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거주 한인 커뮤니티에서 명이나물 얘기가 슬슬 등장했고, 이미 리들에서 쉽게 구입했다는 후기를 다양히 봐서, 나도 덩달아 리들에 갔지만, 늦었다. 유럽인들은 이 명이나물로 페스토를 만들어먹는다고 한다. 물론 페스토도 맛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장아찌가 최소 열 배는 더 맛있을 것 같다. 페스토를 만들기 위해 명이나물을 구매하는 유럽인들과 구매 경쟁을 해야한다니, 페스토로부터 내가 구해줘야할 것 같다. 장아찌가 더 좋은 마지막이란다....!!

 

그 와중에 아래쪽을 더듬어보니 하나가 숨어있었다. 고작 100g, 이 한 팩은 한 번 먹을 분량밖에 안되서 아무 의미없는 구매이기에 여기는 빈 손으로 나갔다. 그리고 나는 이 한 팩을 안사온 것을 후회하게 된다.....

그렇게 빈 손으로 리들을 떠나면서 다른 마트로 갔다. 레베의 가격이 다소 비쌀거라고는 당연히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차이날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리들의 명이나물은 100g €1,39 레베의 명이나물은 25g €0,79, 두 배나 비싸기에 역시나 살 수 없다. 하루에 마트 세 개 이상 방문은 몹시 피로하기에, 첫 날은 소득없이 귀가. 내일은 에데카 알디 방문예정.

다음 날, 에데카와 알디를 들렀지만, 둘 다 없었고, 딱 보름 정도만 마트에 판매한다고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세 번째 마트로 갔다. 어제 봤었던 리들. 남은 세 팩 모두를 구입했다. 그러면서 드는 순간이, 어제의 그 한 팩도 샀어야했구나... 내가 괜히... 상황을 모르고... 흡...

 

무튼, 마음이 바빠져서 세 팩 구매하고 손질하는 사진은 찍지 않았다. 빨리 만들어서 빨리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에. 빨리 만든다고 당장 먹을 수 있는게 아니지만. 그래도 심정적으로 ㅎㅎ 간장 설탕 물 식초 다 넣고 끓인 액체가 식기를 기다리고 있다. 따뜻한 음식을 저런 용기에 담는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아니 애초에 딱히 따뜻한 음식이 없기 때문에ㅠㅋㅋ 내열 용기가 드물다. 정확히는, 있어도 비싸다. 누름개로 사온 쨈 그릇은 누름개로 어쩜 저리 안성맞춤인지 기쁘다. 그리고 누름개의 역할을 다 하면 티 소서로 역할 변경이 예정되어 있다. 300g이 이거밖에 안되다니... 어제 그 한 봉지를 왜 안사온거야 이 멍청아...를 계속 스스로에게 말해야했다. 

 

최소 보름은 놔뒀다 먹으라는 말에, 보름을 정말 잘 참아냈고,

보름되는 날, 여기서는 꽤 비싼 팽이버섯도 사와서 삼겹살 먹으며 혼자만의 파티파티

너무 행복합니다........ 별게 행복인가. 맛있는거 먹는게 인생의 전부.

우선 기숙사의 사진부터.

이 나무들의 뒤에 보이는 건물이 내가 사는 마부르크 대학교 기숙사이다.

기숙사 주소가 Fuchspaß인데 이게 "여우길"이라고 한다.

이 사진을 찍는 내 등 뒤로는 또 작은 풀밭(+커다란 나무숲)이 있기도 하다.

 

기숙사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면 이 계단 아래까지 오기까지 한 6분 정도 걸린다.

그리고 이 계단들을 올라간 후, 다시 내 건물에서 내가 사는 5층으로 걸어올라가야한다.

처음에는 이 모든 과정이 너무 지치고 힘들기만 했었고, 중간에 몇 번이나 멈춰서 쉬어야했다.

그렇게 몇 번을 쉰 후에 방에 도착하면 숨고르는데 한참이 걸렸었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적응이 되어서 많이 힘들지는 않게 잘 올라가고 있다.

하지만 항상 건물 앞에서는 쉼호흡을 한 번 하고 올라간다.

엘리베이터 없는 5층 건물의 5층에 산다는 건 이래저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괜찮다. 잘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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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정식학생은 아니다. 그러나 예비학생으로는 등록되어있다. 독일 대학교에서는 예비학생으로 등록되면, 학생과 같은 것을 다 누릴 수 있다. 당연히 돈을 낸다. 등록금은 아닌데, 학교 운영비 정도랄까... 그 운영비에는 한학기 헤센 주 교통권이 포함되어있다. 무튼, 정식학생이 아닌데도 매일 두껍고 무거운 독일어 사전을 들고다니기 힘들었던 나는, 사물함 신청을 했었다. 처음 신청한 것은 한 달 전이었다. 

 

우선, 마부르크 대학 도서관 사물함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루사용 사물함과 한달 사용 사물함. 한 달 사용 사물함을 사용하고 싶었던 나는, 비어있는 한 달 사용 사물함 앞에서 열심히 U-Card(학생카드지만 학생증은 아님, 복사카드+도서관대출카드+학생식당 카드)로 사물함을 잠궈보려했는데, 대 실 패. 아 왜 안돼... 담당자에게 물어봤더니, 한 달 사용 사물함은 신청을 해야한단다. 남은 사물함 중에 랜덤으로 배정되는거라 내가 원하는 사물함을 잡을 수도 없다고... 환 장. 그래서 알겠다구 지층으로 해달라고 했더니, 지층엔 남은게 없대...!! 참나. 지층에 사물함이 있는 모두는 졸업할 때까지 쭉 쓰지 않을까? 그럼 나는 지층은 못써보겠군... 싶었다. 학교 도서관에는 당연히 공간상 여러 곳에 사물함이 깔려;있고, 2층, 4층의 사물함은 남아있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2층 사물함을 배정받아서 드물게 쓰고 있었다. 정말 드물게. 그러다 한 달이 지났고, 한 달이 되면 재등록을 해야하는데, 그 재등록이 한국의 재등록과는 좀 개념이 달랐다. 말이 재등록/연장이지 걍 새로 신청하는거랑 똑같다. 이전에 쓰던 사물함을 우선 비워야한다. 이게 무슨 연장이람. 그래서 하.. 무거운데.. 어차피 또 2층 줄거면서 걍 해주면 안되나 싶었다. 하 지 만 언 제 나 내 예상을 비껴가는 일이 생기기 마련. 지층에 빈 사물함이 있다고 한다. 세상에....!! 하지만 이내, 있어봐야 젤 아랫줄이라 넣고 뺄 때마다 개고생하거나, 아니면 젤 윗줄이라 팔이 아예 안닿겠지... 뭐 그래도 우선 지층이니깐, 지층으로 주세요! 그러고 만나게 된 나의 사물함! 세상에, 5칸 중 세 번 째 칸. 가장 높이가 알맞은 딱 거기. 어떻게 이런 복이 내게ㅠㅠㅠㅠ 그리고 지층사물함 생긴 기념;으로 부피가 커서 집으로 잘 배달하지 못했지만, 구매해야했던 것들을 구매한 후 도서관에 날라놨다.

 

첫 날 내 사물함 모습은 이러하다. 약간.. 칫솔이며 체육복이며 다 쳐박아두던 고등학생 때의 사물함이 생각나는 그런 사물함이 되어버렸다. 집에 차츰 날라두고, 정리도 차츰 하다보면 이 꼴;은 아니겠지...! 무튼, 지층 사물함 배정받은 기념으로 신나서 글을 써봤다.

 

 

지층 사물함은 이렇게 있다. 이 중 절반은 하루 사용 사물함이라, 지층 사물함의 갯수가 정말 몇 개 안된다. 그 중 하나가 복덩이로 내게 굴러들어온 셈이다.

한 달 사용 사물함의 안내문

하루 사용 사물함의 안내문

 

독일에 온 이후, 시간이 가는걸 특별히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다. 여태까지는 딱히 그럴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매월 1일이 기다려지는 삶을 살게 되었다. 그 이유는... 슈 페 어 콘 토

 

만하임에서 슈페어콘토 없이 비자 발급받을 수 있었다는 글이 꽤 자주 상위 유입검색어에 노출되는데, 지금 사는 지역은 얄짤없이 전부 슈페어콘토를 만들어야한다. 슈페어콘토를 기피하는 이유는 다양히 있다.

 

1. 한 번에 천만원 가량의 돈이 필요하다.

2. 그 천만원의 돈이 1년간 묶인다. 돈이 있지만 쓸 수 없는 상태가 된다.

3. 매월 정해진 금액(지역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은 월 720유로)만 출금할 수 있다.

4. 혹시 중간에 이 계좌를 닫아야하는 불가피한 경우가 생기면, 외국인청에서 서류를 받아와서 계좌를 없앨 수 있다.

   즉, 내 계좌인데 내 맘대로 없애는게 불가능하다.... 

5. 내가 원해서 개설하는 계좌도 아닌데, 수수료가 살벌히 비싸다.

   도이체방크의 경우 1년 200유로, 슈파카쎄는 지점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100유로. 여러모로 황당하다.

 

100유로라도 아끼고 싶었던 나는, 슈파카쎄에서 슈페어콘토를 만들었다.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본 적은 없어서 비교할 수 없지만, 마부르크 슈파카쎄의 경우, 적금통장을 외국인청 슈페어콘토 형식으로 용도변경을 해서 사용한다. (원래 슈페어콘토가 적금통장이기도 하지만). 이런 귀여운 노트를 주는데, 이게 통장이다. 

 

그리고 통장의 마지막 페이지에 외국인청의 요구에 따라 월 720유로만 인출 가능한 통장이라고 안내되어있다. 이 계좌는 다른 지역의 슈파카쎄에서 출금할 수 없고, 마부르크 내 슈파카쎄에서만 출금가능하다. 이렇게 불편할 수가... 뭐 그래도 100유로 아낀거에 만족한다.


(https://fromde.tistory.com/332 에서 연결됩니다)

만하임에서 살던 집의 세입자를 구하는 일은 너무 쉬웠다. 방을 구하려는 사람은 차고 넘치고 방을 내놓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사람만 연락달라고 했는데, 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메일 왔고... 뭐 그랬다. 무튼 그렇게 빠르게 새 거주자를 구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이 방의 주인이 아니기에 새 거주자와는 상관없이 미리 고지한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걍 나가면 된다. 그런데 내가 왜 새 거주자를 구해서 집 관리회사와 연결을 해주냐하면, 내 이전의 거주자가 나에게 했듯, 나도 새 거주자에게 내가 쓰던 가구와 가전 등을 헐값에 넘기고 가기 위해서다. 이삿짐 센터를 부를 것도 아니고 가구와, 작긴 해도 가전을 다 짊어지고 이사다닐 수는 없으니까. 내가 넘기는 것들은 책상 두 개, 서랍장, 거울, 각종 수납장(한국에서도 유명한 그 이케아 철제 수납장!!), 화장실 수납장, 각종 그릇, 컵 등등 이었다. 전부 다 해서 소박하게 150유로에 넘겼다. 나는 200유로에 넘겨받지만, 내가 2년간 사용했으니 더 받기도 뭣하고 암튼 그랬다. 새 거주자가 확정되자 나는 빠르게 새 집을 구해야했다. 독일의 모든 대학도시가 그렇듯, 방 구하는 것은 거의 전쟁이다. 대학도시가 아닌 도시(ex.프랑크푸르트, 쾰른)는 너무 비싸서 문제인거고, 매물은 꽤 있다. 하지만 대학 도시는 매 학기마다 들어오는 사람이 언제나 많으니 매물 자체가 씨가 말랐다. 혼자 사는 방을 구하지 못할거라는건 당연했다. 그래서 WG(Flatshare)를 구하려고 했는데, 당연하게도 다들 인터뷰를 원했고.... 당연히 내 독어는.... 흠... 이러다간 입학허가가 있지만 비자 신청을 못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는 안된다. 


마부르크 대학 기숙사에 대한 온갖 글을 다 검색해서 읽기 시작했다. 작은 도시이고 아직 한국인이 그렇게 막 많지는 않은 도시라 한국인들이 쓴 글은 많지 않았다. 그나마 한국인이 마부르크에 대해 쓴 글은 90% 이상이 교환학생이다. 교환학생은 학교에서 그들을 위해 따로 기숙사를 어느정도 확보해둔다. 그 서비스?에 선정이 안되서 방을 급하게 구하는 교환학생들 글을 페북에서 보는데 걍 내가 다 안타깝고... 뭐 그렇다. 방을 구하기가 살벌하게 어려우니까. 무튼,


입학허가서를 받은게 725일, 그리고 처음 마부르크에 오게 된 게 8월 초였다. 처음 학생 기숙사 사무실에 도착한 날은 간발의 차로 문을 닫아있었다. 무슨 근무시간이 이 지경인지... 그 어떤 사무실이 정오에 문을 닫는게 가능한가, 독일에서는 가능하다. 무튼 그렇게 첫 날은 그냥 도시 구경만 했다. 걍 작은 도시네- 기숙사에서 살게 되면 좋을텐데.. 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는 페북 그룹에 올라온 글을 보았다. 기숙사에 살고 있는데 새 거주자를 구한다고. 이걸 왜 그 사람이 올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빠르게 페메를 보냈다. 내일 기숙사 사무실에 가서 @@기숙사 ###호에 살고 싶다고 말하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그 사람과 페메를 했을 때가 오후 4시, 그 사람이 그걸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보냈을거라고는 생각 안하고 나는 다음날 오전이 되길 기다렸다. 오전이 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했는데, 이미 그 방은 다른 사람이 계약했다고 한다. 황당... 대체 몇 명한테 얘기했니...? 근데 같은 기숙사 건물에 방이 하나 더 있다고 했다. 내가 직접 가서 계약해야한다고도 했다. 알겠다고 간다고 얘기한 후에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학생 등록증이 필요하다고. 음, 못받았는뎀... 학교에 연락하니 닷새 정도 걸린다고 한다. 여보세요... 그게 뭐라고 그렇게 오래 걸리는 건가요....? 무튼 기숙사 사무실에 이런 사정을 적어서 메일을 보냈다. 다음주 화요일에 학생 등록증 들고 바로 사무실로 갈께요. 괜찮다고 해주세요. 이렇게. 그랬더니 답이 없었다. 만약 거절이라면 거절의 답이 왔을거라고 생각하고 나는 다음 주 화요일에 다시 마부르크로 갔다. 다들 막 몇 달 씩 기다린다는데 보름 기다리고(사실상 보름 기다린 것도 아니지만) 기숙사 방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방에는 큰 문제가 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짜리 건물의 5층이라는 점이고, 또 하나는 화장실 바로 앞 방이라는 것이다. 두 가지는 살면서 다소 큰 문제가 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기숙사에 들어오게 되었고, 비자를 새로 받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다. 


새 도시에 오게 된 지 벌써 7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비자가 완전히 발급되지는 않은 상태다. 마부르크 외국인청은 이미 악명 높지만, 내가 직접 비자 업무를 해보니 왜 악명 높은지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아직 내 손에 비자가 나온건 아니지만, 보름 안으로 비자 나왔다는 편지가 온다고 하니 그걸 기다린 후에 "새로운 도시, 이미 반 년 (3)"을 써볼까 한다. 



마부르크에 살면 살 수록 만하임이 참 좋은 도시였고, 이전에 살던 내 방이 얼마나 좋은 방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엘리베이터도 당연히 있었고, 해도 잘 들었고, 시끄럽지도 않았고, 계획도시라 산 같은건 시내에 없었었다. 여기는 엘리베이터는 당연히 없고, 해는 거의 안들고, 바로 옆이 차가 꽤 많이 다니는 차도이다. 도시 곳곳에 작은 동산이 있고. 내가 사는 기숙사는 그 동산 중 하나의 중턱;에 위치한다. 매일 조금씩 운동하는 기분으로 산 중턱 + 5층계단을 잘 오르내리고 있다.


독일에서 살면서 짜증나는 부분은 참 다양한 부분이 있다. 그 중 가장 큰 부분이 바로 각종 문서작업 없이는 진행되지 않는 많은 것들이다.... 예를 들면, 외국인청에 비자를 신청하러 가야하는데, 비자 신청하는 날짜의 약속을 잡기 위해 문열기 전의 새벽부터 줄서서 기다려야한다... 비자 신청일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날짜를 잡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는... 직접 방문해서 줄을 서고 면대면으로 담당자를 만나면서 예약 날짜를 잡는다. 그리고 예약된 시간과 날짜가 적힌 종이를 받는다. 인터넷으로 할 수 있으면 참 간단할텐데^^... 라는 생각을 할 때마다 이 아날로그적인 나라에 대체 내가 뭘 바라나 싶고...


무튼 거주적으로 짜증나는 부분 말고, 학생으로서 힘들고 짜증나는 부분은 당연하게도 돈과 관련된 것이다. 일을 하지 않고도 살아는 갈 수 있는 최저생계비용을 갖고 있어야 학생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 가끔 자비로운 도시들에서는 이 재정에 관한 증명을 다양한 방법(그냥 잔고에 1년치 금액인 8640유로 넣어두기, 부모님 소득증명서로 재정보증 등)을 받아주지만, 내가 살게된 이 악명높은 도시에서는 무조건 슈페어콘토를 만들어야한다.


슈페어콘토란? Sperrkonto, 영어로는 blocked account. 돈을 1년치든 2년치든 아무튼 넣어두고, 그 후 매달 정해진 금액만 뺄 수 있는 특수계좌이다. 외국 국적의 학생들이 독일에서 사용하게 되는 슈페어콘토는 월 지출 금액이 720유로로 정해져있다. (도시마다 다를 수 있는데, 대부분의 도시에서 720유로로 정해두었다.)  이 금액으로 살아야한다는 얘기는, 저 금액으로 내가 하는 모든 지출을 다 해야한다는 얘기이다. 기숙사비 학원비 보험 핸드폰 등 모든 것을 다 저 금액으로 살아야한다.......... 720유로, 한화로 약 90만원. 물론 적은 돈은 아니다. 학원비가 들지 않았다면 적당히 살 만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학원비를 한 과정당 495유로씩 내야한다......... 다행히 학원은 한 과정에 6주과정이라 이래저래 겨우 살아갈 수는 있다.


고정지출

마부르크 대학 기숙사 220유로 / 보험 35유로 / 핸드폰 9.99유로

월 고정지출 총 265유로.

학원비 6주 한 과정이 495유로니까 4주로 계산하면 330유로인 셈.

이렇게 595유로가 월 고정지출이다. 나는 앞으로 한 달 125유로로 살아야한다.

슈페어콘토를 올해 1월에 만들었고, 1월에 이전에 살던 집의 보증금이 들어와서 2월까지는 엄청 빠듯하진 않았었다. 그리고 3월 24일 오늘, 나는 개그지....ㅠ 세상 이런 그지가 따로 없다. 그래도 기숙사에 살고 있고, 보험도 사보험이라 어느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살 수 있다. 만약 내가 기숙사가 아닌 원룸에서 산다면? 공보험을 내야한다면? 도시에 따라 방값은 차이가 있겠지만, 그 두 개로 이미 6~700유로 순삭..


무튼, 한 달 720유로로 살아간다는건 참 힘든 일이다. 다시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달 말일 즈음에는 3월 가계부를 공개해볼 예정이다. 그게 어떤 것이든 어떤 계획이 미래에 있다는 것은 조금은 좋은 것 같다. 항상 무계획자로 살아왔는데 요즘은 종종 내일 뭐할지 이번 달에는 뭐할지 다음 달에는 뭐할지 생각해보는게 즐겁기도 하다. 물론 항상은 아니다. 계획한대로 되는건 많지 않기 때문에.




아니 정확히는 7개월이나 됐다.



7개월 전의 나는 쫓기듯이 이사를 했었다.

내가 가진 비자 기간 내에 독일어 시험에 통과할 수 없다는건 너무 당연했고,

남은 돈도 없었다. 또 돈을 보내달라고 하기엔 나는 염치있는 사람이었다.

말하자면 길지만 뭔가 다 잘 안되고 있었다.

나는 이제 한국 돌아가면 아무것도 다시 할 수 없는데, 여기서도 그렇게 되버리니 내 자신이 너무 한심했었다.



비자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새로운 비자를 신청하러 가는 약속을 잡아두었었는데, 나는 받은 대학 합격증서도 없고 뭣도 없어서 어학원 등록증이라도 내야 3개월짜리 임시비자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었다. 나는 여전히 만하임을 좋아하지만, 그 때의 나는 더 이상 만하임에 정도 없었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데 떠날 곳은 없는 상황이었었다. 그렇게 정이 남지 않은 도시에서, 임시비자를 위해 학원을 등록해야한다니 너무 싫었었다.


그 당시의 내가 등록할 수 있는 학원은 애초에 몇 개 안됐었는데,


1. 이전에 다녔었던 한국인이 많은 그 학원 - 비자 신청때문에 한 달 등록하고 싶다고 메일 보내니, 너는 이미 독일에 꽤 오래 살았는데, 합법적으로 더 살 수 있니? 이따위 답메일이 왔다. 하, 역시 괜히 연락했어. 돈만 밝히는.... 어휴. 처음 만하임으로 결정하고는 독어도 영어도 할 수 없었던 나는 거기서 운영하는 WG에 살았었다. 그런데, 세상에 나중에 그 집 전체 월세 가격 듣고 황당해서 말도 안나왔다. 나는 500유로를 냈고, 옆방의 커플은 둘이 합쳐서 900유로를 냈고, 그 옆방의 여자도 500유로를 냈는데, 그 집 전체 월세는 1100유로(현재), 2년 전에는 그보다 조금 저렴했겠지... + 전기세도 별도!! 뭣도 모르고 집도 구해주고 고맙다고 생각했는데, 고맙기는 개뿔... 멍청하면 이렇게 독일까지 나와서 호구가 된다. 인터넷 요금을 네 명한테 각각 15유로씩 뜯어가기도 했다. 당연히 500유로 월세에 미포함. 네 명씩 15유로면 이미 60유로고 대부분의 독일 인터넷은 월 30~35유로면 가능하다. 참 군데군데 많이도 남겨먹는구나 싶었다.

2한국의 평생교육원 같은 개념의 학원 ; 이 곳은 웬만하면 가고 싶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난민들의 정부지원코스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반인데 난민들은 공짜로 다니고 나는 거금을 내고 다니고... 나는 왜 돈 내!! 이런 말이 아니다. 난민들은 대학을 위한 독일어가 아니라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독일어라 최소한의 언어 능력만 필요하니까 공부를 하지 않는다. 선생님은 매일 똑같은걸 설명해야하니 배우는게 많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밖에 등록할 학원이 없어서 등록하려 했는데, 두 달 코스의 두번째 달에 등록하는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내 비자 테어민이 725일이고, 학원들을 찾아돌아다닌건 그 한 주 전인데, 내가 등록할 수 있는 VHS 독일어 수업은 10월에 시작하는거라고 한다. 저랑 지금 장난하세요?


됐다. 나에게 임시비자를 주지 않는다면, 나는 뭐 또 발등에 불 떨어져서 다른 무언가를 해야하겠지. 설마 당장 출국명령을 내리기야 하겠어... 라는 다소 나이브한 생각으로 전날도 푹 잘 잤다. 하필 비자 테어민도 왜 오전 8시인지, 7시에 일어나서 바삐 준비하다가 이메일을 체크했는데, 입학허가서가 이메일로 도착해있었다.............!!!!!!!!!!! 메일 보낸지는 15분 정도 되었을 때였다. 이 대학교가 조건부 입학허가를 남발;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있었다. 그래서 나도 그 꼼수에 올라타보았다.


외국인청 약속시간(Termin, 테어민)이 8시여서 인쇄할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했고, 아이패드에 저장해서 갔다. 이메일을 완전 직전에 받아서 인쇄할 수 없었다는 얘기를 다소 쫄리는 마음으로 해야만 했다. 그런데 쭐라숭(Zulassung, 입학허가서)이 있어서 그런지 너무 빠르고 간단하게 일이 해결되었다. 만하임 대학 아니네. 이사갈꺼지? 그럼 새 도시에서 비자 신청해. 우리는 임시비자 줄께. 그렇게 3개월짜리 임시비자를 빠르게 획득했다. 임시비자의 효력은 외국인청에 방문한 날(725일)부터 시작되어 1025일에 종료된다. 휴, 이렇게 또 3개월을 벌었다. 이제는 새 도시에서 방을 구해야 거주지 전입신고(안멜둥, Anmeldung)를 할 수 있고, 그 도시에 안멜둥된 사람만 비자 업무는 진행할 수 있다. 1025일 전에 새로운 방을 반드시 구해야한다. (운 좋게 빠르게 집을 구할 수 있었던 이야기는 연결해서 계속 쓸 예정)



보통 축제를 하면 주제가 있다.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는 맥주, 프랑크푸르트 뮤지엄우퍼페스트는 박물관/미술관.

하지만, 뭐 특별할거 없는 동네에서는 걍 아무 주제도 없이 동네축제!라는 이름으로 축제를 연다. 바로 그 축제에 마실삼아 다녀왔다.



첫해 크리스마스마켓에서 먹어보고 너무 맛있어서 이게 대체 뭔데 이렇게 맛있어!! 했던 바로 그 헝가리 전통 간식, Langos.

그 후로도 종종 먹고 싶었는데 도무지 파는 곳이 없어서 먹지 못했었다.

괜히 이런 트럭 보이면 달려가보곤 했었는데, 2년만에 드디어 다시 먹었다




특별한 것 없지만 맛있다. 이미 맛있다. 

튀긴 빵에 소스 바르고 치즈 얹고 별거 아닌데 정말 맛있다




날씨 좋은 주말, 할 것 없는 동네 주민들이 모두 나와있다.

이미 말했듯이, 이 축제에 딱히 주제는 없다




윗 사진과 정확히 반대편에서 찍은 사진.

아무 주제없는 이 축제에 모두가 나와서 무언가를 먹고 맥주를 마시고 있다.




급수탑 앞에는 Eichbaum에서 협찬하는 공연 무대가 있다.




원래 트람이 다니는 길인데, 이 동네축제로 사흘간 트람이 이쪽으로 다니지 않는다.

그 내용이 안내되고 있는 트람 정류장.




신기했던 부스 하나.

각자의 헤드폰에 음악이 흘러져나오고, 맞춰서 춤을 춘다.

그리고 그 굴려지는 발의 힘으로 에너지가 발생되고, 그 에너지는 옆에 마련되어있는 휴대폰 충전기에 공급되는 전기로 변환된다.




드디어 독일도 이런 축제기간 만이라도 공용 충전기가 생겼구나 싶어서 새삼 지나치게 기뻤다.




해가 넘어가려하지만 사람들은 집에 가지 않는다




과일주를 파는 부스가 세 개정도 있었다. 특별히 맛있진 않았다.




이국적인 음식을 파는 부스. 많이들 사먹지만 나는 아직 그 향신료에 적응이 안됐다.





축제는 언제나 음악과 함께-

이번 동네축제에는 총 네 개의 무대가 설치되었다.

그 중 가장 많이 구경한 RNF 무대


일요일 마지막 Die Dicken Kinder의 무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두시간 내내 서서 봤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술먹고 쓰러져;있어서 그런지 앰뷸런스가 자주 출동했다.

남들 놀때 일하는 직업은 참 여러모로 소명감 없이는 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새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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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몇몇 장소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기찻길이다.

실내에 있는 기찻길보다 이렇게 외부에 있고 저 멀리 보이는 부분이 곡선이면 금상첨화.

마침 그런 역에 우연히 가게되어 사진을 엄청 찍어왔다.


도착하는 열차







정류장 방향





떠나는 열차






열차들은 정해진 선로만 다니니까 좋겠다는 생각을 꽤 어릴 적부터 했었다. 지금도 그 때와 같은 이유로 좋아하고 있다.


너는 좋겠구나, 정해진 길이 있어서

나는 여전히 나의 길을 모르겠고, 이 길이 맞는지도 모르겠는데

나도 정해진 길이 있었다면 헤메는 삶을 살지 않았을까



사진 찍은 장소 : Frankfurt West Bahnhof

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만하임으로 어학을 하러 오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작년에 온 내가 이제 누구를 데리고 관청을 가기도 하고 특히 슈페어콘토 관련된 것을 이것저것 알려줄 일도 생기게 되다보니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정리를 다시 하려다가,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어학원에 대해서 써보려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만하임 대학교 어학원에 대한 것을 먼저 쓰고, 제일 먼저 다녔던 EIMS, 그리고 (다녀보지는 않았지만) 아벤트 아카데미에 대해서도 한두줄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만하임은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는 않다. 물론 프랑크푸르트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인데, 같은 집이어도 작년에 계약하는 것과 올해 계약하는 것의 가격이 다르다. 만하임의 경우에만 그런 것은 아니고, 어쩌면 다소 생소한 개념인데, 같은 아파트의 같은 평수의 방이어도 가격이 전부 다 다르다. 새로 계약할 때마다 15~20유로 정도의 금액이 더 올라가는 독일의 월세 계약내용이라 그렇다. 예를 들면, 내 방의 경우 만하임 시내의 학생기숙사이고 24크바이다. 나는 작년 7월, 밤미테 350유로에 방을 계약했다(전기세 별도). 내 이전 세입자는 330유로에 계약을 했었고, 내 방에서 내 다음에 살게될 세입자는 360~370유로에 방을 계약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대부분의 방은 가격이 같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만약 어떤 방은 6개월씩 세입자가 바뀌고, 내 이전 세입자처럼 어떤 방은 2년을 쭈욱 살았다고 생각하면, 그 두 방은 이미 80유로의 월세차이가 나는 것이다. 물론 6개월씩 바뀌는 경우에는 20유로가 오르지는 않는다고 알고 있다. 기간에 따라 올라가는 금액은 조금 차이가 있지만, 이전 세입자에 비해 막 50유로를 올리거나 하는 경우는 없다고 들어서 그 방에 쭈욱 오래살았던 세입자가 있는 방은 상대적으로 금액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아휴, 어학원 얘기하려고 했는데, 다들 집 구하기를 어려워해서 이렇게 집 얘기를 또 했다. 무튼, 20175월 현재 만하임 대학 부설 어학원의 한달 학원비는 550유로이다. 첫달은 550유로이고 두번째달부터는 530유로를 내면 된다. 갱장히 비싸고 비싸다. 그래서 작년 봄에 만하임에 아베체데도 모르고 도착한 나도, 너무 비싸서 우니 부설 어학원 등록하는 것을 멈칫했다. 그리고 나는 어쩌면 내 인생 전체를 압축할 수 있는 말인 "쉬운 길은 다 제끼고 돌아가는 길을 좋아하는 삶"에 또 한 몫했다. 우니 부설 어학원을 다니면서, 내가 작년에 여기를 먼저 등록했다면 더 잘 배울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뭐 후회하면 무얼 하겠냐만은-


우선 만하임 우니 부설 어학원은 이미 5월 즈음에 내년 수업 계획이 전부 다 공개된다.

2017Kurstermine http://www.daf.uni-mannheim.de/de/intensivkurse_deutsch/kurstermine_2017/

2018Kurstermine http://www.daf.uni-mannheim.de/de/intensivkurse_deutsch/kurstermine_2018/

작년 중순에 485유로에서 500 초반으로 오르고 올해 한방에 550으로 오르더니 내년은 동결인가보네...

가장 비쌀 때 학원 수업 듣는, 돈지랄하는 보람^^...


수업 일정과 DSH 시험일정을 같이 보면 알겠지만, 수업 날짜 자체가 아예 DSH 시험에 딱 맞춰져있다. 그리고 독일의 5,6월은 휴일이 많아서 기간이 살짝 길어보이지만 정확히 수업일은 20일이다.


만약 내가 20179월에 시작하는 수업을 듣기 원한다면, 나는 825일까지 등록을 마쳐야한다(Anmeldeschluss). 그리고 94일 월요일 오전 9시에 L15,14로 가서 반배치고사(Einstufungstest)를 봐야한다. 한국에서 B1까지 공부하고 왔다고 해서 바로 B2나 B1를 들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말자. 시험지를 받아보면 다소 심약한 사람은 꽤 곤란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시험지를 받은 후 5분쯤 혹시 내가 A1부터 다시 듣게되는건 아니겠지.. 라는 생각마저 들 수 있다(내 경우). 바로, 첫 페이지가 작문이기 때문이다. 그냥 작문도 아니고, 주제는 한줄로 주어지고 그것에 대해서 쓰라고 A4 한페이지가 할애되어있다. 그리고 나는 배점이 40%?였던 작문을 거의 날려먹었기때문에 (퍼센트가 확실치 않은데 40%였던가 60%, 거의 절반 가까이의 퍼센트였고 충격이 너무 커서 정확히 기억도 안난다.) 한국도 아닌 독일에서 B1까지 들었지만, 내 수준은 A2라는 평가를 받고 충격과 공포...


아예 하나도 모르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독일어 레벨보다 한두단계쯤은 낮은 반으로 배정이 되는데, 그래서 불만을 가지는 경우도 꽤 있는걸로 아는데, 이건 수업에 들어가보면 깔끔히 사라진다. 내 경우에는 첫날은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듣고 첫날 수업이 마치면 오피스에 가서 하다못해 A2,2로라도 좀 올려줄 수 없냐는 얘기를 하려고 가려했는데, 첫 날 수업을 들어갔는데 어쩌면 난 이보다도 더 아래반에서 시작해야하는건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수업을 같이 들었던 학생들이 다 뛰어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A2인데 다들 독일어로 말하고 있었다. 그것도 몹시 빠른 속도로. 이게 뭐지.. 그렇게 20171월, 만하임 우니 부설 어학원에서 A2,1부터 시작했다.



내가 EIMS를 다녔을 때, 단 한번의 중간시험도 승급시험도 본 적이 없다. 이것은 분명히 EIMS의 시스템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하임 우니 부설 어학원은? 매주 단어시험이 있고, 2주째에 중간시험(Zwischentest), 4주째에 종강시험(Abschlusstest)가 있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과정을 들을 수가 없다. 시험은 네 영역 모두 다 치뤄진다. 듣기/읽기/쓰기/문법, 그리고 매주 단어시험은 보너스. 듣기와 읽기 / 작문과 말하기 / 문법과 단어, 이렇게 세 영역으로 묶어서 평가된다. 첫 달이 끝난 후 받았던 성적증명서이자 수료증 http://fromde.tistory.com/244


B1,1쯤 올라오면, 이미 시험을 못봐서 못올라오는 학생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살벌하게 어려워진다. B1를 제대로 안해두면 독일어가 발목을 잡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발목이 잡혀있다..... 무튼, B1,1때의 공부량은 실로 어마어마한데, 어학원을 다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엄청 바쁘다. 심지어 나 혼자하는 공부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학원에서 내준 숙제를 다 하는데 한 세시간쯤 걸리고, 그 날 배웠던 것들 - 심지어 통째로 다 복습하는 것도 아니고, 단어만 새로 다 찾아보는데도 한나절이다 - 을 복습하다보면 해가 진다. 이걸 쉬지않고 하다보면 진짜 진이 빠진다. 꽤 많은 학생들이 B1,2까지 마치고 Pause(자체방학)을 한다고 한다. 나도 그 중 하나이다. 그래서 B2,1부터의 얘기는 없다. 듣지 않았으니까!!!




파우제를 하고 스스로 공부하겠다는 결심은 이미 자연발화된지 오래.. 대체 언제 공부했었나 싶을 정도로 신나게 매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잘 놀고 있다. 세상에 아무것도 안해도 이렇게 잘 놀 수 있다니...를 느끼고 있달까.


이 글을 처음 썼을 때의 제목은 "만하임 대학교 어학원에 대하여"였다. 그런데 다 쓰고 나니 너무 만연체이고, 이건 만하임 대학교 어학원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4개월간 우니 부설 어학원을 다녔으나 따라가지 못하고 자체방학을 해야했던, 부진아의 넋두리정도라서 제목을 바꿨다.

"만하임 대학교 어학원 부진아의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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