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많은 한국 유학생들은 한국인에게 다음 방을 넘겨주는 경향이 있다. 바로 위버네멘(übernehmen)때문인데, 밥솥이나 식기중에 국그릇이나 숟가락,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세세한 생활품들이, 서양인과 동양인을 비교하자면 조금 다르다. 그 때문에, 서양인들은 이런 것들을 위버네멘 받지 않아도 되니 한푼이라도 더 건지려고 한국인끼리 그렇게 넘긴다.


내가 위버네멘 받은 것들은 좀 많다. 물론 그만큼 가격도 꽤 줬다. 전자렌지, 미니오븐, 청소기, 빨래건조대, 책상 두 개, 이케아 빨간 철제서랍, 미니 밥솥, 그릇들 잔뜩, 식기류 잔뜩 등등. 이걸 내가 구매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중고로 받아서 쓰고, 다음 세입자에게 나도 위버게벤을 하고 나가는 것이다. 그러니 깨끗하게 잘 쓰면 이 돈은 재주껏 잘 돌려받을 수 있다.


우선 쓰던 그릇들을 받아서 쓰기로 했으니, 남이 쓰던거라 좀 깨끗이 씻으려 했다. 엄마에게 말하니 식초 넣고 삶아주면 된다고 해서 식초도 사왔다. 큰 냄비에 식초 넣어서 끓였다. 큰 냄비여도 그릇이 한꺼번에 다 들어갈 수는 없으니 몇 개만 끓이고, 좀 끓여지며 세척이 된 것 같으면 꺼내서 다른 그릇 넣어서 끓이고, 의 반복. 그걸 사흘 내내 했더니 방에서 식초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렇게나 나의 살림을 꾸리기는 어려운 것이구나 싶다.


그런데 식초를 넣어서 끓여도 딱히 깨끗해지는 느낌이 없다. 오히려 식초 얼룩이 생기기도 해서 인터넷에 식초로 그릇 삶는걸 찾아봤더니, 다들 식초로는 옷을 삶고 그릇을 삶는 이야기는 없다... 곤란하네요.... 좀 더 열심히 찾아보니, 뭔가가 첨가된 식초를 쓰면 그 첨가물이 그릇에 얼룩이 되고, 투명한 식초를 사야한다고 한다. 내가 산건 사과식초였는데^^.... 그래서 이렇구나... 이 그릇들 나름 다 열심히 삶았는데, 식초 새로 사서 다시 해야하는건가본데....? 끝나나 싶었는데 아직 시작도 안한거였다니ㅠㅠㅠㅠㅠ




뮌헨 다녀와서 해야겠다. 지금은 할 수가 없다. 식초냄새에 너무 찌들었다.



이전 집은 전부 다 월세에 포함되어있었다. 짱짱한 와이파이가 항상 집에 있어서 매일 뻘글을 열심히 잘도 썼었다. 그런데 새 집은 인터넷을 개인이 신청해야한다. 그런데.. 이게 최소 계약단위가 1년으로 움직이다보니, 나처럼 1년 이하로 살아야하는 사람들은 항상 손해를 보며 계약을 하게 된다고 한다. 심지어 내 이전 세입자는, 1년 반을 살았는데도 인터넷 계약이 뭔가 꼬여서 따로 인터넷을 설치하지 않은 채로 지냈다고 한다. 이전이전 세입자가 1년 계약을 했었는데, 그게 반절 정도 넘어왔고, 그 후에 이어서 계약하려니 새 계약시에만 할인가격이 되고 이어서 연장하면 가격이 확 뛰어서... 뭐 이래저래 꼬였다고 한다. 그런데 와이파이는 썼다고... 어떻게? 옆 집!!! ㅋㅋㅋ 와이파이가 공개되있을리는 없는데 어떻게... 라고 물었더니, 옆집에 직접 와이파이 비번을 물었다고 한다. 지금 내 인터넷이 조금 안되서 그러는데, 내가 니 와이파이 좀 쓸 수 있을까...? 하면서. 그리고는 거의 11개월;;을 옆집 와이파이를 썼다고 한다.


그런데 당연하겠지만, 벽을 통과해야하니 신호도 약하고, 인스타를 켜면 사진은 단 하나도 뜨지 않고 글만 왕창 뜬다. 그거라도 무료로 쓰는거니 감사하긴 한데, 그래도 꽤 불편할테니 인터넷을 신청하려했다. 인터넷 가입같은건 한국도 그렇지만 지역별로 편차가 큰데, 지금 우리지역의 인터넷 회사들은 1년도 아닌 2년부터만 계약을 받고 있는걸 확인했다. 1년짜리를 신청해도 지금 몇 달치를 날릴 상황인데, 2년짜리는... 할 수가 없다....ㅠ


나도 똑같은 집에 물어보면 부끄러우니까 앞집에 물어봤다. 다만 나는 단기로 쓴다고 말하고 몰래 계속 쓰고 싶지는 않아서, 같은 돈을 내고 쉐어하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막 웃으면서 그냥 써도 된다고 한다. 어차피 그 집 전체를 다 커버하지도 못하고 잡히는 데서만 틈틈히 써야할텐데 어떻게 본인이 돈을 받냐고... 네? 천사세요? 감사합니다....




나는 이렇게 와이파이를 쓰고 있다. 무료로. 그래서 집에서는 특정 위치에서만 된다. 앞집에 가까울수록 잘되고, 멀어질수록 안된다. 앞집과 가장 멀리 있는 공부용 책상에서는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고, 그 책상보다는 조금 더 앞집에 가까운 노트북용 책상은 와이파이가 잡힌다. 신호는 약하지만 그래도 되는게 어디냐며... 핸드폰은 잡히고 어쩌고가 너무 오락가락해서 그냥 집에서는 핸드폰을 따로 만지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뭐 특별히 연락오는 사람도 없고.. 그 덕분에 요즘 정말 일찍자고 일찍 일어난다. 핸드폰만 하지 않아도 바른생활이 가능해진다.


또 적응해야한다. 아무리 적응을 잘하는 나라고 하지만 조금 정신없긴 하다


무엇보다, 가격차이만큼 확실히 차이가 난다. 욕실과 주방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이 간극을 잘 메워나갈 수 있을까...




이전 집이 전부 다 갖추고 나이도 많은 남자라면, 지금 집은 이제 막 스물네살쯤 된 아무 것도 가진게 없는 젊은 남자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 후 새 집이 몹시 더 좋아졌다고 한다) 이전 집에서는 집을 위해서 내가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었다. 모두 다 갖고 있었고, 깨끗했고, 잘 정돈되어있었다. 별다른 애착도 없었고, 뭔가 살 생각도 딱히 들지 않았다. 지금 집은 뭔가 잡동사니도 엄청 많고, 뭔가 쓰잘데기 없는 것도 많고 많지만, 내가 하나하나 확인하며 버릴건 버리고 쓸 수 있는건 쓰면서 지낸다. 또, 별거 아닌듯해 보이지만, 새로 옷을 입혀주면 깔끔해지는 가구들도 많아서 처음에 이사왔을 때의 카오스는 거의 없어졌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글 수정하는 2016/07/26, 꽤 애착이 많이 생겼다.


무엇보다 화장실과 부엌이 내가 사용했던 그 상태라는게 가장 좋다. 다른 사람들과 부엌과 화장실을 쉐어하면, 뭐 특별히 불편한건 없는데 휴지가 없다던가 부엌에 설거지거리가 쌓여있다던가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런거 너무 싫다. 내가 화장실과 부엌을 깔끔하게 쓰는 것도 전혀 아닌데, 내가 하지 않은 것까지도 공유해야하는 그게 꽤 불편했다. 지금은 화장실도 부엌도 너무너무 더럽지만! 다 내가 더럽힌거니 날잡고 청소할 맘도 얼마든 든다. 화장실과 부엌을 쉐어했던 이전의 집에서는, 공유하는 부분을 각각 화장실/복도/부엌으로 나눠서, 돌아가면서 청소를 했다. 처음 살게되었을 때는 정말 열심히 청소했었다. 그런데, 한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부터, 다른 세입자들이 청소를 전혀 하지 않았다. 화장실에는 여자 셋의 머리카락이 넘쳐났고, 아침에 샤워할 때마다 나는 화딱지가 났다. 그리고 중요한건, 그들은 듣던대로 잘 씻지 않았다. 중국인이 집에 셋이나 더 사는데, 세탁기는 거의 나만 사용했다. 수건을 쓰고 말려서 다시 쓰고 하던데... 아, 이게 바로 중국인들의 위생관념이구나... 싶어졌다. 더 빨리 새 집으로 이사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다. 청소는 전혀 하지 않지, 씻지 않아서 냄새나지.. 에휴.. 처음에 생각했던대로 외국에 나와있는 중국인들은 조금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던 내가 바보다. 



무튼, 새 집에서는 나만 사니까 그 하나로 이미 너무 다 가진 느낌이다. 



글 잘쓴다는 칭찬을 듣다니, 기부니 조크든요.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사람으로부터 글 잘 읽고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막 편지를 쓰고 싶어서 손이 드릉드릉... 주소를 카톡으로 알려주시면 편지를 하나 보내겠습니다. 단골고객 기념 선물이랄까... 유입경로가 대부분 예거마이스터라던가 하인즈케찹이라던가 당근오일 같은 뭔가 제가 썼던 글들의 키워드로 다 뜨는데, 카톡에서 들어오는건 KAKAOTALK이라고만 떠서 대체 누가 이렇게 자주 들어오는지 엄청 궁금했었다. 궁금증 해결!




(글이 좀 밀린 후로 쓰려던 글 두 개를 묶어서 자꾸 쓰게 되는데, 의식의 흐름 아니고 원래 두 개를 쓰려했다고 생각을 해주시면 감사합니다)

"기부니 조크든요" 이 문장은, 이 영상을 트위터에서 본 후 자주 쓰고 있다. 자주 쓰지만 모르는 사람이 아직 여전히 많기때문에 트위터에서만 자주 쓰는 편. 저 시절의 당당한 20대가 참 부럽다. 내 또래의 20대는 IMF 겪은 후라서 저런 당당함을 체득할 수 없었다.





시작시간을 맞춰놨는데, 짧은 영상이니 처음부터 봐도 좋다. 이 영상 처음 보고나서 엄청나게 많이 돌려봤었다.


기자 : "남의 시선이 신경쓰이지 않습니까?"

여자분 : "아니요 전혀 신경쓰이지 않습니다. 제가 입고 싶은대로 입구요. 이렇게 입으면 기부니 조크든요"


1994년의 뉴스에 등장한 저 여자분은 2016년을 살고 있는 한국 여자분들보다 더 좋은 세상을 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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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 다녀온 기념으로 뭘 살까 고민을 많이 했지만, 그 무엇을 사도 지금의 나에게는 그저 짐이 될 뿐이었다. 그래서 산게 튤립 구근. 원래도 식물을 뭔가 키워보고 싶긴 했었다. 사실은 고양이지만, 따뜻한 생명체를 온전히 거두기에 지금 나는 내 몸도 건사하기 어렵다. 그래서 아쉬운대로 식물을 선택하긴 했는데, 많고 많은 식물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건 딱히 없었다. 네덜란드에서 튤립들을 보고 나니, 튤립을 키워야겠다!로 생각이 발전되었고, 인터넷에 찾아보니 튤립은 생각보다 잘 자란다는 말들이 많았다. 과연 나에게도 생각보다 잘 자란다고 한다는 튤립을 키워낼 재주가 있을런지.


굉장히 예쁜 색 두 종류의 튤립 구근을 선물받았고, 같은 날짜에 같이 심기로 약속했다. 누가 먼저 꽃을 피우는지 내기를 했다. 이번 내기에는 뭘 걸어야하려나? 저번처럼 등대 우표 세트를 걸었다가 가산 탕진의 지름길로 가면 곤란한데.. 내기 좋아하는 성격이라 뭐든 내기가 걸리면 거의 목숨걸고 한다.


이틀 후, (왜 이틀 후냐면, 내일은 화분이며 이것저것 보러 다녀야하기 때문에) 튤립 구근을 심을 것이다. 아마 튤립 성장일지 카테고리가 또 생길 듯 싶다. 카테고리 자꾸 늘어나는거 숨막히지만, 그게 편한데 어쩌겠어..  (2016/07/13 작성)





(추가로 수정하며 공개하게 되는 날짜인 2016/07/26) 이사하느라 바쁜 것보다, 매일 새로운 가드닝샵을 찾아다니면서 화분을 찾으러 다니는 게 더 힘들었다. 화분은 정말 많은데, 전부 물빠짐 구멍이 없는 화분들뿐이다. 튤립 구근을 심을 때 물빠짐 하나만 생각하면 된다는데, 그 물빠짐이 되는 화분을 찾지 못해서 지금 이렇게 고생중이다. 빨리 심고 싶은데, 빨리 심어서 매일매일 조금씩 물주면서 싹이 트는 것을 직접 경험하고 싶은데, 어째서 어쩌면 간단한 그 화분을 찾는 것조차 이렇게 뭔가 막혀있는건지. 튤립구근을 구입한지 이제 곧 한 달이 되는데, 그 전에는 심어야할텐데 걱정이 많다. 빨리 예쁜 색의 튤립을 보고 싶은데, 이렇게 안도와주네... 이 상태라면, 그냥 일반 화분을 사서 그 아래에 구멍을 뚫는 노가다를 해야하는데... 아 괴롭다. 부디 구멍이 있는 화분을 이번 주 안으로 구매할 수 있기를... 




20대 중반의 우리는, 우리도 한 번 문란하게 살아보자고 얘기를 했었다. 어차피 썩어 없어질 몸, 문란하게 살아보자고 농담처럼 진담인듯 웃으면서 얘기했었다. 그리고 문란하게 살아보자는 우리의 다짐을 조롱당하듯, 몇 명은 고기 먹는 비구니와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 독일에 간다니까 꼭 연애를 많이 해야한다며, 자유연애를 하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그게 제 맘대로 되나요...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만, 잘 될지는 모르겠네요. 유럽은 피임약이 처방약이라 부인과 진료까지 받아야해서 비쌀거라며 1년치 피임약을 챙겨가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뭐 무슨 일이 생길지는 모르는거니까 두 달치는 챙겨왔는데, 아이고 의미없다...



무튼, 탄뎀파트너를 구했다고 했더니, 독일에서는 섹스를 탄뎀이라고 불러? 라는 답이 돌아와서 숨이 넘어가게 웃었다.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구나... 그 생각을 하니 몇 년전에 했던 얘기가 생각이 났었다. 당신의 욕망은 잘 알겠습니다, 그걸 저에게 투사하지는 마시구요... 서른 넘어서도 문란하게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세상이 우리를 성녀로 만든다면서 한탄했던 때가 생각나서 그저 우습다.




탄뎀파트너는 서로 다른 모국어 사용자 둘이 서로의 외국어 개인 선생님이 되어주는 언어교환 파트너다. 나는 Michael에게 한국어를 알려주고, Michael은 나에게 독일어를 알려준다. 내가 독일어로 말하면, Michael은 한국어로 대답하고, Michael이 한국어로 말하면 나는 독일어로 대답한다. 한국에서는 Language Exchange로 많이 알려져있고, 여기서는 대부분 탄뎀파트너라고 부른다. 


한국어는 B2 정도의 수준이라고 한다. 처음 만나서 어디서 어떻게 공부할지 어느 요일이 좋은지 시간은 언제가 괜찮은지 영어로 상의했다. 학원에서 나의 수준을 아는 선생님과 더듬더듬 대화하는 것과 독일인과 대화하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건 Michael도 마찬가지인듯 했다. 한국어 B2정도면 대화는 유창해야하는데, 단 한마디도 한국어를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B2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Michael 8월부터 오후에 시간이 난다고 해서, 다음 달부터 같이 공부하기로 했다.



그 기간동안은 이메일로 서로의 독어 작문/한국어 작문을 봐주기로 했다. 처음 주제는 모국에 대해서 쓰기, 두번째 주제는 상대국에 대해서 쓰기. 독일에 대해서 쓸 말은 엄청 많은데, 한국에 대해서 쓰려니 욕밖에 쓸 수가 없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쓰면 좀 그럴 것 같다.. 싶어서 다시 써도 항상 가는 방향은 똑같다. 한국은 내게 모국이지만 나에게 직업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독일에 와있다. 하지만 한국이 내게 직업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독일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게 되었다. 이런식으로 항상 흘러간다. 직업을 가질 수 없다는걸, 1세계 백인 남성은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일까? 극동아시아의 작은 나라는 현재 그렇답니다. 



무튼, 독일에 살다보니 어떻게든 독일어에는 많이 노출되는 환경인데, 노출만 되고 나아지는게 없는 듯 해서 속상하다. 속상해하다가도 내가 독일에 온지 아직 세 달이 되지 않았다는걸 생각하면, 나 천재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독일에 숫자도 못세는 상태로 왔었다. 



걸어서.... 하하하하하하하....



처음에 집 구하고 할 땐 택시타라는 얘기 일절 안하던 엄마가 짐 다 정리되고 했으면 택시타라고 하길래,

"나는 가난해서 택시타면 안돼. 튼튼해서 한 두세번 왔다갔다하면 이사 다 할 수 있어"라고 했더니

너는 맨날 가난하니... 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게요, 저는 항상 가난하고, 엄마는 항상 부자죠...





썬글라스 쓰고 찍었더니 이렇게 어둡게 찍힌줄 몰랐다. 새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만하임에서 제일 큰 성당. 앞으로 성당을 다녀볼까 한다. 성당도 새벽기도 있으면 매일 새벽에 기도하고 싶은 마음. 뭔가 기도할 거리가 많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나는 어떻게 될지. 보통 새벽기도까지는 거의 하지 않지만, 절대자에게 말을 건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할 수 있는 것이 기도라고 생각한다. 나는 고등학생 때도 교회 새벽기도를 꽤 잘 다녔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서 방탕한 삶을 살았지.





집 현관문을 나서서 바라보면 성당이 이렇게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전에 살던 집 앞을 흐르는 강변 위를 떠있는 구름을 파노라마로 찍어봤다.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으로 뜹니다) 독일은 이렇게 예쁜 구름이 있는 나라가 아닌데, 걸어서 이사하는 나를 보호라도 하듯, 축복이라도 하듯 이런 구름들이 이사하는 내내 떠있었다. 




새 집에서는 부디 이전 집에서보다 더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으면, 청소 잘 하고 살기를.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들을 잘 해내며 살아가기를.

이 곳에 온 목적을 잊지 말고 매일 열심히 묵묵히 내 할 일을 잊지 말고 해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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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은 하나도 안쌌지만 욕조목욕은 해야한다, 암만.



어차피 짐은 닥치면 다 하게 되있고, 목욕은! 급하게 할 수 없으니까! 빻은 소리지만 그럴듯 하지 않습니까?



이 집은 정말 좋았다. 욕조마저 넓은 화장실, 넓은 부엌, 뷰도 좋았고 개인 베란다도 있었다. 보안도 확실했고, 우체통도 흰 색이라 예뻤다. 전기세를 따로 내는 것도 아니라 매일매일 오븐으로 온갖 요리를 도전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감자튀김은 단 한번도 기름으로 튀겨본 적 없고 항상 오븐으로 구워냈다. 1유로짜리 냉동피자여도 오븐으로 구우면 맛있었다. 같이 사는 중국인들도 뭐 썩 좋을건 없었지만 특별히 나쁠 것도 없었다. 학원에서 걸어서 5분 거리.


하지만 너무 비쌌다. 정말 단 하나의 단점이었다. 그런데 정해진 돈으로 생활해야하는 내게는 그 비싼 집값을 부담하기가 어려웠다. 일을 하지 않고 공부만 하는 기간을 줄여서 그 후는 일을 하면서 돈을 충당해도 되지만, 내 독일어 실력으로 일을 구하기는 당연히 쉬울리가 없다. 미래의 언젠가 독일어가 확 늘었을 때를 가정하고 지금 현재 가진 돈을 펑펑 써버리면, 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한국으로 다시 압송되야한다. 그렇게 되서는 안된다.


싼 집을 찾고 찾고 또 찾았다. 꽤 많은 집을 봤지만, 마땅치가 않았다. 그렇게 세 달씩이나 저 비싼집에서 살게 되는건가, 혹시 그게 네 달이 되고 다섯 달이 되면 어쩌지- 했는데, 다행히 두 달 보름만 살고 이사할 수 있게 됐다.




이전 집과 새 집을 비교하자면, 욕조가 없는 좁은 화장실, 거의 없다시피한 좁은 부엌, 뷰는 도로가 바로 보이고, 베란다는 없다. 보안은 확실하지만, 우체통이 검은색이다. 전기세 별도. 학원까지 걸어서 25분 거리.


대체 왜 이사를 해야해???? 싶겠지만, 돈! 돈! 돈때문이다!!!!!!!!!!!!!!! 이렇게 아낀 돈으로 나는 우표를 사고 여행을 할 것이다. 내가 무슨 옷을 사는 것도 아니고 가방을 사는 것도 아니니, 집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더 아낄 부분이 없었다. 그래서 집을 아꼈다. 예산안에서 잘 해결되서 비자 기간동안 문제없이 잘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이사가면 욕조 목욕은 더는 못하는걸까... 목욕탕 문화는 독일에 없는건가-



나... 이사할... 수는 있는걸까....? 



방 사진이 두 개를 찍어봤다. 사진이 뜨기 전에 미리 말하자면, 이 두 부분은 내 방에서 가장 깨끗한 부분이다. 책상과 탁자. 뭐 어쨌든 위에 뭐 올려놓고 하는 곳인데, 아무것도 찾지 못할 것 같지만, 저 혼란된 것들 속에서 다 잘찾아낸다. 저렇게 다 널부러져있어야 찾기도 쉽고 좋은데 다들 좀 곤란해하는 눈치...


뭐 나도 책상 위에 아무 것도 없는 채로 살 수도 있지만(사실 불가능), 이것들을 다 종류별로 정리하려면 그 정리함들을 사는 데만해도 돈이 상당히 들 것이다. 아마 이사하면서 내 온전한 공간이 생긴다면, 그것들도 하나씩 사야겠지. 우선은 이 방에 내 가구는 단 하나도 없으니 빨래하고 나면 옷을 접어둘 수납장도 없어서 저 탁자위에 막 쌓아놓고 그랬다.



방이 많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또 주절주절했다.






5



4



3



2



1





책상. 오른쪽 아래에는 사용된 마테가 잔뜩 붙어있다. 저 중에서 아직 접착이 되는 것들은 다시 사용한다. 막 사용할 마테가 없어서 이러는 것 맞다... 내가 가진 마테들은 다 예쁘고 비싼 마테들이라 막마테가 좀 필요한데 딱히 구할 방법이 없다. 우표 엽서 편지 뭐 법석인거 잘 알고 있는데, 놀랍게도 내 나름의 구분이 다 잘 되어있는 모습이다.




이건 탁자. 직접 앉아서 쓰는 책상과 달리 탁자는 주로 책상에서 작업한 것들을 옮겨둔다. 그냥 선반처럼 쓰는 탁자. 원래는 여기에도 의자를 놔두고 뭔가 앉아서 했는데, 언젠가부터 이렇게 선반처럼 쓰고 있다. 나는, 오늘 이사해야한다. 그런데 지금 상태는 이렇다.


최근 갑자기 시내 곳곳에 특정 조형물이 세워지길래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글자가 눈에 들어와서 봤는데, 세상에 모차르트? 내가 아는 그 모차르트? 모차르트랑 만하임이랑 무슨 상관이야...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찾아봤더니 모차르트가 만하임에 잠시 살았다고 한다. 아이고 뭐 한 두달 살았던걸로 관광에 써먹고 싶은가보네... 싶었다.


독일어로 설명이 뭔가 많이 되어있는거 봐서는 그렇게 간단한게 아닌가본데? 싶었고, 자세히 찾아보니, 모차르트의 부인인 콘스탄체 모차르트가 만하임에서 어릴 때부터 쭈욱 살았다고! 그래서 매년 여름, 만하임에서는 "모차르트의 여름"이라는 큰 축제가 열린다. 매일 다른 음악회가 열리고 까페나 바에서도 매일매일 공연이 열린다. 




만하임 번화가의 조형물




집 바로 앞 국립극장의 조형물




여전히 집 바로 앞의 국립극장.

색감을 전혀 못잡아내는 아이폰님. 아프지 마세요... 제가 새로 핸드폰을 살 형편이 안된답니다... 제발 좀 더 버텨주세요..




이건 집 뒤의 옥외 광고판과, 광고용으로 제작된 엽서

엽서 공짜로 나눠주는 곳은 이제 직감적으로 딱 느낌이 온다.





어째서 이사가게 되는 딱 그 주에 이 축제가 시작되는건지 나는 알 수가 없네... 한 주만 더 빨리 시작됐으면 매일매일 국립극장 야외음악당에서 하는 공연볼텐데, 밤 열시에 시작되는 그 무료공연을 보고 10분 걸어서 집에 도착한다면 정말 좋을텐데. 새 집은 국립극장과 많이 멀다... 슬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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