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st du Kinder? = Do you have children?


Ah... 이제 나는 누군가와 사적으로 친해지려할 때 아이가 있냐는 질문을 받을 수 있는 나이구나. 나 결혼한 적 없는데? 라고 물으니, 결혼 말고 아이. 라고 다시 되묻는다. 약간 기분이 언짢아질뻔 했지만, 한국이 아니니까 이런 질문도 받는구나 싶어서 한국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여자가 아이를 낳는 경우는 거의 없어. 라고 했더니, 북한에서 온거야? 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여태까지 한국에서 왔어- 라고 하면 농담으로 북한? 남한? 이런 얘기는 했었지만, 이건 진심이었다. 어째서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아이를 낳는 경우가 없는건지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듯. 한국에 대한 그 어떤 얘기를 누구와 시작하든, 나는 ㅈ같은 한국에 대해서 얘기해야하다니. 아 나의 조국 버리고 싶다...


무튼, 나는 결혼한 적도 아이를 가진 적도 없다고 했더니 아이가 싫냐고 되묻는다. 특별히 싫어하지는 않지만,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고 대답했다.




서른이 넘도록 결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한 적도 없고, 내가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된다는 생각 자체가 없기 때문에, 결혼과 아이에 대한 질문을 연달아 들으니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이 곳에서 보는 젊은 엄마들은 다 나보다 어려서 꽤 놀랐었다. 어딜가든 임산부들이 자유롭게 다니고, 길에 유모차가 너무 많다는 것도 굉장히 놀랐었다. 그만큼 아이를 낳아서 키울 환경이 되니까 도시 전체에서 언제든 갓난 아이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거겠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 경우에는 한국에서 임산부를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들은 마치 없는 사람들 같았다. 몇 있는 임산부들은 모두 택시나 개인 차량을 이용했다. 회사의 임신한 동료들은 출산휴가가 아닌 퇴직을 선택해야했다. 배부른채로 회사를 어떻게 나오냐는 개꼰대들의 뒷담화가 내게도 들려올 정도였으니. 하지만 독일의 이 작은 도시에서는 임산부들을 거의 매일 여러명 보고 있다. 새로 이사한 집은 예전에 살던 집보다 조금 더 안전한 주거지역에 속해서인지, 어린아이들과 나보다 어려보이는 젊은 부모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이왕 결혼할거면 젊을 때 하는게 좋을 수도 있겠지, 근데 나는 어떻게 한 남자와 50년을 살 결심을 하게 되는지 그게 정말 궁금하다. 악의 없이 진심으로. 사물이나 음식이나 그런 것들은 전혀 질려하지 않는데, 나는 생각보다 연인에게 꽤 쉽게 질렸다. 질린다는 물리적 시간은 대략 4년쯤. 아직 내가 결혼을 결심할 수 있는 남자를 못만나서 이런걸 수도 있다. 





나는 독일에 온지 보름이 지나고 나서부터 꾸준히 새로운 사람들을 다양한 루트로 만나왔다. 듀오에 가입한 느낌이랄까? 아시아 여자는 알려진 대로 외국 남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편이었다. 나는 한국에서 성적대상화를 "상대적으로" 적게 당하며 살았다. 한국에서 살찐 여자는 여자라는 성별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그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내가 타인에게 성적대상이 되고 싶을 때만 성적대상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편리했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내가 그렇게까지 살찐 편은 아니다 보니 꽤 자주 성적대상화가 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물론 내 키에 이 정도 몸무게면 고도비만이지만, 워낙 거구들이 많으니 나 정도는 살이 좀 찐 정도일 뿐이다) 주로 여성이 물건인 국적의 남자들에게서, 황당한 소리를 종종 듣는다. 내가 독일어를 못하니 그냥 웃게만 되는데, 이것도 또 오해를 사는 듯 하다. 그렇다고 특정 국적의 사람들과는 교류하고 싶지 않다는 얘기를 하려하니, 차별주의자가 되서 그 얘기를 할 수도 없다. 


반드시 독일 남자를 만나야겠다! 이런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국적이 독일이 아닌 다른 유럽 국적의 남자도 만났다. 동양인을 어리게 봐서인지, 한번도 30대는 만나보지 못했고, 대부분 20대 중반이었다. 한국에서 20대 중반이면 대학생인데, 여기서는 대학을 나왔어도 나오지 않았어도 20대 중반이면 거의 직장인이다. 내게 아이가 있냐고 물었던 남자는 26살의 BASF 직원. 혹시 회사 이름을 묻는게 실례가 될까봐 묻지 않다가, 대화를 하다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전공이 나와 비슷한 것 같아서 물었다. 혹시 BASF 다니냐고. 왜 놀라고 그래... 이 동네 사는 사람들 중 꽤 많은 사람이 BASF 직원이라는거 너무 잘 알고 있는데. 나도 BASF에 입사하고 싶다고, 내 전공이 화학이라고 했더니 엄청 웃는다. BASF에 다니는 사람들은 다 그만두고 싶어해...라고 말하길래, 그래? 그러면 너 그만두고 그 자리 나 줄래? 라고 농담을 건네고 싶었지만, 슬프게도 나의 빻은 독일어는 그런 농담을 전달해줄 수 없다. 26살인데, 심지어 근무한지 2년째라고. 부러워서 광광 우럭따....




무튼, 여러번 만나면서, 아직 잘 모르지만 알아가볼까? 내가 독일어를 잘 못하는데 우리 잘 대화할 수 있을까? 라고 건네던 그 많고 많은 말들이 무색하게 됐다. 이 글을 수정하는 2016/07/30, 처음 본 남자와 연애한 지 일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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