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다시 만하임 카테고리로 보내야할지, 이 카테고리에 둬야할지 모르겠지만, 우선은 여기에 쓴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프랑크푸르트 대성당도 다녀왔었고, 만하임에서는 루이젠 파크도 다녀왔었다.


루이젠 파크 : http://www.luisenpark.de/ 독일에서 가장 예쁜 공원 상위권에 항상 랭크되는 공원 중 하나. 직접 가보니 너무 크고 예뻤고, 곳곳에 즐비한 누울 수 있는 긴 의자가 너무 편안했고, 대단하지는 않지만 미니 놀이기구들도 있어서 원없이 놀다 왔다.



밀린; 글들이 정리되면 대성당에서 직접 녹음+녹화해온 오르간 소리와, 공원에서 돌고래 소리 내면서 그네타는; 내 영상도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음, 그네타는 영상은 아무래도 너무 등치가 리얼해서 못올릴 것 같긴 하다. 공원에서 내가 나오지 않은 사진 삼백장;은 찍어왔으니 내가 나오지 않는 많은 사진들을 올릴 수 있다. 





동생이니까 이렇게 내 침대도 내어줄 수 있었고, 조금은 불편했지만 간이침대에서 자면서 나흘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거의 교류가 없던 사람들은 무슨 낯짝으로 프랑크푸르트 근처 산다며~~~~ 공항에 늦게 도착하는데 너희 집에서 잠깐 자고 다음날 아침에 출발해도 될까~~~? 이런 소리를 하는걸까. 미친 사람들 너무 많다. 아니, 그 전에 내가 여기 와있는건 다들 어떻게 아는거지.. 우리는 카톡친구도 아니고 저는 페북도 안하는데요. 저는 인스타와 트위터에서 실제 인물과 분리된 삶을 살고 있는데... 심지어 나는 정말 어렵고 어렵게 내가 쓰는 핸드폰 번호가 아닌 가상 번호로 카톡을 쓰다보니 이메일로 연락이 오는데, 저기... 저희가 그렇게 친했나요? 오라고 와달라고 하는 사람들은 정작 오지 않고, 애먼 사람들의 뻘소리를 들어야한다. 나는 독일에 온지 불과 두 달밖에 안됐는데 수십년을 외국에서 생활한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새삼 내가 다 속상하다. 넋두리 그만-



Guest는 아무 것도 안하는거야!! 그런건 Host가 다 해줘야지!! 라는 말을 해서 나의 혼을 흔들었던 동생을 위해 조만간 내가 Guest가 되어볼 예정이다. 언제가 좋을까? 했더니, "내 방에는 간이침대도 없어, 찬 방바닥은 내어줄 수 있어."라고 하는데 이 도련님을 어쩌면 좋지... 왜 제가 찬 바닥에서 자야하죠? 너는 내 침대에서 잤는데요????? 억울하지만 당장 벌어질 일은 아니니까 우선은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물론 나는 바닥에서도 잘 자긴 하는데, "찬"바닥이라고 하니까 너무 서글프잖아ㅠ


뜬금없지만, 나는 지명들의 유래를 찾아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이건 한국에서도 그랬다. 외국에 나와있고, 심지어 그 언어를 공부하는 내 입장에서 각종 지명들이야말로 굉장히 좋은 단어공부가 된다. 하이델베르크라는 지명은, 블루베리의 Heidelbeere와 산의 Berg가 합쳐진 단어이다. 사실 글 쓰는 현재(2016/06/19) 시점에서 어제 블루베리를 사면서, 이 단어가 뭔가 하이델베르크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찾아봤다. 

"하이델베르크 = 블루베리 산" 원래도 좋아했던 하이델베르크가 더 귀엽고 친근하게 다가왔다. 



내가 사는 동네 만하임에서는 하이델베르크까지 동네 기차가 다닌다. 그 기차로 15분, 트람으로는 35분, 집에서 기차역까지 걸어가는데 거의 20분 걸리니까, 저렴한 트람을 타고 가기로 한다. 트람역은 집 바로 앞에 있으니까!



그리고 표를 사려고 하는데, 1회권은 2,5유로, 5회권은 11,70유로라고 한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1회권 두 장 구입하려는데, 돌아오는 표도 필요하니까 5회권으로 사고 나중에 한 장 남은건 누나가 써~ 라고 한다. 동생은 그렇게 말만 했다. 결제는 또 내가 했다. 맨날 이런 식으로 삥뜯긴다. 혈육이란 이런걸까... 남동생 말고 오빠 갖고 싶다ㅠ




10분에 한 대씩 있는 5번 트람을 타면 하이델베르크까지 간다. 트람을 탔는데 동생이 앉지 않으려해서 구경하려면 내내 걸어야해서 다리 아플거니까 앉으라고 했더니, 역방향으로 앉으면 불편해서 싫어- 라고 한다. 뭔데.. 그게 차이가 나는거야? 난 가끔 KTX 탈 때도 역방향 할인해준대서 일부러 역방향으로 탔는데... 무튼 나는 다리가 아플 수도 있으니까 우선 앉는다, 그리고 또 깊은 숙면....



동생이 깨워서 일어났다^^.... 하이델베르크 중앙역에서 내려서 33번 버스를 타고 가려했는데(이 버스를 타면 하이델베르크 성 케이블카 탑승장소에서 내려준다), 이 트람 표로 여기 트람도 탈 수 있다고 한다. 프랑스는 그렇다는데, 여긴 독일이잖아... 혹시 몰라서 Tourist Informantion Center에 물어보니 그렇게 얘기를 한다. 물론 내 영어가 부족해서 잘못 이해한 걸 수도 있긴 하다. 그래서 트람을 탔다. 표를 새로 사지는 않고. 그리고 비스마르크 광장에 내려서 하이델베르크 시내 상점 거리를 20분쯤 걸었다. 그리고 하이델베르크 성 올라가는 길 도착!


하이델베르크 성은 올라가는 길이 다양하다. 굉장히 가파른 계단 길이 있고 (발이 빠르지 않고 운동부족인 내가 걸어도 15분이 걸리는 길이다), 빙빙 돌아가는 능선길도 있다. 그리고 케이블카도 있다. 케이블카는 당연히 돈을 내야하지만, 내려오는 케이블카는 하이델베르크 성 입장권이 있으면 무료로 탑승 가능하다. 나는 당연히 가파른 계단길을 선택해서 우다다 올라가자고 동생에게 권했고, 잘 모르는 동생은 그 제안을 받았지만, 계단 오르는 15분동안 동생이 얼마나 욕을 욕을 했는지... 


심지어 이 계단 길은 약간 사유지를 올라가는 느낌도 들어서, 여기 맞는거 맞지? 아니면 진짜... 이런 얘기를 자주 했다. 사실 예전에 왔을 때 밤에 올라온거라 잘 기억이 안나서 올라가는 내내 나도 조금 의구심이 들긴 했다.. 하지만 좀 올라가니 입구가 보여서 너무 기뻤다. 한 5분쯤 올라갔을 때, 그냥 케이블카 탈껄 괜히 누나 말 듣고 계단 올라간다고 꿍시렁대기도 했다. 너도 운동부족이라 그런거 같은데...



그리고는 하이델베르크 성에 들어갔다. 예전에 내가 비오는 날에 혼자 올라갔던 그 곳이 맞았다. 심지어, 내가 그 날 들어갔던 곳도 다 입장료를 지불해야 갈 수 있는 공간들이었다. 나는 그 날 무단침입을 한거지...; 무튼 비오는 날 갔었던 곳은 잠깐만 보고, 다른 곳들을 열심히 둘러봤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여기!



무너진 부분 그 자체를 그대로 놔뒀고, 그게 세월이 지나면서 그냥 그대로 자리잡은 듯 했다.




같은 장소를 다른 각도에서 봤다. 파노라마 사진을 찍는게 꽤 좋다고 동생이 강추하길래 처음으로 찍어봤는데,

햇빛도 중요한거라 사진이 좀 기이해졌다. 이것도 뭐 나름대로 의미있다고 생각해서 같이 올린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독일 각 주의 주기(州旗, Federal flag, Bundesflagge)가 너무 좋다. 사진 속의 저 노란색과 검은색의 깃발이 내가 있는 주의 깃발이다. 중간에는 주장(州章, Federal Coat of Arms, Bundeswappen)도 같이 그려져있는데, 나는 그 문양들도 엄청 좋아한다. 언제 한번 Federal Coat of Arms에 대해서 쓸 날이 있을 것이다. 기사도(chivalry)와 함께 완전 확 꽂혀버린 Federal Coat of Arms. 한글로는 "주장"(독일)이 되고 유럽 전역으로는 "문장"이 되는데, 두 단어 다 공교롭게도 너무 많이 쓰이는 일상적인 단어들이라 이것에 대한 독일 단어를 찾는데 굉장히 애를 먹었다. 간단히 영어 위키에서 확인하면 됐을걸.. 굳이 한-독 사전을 찾는 망충함을..





어떤 창문에서 하이델베르크를 내려다봤다. 나무가 많이 가렸지만, 귀족들은 이 창문을 통해서 시내를 내려다봤겠지? 오래 전에 갔었던 일본 교토 가이드 투어에서 모든 건축물은 반드시 창문을 통해 밖을 한번을 봐야한다고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일부러 창문에서 꼭 한번씩 보는데, 이런 장관들을 종종 볼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쁘다.




하이델베르크 성을 올라가는 다른 길.



이것도 또 창문에서 바라봤다-




이것도 창문! 여기서는 Old Brigde도 보인다. 생각해보니 저 다리를 못갔네..

저기서 원숭이 동상에서 돈 많이 생기게 해달라고 원숭이 손 만지고 왔어야하는데ㅠ




또 다른 길! 거의 성 전체를 돌면서 문이 있는 느낌이다 (확실치 않음)




구경 다 하고 내려갈 때는 무료 케이블카를 타고-




이 도시에 한달을 살면서도, 여기에 미술관이 있을거라고는 생각을 안했다. 있다해도 이 작은 도시에 있어봐야 뭐가 있겠나 싶어서 딱히 찾아보지도 않았고. 동생과 어제 중앙역에서 집으로 걸어오다가 Kunststrasse(Kunst=art, strasse=street)를 봤다. 이 근처에 미술관이 있나본데? 그리고는 일요일 아침, 비가 너무 많이 와주시는거지... 원래 오늘 하이델베르크 가는 일정이었는데, 일정을 바꿨다. 비가 오니까! 근처 미술관(실내)으로 가자! 동생이 만하임 미술관 사이트를 들어가보더니, 마침 보고 싶은 그림도 있다고 한다. 오, 그럼 잘됐네-


비가 많이 와서 하이델베르크는 내일로 일정을 바꾸자! 라고 하고 집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미술관으로 출발하려는데, 날씨가 개고 있다. 독일 날씨를 예측한다는건 거의 불가능하다는거 잘 알고는 있지만, 이렇게 금방 날이 개어버리면 너무하잖아... 미술관 가는 길에 있는 만하임 유일한 관광지, 급수탑. 급수탑은 스타벅스 쪽에서 보는건 뒤쪽이고 이렇게 보는게 올바른 방향이다. 분수며 잔디밭이며 너무 잘 되어있다.





입장료 얼마인지 찾아보니 1회 입장료 9유로, 연간 이용권 35유로라 안내되어 있었다. 네 번만 가도 연간이용권이 이득이니 연간이용권을 끊으려했는데 내년 1년간 미술관 리뉴얼로 닫아서 연간 이용권을 살 수가 없다고... 이렇게 또 내 돈을 아껴주시는거지, 암... 그렇게 나는 9유로, 동생은 학생 할인 받아서 6유로를 내고 입장했다. 



상설 전시만 생각하고 온건데, 운 좋게도 특별전시가 있었다. 나는 처음 들어본 작가지만, 작품을 전부 다 보고나서 인터넷에서도 찾아보니 엄청 유명한 작가였다. 독일 다다이즘의 대모이자 페미니즘 작가인 Hannah Höch. 베를린 다다운동에 참여한 유일한 여성작가라고 한다. 올해가 다다이즘 100년되는 해라 유럽쪽에서는 다다이즘 특별전시가 많은 듯 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유명한 작가의 전시회는 종종 갔었다. 하지만 전혀 모르던 작가의 초기 작품부터 그 시기를 구분짓게 되는 여러 작품들을 모아둔 것을 보니, 새삼 신기했다. 그림을 잘 모르는 내게도 가장 잘 와닿았던 것은, "엄마가 된 후"와, "전쟁 후". 아이가 사랑스럽게만 그려지지 않고 뭔가 짐같은 존재로 표현되어서 새로웠다. 이래서 페미니스트 작가라고 하는구나- 싶은 마음. 현재도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여자는 여성 실격같은 존재로 여겨지는데, 100년 전에 이미 이런 사고를 보여줄 수 있었다니 새삼 세상을 빨리 살았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또, 전쟁 후의 그림들은 공포와 상실감이 너무 크게 그려져서 그림을 보는 그 짧은 시간에 내가 다 힘들었다. 100년 전의 예민한 예술가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나 공감했달까. 이렇게 짧은 시간만 보는 나도 힘든데, 이걸 그려낸 작가는 얼마나 괴로움의 시간들이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콜라쥬 작품들이 많아서인지, 전시장 중 한 곳은 직접 콜라쥬를 해볼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직접 사진을 찍어볼 수 있게 작은 기기가 있었고, 원하는 사진을 직접 찍으라고 잡지들도 있었다. 나는 여기서 또 자의식을 뿜뿜하며, 셀카를 찍고 콜라쥬에 넣었다. 이걸 보던 동생이 어이없어했다. 그리고 이 콜라쥬로 거의 다 놀았을 즈음, 독일 할머니 두 분이 하고 싶어하시는 눈치여서, 내 셀카 위에 다른 그림을 얹은 후에 자리를 비켜줬다.






나중에 동생이, 이거 미술관 공식 웹사이트같은데 자동저장될 수도 있어- 확인해봐... 뭔데... 왜 미리 얘기해주지 않은거야?




그리고 이건 전시회에서 설명된 부분을 찍은건데, 독일은 따옴표를 이렇게 바깥으로 쓰는건가? 아니면 특별히 강조하기 위해서 이렇게 쓴건가? 바깥으로 쓰니까 좀 더 귀여워보이는 느낌이 있다. 내가 자주 얘기하는, "덩치 큰 게르만 남자"가 귀염떠는 그 귀여움. 바깥으로 따옴표 써보고 싶었는데, 웹사이트에서는 자동으로 안쪽으로 설정되는 것 같다. 어떻게 써볼 수 있을까 ;_ ;




한나 회흐의 특별 전시를 다 보고 나오니 설치미술도 있었다. 작품의 제목은 "만하임 의자"

자세한 설명은 만하임 미술관 링크로 대체한다. 너무 당연히 독어지롱...

http://www.kunsthalle-mannheim.de/en/exhibition-current/michaela-melian


간단히 얘기하자면, 의자이면서 이 전체가 스피커다. 당연히 앉을 수 있고, 주변 배경은 옛 도서관이다. 이 의자 말고도 두 개의 의자가 더 있었고, 다들 앉아서 스피커에서 들리는 뉴스같은 것을 듣고 있었다. 나는 뭔소리하는지 못들었지만, 듣는 척하며 이렇게 사진을 하나 남겨봤다. 동생이 와서 딱 하나 마음에 든게 있다면, 이렇게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다는 것. 물론 거의 수백장을 찍어서 이거 딱 하나 건진거지만, 하나라도 건진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표정이 아주 잘 잡혀서 엄청 뿌듯하다.




(부끄러우니까 사이즈는 작게! 하지만 얼굴을 모자이크하진 않겠다. 표정이 이 사진의 완성이니까! - 또 자의식 뿜뿜..)




그리고 상설전시로 이동! 



상설전시에는 정말 많은 그림들이 있었다. 동생이 보고 싶었다는 그림은 마네의 '막시밀리안의 처형'이었다. 미술관에서 보지 않으면, 대부분의 그림 사이즈가 어떤지 전혀 감을 못잡는데, 이 그림은 가로 세로가 거의 3미터쯤 되는 엄청나게 큰 작품이었다. 나도 알 정도의 유명한 작품이라, 이런 작은 도시의 미술관에 어떻게 이렇게 유명한 그림이 있는거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동생이니까, 이 앞에서 또 인증사진을 찍고 싶었다. 그림 크기가 너무 커서 어떻게 서도 제대로 안나오고 몸이 전체가 다 나오는 - 뚠뚠이라 그렇게 찍으면 큰일난다 - 구도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왕 몸 다 나와야하면 누나가 저 총맞는 사람처럼 연기해! 라는 동생의 신박한 조언에, 귀얇은 누나는 또 그걸 해봤다. 하지만... 사진을 올릴 수는 없다. 배나온거 자랑하는거처럼 나왔더라... 눙무리...ㅠㅠㅠㅠ 



그리고 고흐, 모네, 르누아르의 그림도 한 점씩 있어서 나는 입장료 9유로 내고 이렇게 엄청난 전시를 봐도 되는건가? 싶었다. 이미 한나 회흐의 전시에서 충분히 많은 것을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유명한 작가의 그림들도 있라니. 더 유명하고 큰 미술관은 얼마나 더 많은 유명 작품들이 있을지 기대가 더 커졌다. 루브르라던가 오르세라던가. 하지만 아쉬운 점은, 내가 그림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 그림들을 제대로 다 느끼지 못했을거라는게 가장 크다. 이런 것을 미술 전공하는 동생과 얘기했는데, 그냥 그림을 그대로 느끼면 되지 뭘 분석하고 싶어하냐고 했다. 물론 그림 그 자체에서 느껴지는 것도 있지만, 기본지식이 있으면 더 잘 느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건데 동생이 듣기엔 그렇게 들리지 않았나보다. 나는 뭐든 조금은 공부하고(알고) 체험해야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흔한 책상형 인간이고, 동생은 책상에서 하는 것들을 딱히 즐기지는 않는 예술가형 인간이라 그러려나. 내가 요즘 다다이즘 공부하고 있는거 알면 동생은 또 식겁하겠지- 


인상주의 초현실주의 고전주의 이런 미술 사조들을 순서대로 차곡차곡 알아가고 싶을 뿐인데, 그걸 알면 아무래도 그림을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만 동생은 저런 "쓸모없는" 지식들이 그림을 느끼는데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역시 예술은 어려운거였어. 뭘 어떻게해야 더 잘 알 수 있을지 아직도 고민중이다. 날씨가 너무 반짝여서 조금은 속상했던, 2016612일 일요일의 만하임 미술관 나들이-




만하임 - 프랑크푸르트 왕복을 약 두 달 간 세네번은 했는데, 이런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잘 가던 버스가 멈췄고, 독일어로 뭐라뭐라 안내를 해주는데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 짜증낼 법도 한데 기사아저씨가 웃기는 얘기를 한건지 다들 웃었다. 나는 못알아들어서 못웃고 있으니 옆에 있는 동생이 "누나 혼자 못웃고 있네~" 아이고 맞는 소리를 하네.. 쳐맞는 소리...


지연된 차량이 빨리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았는지 차에 시동을 끄고 기사아저씨가 내렸다. 나도 덩달아 내렸다. 언제 또 독일 고속도로에서 이렇게 인증샷 찍어보냐며;; 많은 인증샷을 찍었으나, 주근깨 살벌해서 올리지는 못하겠다. 언제 이렇게 또 주근깨가 얼굴에 많이 생긴거지..





인증샷 찍는거도 길어야 20분, 지루해져서 차에 다시 탔다. 꽉 막힌 고속도로도 기념삼아 찍었다.

옆의 차에서 썬루프를 열고 셀카를 찍던데 엄청 부러웠다. 나도 그렇게 사진 한 장 찍고 싶었지만 나는 버스를 타고 있으니까 못했다ㅠㅋㅋ




8시에 출발한 차는 도착 예정시간이었던 910분이 지나도 계속 고속도로에 있었다. 고속도로에 두 시간을 갇혀있었다. 

만하임에 도착하니 1130분, 도착해서 저녁 먹자~ 라고 했었기에 뭐라도 먹긴 해야하는데, 문 연 곳은 케밥집 뿐.

다행히 만하임 중앙역 앞 케밥은 양많고 싸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케밥집은 이 고기 덩어리 한두개만 돌아가는데, 여기는 무려 네 개나 돌아간다! 그만큼 고기도 많이 주고 손님도 많다.




유프카 케밥. 4,5유로

먹자마자 씻지도 못하고 기절-




시내에 있는 갤러리아 백화점 옥상이다. 한국의 그 갤러리아와는 상관이 없을 것 같다. (체인일 수도 있긴 하다)

사진 속의 이 장소는 푸드코트와 연결되어있고, 대부분 푸드코트에서 뭔가를 사와서 이 곳에서 먹는다. 물론 안에서 먹을 수도 있다.

뷰가 끝내준다. 바람이 많이 불지 않는 날은 선선하게 여기서 일광욕하듯이 소파에 늘러붙어있어도 괜찮았다.




백화점에서 나를 반겨주는 007 퍼즐




마침 미니 잡페어가 백화점 앞 공원에서 열리고 있었다. 나는 뭔지 전혀 감도 못잡고 얼씬거렸다가 뭔가를 주길래 그냥 차례차례 구경했다. 공짜는 좋은거니까- 불가사리 모양의 저 것은 형광펜인데, 막쓰기에 좋을 것 같아서 동생꺼랑 내꺼 하나씩 두개를 가져왔다. 동생은 그런거(싸구려)는 안쓴다고 해서 두 개 다 내꺼다. 개이득.

여기서는 뭐만 하면 다 하리보를 저렇게 준다. 내 얘기 좀 들어줘! 하리보 줄께! 이런 느낌이랄까. 한국에서는 굳이 비교하자면 나눠주는 작은 휴지정도..? 뭔가가 많이 필요한데 또 필요하지는 않은 느낌이랄까. 왼쪽 상단에 있는  독일 국기 색의 막대기는 페이스페인팅 용 크레용이다. 국기가 이렇게 간단하니까 이런 제품들도 파는구나 싶어서 새삼 부러웠다. 




이건 독일에서 처음 만난, 정시에 도착한 버스.

이걸 타고 만하임에서 프랑크푸르트를 갔다.




반가운 것은 자세히! 한 번 더!




오랜만에 봤지만,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기에 금방 또 어제 본 사이처럼 그렇게 서로를 디스하며 시간을 보냈다. 지금 살고 있는 방이 좀 크고 응급 침대까지 있어서 응급 침대를 내주려했는데, 너무 당연히 본인이 내 침대에 눕는다... 어? ;; 그래... 뭐 오래 버스타느라 고생했을테니까 오늘 내일은 내가 여기서 자도 되지 뭐- 라고 생각했다. (너무 당연히 가는 날까지 나는 응급 침대에서 자야했다) 영화나 드라마의 그런 사이좋은 연인같은 남매같은건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주 가끔은 같이 엄마 욕을 할 수 있는 상대가 있어서 좋다는 생각이 든다. 타인에게 엄마 욕을 해봐야 어차피 내 얼굴에 침뱉기고, 또 모든 모녀사이는 모두 다 다른 상태;라서 하나하나 설명하기도 조금 번거롭다. 하지만 나와 엄마가 같은 지인은 내가 길게 얘기하지 않아도 다 이해하고 그래서 또 잔소리 들었겠네? 라고 바로 답이 나온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에 그런 걸로 잔소리를 듣지 않으니 이런건 어디에서도 얘기하기가 곤란하다. 무튼, 한국이 아닌 곳에서 만나니 괜히 반가운 것도 있다. 나 주겠다고 방에서 이것저것 챙겨온 것도 고맙고. 물론 본인이 필요없는걸 갖다준거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냐며.


지인과 나는 삶의 태도부터 모든 생활습관이 정 반대다. 나는 어떤 일이든 미룰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으로 미룬다. 미루다보면 안해도 될 때도 많았다. 물론 시간에 쫓겨서 못한 적도 있다. 문 닫기 직전에 어디든 가다보니 아주 조금만 늦어져도 문 닫아져서 하려던 걸 못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지인은 어떤 일을 해야하면, 그 일을 받자마자 해놔야한다. 이미 다 해놨는데 안해도 된대~ 라고 알려져서 어이없을 때도 많았다. 미리 해두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너무 당연하게도 걱정이 많다.


내가 나 자신을 걱정없이 산다고 말하는건 조금 어폐가 있긴 하지만, 지인에 비교하면 정말 걱정이 없는 편이긴 하다. 우선 나는 지나치게 무뎌서 오늘 일을 내일까지 기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게 머리가 좋지 않다. 어디서든 머리만 대면 잘 자고(머리 안대고 서서도 잘 잔다), 뭘 먹어도 맛있고 (덕분에 무럭무럭 살찌고), 뭘 봐도 너무 즐겁고 신나한다. 하지만 지인은 잠드는데 최소 한시간이 걸리고, 먹는데 까다롭다. 어떤 것을 보고 맘에 든다고 말한 적이 거의 없었다. 이렇게 서로 다르니, 서로가 서로에게 그저 신기한 존재다. 어떻게 저런 인간이 있지...를 나는 동생을 보고 생각하고, 동생은 나를 보며 생각한다.


20대 후반, 그 나이에 미래가 정해져있는 사람은 정말 소수일 뿐인데, 막막한 미래를 너무 불안해한다. 누나는 30대 중반인데 이제 말 배우고 있는데... 물론 나와의 비교는 아무 의미없다. 어쩌면 지인이 살고 있는 그 나라의 언어는 내가 10년 전에 먼저 배웠었는데, (고등학교 때 배운거 제외) 어떻게 지인이 그 나라에서 공부하고 있는건지 종종 신기하다. 나도 그 언어 정말 잘하고 싶었다. 언젠가 다시 그 언어를 공부할 날이 오면 좋겠다. 우선은 독일어부터 좀 능숙해지면-



당장 내일 비온다는데 우리는 어떻게 일정을 정할 것인지부터 얘기하다가, 서로 사는 얘기, 전공 얘기, 막막한 우리의 앞길을 얘기하다보니,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도 안났는데 먼저 잠들었다. 


오랜만에 원없이 입으로 말을 하니, 그거 하나가 굉장히 행복했다. 타이핑이 의미없다는건 아니지만, "대화"가 주는 즐거움은 분명히 존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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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인접국가에서 공부중이라 내가 있는 도시에 놀러오기로 했다. 뭐 나도 오랜만에 관광객모드로 프랑크푸르트며 하이델베르크며 가볼 생각하니 그저 신났다. 하지만 850분에 도착한다는 버스는 오질 않고... 어떤 버스를 탔는지 제대로 물어봤어야하는데 물어보지 않아서, 9시부터 도착하는 모든 버스들 앞에서 어슬렁거렸다가 또 대기실로 가고를 반복했다. 


더 일찍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독일에서 출발하는 버스가 아니니까 도시가 독일어가 아닌 철자로 적힌 버스만 확인하면 되는거였다. 이걸 너무 늦게 알았지 뭐람... 한시간 넘게 서서 기다리느라 진이 다 빠져갈 때쯤, Francfort라고 쓰여진 버스가 터미널로 들어오고 있었다. 저 버스다!!!!!!! 그 나라에서는 프랑크푸르트를 저렇게 쓰는구나!!!!!!!!!!



오랜만에 봐서 반갑기도 했지만, 늙어있어서 조금 놀랬다. 몇 년만에 보는건지 기억은 잘 안나는데... 한 3년만인가, 공부하느라 많이 힘들었나.. 약간 오빠같기도 하고...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 슬퍼졌다. 무튼 그렇게 캐리어를 끌고 집으로 갔다. 오는 길에 Strasbourg를 관광하고 왔다고 했다. 도시 이름을 듣고 너무 당연히 독일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프랑스 도시라고. 전쟁하던 때에 독일 영토였던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 이름. 그런데도 계속 저 이름을 쓰다니 프랑스 좀 대인배네? 했더니, 유명한 관광 도시 이름 바꾸면 손해니까- 라고 대답한다. 아 그런가?


무튼 그렇게 20분쯤 걸어서 집에 도착했다. 방을 보자마자 내가 오는데도 안치운거야? 라고 해서 나는 속상했다. 티가 안나나봐? 열심히 치운거란다. 많이 늦었지만, 나도 저녁 안먹었으니 같이 저녁을 먹어야한다. 오븐에 고기 구워줄까? 라고 물어보니까 이 시간에??? (10:00PM) 라고 되묻는다. 그러면 안먹게? 했더니 그건 또 아니래. 간단한 식사따위는 없어... 



어제 구입한 그 고기를 감자튀김과 함께 오븐에 구웠다. 그리고는 "다 말라빠진 수육을 먹는거 같다"는 신랄한 혹평을 들었다. 고기를 왜 소스도 없이 먹냐고 해서, 나는 그제서야 Ah... 안그래도 소스랑 같이 주려고 소스 사놨는데 까먹었네.... 무튼 고기만 그렇고 감자튀김은 멀쩡하다고 생각했는데, 감자튀김도 바삭하지 않고 물컹하다고 해서 나는 또 슬퍼졌다. 오븐새끼, 왜 오늘은 일 안해??? 나 엿먹이려고!!!! 여태 바삭하게 감자튀김 잘 만들어줬잖아ㅠㅠㅠㅠ



무튼 그렇게 손님 방문 1일차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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