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박물관에 나들이 삼아, 잡지식 삼아, 발걸음하는걸 좋아한다. 프랑크푸르트에 참 많은 미술관/박물관이 있지만, 입장료가 저렴하지 않다. 자주 갔던 괴테생가&박물관도 입장료가 7유로나 되니, 마음편히 무언가를 보기에도 쉽지는 않다. (가장 유명한 슈태델 미술관의 입장료는 14유로). 하지만 나는 열심히 검색을 할 수 있는 사람이고, 독일 연방은행(Deutsche Bundesbank)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박물관인 Geldmuseum(화폐박물관)을 찾았다. 위치는 다소 찾아가기 귀찮지만, 뭐 괜찮다.




오늘 하늘엔 구름이 가득하다




입구




올해 9월까지 독일 연방은행이 갖고 있는 금자랑(문자 그대로의 Gold)을 하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모르고 간건데 개이득




특별전시장 중앙에는 세계지도와 함께 특정 몇 나라의 금 생산/소비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한국 없음)




전 세계 최대 금 생산국가는 중국, 전 세계 최대 금 소비국가또한 중국이라고 한다.




독일어라 놀랐다면, 영어로 된 뒷면도 같이-




금자랑(걍 금화라서 안찍음;;)에 이어 금괴자랑





금 특별전은 끝!

이제 상설전시. 유로화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

바티칸/모로코와 같은, 유로를 쓰는 작은 나라에 대한 언급




유로 주화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숫자가 쓰여진 면은 동일하지만 그림은 나라마다 다 다르다. 심지어 한 나라에서도 뭘 기념한다고 자꾸 다른 무늬를 찍어낸다. 참고로, 독일은 현재 지역(바이어른, 바덴뷔르템베르크 등의 주)마다 돌아가면서 찍고 있고, 그 전체는 아직 다 발행되지 않았다. 2유로 동전의 나라별로 다른 모양을 보여주고 있는데, 사진을 제대로 못찍어서 잘 안나왔다. 독일의 2유로 동전 기본형은 독수리이다.




혹시 10, 20, 50센트 동전이 있다면, 그리고 그게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받은거라면(프랑스는 높은 확률로 독일 유로 주화가 돌아다닌다), 한번 저 브란덴부르크 문인지 확인을 해보자. 같은 무늬라면! 그 아래에 정말 작게 적힌 알파벳을 보고 내가 지금 갖고 있는 동전이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확인해보자. 내가 가진 모든! 센트들은 다 뮌헨에서 만들어졌다. 항상 확인하는건 아니지만, 확인했던 대부분이 다 D여서 DeutschlandD인줄 알았었다...




독일인의 지갑에 100개의 동전이 있다면, 그 비율은 이렇다고 한다. 당연히 독일 생산 동전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은 이탈리아, 프랑스. 하지만 근소한 차이이다. 난 여태 벨기에 동전은 본 적도 없는데.. 역시 통계는 통계일 뿐이다.




동전은 끝났다. 지폐에 대한 이야기들.


유로 지폐는 한번 디자인이 바뀌었다. 고액권은 디자인이 바뀌지 않았고 많이 쓰는 50유로 이하의 권종만 디자인이 살짝 바뀌었다.




첫번째 유로 지폐는 서로 다른 시기의 건축 양식에서 이미지를 따왔다고 한다.

(아래에 자세한 영어 설명 부분 사진 찍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자세히 읽으시면 됩니다)

순서대로, 고전 - 로마네스크 - 고딕




르네상스 - 바로크&로코코 - 철기시대&유리시대




마지막으로, 500유로 지폐는 20세기 건축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리고 2018년을 끝으로 500유로 지폐의 발행은 종료된다고 한다. 500유로짜리 지폐 정도 비상금으로 갖고 있으면 마음이 편할텐데.

마음의 편안함도 안식도 없다.




위에서 말한, 유로 지폐 디자인에 대한 영어/독어로 된 설명




지폐의 곳곳에 담긴 의미들




지금 내가 가진 지폐는 어디서 인쇄되었나!

혹시 다른 곳에서 인쇄됐을까 하는 마음에 가진 지폐를 털어서 확인해봤더니,

100%의 확률로 독일 인쇄 지폐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내가 가진 지폐는 달랑 한 장...




지폐는 오른쪽 위의 솜을 어쩌구 저쩌구 처리해서 종이처럼 납닥하게 만든 후

여러번에 걸친 인쇄와 각종 특수 처리를 하면서 지폐로 만들어진다.




선정되지 못했던, 유로 지폐 디자인 출품작들.

굳이 자세한 설명은 할 필요도 이유도 없고, 총 6세트의 디자인이 전시되어있다.

(6세트 지폐 디자인 사진 후 영어/독어로 된 자세한 설명 사진 첨부)











Have a guess!

왼쪽부터 각각 20센트/1유로/1센트짜리의 동전이 들어있다.

각각 몇 유로인지 맞춰보기!

정답은 괄호 속을 긁으면 나옵니다 (모두 다 같은 금액, 15유로가 들어있다고 한다)




둘러보던 중, 신기한 장소에 방명록이 있네?? 하면서 달려갔다




방명록...이... 아니네... 이렇게 두꺼운걸 이런 곳에 놔두면 누가 읽긴 하는걸까




하지만 그들은 관련 법전;까지 놔두었다. 독일 인터넷 서점 구매 1위는 언제나 법전이라는 얘기가 우스개가 아니라 사실이기에.




각국의 화폐에 대한 마지막 전시장에는 이런 이야기가 짧게 적혀있다.

그 옛날, 부잣집 도련님이었던 괴테가 해외 여행을 하다가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서.

어려움 - 나라마다 화폐가 달라서 지갑에 다양한 나라의 돈이 있어서 힘들었다

팍씨... 진짜... 욕욕욕




이렇게 각국의 지폐가 전시되어있다. 한국돈 본지 2년이 되서 그런가 바로 안찾아지는거다...

설마 혹시 한국돈 없나??? 하면서 전투모드 변신 준비하고 있었다




나처럼 못찾는; 사람을 위해서 어느 위치에 있다고 알려주는 장비가 있다.





요깄넹! 이걸 왜 못찾았을까 싶다... 평생을 봐온 한국지폐인데 한눈에 왜 안들어오지?

지폐 디자인이 변했으니까! 라는 하나마나한 소리를 해본다




북한 지폐와 나란히 전시되어있다.




방명록이 있으면 언제나 끄적거려야한다. 끄적끄적




전시장을 둘러보는 내내 굿즈.. 굿즈.. 정말 깔끔한 굿즈를 기대했다. 하지만 Shop & Cafeteria라는 지도상의 설명이 살짝 불안했다.

그리고 깔끔한 Cafeteria가 나를 반겼다. Shop은 구석 한 켠의 세 걸음 정도의 규모가 전부였다...

왜... 이런 귀한 재료들로 굿즈를 못만드는겁니까... 독일 연방 은행이여...




독일 연방은행 바로 옆의 작은 아파트 단지. 아파트 사이의 거리가 넓고, 그 사이에 이렇게 고기 꿔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당신들의 그 안락한 삶, 참으로 부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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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아닌, 그르니에 전집의 첫 번째 책. 섬. 알베르 까뮈를 좋아한다고 자주 말했지만, 그가 영향을 받은 사람은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까뮈 그 자체만으로도 내게는 너무 충분했다. 심지어 잘생겼으니 퍼-펙트. 민음사의 이번 이벤트인 손끝으로 문장읽기(이전 글 읽기)에서 까뮈와 그르니에의 몇몇 책이 선정되었다고 해서, 단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골랐다. "섬"


모국어로 씌여진 새 책을 읽은게 반년만이라, 프랑크푸르트에서 책을 전해 받자마자 세 시간도 채 안되어서 후루룩 읽었다. 문자 그대로 "후루룩" 읽었다. 쉽게 쓰여졌다고 생각했기에 크게 생각지 않고 훅훅 넘어갔다. 하지만 두 번째에 필사를 하면서 천천히 읽기 시작하니, 문장 하나하나가 다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읽었던 문장을 손끝으로 다시 읽으면서 책 전체를 필사하고 있다. 



많은 문인들과 수도자들이 필사를 한다고 알려져있다. 문인들은 좋은 문장을 배우기 위해서, 수도자들은 수도를 위해서. 나는 그 두 목적 모두를 위해서 매일 필사를 하고 있다. 마침, 4 24일의 세계문학캘린더가 비어있는 페이지라서 이 책에서 내가 좋아하는 부분을 넣어봤다. 그리고 마지막 날인 오늘, 26일, 책 전체를 다 베낀 노트를 촤라락 넘기는 영상을 찍으려했는데, 캐리어를 분실하게 되어서 지금 책이 내게 없어서 필사를 몇 일 못했다. 고로 나는 다음달에도 이 책을 베껴쓰고 있을 예정이다. 오늘 오픈한 민음사의 다른 이벤트인 밑줄긋고 생각읽기에 떨어져서 이렇게라도 혼자 뭐라도 해보려는건 아니다. 아니 맞다. 그 이벤트에 대기할 수 있게 되면 (독일과 한국의 시차 상 이벤트가 오픈되는 시간은 학원가기 직전이라 제일 바쁜 시간이다...) 민음북클럽과 같이 신청해서 이번에는 DHL로 받아보려했는데, 그런 것까지는 제발 좀 하지말라는 하늘의 뜻인지 오늘 오전에 정신없이 바빴었다. 무튼, 그렇게 나는 다음달에도 이 책을 혼자 꿋꿋히 필사할 것이고, 책 한권을 다 쓰고 나면 단 하나뿐인 내 글씨로 씌여진 장 그르니에의 "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벌써 설레인다.



가난한 사람에게 병이란 여행과도 같은 값을 지닌 것이며 병원 생활이란 그 나름의 으리으리한 고대광실 생활이다.

만약 부자들이 그걸 알았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병에 걸리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책을 읽지 못했던 몇 달간 참 많이 아팠다. 그리고 책과 함께하고 있는 최근 세 달은 매일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비록 읽었던 책을 외울 정도로 또 읽고 또 읽고 하고 있다는게 조금 속상하지만. 그래서인지 5월 중순쯤 집에서 보내줄 택배 안의 민음사의 몇몇 책들이 더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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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필사하는 것을 몹시 좋아한다. 여태 전체를 필사했던 책은 무진기행 한 권뿐이지만, 언젠가는 매일 30분 정도는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필사하면서 지내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지난해에 민음사에서 처음 시작한 "손끝으로 문장 읽기"라는 이벤트. 출판사답게 이벤트 이름부터 이미 까리하다. 그리고 참여인원은 선착순 100명. 1회 때 선착순에 드는 것에 실패하고, 2회 때는 바빠서 확인을 못했었고, 이번이 3회째. 너무 좋아하는 알베르 카뮈와 그 카뮈가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알려진 장 그르니에, 이번 손끝으로 문장읽기의 작가는 그 둘이다.


한국에서도 선착순에 드는 것에 실패했었는데, 이 느리고 느린 독일인터넷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아예 알람을 맞춰두고 대기탔다. 선착순은 십여년 이상 콘서트 광클로 다져졌기에 한국에서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독일의 느린 인터넷때문에 자신은 없었다. 너무 당연히 정시 전에 로긴을 미리 해두려는데, 세상에... 휴면회원... 독일에서 1년 정도 있었더니 대부분의 한국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휴면회원 처리가 되어있었다. 아예 새로 가입하려는데 나는 아이핀도 내 이름의 한국 휴대폰도 없다. 아- 어쩌란 말인가.


한국에서 독일로 이 책을 배달해주기로 했었던 지인에게 SOS를 날렸다. 내가 말한 그 선착순으로 대기타서 책 사는거 (이렇게밖에 설명 못함 ㅋㅋ;;) 하려는데, 내 회원정보가 없고 휴면회원이 되있더라. 그러니 네 이름으로 민음사 가입 좀 하자고... 인증번호 하나만 받아줘.... 제발.... 어리둥절해했지만 내가 너무 부탁을 하니까 걍 해줬다. L군에게 겁나 고맙다. 그렇게 내 이름이 아닌 타인의 이름으로 민음사 웹사이트에 가입했다. 서버시간;을 확인해가며 정각에 눌렀지만, 서버가 뻗었다. 음ㄹ이라;머이 함;ㅕㅈㄷㄱ매 ㅕㅎ;맞ㄹㅇ ;ㅁ


뻗은 서버 한두번 보는 것도 아니고... 다른 메뉴들은 대충 되는거 보니 딱 그 페이지만 뻗었길래 침착히 기다렸다. 그리고 감격스럽게 성공!




이벤트 안내 페이지.





그리고는 이 책을 받겠다고 프랑크푸르트로 나갔다. (나갈 일 없었음...)

나는 정해진 6권의 책 중 "섬"을 골랐다. 무슨 책인지 전혀 모르고 제목으로 책을 선택하는건 언제나 신나는 일이다.


작년인지 제작년인지 모르겠지만, 민음사에서 작가노트도 증정한 적이 있었다. 그 노트들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난 개인적으로 출판사에서 만드는 노트들을 다 좋아한다. 책을 만드는 곳이라 종이 퀄리티 개짱) 독일까지 짊어지고 왔는데, 이렇게 또 나의 인스타 사진을 위해 열일해준 아이템도 됐다.




첫 필사 과제 제출 시에는 한문장만 적었는데, 책이 너무 좋아서 한 문장만 적을 수 없었다. 노트를 한 권 샀다. 그리고 Beck's- 캬-




책 전체를 필사해볼 예정이다.




매일 아침 세계문학캘린더를 필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는데,

(세계문학캘린더 필사 전용 내 해시태그 #Ria_Daily, https://www.instagram.com/explore/tags/ria_daily/)

이젠 세계문학캘린더의 한 문단을 쓰고 나서, 장 그르니에의 '섬'도 필사하기 시작했다.


주말은 치즈케익이라는 특식이 나를 기다린다!! with 냉침한 히비스커스.




하이델베르크에 갔을 때 누워서 책 읽다가 풍경이 너무 좋아서 찍어봤다. 하늘이 어찌나 맑고 파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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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서만 영화를 본다는 내 나름의 규칙이 있다.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라고 만들어진거니까, 큰 스크린과 짱짱한 사운드로 듣지 않으면 아무 의미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거의 영화들 중에서 꼭 보고 싶지만 보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언젠가 인연이 되면 재개봉을 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살았고, 한국에서는 꽤 많은 영화들이 재개봉되어서 봤다.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카사블랑카/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고전 영화들도, 목동 CGV에서 특별전 할 때 굳이굳이 찾아가서 봤었다.


내가 보지 못했지만 너무 보고 싶었던 영화 트레인스포팅, 이완 맥그리거(요즘은 유안 맥그리거라고 부르는 듯. 앞으로는 유안 맥그리거로 씀)가 가장 반짝반짝하던 때의 모습이 담긴 영화. 21년 만에 두 번째 이야기가 나오면서, 독일에서는 1995년의 영화도 같이 재개봉했다. 너무 감사한 일.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를, 독일에서 이렇게 보게 되다니 무척이나 설렐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독일 영화관은 독일어 더빙이고, 영어로 상영되는 95년의 트레인스포팅은 딱 한 번 밖에 없었다. 꽤 늦은 시간이었지만, 선택할 수 있는게 없기 때문에 그 늦은 시간에 영화관으로 갔다.


그리고, 나는 독어로 더빙된 1995년 트레인스포팅을 봤다. 몹시 당황스러웠다. 독일 영화관도 꽤 광고가 길기 때문에, 보통 상영시간의 15분 후에 본 영화가 시작되는 편이다. 15분이 지나고 트레인스포팅인 듯한 영화가 시작된 것 같은데 계속 독어가 나와서 음.. 뭐지.. 뭐지.. 하고 넋놓고 있었는데 제목이 떴다. 중간에 나가기도 좀 그렇고, 3시간짜리 영화가 아닌 한시간반짜리니까, 어떻게든 집중해서 독일어를 들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10%도 채 못들었던 것 같다. 그저 유안 맥그리거의 그 반짝반짝하던 시절의 병약미를 큰 스크린으로 보는 것에 만족해도 나쁘지 않다고 최면을 걸면서 90분을 앉아있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직원을 찾았다. 자정즈음이라 모두 퇴근하고 없었다. 정말... 대단들 하다...는 생각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냥 돈 버린셈 치려고 했는데, 뭔가 억울해졌다. 비록 뭔가 되진 않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 싶어서, 티켓을 들고 다시 영화관을 찾았다. 상황을 얘기했더니, 당일이 아니면 환불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당일에 직원을 찾았지만 다들 퇴근하고 없었어!! 라고 했더니, 아니야, 2층에 사무실이 있고, 거기엔 사람이 있었어. 라는 답변.


????????? 내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황당했지만, 별 권한이 없어보이는 직원이라 알았다고 하고 집에 와서 메일을 썼다. 컴플레인한 메일을 그대로 붙여넣기엔 나의 허접한 영어실력이 뽀록나므로... 대충 뭐라고 썼냐면.

안녕? 만하임 씨네플렉스에서 영어버전으로 영화를 상영해주는 것에 감사하고 있어. 내가 지난 목요일 트레인스포팅 영어버전을 보러 갔는데, 독어버전이 나오더라? 왜그런거야? 영어로 상영하는 회차가 많았다면 다른 회차를 다시 봤으면 되었을텐데, 그게 딱 한번뿐인 영어버전이었어. 1995년 영화라 언제 다시 영화관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구.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나는 지금 독어를 배우는 중이라 그 날 영화를 전혀 이해 못해서 그런데, 환불해줄 수 있니? 나도 너를 귀찮게하기 싫은데, 너네가 영어로 상영했으면 나도 이런 메일을 쓸 필요는 없었을거라는 걸 꼭 알아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는 1995년의 그 영화를 영어버전으로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기대됐는데, 이젠 그러지 못한다는게 너무 아쉬워.

대충 이정도. 그리고는 답변이 왔다.

환불 못해줘!!!! 근데 트레인스포팅2를 보여줄 수 있어. 괜찮아?


오? 솔깃... 내가 이러려고 트레인스포팅2를 아직 안본건가 싶고...ㅎㅎ

그래서 트레인스포팅2 영어버전을 무료로 보고 왔다. 나는 진상인가, 컴플레인 능력자인가?

이메일에도 썼듯이, 너네가 영어로 상영했으면 나는 이 메일을 쓰지 않아도 됐잖아?


I am really pleased to Mannheim Cineplex to provide the Film in English, but what happened at 22/02? Why did you provide in German version? I want to refund my Money back. I had heard, the refund is only at the same day. But if Cineflex provided in English version, I don't need to ask to refund my money back. And I am too sad, that's the only one time to watch the Film in English version.




영어로 상영되는 줄 알고 설레서 찍었던, 1995년 트레인스포팅 입장 사진.




티켓 초점은 어디갔나... 그래서 다시 찍어서 올림!

원래 7유로짜리 특가 티켓인데(정상가 13유로 가량), 나는 이 영화관 회원카드가 있어서 1유로 추가할인 받음




공짜로 보게 된, 2017년 트레인스포팅

영어버전은 하루 한 번, (주로) 굉장히 늦은 시간에 상영된다. 선택권이 없다. 독어가 빨리 늘길 바라는 수 밖에




원래 이렇게 포스터에서도 사진을 찍는다. 항상 영화보고 나올 때.

1995년 트레인스포팅에 이 사진이 없는건, 왜 영어상영이 아닌 독어상영이었냐고 말할 사람을 찾아야했기 때문에. 못찾았다는게 문제.

가격 0,00유로!!! 당당하다! 뿌듯하다!!




6,00유로에 본 1995년 트레인스포팅 티켓과,

0,00유로에 본 2017년 트레인스포팅 티켓




그리고 독일와서 처음 봤던 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

할인가격이 있을거라고 전혀 생각 못하고 당당하게 13,40유로에 봤다.

영어로 볼 수 있다니!!! 감사합니다!!! 하면서...


그리고 스타트렉 비욘드, 저 때 영화관 회원카드를 만들면 영화를 6유로에 볼 수 있다길래 당연히 만들었었다. 




5월 초, 만하임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한국에서만큼은 아니어도 매달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서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영어로 상영되는 영화를 70%도 이해할 수 없고, 또, 대사가 많고 빠른 영화들은 더더욱 힘들었다.

트레인스포팅의 경우는, 심각한 스코틀랜드 억양이라 더더욱 힘들었고,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독백이나 상황설명이 워낙 많아서 화면으로 유추해낼 수 없는 그런 말들이 굉장히 많았다. 물론 1995년 트레인스포팅의 경우는 90분간 독어 듣기연습 한다고 생각하면서 앉아있었고. 그래서 총 10개월의 기간동안, 영화관에서 영화는 딱 다섯개밖에 보지 못했다. 겨울에 헤멘거 감안해도 한 달에 하나가 채 안된다. 그렇게나 좋아하는 영화인데, 언어의 장벽이라는게 새삼 너무나 높고도 높구나 싶어서 속상하다.



독일에는 현재 히든 피규어가 개봉해있다. 한국은 아직 미개봉이고, 3월 말에 개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너무너무 보고 싶은데, 전문적인 용어가 대부분인 대사들을, 굉장히 많이, 빠르게 하는 것을 예고편에서 보고 볼 마음을 접었다. 독어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영어도 좀 해야할텐데, 언제 독어를 해결하고 영어를 하나.. 싶다. 멀고도 먼 외국어의 길-


책읽는 여자를 그린 그림들은 워낙에 많아서 내가 모르는 작품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알고 있는 좋은 그림은 같이 나누고 싶은 마음, 그리고 한번 쭉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에 이 포스팅을 올리게 됐다. (후자가 훨씬 더 큰 이유지만). 물론 내가 얼마전에 구입한 주간달력이 책읽는 여자의 그림이나 사진이 담긴 달력이라 더 빨리 올리게 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엄청나게 좋아하는 작가, 르누아르 (Pierre-Auguste Renoir). 르누아르가 책읽는 여자의 그림을 유난히 많이 그려서 더 좋아하게 된건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는 모르겠다. 무튼 너무너무 좋아하는 르누아르의 책읽는 여자를 그린 그림들. 개인적으로 그림에 대한 사적인 코멘트는 의미없다고 생각해서 그림 제목과 년도, 소장미술관만 적는다. 감상은 개인의 것.



Camille Monet Reading, Pierre-Auguste Renoir, 1873

Clark Art Institute, Massachusetts




La Liseuse (Jeune Fille lisant un Livre), Pierre-Auguste Renoir, 1876

Musée d'Orsay, Paris




Girl Reading, Pierre-Auguste Renoir, 1885

Museum of Fine Arts, Houston




Jeunes Filles lisant, Pierre-Auguste Renoir, 1891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Jeune Fille lisant, Pierre-Auguste Renoir, 1886

Städel, Frankfurt am Main




Portrait of Misia Sert, Pierre-Auguste Renoir, 1904

Tel Aviv Museum of Art, Israel





별거 아닌데 소장 미술관 찾는거 왜이렇게 귀찮지...


르누아르의 여섯 작품, 그리고 책읽는 여자가 담겨진 모든 그림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 블로그의 인장이기도 한, 모네의 그림. 이 그림에서처럼 유유자적하게 나무그늘 아래에서 예쁜 옷 입고 책읽는 삶이 내 인생 전체의 목표.


La liseuse, Claude Monet, 1871

The Walters Art Gallery, Baltimore





마치 스타트렉 비욘드의 한국 개봉을 기다렸다는 듯이, 한국 개봉 즈음에 맞춰서 상영 직후에 뻐렁치며 적어둔 글을 공개로 전환하게 됐다. 밀린 글들 하나하나 메꿔넣으면서 틈틈히 써뒀던 글들은 그냥 공개로 돌리는 중이다.



스타트렉의 한국 개봉일만 알고 있었고, 독일과 개봉일이 한 달씩이나 차이가 날거라는건 상상도 못했었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개봉일을 확인하러 영화관에 간건데, 음? 스타트렉이 이미 개봉을 했어? 혹시 비욘드 개봉기념으로 쌍제이의 스타트렉을 재상영하고 그러는건가.. 했는데 비욘드라고??? 네???? 언제 개봉했다구요?? 개봉한지 이미 일주일이 더 지났다구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오늘 몇 시에 상영하죠? 밤에요? 네 오늘 티켓으로 주세요... 하고 티켓 산게 729일. 독일 개봉일은 721일.




저녁 먹고 한숨 자야하는데, 혹시라도 영화에 늦을까봐 잘 수 없었다. 신성한 영화 앞에서 낮잠 나부랭이를 생각하다니 트레키로서 실격이다. 휴.. 이렇게 또 온 정신을 집중해서 영화를 봐야한다. 다른 영화였으면 굳이 영화관까지 오는 수고를 하지 않았을텐데, 스타트렉이니까. 와야한다.


저번 영화 글에도 썼듯이, 독일에서는 대부분 외화 더빙을 하기 때문에 OV라고 씌여진 상영회차를 찾아야한다. Original Voice

아예 OV가 제공되지 않는 영화관들도 많다. 내가 사는 만하임에는 외국인들이 많아서 다행히 OV를 제공한다. 하루 한 번이라 시간을 선택할 수는 없다.



습습하하. 상영관앞에 도착했다. 5분 늦음. 하지만 광고가 20분쯤 있으니 괜찮다.




영화가 끝나면서, 자막으로 하나하나 이름들을 새겼다.


레너드 니모이를 추억하며

안톤에게 바칩니다

라는 헌사가 뜨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너무 젊은 나이에 떠나버렸다는 생각에 엉엉 울 수 밖에 없었다.

영화에서 슬픈 부분은 전혀 없는데, 먹먹한 마음밖에 가질 수 없었다.


함께 늙어갈 수 있는 시리즈가 있다는 것은 덕후에게 굉장한 축복이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늙어가는 과정에는 죽음이라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스타트렉을 좋아하는 이유의 8할은 제복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특히 흐트러진 제복 씬이 꽤 많았는데, 앓아누웠다.

그리고 스팍이 우후라에게 했던 대사 "Clearly, I am here rescue you" 참나.. 나 부러워쥬그라고...


이걸 아이맥스로 못보다니 한맺힐 것 같다.

스타트렉 다크니스 상영할 때 매일 아이맥스로 출근했었는데...


뭐, 이렇게라도 본 것에 의의를 둬야지.






(문화생활 카테고리에 난입한 아무말 대잔치, 안보셔도 무관한 내용입니다.)








한국 스타트렉 레드카펫에 여자들이 90%인거 보니 한국에 진정한 트레키는 없고 배우 얼빠들만 있다는 뻘소리를 트위터에서 봤는데..

너네가 일찍일찍 다니시던가요... 늦게와놓고 어디서 진정성 운운하죠...? 그리고 뉴팬 올드팬 나누는 것도 너무 후짐.


베이징 올림픽 때 야구선수 얼굴보고 야구에 입덕한 여자들 많다고 야구 1도 모르는 사람 취급하던 사람도 있었긴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이 대체 언제적이냐구.. 그 때 야구 입덕했으면 올해가 9년차라며.


올드팬이라면 뉴팬들이 새로 유입되는걸 좋아해야하는거 아닌가? 팬덤이 확장되는건 굉장히 좋은 일인데? 모를...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무려!!! 13.4유로(약 17500원)에 봤는데,

할인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6유로(7800원)에 봤다. 개이득





좀 오래된 영상들이지만, 엑스맨 보고 나니까 오랜만에 생각나서 세 배우들꺼 퍼왔다

작가님 덕후향기 폴폴... 원래 알고는 있었지만, 예능 작가라는 직업 엄청 좋은거구나

덕질도 하고! 돈도 벌고! 내새끼 공중파에서 매주 6~7분씩 틀어주고!














내가 좋아하는 매체인 아이즈에서 본격 사심방송 작가님의 인터뷰를 한 것이 있길래 링크(누르시면 열립니다)를 걸어두겠다.



나는 2014년 인터뷰의 이 부분에서 이미 이 작가님의 통찰력에 감동했다

“영화의 작품성은 배우의 미남력이 높여준다”


잘생김을 연기하는거따위 필요없어! 잘생긴 남자가 세상을 구원할거야



독일에서 봤으니, 포스터도 독일어버전으로 찾아봤다.



  2016년 5월 20일, 한국보다 엑스맨이 더 일찍 개봉했다는 소식을 그제야 들었다.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개봉을 했던 영화들이 많아서, 엑스맨도 당연히 그럴거라고 생각하고 23일 이후의 언젠가 독일에서 봐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었는데.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엑스맨! 상영중! 이라는 간판을 보고는 뭐????? 뭔데?????? 하면서 급하게 검색을 했었다. 세상에.. 이미 상영중이었어... 그리고는 독일의 영화상영에 대해서 찾아봤다. 


  독일은 대부분의 외화를 더빙한다. 자막 그런거 없ㅋ엉ㅋ. 그리고 조금 큰 도시의 경우 OV(original voice)라는 특별상영이 있기도 하다. 프랑크푸르트의 몇몇 영화관이 이걸 제공한다고 하길래 나는 영화 한 번 보기 디게 어렵구나.. 프랑크푸르트까지 가야하다니..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아주아주 혹시...? 하는 마음으로 내가 사는 곳의 영화관을 검색했는데, 늦은 시간에 하루 한 번이지만 상영한다!!!! 와!!!!!! 이렇게 영화보러 가게 되었다.



  나는 돈 냄새가 팡팡 터지는 영화들을 엄청 좋아한다. 물론 가난한 냄새가 나는 그런 영화들도 좋아하고. 그냥 영화라면 뭐든 다 너무 좋다. 스크린 속의 그들의 삶을 두세시간 대리경험하는건 몹시 흥미로운 일이다. 너무 당연하게도 엑스맨 시리즈 전부를 봤고, 이번 엑스맨도 기대가 컸다. 영어로 봐야한다는 부담이 조금 있었지만, 시빌워가 아닌 엑스맨이라서 참 다행이었다. 수다스러운 토니의 시빌워를 영어로 봤다면 나는 아마 30%도 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오프닝은 이집트. 이집트에 대해 만들어진 영화들은 높은 확률로 망;했다고 이동진 평론가가 엑스맨 평을 하면서 얘기하면서 "갓 오브 이집트"를 예로 들었다. 하지만 나는 갓오브이집트류의 그런, 감독은 진지한데 나는 너무 웃겨죽을 것 같은 영화도 정말 좋아한다. 하나 더 떠오르는 같은 부류의 영화로는 "쥬피터 어센딩". 이거 아이맥스에서 봤는데, 그 큰 아이맥스를 통째로 대여해서 세네명이서 봤었다. 다들 씬나게 웃으면서 봤던 기억이 있다. 워쇼스키 감독님들은 진지한거 맞죠? 아 너무 즐거우신 분들이야... 무튼 다시 이집트 오프닝씬을 얘기하면, 이렇게까지 고증을 잘 한 이집트 관련 영화가 있었나?? 싶을 정도의 엄청난 고증들이었다. 역사를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뭔가 짱짱하게 준비한 느낌. 영화보고 나서 이것저것 찾아봤는데, 다들 이집트 시퀀스의 고증 얘기를 빼놓지 않았다. 누가 생각하더라도 이집트 = 번쩍번쩍의 느낌이 있나보다. 그 황금이 부어지는 이미지들과 벽돌로 그 transfer를 막는 이미지들이 굉장히 속도감 있고 좋았다. 영어로 대화하지 않으니 영어자막이 깔려서 내게는 더 좋기도 했다.


  이집트 시퀀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장소가 바뀌는데, 마침 그 장소가 동베를린이었다. 내가 영화를 보고 있는 국가가 독일이다보니, 다른 국가의 상영관에서는 그냥 넘어갔을텐데, East Berlin이라는 자막이 뜨자 다들 폭소했다. 나도 같이 웃긴 했는데... 독어로 말하겠지? 자막은 영어로 뜨겠지만? 이 상영관의 대부분은 저 정도의 독어는 알아듣겠지? 나만 못알아듣는거겠지? 흐엉.. 싶었다. 하지만 영어자막이 떠서 너무 감사했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 내게 정말 좋은 일이야...ㅋㅋ;; 동베를린의 음산한 배경과 나이트크롤러의 악마꼬리가 꽤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악마꼬리를 가지고 있지만 심성은 너무 착한 나이트 크롤러. 이런걸 원한걸까. 


  그리고 영화는 내내 언어와 상관없었다. 물론 한 세 번 정도 다들 빵터지며 웃는데 나만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긴 했지만, 영화의 70%이상을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또 모르지, 한국어 자막을 구해서 언젠가 보게된다면 나는 완전 다른 영화를 본거구나?? 하게 될 수도 있지만ㅠ 많은 장면들에서 영어자막이 깔렸고, 영어 대사는 생각보다 잘 들렸다. 특히 마이클 파스벤더의 영어는 너무 정확해서 귀에 쏙쏙 들어왔다. 다른 배우들에 비해 독일어를 꽤 하는 것 같아서 검색해보니 독일 혼혈(독일인 아버지, 아일랜드인 어머니)이다. 심지어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태어났다고!!! 나 하이델베르크 가봤는데!!! (뜬금없음..) 하지만 독일에 저런 남자는 없죠... 독일어가 살짝 섞인 영어라 더 명확하게 들렸던 것 같다. 패스벤더에 대해서는 몇 해 전 출발 비디오 여행의 본격 작가 사심방송에서 이렇게 얘기한 적이 있다 "독일계 영국배우, 유럽연합의 아름다움이 믹스매치된 남자" 완벽해... 생각난 김에 이 클립도 오랜만에 봐야지. 그 클립들 정말 좋아한다.


  그에 비해 제니퍼 로렌스의 영어발음은 다 뭉개지고 흘려서 말하고 와 뭐라고 하는지 정말 하나도 모르겠다ㅠㅠㅠㅠ 제임스 맥어보이의 영국 영어도 질리도록 많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한글 자막 빼버리니 못알아듣는건 마찬가지... 영국 영어를 하는 많은 배우들 중에서도 맥어보이는 유난히 특이한 억양이 있어서 그가 영어하는게 그저 좋았는데, 자막 없으니 하나도 못알아들어서 내 영어실력이 빻았다는걸 다시 한번 느꼈다. 영원히 패스밴더만 안고 가겠습니다... 


  영화에 대해서 뭔가 쓰려고 하면, 모든 장면에 고증이 꽤 대단했고, 돈 냄새가 철철 흘렀으며, 퀵 실버는 이번 영화에서도 출연하는 모든 시퀀스가 다 대박이구나 싶었다는 것 정도로 줄여질 것 같다. 영어에 대한건 한국에서 자막으로 보면 크게 와닿지는 않을테니까.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새 영화를 만날 때마다, 그의 재능이 부러우면서도 신은 왜 이렇게 몰빵을 좋아하는지 자꾸 생각하게 된다. 65년생, 50대 초반 감독의 거의 모든 필모가 완벽하다. 앞으로 쌓아나갈 필모도 완벽하겠지. 헛된 부러움은 접고, 동시대에 살아서 그의 영화를 모두 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스포가 있는 듯 없는 듯한 나의 영화후기, 끝. 만약 이 글에 스포가 전혀 없었다면, 그건 내가 그 세세한 부분들을 열흘 사이에 잊어서 그런 듯. 앞으로는 보고나서 바로 써야겠다... 비공개로 해두고 일주일 후에 공개하면 되는거니까!



패스벤더 독일어 하는 영상을 찾았더니,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의 클립이 떴다.

유투브 링크 아래의 리플을 보면, 독일인이 보기에는 저 독어가 이상하다고 느껴지나본데 내 귀에는 그저 좋다...

나도 독일어 잘하고 싶다.......



그리고는 2부가 시작되기 직전에 같은 구역 안에서 앞자리로 옮기길래 (당연히 내가 앉은 구역은 자리가 조금 비어있었다)

나도 앞자리로 옮겨서 내 구역에서는 가장 첫 줄에 앉을 수 있었다


그리고는 시작된 공연-




내 가수 너무 멋있다. 


댄서들도 몸선이 와...ㅠㅠㅠ


난 가장 저렴한 좌석이라 땡기면 픽셀 다 깨져서 줌을 안땡긴 채로 녹화했지만,


당연히 제일 비싼 자리에서 녹화한 영상을 유투브에서 업어왔다. 영국 공연



언니들 몸매 뭐에요.... 불법....................




Hymne a L'Amour (Seb solo)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 녹화할 정신도 없었다. 확실히 댄서들 의상 선택도 탁월했다. 뭐 하나 지적할 부분 없이 공연 전체가 완벽!! 내한공연 때에는 이 노래 시작하면 전부 다 무대 앞으로 달려나가서 춤췄는데, 히히. 너무 멀어서 무대 앞으로 달려나갈 수가 없다... 

La Vida Sin Amor!!!







Nessun Dorma (David solo)




공연은 1049분;에 끝났다. 공연 끝나고 나와서 찍은 공연장 사진

밤에 혼자 무섭게 봤던 하이델베르크 성같네...




이제 집까지 가야한다. 다행히 자정 직전에 만하임에 가는 버스가 있다는걸 확인은 하고 왔다. 그런데 언제 마치는지 정확히 몰라서 예약은 안하고 왔다. 15분 전까지는 예약되니까 뭐... 그리고 와이파이가 되는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맥도날드에서 버스 예매! 11:45 버스인데 또 한시간 늦으면 가만안둬... 심야버스는 안늦나? 3분만 늦었다. 한시간 늦는 일이 너무 많다보니, 이정도는 너무 감사하다.



나를 만하임으로 데려다줄 버스. 밀라노로 가는 버스. 심야버스를 나타내는 N.





한달 전의 나는 여기에 내렸지. 비행기에 여권 놓고 내려서 입국수속 못하고 경찰서에 있었던 일이 불과 한달전이라니. 한달간 이렇게나 많은 일이 생겼다니. 




한시간 반 걸려서 만하임에 도착했다. 중앙역에서 집까지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니, 오늘 돈 많이 쓴 나는 걷기로 한다. 독일 입성 한달 기념 선물로는 조금 과하긴 했지만 너무 행복한 하루였다. 당분간 돈을 많이 아껴써야겠다. 





돈을 아껴쓰겠다는 다짐과는 달리, 뜬금없이 한국으로 우편을 보내고 싶어서 (거의 매일 보내고 있긴 하지만) 퀴즈!

일 디보는 총 네 명인데요, 제가 누구를 가장 좋아할까요....?

여기 비밀댓글도 괜찮고, 제 인스타 계정을 아시는 분은 디엠도 괜찮고, 네이버 까페 쪽지도 괜찮고

어떤 방법으로든 제게 연락해주세요!! 엽서 한 장에 제 예쁜 글씨(자랑)를 담아서 독일에서 한국으로 보내드립니다 :)


누가 읽고 계신지는 모르지만 늘어나는 방문자수 보며 나 혼자 떠드는건 아니구나, 라는 생각에 괜히 기쁘고 그래서요! ♡



감사하게도 응모하신 분이 계셔서 그 분께 보내드리기로 했어요 ;)


2012년, 2014년 두 번의 내한공연을 다녀오면서, 아 이런게 사는 재미구나, 이러려고 버티고 살고 있는구나 싶었다. 이번 월드투어에서도 내한공연(2016/04/09,10)에 가려고 했었는데, 내한 일정을 너무 늦게 알게되서ㅠ 내 일정과 꼬이다보니 결국 못갔었다. 출국 직전이라 저 때 공연간다고 하면 집에서 얼마나 난리법석이 날까 생각하니 이번 내한 공연은, 처음부터 몰랐던 셈으로 치자ㅠㅠㅠㅠ 슬프지만...


너무 당연히 이번 월드투어는 못보는건가... 싶었는데, "월드투어"니까 다른 나라에서도 볼 수 있다는거 아니야....? 혹시 독일에서도 공연이 열릴까...? 하면서 찾아봤는데, 세상에... 보름도 채 안남은거다....ㅋㅋ 그리고 이 넓은 독일에서 버스로 한 시간거리... 마치 나를 위해 공연이 있는 것처럼 너무 기뻤다. 하지만 아직 독어 까막눈인 나는, 예매를 못해서 한참을 헤메고... 아 그래서!! 돈을 낸다니까!! 어디서 어떻게 내라는거냐구!! 왜 구글 번역은 막아놨는데??? 하... 개로와... 역시 못가겠구나... 보름밖에 안됐지만 한국에서든 어디서라도 독어 공부를 좀 더 일찍, 열심히 했어야하는데ㅠ 어쩔 수 없지ㅠ 하면서 안가려고 마음 먹은게 불과 일주일 전.


뜻밖의 예매링크를 찾게 된건, 구글 광고ㅋㅋㅋㅋ 일디보 프랑크푸르트 공연이 닷새전인데 예매했니? 나흘전인데 예매했니? 사흘전인데 예매했니? ㅋㅋ 앞으로 구글 광고를 귀찮아하지 않기로... 고맙기도 해라... 심지어 그 광고 누르니까 공연 직전이라고 13%쯤?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링크가 나오고....ㅋㅋ;; 혹시 내가 예매링크 못찾아서 포기한거 알고 있니....? 뜻밖의 할인으로 프랑크푸르트까지의 왕복 버스비는 없어진 셈! 개이득



독일 버스놈들 또 지각을 이따위로 하지.... 오늘 너무 행복할 날이니까, 웬만하면 좋게좋게 하고 싶은데, 한시간거리의 버스가 한시간을 지각하면 어쩌자는건지... 이게 처음이 아니고 예전에도 내내 이러더니.. 하... 가만안둬... (하지만 벙어리에 까막눈ㅠ)



비오는 날, 터미널에서 한시간을 서서 기다려서 겨우 프랑크푸르트에 도착! 프랑크푸르트에 일주일이나 있었고, 이 공연장은 예전에 본 적 있으니까 잘 찾아갈 수 있겠군! 하지만 길치는 출발장소가 달라지면 방향을 전혀 못잡습니다... 알면서도... 지냈던 게스트하우스가 홍등가라 저녁시간에 혼자 가기 조금 불편해서 그냥 중앙역에서 출발했더니, 못찾고요? 시간 얼마 안남았는데ㅠㅠㅠㅠ 왜때문에 중앙역에서 걸어서 15분 거리라는 오페라 극장을 못찾죠....? 제발 나와주시겠어요? 어디계세요?





따란- 30분을 헤멨으니, 이정도면 선방했다고 생각... 길치에게 길찾기란 정말 어려운 퀘스트... 부디 길찾기 기능이 지원되는 구글글래스가 나왔으면ㅠㅠㅠ 제가 일등으로 구입하겠습니다.



너무 당연히 지하철역이 있지만, 가난뱅이는 뚜벅이로 살아야합니다. 한 정거장에 지하철을 타다니 그런 사치는 우리에게 있을 수가 없어



공연 시작 한 시간 전이라 공연장 근처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공연장이 너무 예뻐서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너무 잘나와....




정면




보정을 한건 아니고 건물이 어둡게 나오길래 구름이 이렇게나 많은 날씨였다는걸 남기려고 구름에 포커스 맞추고 찍은 사진.

이 사진들 아무것도 보정한거 없이 다 쌩사진. 쌩사진이 이렇게나 나오다니.. 역시 사진은 피사체가 훌륭해야..




전체샷은 아니어도, 이런 구도의 사진도 좋아한다. 




공연 한시간 전에 티켓창구 오픈한다고 써있어서 안에서 기다리면서 내부 사진도 한 장- 아무도 없다. 내가 일등이야!!!




딱 일곱시 되니까 티켓창구 오픈. 바우처 내미니까 티켓으로 바꿔줬다. 입구에서 티켓 인증사진도! 휴, 인스타 중독자...




티켓을 받았으니 밖에도 잠깐 나와본다- 아까 외관을 좀 찍다만 느낌이라... (아님, 충분히 많이 찍음 ㅋㅋㅋ;;)





그리고 공연 30분 전, 입장을 했다. 원래 팬심은 관련된 뭐라도 다 남기고 싶은 것...




외투와 가방도 맡아주길래 나도 줄 섰다가 돈내는거 보고 그냥 짊어지고 보기로...

저런 외투 안에 드레스가 뙇!!!!




공연장이 3층이라길래 3층에 내렸는데, 생각보다 좌석이 너무 앞인데!!!!???? 나는 제일 싼 좌석인데... 이게 무슨 일이지... 하면서 갔는데, 역시나 아니었다ㅠㅋㅋㅋ 잘못 안내받은대로 갔으면 여긴데... 이렇게나 앞인데ㅠㅠㅠㅠㅠ 그럴리는 없었다... 나는 제일 저렴한 자리니까ㅠ




공연장은 3~6층이었다. 충격과 공포. 당연히 3/4/5/6층 각각 돈이 다르다.... 나는 6층!!! 세상에... 이럴 줄 알았으면 엽서 스무장 정도 덜 보내고 5층이라도 갈껄ㅠㅋㅋ 독일어 까막눈이라 층에 대한 안내는 못봤으니. 이렇게나 멀다.......... 어쩌지........ 그래도 생각보다 각도가 잠실의 면봉석보다는 나았다. 면봉석은 더 싸니까 그런가...? 그래도 내 좌석 근처에 막 나처럼 거렁뱅이들만 있으면 어쩌지 싶었는데, 아시안을 찾기가 힘들었고 주변에 전부 독일인들. 내 가수가 이렇게나 유명하구나 새삼 느꼈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됐는데, 음향이 예술이었다. 두 번의 내한 공연을 잠실체육관에서 봤었고, 음향 딱 하나가 정말 조금 아쉬웠었다. 그런데, 그게 완전히 채워졌다. 제일 안좋은 자리여도 정말 오길 잘했구나. 다음 월드투어에는 꼭 3층에서 봐야지. 더 열심히 독어 공부를 해야겠다 싶었다. 한국 공연에는 당연히 있는 스크린이 없어서, 표정은 하나도 못봐서 그거 하나가 딱 아쉬웠지만, 음향이 이렇게 뒤까지 다 잘 전달되다니 엄청나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번 공연에서, 인트로의 셋리스트 짧게 연주해주는 그 부분을 굉장히 좋아한다. 매일 아침마다 유투브로 그걸 세네번 반복해서 듣고 하루를 시작하는데 공간감이 채워진 현장의 연주를 듣고 나니 이제 유투브로는 못들을 것 같다ㅠㅠㅠㅠ (역시나 또 아님, 여전히 매일 아침 마다 잘 듣고 있다)




이게 바로 내가 매일 아침마다 듣는 그 인트로. 오케스트라는 항상 뻐렁친다... 이번 월드투어에는 댄서들이 많아서 오케스트라가 좀 줄었는데, 다음 공연에는 부디 풀 오케스트라였으면 한다. 물론 댄서도 있으면 좋은데.. 다음 앨범은 아마 이번 앨범과는 다르지 싶어서. 하, 중간에 탱고 음악 부분 나오면서 전조되는 부분에서 진짜 막 통장을 다 갖다바치고 싶은 마음. (통장 잔고 200원인게 함정)



1부는 사진도 하나도 못찍고 그냥 넋놓고 감상만 했다. 그리고 25분의 인터미션에 독일인들은 다들 와인을 많이 마신다. 간간히 맥주를 마시는 사람도 있던데, 공연 보다가 화장실 가고 싶지는 않은지 괜히 쓸데없는 걱정도 하고 ㅋㅋㅋ;; 인터미션이 끝나고 2부가 시작되니 조금 긴장이 풀려서 1부 녹음하는거 까먹었다ㅠㅠ 하면서 2부는 녹음도 했다. 녹음이 중간에 끊기니 상태 확인은 못하고 그냥 녹음했는데, 생각보다 상태가 좋아서 감동. 간간히 동영상도 찍었는데, 댄서들의 화려한 몸매에 아.. 다이어트를 하긴 해야겠구나.. 하는 의외의 결심을 하게 됐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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