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은 하나도 안쌌지만 욕조목욕은 해야한다, 암만.



어차피 짐은 닥치면 다 하게 되있고, 목욕은! 급하게 할 수 없으니까! 빻은 소리지만 그럴듯 하지 않습니까?



이 집은 정말 좋았다. 욕조마저 넓은 화장실, 넓은 부엌, 뷰도 좋았고 개인 베란다도 있었다. 보안도 확실했고, 우체통도 흰 색이라 예뻤다. 전기세를 따로 내는 것도 아니라 매일매일 오븐으로 온갖 요리를 도전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감자튀김은 단 한번도 기름으로 튀겨본 적 없고 항상 오븐으로 구워냈다. 1유로짜리 냉동피자여도 오븐으로 구우면 맛있었다. 같이 사는 중국인들도 뭐 썩 좋을건 없었지만 특별히 나쁠 것도 없었다. 학원에서 걸어서 5분 거리.


하지만 너무 비쌌다. 정말 단 하나의 단점이었다. 그런데 정해진 돈으로 생활해야하는 내게는 그 비싼 집값을 부담하기가 어려웠다. 일을 하지 않고 공부만 하는 기간을 줄여서 그 후는 일을 하면서 돈을 충당해도 되지만, 내 독일어 실력으로 일을 구하기는 당연히 쉬울리가 없다. 미래의 언젠가 독일어가 확 늘었을 때를 가정하고 지금 현재 가진 돈을 펑펑 써버리면, 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한국으로 다시 압송되야한다. 그렇게 되서는 안된다.


싼 집을 찾고 찾고 또 찾았다. 꽤 많은 집을 봤지만, 마땅치가 않았다. 그렇게 세 달씩이나 저 비싼집에서 살게 되는건가, 혹시 그게 네 달이 되고 다섯 달이 되면 어쩌지- 했는데, 다행히 두 달 보름만 살고 이사할 수 있게 됐다.




이전 집과 새 집을 비교하자면, 욕조가 없는 좁은 화장실, 거의 없다시피한 좁은 부엌, 뷰는 도로가 바로 보이고, 베란다는 없다. 보안은 확실하지만, 우체통이 검은색이다. 전기세 별도. 학원까지 걸어서 25분 거리.


대체 왜 이사를 해야해???? 싶겠지만, 돈! 돈! 돈때문이다!!!!!!!!!!!!!!! 이렇게 아낀 돈으로 나는 우표를 사고 여행을 할 것이다. 내가 무슨 옷을 사는 것도 아니고 가방을 사는 것도 아니니, 집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더 아낄 부분이 없었다. 그래서 집을 아꼈다. 예산안에서 잘 해결되서 비자 기간동안 문제없이 잘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이사가면 욕조 목욕은 더는 못하는걸까... 목욕탕 문화는 독일에 없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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