즈블럭을 지금 종류별로 세개를 산거네? 우리 존재 화이팅!




저 난리법석을 했는데, 라자냐 판은 절반도 못썼다. 앞으로 족히 두 번은 더 해먹을 수 있는 분량이 남았다. 이거 잘라서 파스타 면으로 쓸 수는 없는건가... 라자냐를 또 만들 생각을 하니 식욕 감퇴의 효과가 2분쯤은 지속되는 것 같다.




오븐에 들어갔다 나오셨다. 치즈들이 퐁퐁하니 잘 녹았다. 더 맛있게 먹고 싶어!!! + 사진 좀 예쁘게 찍고 싶은데 녹은 치즈는 정지 사진에서는 별로 예쁘게 안나오니까ㅠ라며 치즈를 더 갈았는데, 표면에 닿는 족족 온도때문에 녹아서 사라졌다...




첫 라자냐 식사. 그간의 고생이 전부 사라졌다. 두 번쯤 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거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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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잘못 구입한 라자냐 판때기를 사용;하고자, 라자냐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도전했다. 우선 여기는 다양한 치즈를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한국에 비하면 저렴하기도 하고. 하지만 이게 얼마나 노가다였는지 나는 이틀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 


내가 그간 먹은 라자냐가 몇십키로그람은 족히 될텐데, 그 라자냐에 빨간 소스가 아니라 흰 소스가 들어간다는걸 이제야 알았다. 역시 직접 요리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이 너무 당연한걸까, 내가 무딘걸까.. 정통! 라자냐를 만들어보겠다며 레시피를 찾아봤는데, 지금이라도 손떼는게 나은거 아닐까? 라자냐 많이 해먹을거라고 간 돼지고기 1kg 사왔는데... (결국 나름 엄청 열심히 써보려고 했으나, 500g밖에 못씀)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 만들어서 그 안에 돼지고기 넣으면 간단하게 라자냐를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베사멜 소스? 루? 글구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의 원형인 그 소스의 이름은 라구 소스? 으어어어어어 해낼 수 있을까...



요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이 살던 내가, 꼭 외국만 나오면 요리에 심취한다. 사실 요리가 너무 좋아!!!서 요리를 한다기 보다, 교환학생으로 갔었던 호주에서는 고기를 비롯한 식재료가 너무 싸서 요리를 했었다. 독일에서는 식재료가 싸기도 싸고 밖에서 사먹는게 비싸기도 해서 매일 요리를 하고 있다. 세 끼 다 챙겨먹는건 너무 힘든 일이다. 하루에 세 번 이상의 설거지를 해야한다는건 어쩌면 무간지옥의 형벌일지도 모르겠다. 기혼 여성분들의 편리한 삶을 위해서라도 한국에도 식기세척기가 널리 보급되면 좋겠다. 하지만 우리 집에는 식기세척기가 있긴 한데, 이게 한국 음식에는 세척이 잘 안된다고 들었다. 그래서 항상 아빠가 설거지를 하신다. 나는 이게 너무 당연한 집에서 자랐는데, 정말 희귀한 아빠였다는걸 요즘 새삼 알게 된다.


무튼, 오늘 구입해야할 것들을 아래에 적고는 슈퍼에 갔다.

치즈 세 종류, 밀가루, 버터, 토마토, 버섯, 양파, 식빵, 포리지(이건 아침식사로 추천받아서 구입하려고 적어둔 것)

그리고 포리지만 못사고 다 사왔다. 밀가루는 중력분을 쓰면 된다고 했는데, 중력분과 강력분의 가격이 거의 비슷하길래 강력분으로 샀다 ㅋㅋㅋ;; 언제나 구매는 가격이 결정한다. 



그리고 엄청 유명한 치즈라고 적어둔 그라나 파다노 치즈, 저 치즈가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안하고 있으면 사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라자냐에서는 치즈가 엄청 중요하다고,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사용하면 라자냐의 풍미가 달라진다고 블로그들에서 법석을 하길래... 그리고 놀랍게도 마트에서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판매중이었고, 바로 구입했다.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의 차이는 이미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나처럼 몰랐던 사람을 위해서 : 간단히 말해서 글루텐 함량에 따라 밀가루를 구분하는 것이다. 글루텐이 많을 수록(강력분) 쫀쫀한 식감의 것들을 만들 수 있고(ex.빵) 글루텐이 적을 수록(박력분) 바삭한 식감의 것들을 만들 수 있다(ex.쿠키)



한국에서는 밀가루를 세 종류로 구분하는데, 독일에서는 총 5개로 구분한다. 명칭으로 구분하는 한국과는 달리 숫자로 구분해서 더 이해하기 쉽다. 숫자가 작을 수록 글루텐의 함량이 적다. 하지만 마트에서 모든 밀가루를 다 판매하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저렴한 마트(LiDL)에 갔더니 405짜리밖에 팔지 않았다. 그리고 REWE에 가니, 405, 550, 1150을 판매중이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종류보다 더 많은건가? 적어둔 종이에는 1150짜리는 없다. (내가 사온건 밀가루가 아니라 호밀가루였다... 어쩐지 내 베사멜 소스는 하얀색이 아니라 갈색이라 당황스러웠다ㅠㅋㅋ 만들수록 ㄸ 같아서...)



그리고 라구소스는 한번에 만드는게 아니었다. 뭉근하게 몇시간을 끓여야한다고... 공동으로 부엌을 이용중인데 혼자 몇 시간을 쓰는건 민폐니까 오늘은 두 시간만 끓였다. 그리고 한 이틀 더 두 시간 끓이고 오븐에 넣을 생각이다.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줄은 몰랐는데... 뭐 그래도 글쓰는 지금(2016/06/22)은 라자냐를 먹고 있으니, 괜찮다. 한 사흘 고생하고 보름 행복하면 됐지 뭐.






식은 라자냐는 오븐에 다시 뎁혀서 먹으면 간단하다. 오븐에 넣기 전에 모짜렐라 치즈를 이렇게 또 조금 넣고 오븐에 넣는다.

다이어터 양심상 많이 넣을 수는 없었다. 라자냐 먹는 다이어터라니, 단어 조합이 엄청나다.




독일에서 가장 큰 서점의 만하임 지점에 갔다.

책들 대충 보고 엽서 보고 딱히 살건 없어서 뭘 계산할건 없었는데, 계산대에 뭐 무료잡지같은거 없나? 하고 쳐다보니 뭔가가 있었다. 



세상에, 이게 무료라니. 저의 남은 7개월을 책임져주세요. 사랑합니다



그리고 또 무료잡지가 있나 살펴보다가 발견한 또 하나의 득템





아래의 세 책을 광고하는 잡지인데, 퀄리티가... 무슨 일이죠......

두께 짱짱한 네임택도 같이 들어있다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두 개 가져가도 될까요? 네네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역시나 이 곳에 계신 분들은 뭘 좀 아는 사람들이다. 대충 접지 않고 딱딱 월에 맞춰서 각 잡고 접었다.

나는 이걸 안해주는 사람들과는 괴로워서 같이 못지낸다... 저런거 내게는 너무나 기본인데ㅠ 물론 타인의 기본을 내 잣대로 평가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내게는 너무너무 중요한 부분이다. 나는 아마 사소한 부분에 집착하기로 세계 25등 쯤은 될거다.




그리고 뭔가 또 있다.




유럽에 살게 됐으니까 나도 유로2016도 챙겨보고 하려고 대진표도 가져왔다. 사실 걍 공짜니까 가져왔다... 

순간, 여기의 이 국기들을 오려서 포크보낼 때 써볼까 생각도 해봤다 ㅋㅋㅋㅋ 잔머리 짱




이렇게나 무료의 향연이라니. 저런 달력 하나 사려고 했는데, 득템했다.

이 서점이 독일의 교보문고 같은 이미지와 1등 서점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교보문고에 많은 신세를 지며 살았는데, 독일에서도 신세를 지며 살게 됐구나


남은 올 한해도 잘 부탁해



개이득



자주 가는 드럭스토어 DM, 월 초라서 무료배포 잡지가 있다. 언제나처럼 아는 단어 형광펜으로 칠하기 놀이를 하려고 하나 갖고 왔다. 그리고는 열어보고 으어어어어어 대바아아아악 했다. 독일에서는 뭐든지 공짜는 없다고 생각하랬는데, 여긴 아닌걸까. 




따란- 심지어 용량도 꽤 많다. 가격 확인해보고 너무 비싸지 않으면 다음은 이 샴푸로!

지금 쓰는 샴푸 절반 썼으니까, 이거 샘플로 써보고 괜찮으면 다음 샴푸는 이걸로 사야지.

이렇게 이 샴푸는, 광고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이 잡지 거의 안가져가던데... 몇 개 더 가져와도 되려나, 히힣...


돈까스와 거의 비슷한 요리가 독일에도 있다, 슈니첼(Schnitzel).

애초에 튀기는 용도의 고기도 팔지만, 그건 일이 너무 커지니까 이미 다 튀겨진, 냉장식품을 구매했다. 두 덩이 400g2,19




이건 그냥 고기, 스테이크용으로 된거 구매




하지만 다시 슈니첼(Schnitzel)으로 복귀




스파게티 장인이 빠질 순 없다. 만능오일 만든 첫 날.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 맛있어서 감동...




이런 스파게티 면도 구입했었다. 만능오일 짱짱맨

역시 데코가 있어야 사진이 잘나오는구만?




스테이크는 겉면을 살짝 익힌 후에 오븐에 넣어야한대서

겉면을 살짝 익혔다




오, 고기가 바짝 구워졌어!!

기름없이 바짝 구워낸 감자튀김은 정말 맛있다.

감자튀김을 밥처럼 먹고 있다. 어차피 같은 탄수화물이니까?




또띠아로 무슨 피자를 만든다고... 라 생각했는데

이거 처음 만들어서 먹고 연달아 네 끼를 또띠아 피자 해먹음

소스? 하! 인! 즈! 케! 찹! 야호 ԅ( `ิิ ∇ `ิิ ԅ)ԅ( `ิิ ౪ `ิิ ԅ)




만능오일로 또 파스타 뚝딱뚝딱




감자튀김 얼마 안남아서 사러가니까 품절!!!

어쩔 수 없이 조금 비싼 다른 감자튀김을 샀다

뭔데 이거도 이렇게나 맛있지...


맛없는게 있긴 한건가...

닭날개 네 개는 애피타이저 느낌으로 ԅ( `ิิ ౪ `ิิ ԅ)




내 식량선반. 하인즈케찹이 놀라운 속도로 닳고 있어서 찍어봤다.

목이 길어 슬픈 케찹이여, 조금만 짧았어도 딱 안정적으로 들어갔을텐데 아쉽...





그리고, 나의 백번째 포스팅을 자축!

히히 맛있는거 또 먹어야지 ԅ( `ิิ ∇ `ิิ ԅ)ԅ( `ิิ ౪ `ิิ 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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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했다는 사진은 이미 쇼핑샷에 올렸으니까, 이건 온전히 만하임에서 생활의 일부가 맞다. 감자튀김을 매일 먹으면서도 딱히 케찹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며 살고 있었는데, 토마토 파스타의 맛이 약간 모자랄 때 케찹을 넣으면 맛있어진다는 좋은 정보가 입수됐다. 오? 그래??? 그렇다면 케찹을 사야겠군. 원래 국을 잘 안먹는 나는, 국을 만들어야하면 항상 곤란했는데, 그 곤란하던 내가 라면스프를 만났을 때가 기억났다. 다들 이렇게 요리하는거였어??? 나빼고 이런거 다 알고 있었던거야????


그리고 여러 케찹중에 고민했는데, 가장 비싼 케찹이라고 특별히 많이 비싸지 않았다. 그래도 이런거에 괜히 돈지랄하는거 아닌가 싶어서 처음의 고마운 정보 제공자에게 물어봤더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하인즈 케찹을 사야한다고. 알겠습니다! ㅋㅋㅋ



하긴 독일 처음와서, 핫도그집 갔더니 이런게 있어서 부러워서 찍어둔 기억이 있다. 나도 저 디스펜서 갖고 싶어...





그렇게 하인즈 케찹을 사기 위한 여정;이 시작됐다. 사실 나는 이게 여정이 될 줄 몰랐다. 너무 당연히 쉽게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정이 되었다. 내가!!! 하인즈 케찹 사겠다고!!! 몇군데의 마트를 간건지ㅠㅠㅠ 왜! 왜! 안파나요. 돈 있다구요... 사게 해주세요ㅠ


내가 항상 가는 REWE, 나를 약올리기라도 하듯이 딱 케찹만 없다.

왜? 이런거 좀 다 팔리면 매일매일 채워넣어주면 안되니.. 어떻게 사흘을 매일 가도 항상 저 상태인지ㅠㅠㅠ





그래서 다른 REWE를 갔다. 여기도 똑같아. 딱 케찹만 없다. 혹시 이 사이즈는 케찹이 안나오는걸까?




큰 사이즈의 하인즈가 보인다! 보인다!

그런데 병에 들었거나, 짜먹는 통에 들은건 좀 이상한 애다




내가 딱 사야할 사이즈의 하인즈가 Less Sugar만 판다.

백종원이 이미 얘기한 적이 있지. 저지방 그런거 먹을거면 뭐더러 먹어유....

Less Sugar 같은거 필요없어!!! More Sugar!!




확실히 REWE는 유기농, 저지방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마트이긴 하다.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시장통, LiDL

신선식품만 살만한 곳이라고 얘기해서 미안해!!!! LiDL 너 공산품 벌크도 같이 파는구나!!!

Less Sugar 그런게 뭐야 우린 그런거 취급도 안해! 박력터짐 ㅋㅋㅋ

가격 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220ml짜리가 1,49였는데, 어째서 1170ml1,99인거야 ㅋㅋㅋㅋ




왼쪽이 많이들 먹는 그 400ml, 1,79

오른쪽이 내가 산 1170ml, 1,99




그리고 이미 올린 그 마트 떼샷 ㅋㅋㅋ

옆의 아리조나티 1L, 올리브오일 750ml와 함께 위엄쩌는 하인즈 1170ml





이제 토마토 파스타 장인도 되어야하는구나

장인 콜렉터도 아니고 무슨... 아유.. 세 끼 챙겨먹기 귀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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