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위한 학원이 아니니까, 당연히 외국인과도 같이 공부한다. 첫달에는 스페인 사람과, 이번 달에는 그리스 사람과 같이 공부하고 있다. 다들 수준이 고만고만해서 복잡한 말하기를 할 수는 없으니, 나는 뭘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색은 뭐고 이런 시덥잖은 소리만 하게 되는데, 취미 얘기를 할 때마다 내가 우표 수집이라고만 말했다. 다른 단어를 딱히 모르기도 하고, 굳이 내 취미 여러개를 공개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리고는 수업시간에 이런 것을 배웠다.

각각 그 나라 사람(남자), 그 나라 사람(여자), 그 나라 사람(복수), 그 나라의 언어 를 나타내는 말인데, 일정한 규칙이 있다.



특별히 자랑이 될만하지는 않지만, 나는 네번째까지 보고 나니 규칙이 두 가지인가보네? 라고 알아차릴 수 있었다. 순서대로 각각 빈칸에 뭐가 들어갈지 돌아가면서 대답을 했는데, 다들 이걸 헤메고 있었다. 대체 왜...? 아니 규칙 안보여요? 이렇게 간단한데...? 재수없는 사람이 될 수는 없으니까 그냥 나는 우연히 맞출 수 있었던 척을 몇 번 했다. 그리고 나만 자꾸 다 맞추니 뭔가 이상했던지. 그리스인이 내게 물었다. "이걸 어떻게 다 알 수 있어? 넌 한국인인데?" 이건 또 무슨 소리징... 한국인인거랑 이걸 아는거랑 어떤 관련이 있죠...? 근데 악의적으로 한 말은 전혀 아니고, 정말 "신기"해서 물었다는걸 잘 알고 있다. 내 나름의 대답으로 이거 꽤 수학적이지 않아? 라고 한 마디했는데, 덕분에 수업분위기가 ㅈ같아졌다...


그런데 나는 진심으로 이 이상한 유난스러운 규칙들은 간단한 수학으로 나타내어지고, 그 간단한 수학은 아무리 감이 없어도 절반 정도 풀게 되면 모를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모를 수도 있긴 있는구나... 싶어졌다. 나는 한국에서 단 한번도 뛰어난 학생이었던 적이 없는데 종종 이 곳에서 수업을 듣다보면, 조기유학가서 수학 천재 소리 듣는 한국 중고등학생들과 내가 겹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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