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도시에서 만들었던 새마을금고 만하임 지점의 계좌를 해지하려면 직접 가거나 편지로 계좌해지해달라는 내용을 보내야한다. 직접 갈 수도 있지만, 한국처럼 직접 가서 바로 업무를 볼 수 있는게 아니라 예약을 하고 가야하기 때문에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 

 

대부분의 해지에는 그 회사에서 특정하는 양식이 있지만, 찾아보니 계좌 해지에는 정해진 양식은 없는 것 같아서 내가 찾은 것 중에 가장 괜찮았던 것으로 포뮬라를 만들었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상기 계좌를 해지합니다. 계좌번호/예금주. 남은 돈은 이 계좌로 보내주세요. 계좌 해지가 잘 되었다는 확인 편지를 보내주세요. 이런 편지는 당연히 독일 공식 편지 양식으로 작성해야한다. 제일 위에는 내 주소, 그 아래에는 받는 사람의 주소, 가장 아래에는 친애하는, 그리고 서명은 자필로

 

위의 서류를 접으면 딱 이렇게 편지봉투에 들어가진다. 밖에 따로 주소를 기입하지 않아도 된다. 개편함.

그리고 이런 편지들은 등기로 보낸다. 왜? 안받았다고 헛소리할 수 있으니까. 등기비용은 2.5유로를 추가한다. 내가 가진 우표 중에 가장 아 빨리!!! 제발 빨리!!!의 느낌이 가득한 빨간 색의 112(응급구조 번호)로 도배해봤다. 빨리 처리되서 이전 계좌에 들어있는 푼돈ㅠ을 새 계좌로 받았으면... 슈페어콘토로 한 달 살기 정말 빡세고 힘들다.

 


독일에 처음 와서 개설한 은행은 슈파카쎄(Sparkasse)였다. 만하임에 살 때는 불편함없이 잘 사용했지만, 이제 불편해졌다. 왜냐면, 그 은행은 지역은행이라 같은 이름을 한 마부르크 슈파카쎄에서는 온전히 사용하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면, 출금과 결제를 하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입금을 할 수 없다. (할 수 있지만 하려면 수수료가 꽤 든다). 무튼 전국에서 똑같이 사용할 수 있는 은행으로 바꾸려는데, 마침 이 은행에서 신규가입자에게 현금!을 준다고 해서 냅다 가입했다. 현금 선물은 지점에서 가입하면 받을 수 없으니 꼭 온라인에서 신청해야한다. 온라인도 어디서 신청하냐에 따라 현금 금액이 다른데, 나는 가장 많이 준다는 사이트를 통해서 가입했다. 아직 전부 들어오지는 않은 상태라 전부 들어온 상태인 3개월 후에 이에 대해서 다시 쓰겠다. 무튼, 지점에서 직원과 직접 만나는게 아니니 독어에 대한 부담도 없고 몹시 좋았다. 그리고 가입절차의 가장 마지막은 신분확인(Legitimation) 이다. 지점의 업무를 줄이기 위해서 인터넷에서 현금까지 줘가며 신규 가입을 받는데, 신분확인을 위해서 또 지점에 가는건 얼마나 무의미한가. 그래서 신규가입자 신분확인을 위한 있는데, 한국인은 여권에 출생도시가 기입되어있지 않아서 그 어플을 통해서 할 수 없다. 한국인은 반드시 도이체방크나 Commerzbank에 신규계좌 개설의 마지막 단계인 신분확인을 위해 방문해야한다. 그 과정 후 일주일 동안 하루에 하나씩 내게 도착한 편지들, 총 다섯 통.


내용물은 다 모자이크하기가 번거로워서 봉투 사진만 다같이 찍었다.

카드, 카드 비밀번호, 온라인뱅킹ID, 온라인뱅킹 비밀번호, 지역의 내 담당자 안내문



인들도 너무 많이 따로 보내는게 좀 짜증날거라는걸 아는건지 저 봉투 속으로 비치는 부분에 이렇게 써있다. 이 편지들을 분류해서 하나로 보내는 비용이 더 드니까 이해해달라고. 나는 보안 문제로 다 따로 발송한다고 들었는데, 이것도 카더라인가...


그리고 비밀번호 부분을 혹시 모를 멍청이;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 걍 살살 긁으면 되는건데 홀로그램이라 떼고 어쩌구 법석할까봐 저렇게 또 안내가 되어있다. 생각보다 문맹자들이 많으니까... 



그렇게 독일에서의 두 번째 계좌를 개설했다. 독일에서는 은행 계좌 닫는 것도 다소 번거로워서, 새 계좌를 열 때 이전 계좌의 모든 것을 다 넘겨받는 계좌이동(Kontoumzug) 서비스가 있고 나는 그걸 신청했는데, 신청한지 한달 반이 지난 지금도 아직 이전 계좌는 닫히지 않고 나는 쓰지도 않는 계좌 수수료를 여전히 내고 있다. 아이고 처리 좀 해주라 진짜...


한국에서는 이사가려면 어떻게 했더라, 걍 집주인에게 전화 걸어서 언제 이사 나가고 싶다고 한 달 전 정도만 미리 얘기해도 됐던 것 같다. 그런데 독일은 너무나 당연하게 편지를 보내야한다. 그것도 최소 3개월 전에. 첨부한 사진은 625일에 보냈었던 퀸디궁 브리프. 뭐 별 어려운 내용이 들어가야하는 것도 아니고 간단하다. 대부분 부동산 회사와 계약하지 집주인과 직접 계약할 일은 많지는 않으니까, 내가 사는 곳 적은 후 내 집계약을 몇 일자로 해지하려고 하며 오늘 날짜는 몇 일이다. 계약해지가 잘 됐다는 확인편지 보내주세요. 이렇게만 쓰면 된다. 앞뒤에 주렁주렁 붙은 것들은 걍 공식적인 편지에 쓰는 앞/뒤 문구들. 그리고 이걸 보낸 다음날 바로 계약해지 편지를 받았다. 그러고 7월 중순이 되었고, 새로 들어올 입주자를 연결해주려고 부동산 회사에 연락을 했다. 그랬더니.. 계약해지는 편지로 해야하는데 넌 편지 안보냈잖아? 계약해지 당장 못해, 3개월전에 편지 보내야해. 이따위 이메일이 와서, 나 6월 25에 계약해지 편지 보냈고, 너네 회사직원 중 한 명인 **한테서 계약해지 컨펌 편지도 받았어. 이렇게 이메일 보냈더니 답 없음 ^^... 독일회사는 몇 명 안되는 소규모 회사여도 업무 사항 공유가 이렇게도 안되는구나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달까....


독일 편지 양식,

왼쪽 상단에 보내는 사람의 주소가 들어가고, 그 아래에 받는 사람의 주소가 들어간다.

(주소부분이 비닐로 처리된 편지봉투의 경우 그 받는 사람의 주소가 보이게 접어서 편지를 보낸다)

그 아래에는 편지 보내는 위치(보통 도시), 보내는 날짜

그리고 영어의 To whom may it concern, 에 해당하는, Sehr geehrte Damen und Herren,

그 아래의 문장은 소문자로 시작해야한다. 대문자로 쓰면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한...다.... (편지 쓰는거 배울 때 엄청 중요하게 알려줌)

오늘 몇 일이고, 몇 일 자로 계약해지를 하려고 합니다. 계약해지 확인 편지 보내주세요.

친애하는, (내 이름) 서명


이렇게 해서 보내면 된다. 이메일이 되는 곳도 있지만, 아직까지도 대부분 편지를 쓰는 편.




슈페어콘토(Sperrkonto). 한글로는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고, 영어로 Blocked account.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정말 그렇다. 그래서 지난주에 비자청에 가서 할 말을 작문해서 학원 선생님한테 수정받았을 때, 선생님이 Sperrkontoopen할 수 없다고, Girokonto(일반계좌)겠지! 라고 하시길래, 아니에요. 이게 외국인이 학생비자 받는데 필요한 특수 계좌에요. 독일인들은 모를거에요. 그랬더니 바로 구글에 찾아보시더니, 오! 계좌 이름이 이상하잖아... Sperren(차단시키다/동결시키다)라며 혼잣말... 


* 그리고 내가 신청한건 어학비자가 아닌 유학준비비자, 많이들 이 두 비자를 통용하는데, 어학비자는 원칙적으로 최대 1년이고, 유학준비비자는 2년까지 가능하다. 그냥 어학비자가 입에 붙어서 제목에만 어학비자로 기입. 



암튼, 슈페어콘토가 마치 기본인 것처럼 알려져있지만, Ausländerbehörde(이후 비자청으로 통칭)에서 받은 필요서류에 의하면 슈페어콘토가 반드시 재정에 관련된 기본적인 서류는 아니었다 (도시마다 다르니까 주의). 우선 테어민을 잡으러 비자청에 가서 받아온 안내서류. 도시에 따라 테어민을 인터넷으로 잡을 수 있는 곳도 있는데, 만하임은 직접 가야했다. (인터넷으로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직접 갔다. 관청에 가는건 항상 겁나지만, 어떻게든 강제적으로라도 공식적으로 독일어를 조금이라도 말할 기회를 늘려야한다). 



약속한 날에 가져와야할 것들이 체크된 안내서류. 이 종이 한 장으로 배우자 비자도 블루카드도 신청할 수 있는 폼으로 바꿀 수 있다. 이 종이 한장으로 돌려쓰겠다는 의지. 내가 체크받은건 유학준비비자에 필요한 서류들. 여기서 자세히 봐야할 것은 재정에 관련된 sontige Einkommensnachweis 부분. 반드시 슈페어콘토를 개설하는게 필수는 아니라고 적혀있다. formal obligation이어도 된다고 적혀있다. 



만약, 내가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이었으면 문제없이 슈페어콘토를 개설했을거다. 아마 계좌개설 수수료도 없을 것이고, 오늘 은행을 방문하면 오늘 바로 종이로 된 실물통장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긴 독일이다. 계좌개설 수수료도 있고, 계좌를 여는데는 최소 4주가 걸린다. 처음에 내가 슈페어콘토가 아닌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했던건, 미리 해두는걸 성격상 전혀 하지 못하는 나는; 유학준비비자 서류도 급하게 준비했다. 그러다보니 4주 후에 계좌가 개설되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 아 시발 돈이 있는데 왜 계좌를 빨리 안만들어주냐고!!!! 그래서 지난주 목요일에 이 부분을 물어보러 비자청에 다녀온 것이다.




그 때 받았던 재정과 관련된 자세한 서류는 이것이다. 이것또한 도시마다 다를 수 있으니 비자를 신청할 도시의 이민국에 각자 확인하시길 바란다며. 아래부분에는 영어 설명도 있으니 필요하신 분은 각자 읽으시길 바라며... 저 다섯가지 중에서 한가지로 재정에 대한 증명을 하면 되는 것이다. 슈페어콘토는 1번이 아니다. 4번이다. 비자청의 담당직원이 나에게 말한 것은 1번, 1번의 저 독일어와 직원이 써준 알파벳이 거의 같은 것인데.. 알아볼 수가 없다... 필기체 개롭다.




지난주에 비자청에 가서 문의한 것을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나는 지금 슈파카세에 계좌가 있고 슈파카세에서 슈페어콘토를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슈파카세에서 슈파렌을 하려면, 비자청에서 직접 발급받은 서류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것이 필요없다고 알려진 도이체방크에 갔다. 작년까지는 도이체방크 창구에서 슈페어콘토를 개설할 수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인터넷으로만 개설할 수 있다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인터넷에서 관련 서류를 뽑고 기입해서 포스트방크(*도이체방크 아님)에 현금과 함께 가져가면, 여권으로 신분확인을 한 후에 개설 절차가 진행된다고 했다). 이 과정이 아주 짧게 걸려도 3주, 게다가 나는 도이체방크의 일반계좌도 없기 때문에 그것보다 더 오래걸릴 수 있다고 했다.


한없이 게으른 자여!!! 비자 기간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어찌하여 아무 준비도 없이 이렇게 천하태평한가...



내가 한 길고 긴 상황설명의 독어작문을 한 문장만 남기고 다 없애버리면 바로 이 문장만 남는다.

Ich habe nicht bedacht, dass wenn jemand kein Konto bei der Deutschen Bank hat, es länger als 6 Wochen dauern kann.

I didn't thought, that when someone have no bank account at Deutsche Bank, it could take 6 weeks longer.

한국어로 바꾸면 너무 의역이 되니까, 영어로 그대로 바꿨다. (독어작문 선생님께 교정받은거고 제 실력은 아닙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던거다. 나 돈 있거든! 내가 돈이 없어서 이러는게 아니야! 근데 도이체방크에서 계좌 여는데 6주가 걸린대!!! 나 비자예약 잡은게 2주전이고, 다음 주에 예약일이니까 나는 3주안에 슈페어콘토를 만들 수가 없었어!!! 그니까 다른 방법 다른방법 알려줘봐!! 랄까... 물론 내 이 마음은 전달되지 않았겠지......... 하지만 조금은 전달된 듯...? 저렇게 서류를 주면서 부모님이 재정적인 지원을 해준다는 서류와 부모님 여권 사본을 갖고 오라고 했다. 그리고 나의 부족한 독일어는 우선 이거 재정서류로는 임시비자를 받게 해줄 수 있고, 슈페어콘토가 개설되면 그 때 다시 유학준비비자를 신청받는걸로. 나의 부족한 독일어는 왜 없는 얘기를 지어내는걸까... 소설쓰지 말았으면..


무튼, 내 딸이 독일에서 공부하는 특정기간동안 재정적인 지원을 해줄 것이라는 비공식적인 서류를 직접 만들고, 아빠한테 여권 사본을 이메일로 받고 온갖 법석법석을 떨면서 슈페어콘토 없이 재정증명을 하는데 성공했다.



물리적으로 슈페어콘토를 개설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서 다른 방법을 열심히 찾기도 했지만, 슈페어콘토 계좌 개설비는 2017년 현재 무려 200유로. 26만원!!!! 도이체방크 너네가 회사 사정이 어려운건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작년에 150유로였던걸 올해 200유로로 올리는건 좀 너무한거 아닌가 싶고. 독일에서 공부하려는 외국인들이 호구인건 잘 알겠지만 150유로도 충분히 비싼 금액인데 그걸 또 올리다니 뭔가 삥뜯기는 기분. 정말 감사하게도 결과적으로 잘 해결되었고, 나의 합법적인 독일 체류기간은 201888일(16개월)까지로 늘어났다.




* 슈페어콘토(Sperrkonto) : 각 주별로 정해진 금액은 다르지만, 정해진 금액 x12개월 만큼의 돈을 은행에 동결시킨 채, 매달 정해진 금액만 출금할 수 있는 특수계좌. 만하임(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경우 글 쓰는 20172월 현재, 최소 월 720유로의 돈이 있다는걸 증명해야한다. 8640유로 (720유로x12개월)를 들고 도이체방크에 가서 콘토를 슈페어런하고 싶다고 문의하면 해줄 것이다. 하지만, 이 계좌의 가장 큰 문제는, 정해진 금액 이상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어학원과 집만 왔다갔다하면서 사는 대부분의 어학생들에게 목돈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사람일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월 720유로 이상을 뽑을 수가 없다. 구동독 지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독일의 도시들의 방값은 대부분 4~500유로쯤 되니까, 월 2~320유로로 생활해야하는데 이거 은근 빡빡한 일이다.. 여행? 그런거 꿈도 꿀 수 없는 금액. 또,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혹시 신변이나 일정에 문제가 생겨서 이 계좌를 닫아야할 때, 내 맘대로 닫을 수가 없다 ㅋㅋㅋㅋ 내 계좌인데! 내 맘대로 닫을 수가 없다니!! 진짜 그렇다. 정해진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슈페어콘토를 닫아야할 때, 비자청에서 어떤 서류를 받아가야 슈페어런된 콘토를 해지할 수 있다... 내 돈인데 내꺼가 아니야... 



암튼, 슈페어콘토 검색으로 들어오신 모든 분들이 각자 살고 있는 도시의 외국인청(비자청)에서 부디 좋은 담당자 만나서 원하는 기간만큼 비자 받으실 수 있길 바라며-


(나는 현재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와있고, 그 비자는 이번달에 만료된다. 대학 입학 준비 비자를 받을 준비 중이고, 이미 무언가 많이 틀어져버렸다. 처음 갔던 외국인 비자청에서는 그냥 웃을 수 있는 일만 있었었다. 그래서 비자 잘 받은 후에 글 하나로 딱 써야지! 싶어서 쓰지 않았었는데, 오늘 두번째로 외국인 비자청을 다녀오고 나니, 글 하나로 마무리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이렇게 쓰기 시작한다.)



내가 처음 비자청에 간 것은 119일이었다. 예약을 하기 위해서 간 거였고, 나의 생일을 물었다. 아직도 숫자가 너무 어려운 나는 갱장히 당황했다. 겨우 25일임을 말했는데, 나의 "2월" 발음을 알아듣지 못한다... 아... 이렇게 좋지 않은 인상부터 주게 되는걸까... 안돼. 년도를 말하는 것 또한 몹시 어려울 뿐이고... 생년월일만 말했는데, 이미 영혼이 털렸다. 나는 독일에서 그간 무얼한걸까... 그렇게 준비해간 문장들을 말하면서 예약날짜를 잡았다. 26일 오전 괜찮냐고 묻길래, 오후에는 안되냐고 했다. (이 말을 하고 오전에는 매일 어학원가야한다는 얘기를 했었어야했는데, 그 당시는 왜 그게 생각이 안나는건지...) 그랬더니 2월 9로 변경. 만하임 외국인 비자청은 목요일 오후 6시까지, 월요일 오후 4시까지 근무한다. 다른 요일들은 모두 정오에 끝난다. 


예약날짜를 잡고나서 내가 물어봤다. 이건 준비해간 문장이 아니라 완전 더듬거리면서. 내 비자가/끝나/ (그리고 여기에 내 비자 만료일을 말하려했는데, 숫자를 읽는게 아직 너무 서툴러서 동사를 말한 후 잠깐 텀이 있었다) 그랬더니, 응~ 네 비자는 24일에 끝나네~라고 말해서, 나는 ???????????? 상태가 되었다. 어떻게 아세요???????? 라고 물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정말 멍청한 소리였다.. 어떻게 아냐니... 외국인들 비자를 모두 관리하는 곳에 가서 한다는 소리가 어쩜 그래.... 그렇게 3주 후의 예약을 잡았다.




그리고 나름 뭔가를 준비한다고 찾아보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돈 문제없이 공부를 할 수 있다는걸 증명해야하는데, 한달에 특정 금액만 출금할 수 있는 특수 계좌가 있다. 슈페어콘토(Sperrkonto)라고 부른다. 한국처럼 당일에 바로 계좌 개설되고 하는 나라가 아니라는건 이미 작년에 만든 계좌를 통해 알 수 있었지만, 이 슈페어콘토를 개설하는데 최소 4주가 걸린다는 얘기를 듣고 당황스러웠다. 당장 다음주에 비자청에 가야하는데????? (나는, 3주 전에 비자청 예약잡아두고 아무것도 준비 안하고 있었던 어떤 사람을 안다.) 어떻게 되는거지?????? 그래서 오늘 비자청에 다녀온 것이다. 다들 비자청에 갈 때는 독어를 잘하는 누군가를 데려가던데, 나는 아는 사람 중에 독어를 잘 하는 사람이 전혀 없으니... 이번에도 역시나 혼자 간다. 나는 독일에 와서 집을 구하고 안멜둥을 하고 움멜둥을 하고 은행에서 계좌를 열고 비자청에 가는 것까지 전부 혼자 다녔다. 아참, 처음 안멜둥할 때는 학원 선생님이 같이 가줬다. 그 때는 독일에 온지 보름됐을 때니까...!!


무튼 그렇게 비자청에 갔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미리 다 작문한 뒤에, 선생님께 교정도 받았다. 교정받은 문장을 가는 내내 읽어봤다. 외우지는 못해도 처음 읽는 티는 내지 말아야지 싶어서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는 비자청에서 또 당황하게 된건... 생일을 물어서! 생일! 생일! 생일!!! 다음주에 다시 비자청에 갈 때까지 내 생일이라도 좀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게 매일 열 번씩 소리내서 읽어봐야겠다... 무튼 그렇게 내가 누구인지를 밝히고 내 예약은 다음주인데, 나한테 문제가 생겼어. 라고 내가 준비해온 말을 했다. 그리고는 내 담당자가 뭐라뭐라 말하는데 나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고, 너무 어렵고 어렵고 어려웠다. 뭐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어서 대답 못하고 있으니까 "지금 나는 너한테 질문하는거야, 너희 부모님이 ***를 해줄 수 있어? 그 서류가 너한테 지금 있어?"라고 말하는데 나는 또 당황에 또 당황... 에휴... 정말 독어 공부 좀 해야지 이게 뭔가 싶다.




다음 주 목요일에 다시 비자청에 간다. 내 서류가 미비하다고 확인되면 나는 장기체류비자가 아닌 임시비자를 받게 된다. 사실 임시비자를 받아도 문제는 없다. 문제는, 임시비자를 받게되면, 임시비자 기간이 끝나기 전에 장기체류비자를 받으러 비자청에 또 가야한다는 것.. 비자청은 정말..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의 체류를 위해서는 그 어느 곳보다도 친해져야할 관공서... 합법적인 체류의 길은 멀고도 멀다.




82일에 허탕치고, 3일에 바로 다시 갔다. 여긴 베를린이나 그런 대도시가 아니니까 막 엄청 많이 기다리진 않겠지? 하면서.. 학원이 9시에 시작하니까, 혹시 기다리다 학원 늦을 것 같으면 다른 요일에 다시 오자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암트 앞에 도착한게 7시. 



7시에 도착했는데, 이미 앞에 열명 넘게 있었다. 다들 겁나 부지런하구나...


도시마다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내가 사는 도시에서는 이 서류로 움멜둥을 한다.

왼쪽에 새 집 주소, 오른쪽에 살던 집 주소를 적고 아래에는 내 정보들.



당연히 줄 서있었지만, 문을 열자마다 다들 겁나 뛰었다. 물론 나도 따라 뛰었다. 뛰었는데 뭔가 순번이 살짝 밀렸다. 그래도 첫번째 턴에는 업무를 받을 수 있는 정도의 순서이긴 했다. 두번째 턴이었으면 학원시간 간당간당했을텐데, 운이 좋았다. 생각보다 너무 간단히 움멜둥에 성공했다. 너무 금방, 그리고 빨리 처리되서 다 잘된거야? 라고 물어봤더니 응! 이라고 답해줬다. 담당자 잘 만나는 것도 복불복인데, 저번에 만난 터키계 담당자도 그렇고, 이번에 만난 독일계 담당자도 그렇고 아직까지 만하임에서는 다들 친절한 담당자만 만나서 참 다행이다.



이건 베를린리포트(재독한인커뮤니티)에서 얼마전에 보고 식겁했던 안멜둥 관련 베를린 이야기.. 대도시는 이렇구나 싶어서 너무 놀랬다. (댓글 직링크 : http://berlinreport.com/bbs/board.php?bo_table=lifeqna&wr_id=214118#c_214270 )


제가 사는 곳은 베를린이고요, 어제 10시에 여는 날이었는데 5시부터 가서 기다렸습니다. 저희가 1번이었고요, 6시까지는 밖에 철문도 안열려서 밖에서 기다리고, 6시가되면 철문을 열어줘서 호프안으로 들어갑니다. 건물문은 10시부터 열어줘서 건물문앞에서(우리나라 B동) 기다렸고요, 7시쯤되니 제 뒤에 20명쯤 있었고 8시가되니 50명, 9시가되니 100명쯤 되었습니다. 9시 50분쯤이면 건물문을 열어주는데 그때 문을 열자마자 기다리던 사람들이 2층으로 뛰어가느라 전쟁통처럼 아수라장이 됩니다. 2층에가면 번호표기계대신 사람들이 서서 번호표를 나눠주는데 저보다 늦게온사람도 앞질러 뛰어가다 혼나서 뒤로 보내졌습니다. 정말 사람들이 양심없이 냅다 뜁니다. 저희는 워낙 앞이여서 크게 뒤로 밀리진 않고 직원들이 앞에서 뛰지말라고 소리지르며 교통정리해줘서 다행이 3번을 받았습니다. 제앞에 2명이 그럼에도불구하고 새치기ㅜ했다는 뜻이죠.. ㅠㅜ 학생들 비자받는 곳은 케플러 슈트라쎄로 바뀌어서인지 한국사람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직 여름방학이 끝나지않아서 사람이 그리 많지않았던거같기도 합니다..! 어쨋든 10시40분쯤되니 번호표는 동이났습니다. 일찍가던 늦게가던 기다리는 시간 평균 6-7시간이란 말씀 맞는거같고요, 그렇지만 넘 늦게가면 번호표도 멋받을수가 있다는거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당..^^ 

테어민없이 가시는 분들 참고되실까해서 글 올립니다.


씨원하게 허탕쳤다. 



거주자 등록관청의 근무시간을 보면 내가 허탕친 이유를 알 수 있다. 나는 매일 9~12시까지 어학원 수업이 있다. 

그리고 움멜둥하러 간 날은 화요일, 업무 종료시간은 12시. 몰랐으니까 찍어왔다.





거주자 등록은 독일 생활에서 가장 기본이 되고 나중에 다른 종류의 비자로 바꿀 때도 중요한 기록이 된다고 한다. 두 달 반 살았던 그 집에 안멜둥(거주자등록: Anmeldung)을 했었고, 이사온 집으로 다시 거주 등록을 하는 것이 움멜둥(Ummeldung). 그리고 내가 이 집에서 완전히 이사나가게 되면 해야하는건 압멜둥(Abmeldung). 어근인 meldung은 똑같고 접두어만 바뀐다. 저 세 접두어는 다른 단어들도 거의 비슷하게 쓰여서 아직 모르는 단어가 대부분인 내게 눈치로 단어 뜻 알아맞추게 잘 도와주는 접두사들이다. 어근인 meldung은 영어의 report.


이 움멜둥을 해야, 전기 안멜둥을 할 수 있어서 빨리 처리해야하는데, 학원 시간하고 정확히 겹쳐버리니 조금 곤란하다. 학원 시작 전에 오는게 가능할까 싶은데.. 딱 하루니까 조금 무리해볼까 싶기도 하고.



EU라서 이렇게 간단하구나, 싶을 정도로 너무 간단했다. 그냥 같은 국가로 보내는 것과 똑같은 형식으로 보냈다. 나는 학생이 아니라 수수료를 내야했지만, 그 수수료는 0.20센트. 한화 260원이다. 인터넷 이체 직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독일은 내가 지금 이체를 해도 받는 사람이 지금 당장 확인할 수는 없다. 은행 직원이 하나하나 다 확인 후 이체해준다고 한다. 그래서 이체할 때 왜 이체하는지를 쓰는 부분도 있다. 


하루라도 빨리 들어갈까해서 나는 이렇게 썼다. 공부중인데 돈이 없대.... 배가 고프대... 이렇게 쓰려다 뒤는 너무 장난같아서 앞만 썼다.



돈 없다고 빌려달라고 하길래 빌려준건데, 돈 보내고 나서 다음날에도 안들어갔다고 해서 나는 엄청 걱정을 했다. 굶고 있는거 아니지? 했더니, 100유로쯤 남았다네.. 돈 없다는 개념이 나와 너무 다른 도련님. 없는건 10유로 미만 아니야...? 나는 애 굶을까봐 엄청 걱정하면서 송금 이유부분에 저렇게;; 썼는데, 100유로 남은게 없는거라니... 하... 같은 유전자가 이렇게 다르게 일해도 되는건가?


당일에는 안들어갔고, 이틀 후에 받았다고 했다. 빌려준거니까 갚겠지, 내 돈을 떼먹진 않겠지... 



진작 보냈어야하는데, 내가 했던 작문은 전부 친구끼리 하는 말들이라 다시 교정받아야했다. 우선 서두에 들어가는 저 문장 자체를 배우지 않았다. 사실 책에 나왔었는데, 공식 문서를 아직 쓸 일은 없지~ 하면서 그냥 넘어간 부분이었다. 이렇게 빨리 공식문서를 쓰게될 줄은 선생님도 나도 몰랐다. 무튼 이렇게 또 독일어로 문서 하나를 작성하게 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써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내가 대략적으로 쓰고 틀린 부분들만 교정 받았는데도 한그득이었다... 관사의 격변화는 전혀 감을 못잡고 있다. 큰일이다. 공부를 한다고 하는데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많이 틀린 내 작문을 보니,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하게 됐다.



이건 보낸 문서. 교정받은 종이는 부끄러워서 올리지 못한다. 흐엉...

새로 이사갈 아파트의 관리는 하이델베르그의 사무소에서 하고 있다.





많이 구입했지만 도무지 쓸 데 없어서 곤란했던 물고기 우표 세 장을 처리했다. 너무 좋다... 



제가 이 집의 다음 세입자가 되고 싶으니 저를 세입자로 받아주십시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저는 독일에 합법적으로 들어와있습니다.

제 여권 사본과 제 어학원 등록증과 제 계좌를 보내니, 확인해주십시오.


내가 이 집의 다음 세입자가 되고 싶은데 나를 세입자로 받아주세요

나는 이런 사람이고, 독일에 합법적으로 들어와있어요

내 여권 사본과 내 어학원 등록증과 내 계좌를 보내니, 확인해주세요



높임말이 없으니 이 두 느낌의 중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무튼 다음 집을 계약하기 위해 보내는 서류의 레터는 저런 내용으로 씌여졌다. 그리고 레터에 쓰인대로 내 계좌 확인서, 어학원 등록증, 여권 사본도 같이 서류로 보내야한다. 어학원 등록증은 어학원에서 받아야하니 학원에 얘기를 했다. 이 학원에 다니고 있다는 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어디에 쓰려고? 라는 답이 돌아왔다. ??? 이런 답변은 예상하지 못했는뎁... 읭... 그 때 바로 생각난게 은행이었다. 은행에서 필요하대!! 내가 계좌를 다른거로 변경하려는데, 그러려면 내가 학생인 증명서가 필요하대. 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한다. 왜 이런 소리를 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또 화가 난다ㅠ


내가 이 학원의 학생이라는 증명서가 발급됐다. 그런데.. 독일어를 완전히 이해하진 못해도 이건 은행에게 보내는 레터다. 한국의 그 틀에 짜맞춰진, 인쇄버튼만 누르면 되는, 증명서라는건 존재하지 않는다. 집에 도착해서 구글 번역기를 돌려보니 이런 내용이다. 이 학생은 5월 9일부터 우리 학원에서 독일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입니다. 첫 코스는 잘 끝냈고, 지금 두번째 코스를 듣는 중이며, 이 학생이 학생 계좌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ㅁ;ㄴㅇ리ㅏㅁ얼 ;매ㅑㅕ3ㅁㄷ0ㅔ ㅇ'ㄿㅁㄷㅇㅍㄴㅇ라ㅓㅁㄴ ㅓㅇㄴㄹ 이거 아니잖아....



검색해보니, 독일은 이런 증명서를 발급받을 때 수신처를 기입하는게 관례라고... '학생만 살 수 있는 집으로 이사가기 위해서 학원생이라는 증명서가 필요하다'는 말을 미리 작문한 후, 외워서 다시 증명서를 받아야겠다. 이사하는게 쉽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또 하나 배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