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적응해야한다. 아무리 적응을 잘하는 나라고 하지만 조금 정신없긴 하다


무엇보다, 가격차이만큼 확실히 차이가 난다. 욕실과 주방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이 간극을 잘 메워나갈 수 있을까...




이전 집이 전부 다 갖추고 나이도 많은 남자라면, 지금 집은 이제 막 스물네살쯤 된 아무 것도 가진게 없는 젊은 남자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 후 새 집이 몹시 더 좋아졌다고 한다) 이전 집에서는 집을 위해서 내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었다. 모두 다 갖고 있었고, 깨끗했고, 잘 정돈되어있었다. 별다른 애착도 없었고, 뭔가 살 생각도 딱히 들지 않았다. 지금 집은 뭔가 잡동사니도 엄청 많고, 뭔가 쓰잘데기 없는 것도 많고 많지만, 내가 하나하나 확인하며 버릴건 버리고 쓸 수 있는건 쓰면서 지낸다. 또, 별거 아닌듯해 보이지만, 새로 옷을 입혀주면 깔끔해지는 가구들도 많아서 처음에 이사왔을 때의 카오스는 거의 없어졌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글 수정하는 2016/07/26, 꽤 애착이 많이 생겼다.


무엇보다 화장실과 부엌이 내가 사용했던 그 상태라는게 가장 좋다. 다른 사람들과 부엌과 화장실을 쉐어하면, 뭐 특별히 불편한건 없는데 휴지가 없다던가 부엌에 설거지거리가 쌓여있다던가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런거 너무 싫다. 내가 화장실과 부엌을 깔끔하게 쓰는 것도 전혀 아닌데, 내가 하지 않은 것까지도 공유해야하는 그게 꽤 불편했다. 지금은 화장실도 부엌도 너무너무 더럽지만! 다 내가 더럽힌거니 날잡고 청소할 맘도 얼마든 든다. 화장실과 부엌을 쉐어했던 이전의 집에서는, 공유하는 부분을 각각 화장실/복도/부엌으로 나눠서, 돌아가면서 청소를 했다. 처음 살게되었을 때는 정말 열심히 청소했었다. 그런데, 한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부터, 다른 세입자들이 청소를 전혀 하지 않았다. 화장실에는 여자 셋의 머리카락이 넘쳐났고, 아침에 샤워할 때마다 나는 화딱지가 났다. 그리고 중요한건, 그들은 듣던대로 잘 씻지 않았다. 중국인이 집에 셋이나 더 사는데, 세탁기는 거의 나만 사용했다. 수건을 쓰고 말려서 다시 쓰고 하던데... 아, 이게 바로 중국인들의 위생관념이구나... 싶어졌다. 더 빨리 새 집으로 이사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다. 청소는 전혀 하지 않지, 씻지 않아서 냄새나지.. 에휴.. 처음에 생각했던대로 외국에 나와있는 중국인들은 조금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던 내가 바보다. 



무튼, 새 집에서는 나만 사니까 그 하나로 이미 너무 다 가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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