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클 2,95

배쓰오일 0,15 x6

번들거리는 부분을 누르기 위한 팩트 2,95

Abtai Augen Vital 4,95

total €11,75 (\15300)



이렇게나 잘 먹고 사는데, 눈이 계속 뻑뻑하고 피로도가 장난아니게 높다. 핸드폰은 거의 안하는데 (강제적으로 못하는거지만;) 노트북을 보고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가.. 글을 많이 써서 종이를 많이 봐서 그런가 (아님) 무튼 독일 드럭스토어에서 사야할 것들을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눈 영양제로 개안했다는 간증글을 꽤 봤다. 뭐 그렇게 효과가 크겠어? 싶었지만, 5유로도 안하는 가격에 속는 셈 치고 하나 사봤다. 그리고 나는 지금부터 간증글을 쓴다.


나는 국딩;때부터 이미 안경을 썼다. 난시가 굉장히 심각한 근시를 갖고 있으며, 난시라는게 사물이 흐려져 보이는거라는 얘기를 들었을 땐, 근시만 있는 사람의 시선이 굉장히 궁금하기도 했다. 사물이 흐려져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안보이는거지? 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아직도 그 호기심은 유효하다, 유효해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눈알을 바꿔 끼워볼 수 없잖아...) 무튼, 어릴 때부터 높은 도수의 안경을 썼었고, 고딩-대1때 안경같은게 나의 미모를 가린다며 렌즈를 끼겠다고 까불던 시절도 있었다. 겁쟁이는 렌즈도 제대로 낄 줄 몰라서 각막에 큰 스크래치를 만들며 렌즈 인생을 자체 종료했다. 이 스크래치 난 걸 알게된 것도 황당한게, 렌즈를 낄 때 눈을 어떻게든 까뒤집어서 뜬 상태여야하는데, 나는 눈 앞에 내 손가락 하나가 접근하는 그것도 그렇게나 무서웠다. 그래서 기를 쓰고 눈을 감았고, 손가락에 올려둔 렌즈는 기를 쓰고 눈알 위에 앉히려고 밀어넣었고, 그러다가 각막에 상처가 났었다. 렌즈를 끼기에 눈이 좀 아파서 혹시 뭔가 잘못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과에 갔었다. 내가 다니던 안과는 그 당시 안과로서는 꽤 최첨단의 시설을 갖추고 있었는데, 눈알을 현미경;으로 바로 볼 수 있게 옆의 티비에 큼직하게 띄워주는 그런 시설이 있는 안과였다. 내 눈을 보자마자 아이고 학생... 이제 당분간은 안경 써야겠네 / 당분간요? 왜요? / 말 없이 티비에 내 눈알을 띄워준 의사선생님. 검은자를 가로지르는 큰 선이 생겨있었다. 렌즈를 자연스럽게 중간부분을 탁- 넣어야하는데 나처럼 많이 안넣어보거나 초보는 (나는 둘 다) 억지로 밀어넣다보면 끝부분에서 저렇게 각막에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고 했다. 그 당시의 나는 얼마나 실망이 컸던지ㅠ 왜! 나는! 렌즈도 못껴!!! 이러면서...


그렇게 렌즈 인생을 끝내고 안경 인생으로 쭈욱 살았다. 불편한 점이 정말 많았지만, 시력 교정 수술에 대한 무한한 두려움으로 수술을 결심할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라식이나 라섹으로 개안을 했다고 다들 추천했지만, 아주 작은 확률로 내가! 재수없이! 야맹증이나 기타 등등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잖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앞으로도 시력 교정 수술은 할 생각이 없다. 현대 의학을 못믿는건 아니지만, 나는 그 작은 확률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부분을 간과할 수가 없다.




어찌됐든, 한국에서는 큰 불편함 없이 잘 살았다. 안경이 주는 불편함이 조금은 있었지만, 눈이 뻑뻑하거나 하는 일은 아주 드문 일이었고, 최근 겪은 것처럼 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심각하진 않았다. 독일의 건조함이 눈알도 건조하게 만든건가.. 하는 아무생각대잔치도 해봤다. 못먹고 그런 것도 아니고 너무 잘 먹고 지내는데 이런 일이 생기니 당황스러웠다. 마침 독일의 눈 영양제가 굉장히 좋다고 해서 샀고, 16일에 구입해서 글 쓰는 현재는 26일, 열흘간 총 10알을 먹은 결과, 놀랍게도 이 짧은 열흘만에 개안한 느낌이다. 어떻게 단 열흘만에 이렇게 효과가 좋은건지는 나도 모르겠다. 기술력...? ㅋㅋㅋ 언젠가 내가 한국에 귀국해야하는 날이 온다면, 20인치 캐리어에 이 약만 담아서 가야할 것 같다. 굉장한 효과에 감동받았다. 나는 마치 새 눈알을 선물 받은 기분이다.




독일의 눈 영양제는 브랜드가 크게 두 개다. 로즈만이나 DM의 자체브랜드에서도 눈 영양제를 만들지만, 그 제품들은 성분함량이 너무 낮다(DM의 경우 루테인 8mg) 한국에서 많이 구매대행하는 Augen Vital은 내가 구입한 Abtei의 제품이 아니라 도펠헤르쯔의 제품이다. 나 역시 도펠헤르쯔(Doppelherz)의 제품도 드럭스토어에서 봤는데 이 압타이의 제품을 산 이유는 루테인 함량때문이다. 도펠헤르쯔의 눈 영양제는 두 종류가 있는데, 각각 루테인이 10mg, 15mg이다. 하지만 이 압타이의 제품은 루테인이 20mg!!!! 도펠헤르쯔가 유명하니까 다음 달에는 그것도 먹어보긴 할껀데, 루테인이 20mg인 약을 두고 왜 10mg 15mg인 제품이 더 유명한지 나는 잘 모르겠다. 이것은 또한 나의 직업병이기도 하다... 성분량이 중요한거 아니야?? 하는;;




눈이 자주 피로한 사람이 독일에 와서 꼭 사야할 것들은 발포비타민, 당근오일, 카밀 핸드크림이 아니라 이 약이다. 물론 저 세 개도 사야한다. 너무 싸니까... 싼데 좋으면 무조건 사야하는거 맞잖아... 


원래도 독일의 발포비타민은 저렴하다. DM/LiDL/Rossmann, 세 상점은 대부분의 물품에서 모두 1센트의 가격 차이가 대부분 있지만, 발포비타민의 경우에는 놀랍도록 정확히 똑같다. 0,45유로(약 600원). 그런데, 오늘 우연히 들른 로즈만에서 발포비타민이 세일중이다. 워낙에 저렴해서 6센트만 세일하는거지만, 그게 어디냐며.. 6센트는 78원, 저를 동정하지 마세요.. 하나만 사는게 아니라 여러개살거니까 분명 중요하단 말이야!!! 종류가 총 6개길래 하나씩 전부 다 샀다.



구입 직후부터 글쓰는 현재(2016/06/23)까지 오른쪽의 두 개를 매일 한 알씩 먹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로즈만에서 발포비타민을 산다면, 오른쪽에서 두번째는 절대 구입하지 말길 바란다. 색소가 너무 많이 빠지고, 그 색소가 컵에 좀 심할 정도로 붙는다. 닦으면 닦이긴 하지만 엄청 힘줘서 닦아야해서 번거롭다. 근데 왜 저게 쎄굿(sehr gut)인지 모를...


로즈만 자체브랜드 발포비타민 한 통당 0,39x6

total €2,34 ( \3100)


3천원으로 두달치 비타민을 장만했다.




일부러 버터를 구입하지 않고 있었는데, 베사멜 소스를 만들려면 버터가 반드시 필요해서 어쩔수 없이 구입.

토마토를 왜 이렇게 많이 사는지 (누구라도) 궁금할 수도 있으니 적어두자면, 이벤트 기간이라 10유로 이상 구매시에 독일 국가대표 축구선수 카드 줘서 이렇게 마트에서 계산기로 덧셈해가면서 칼같이 10유로 이상을 매일 구매하고 있다.

15일부터 이벤트 끝나는 18일까지 REWE에 매일매일 출근도장 찍었었다. (글 쓰는 현재, 2016/06/23)

 

버터 0,90

크뇌델1 0,99

크뇌델2 1,09

라자냐 소스 0,89

커리부어스트 소스 0,99

파스타 소스 1,39

캔토마토x4 0,39x4

팩토마토x2 0,35x2

액상 카레 소스, 세일하길래 0,59

병에 든 소세지 0,99


total €10,09 (\13200)



예전에 잘못 구입한 라자냐 판때기를 사용;하고자, 라자냐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도전했다. 우선 여기는 다양한 치즈를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한국에 비하면 저렴하기도 하고. 하지만 이게 얼마나 노가다였는지 나는 이틀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 


내가 그간 먹은 라자냐가 몇십키로그람은 족히 될텐데, 그 라자냐에 빨간 소스가 아니라 흰 소스가 들어간다는걸 이제야 알았다. 역시 직접 요리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이 너무 당연한걸까, 내가 무딘걸까.. 정통! 라자냐를 만들어보겠다며 레시피를 찾아봤는데, 지금이라도 손떼는게 나은거 아닐까? 라자냐 많이 해먹을거라고 간 돼지고기 1kg 사왔는데... (결국 나름 엄청 열심히 써보려고 했으나, 500g밖에 못씀)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 만들어서 그 안에 돼지고기 넣으면 간단하게 라자냐를 만들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베사멜 소스? 루? 글구 토마토 스파게티 소스의 원형인 그 소스의 이름은 라구 소스? 으어어어어어 해낼 수 있을까...



요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이 살던 내가, 꼭 외국만 나오면 요리에 심취한다. 사실 요리가 너무 좋아!!!서 요리를 한다기 보다, 교환학생으로 갔었던 호주에서는 고기를 비롯한 식재료가 너무 싸서 요리를 했었다. 독일에서는 식재료가 싸기도 싸고 밖에서 사먹는게 비싸기도 해서 매일 요리를 하고 있다. 세 끼 다 챙겨먹는건 너무 힘든 일이다. 하루에 세 번 이상의 설거지를 해야한다는건 어쩌면 무간지옥의 형벌일지도 모르겠다. 기혼 여성분들의 편리한 삶을 위해서라도 한국에도 식기세척기가 널리 보급되면 좋겠다. 하지만 우리 집에는 식기세척기가 있긴 한데, 이게 한국 음식에는 세척이 잘 안된다고 들었다. 그래서 항상 아빠가 설거지를 하신다. 나는 이게 너무 당연한 집에서 자랐는데, 정말 희귀한 아빠였다는걸 요즘 새삼 알게 된다.


무튼, 오늘 구입해야할 것들을 아래에 적고는 슈퍼에 갔다.

치즈 세 종류, 밀가루, 버터, 토마토, 버섯, 양파, 식빵, 포리지(이건 아침식사로 추천받아서 구입하려고 적어둔 것)

그리고 포리지만 못사고 다 사왔다. 밀가루는 중력분을 쓰면 된다고 했는데, 중력분과 강력분의 가격이 거의 비슷하길래 강력분으로 샀다 ㅋㅋㅋ;; 언제나 구매는 가격이 결정한다. 



그리고 엄청 유명한 치즈라고 적어둔 그라나 파다노 치즈, 저 치즈가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안하고 있으면 사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라자냐에서는 치즈가 엄청 중요하다고,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사용하면 라자냐의 풍미가 달라진다고 블로그들에서 법석을 하길래... 그리고 놀랍게도 마트에서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판매중이었고, 바로 구입했다. 


강력분 중력분 박력분의 차이는 이미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나처럼 몰랐던 사람을 위해서 : 간단히 말해서 글루텐 함량에 따라 밀가루를 구분하는 것이다. 글루텐이 많을 수록(강력분) 쫀쫀한 식감의 것들을 만들 수 있고(ex.빵) 글루텐이 적을 수록(박력분) 바삭한 식감의 것들을 만들 수 있다(ex.쿠키)



한국에서는 밀가루를 세 종류로 구분하는데, 독일에서는 총 5개로 구분한다. 명칭으로 구분하는 한국과는 달리 숫자로 구분해서 더 이해하기 쉽다. 숫자가 작을 수록 글루텐의 함량이 적다. 하지만 마트에서 모든 밀가루를 다 판매하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저렴한 마트(LiDL)에 갔더니 405짜리밖에 팔지 않았다. 그리고 REWE에 가니, 405, 550, 1150을 판매중이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종류보다 더 많은건가? 적어둔 종이에는 1150짜리는 없다. (내가 사온건 밀가루가 아니라 호밀가루였다... 어쩐지 내 베사멜 소스는 하얀색이 아니라 갈색이라 당황스러웠다ㅠㅋㅋ 만들수록 ㄸ 같아서...)



그리고 라구소스는 한번에 만드는게 아니었다. 뭉근하게 몇시간을 끓여야한다고... 공동으로 부엌을 이용중인데 혼자 몇 시간을 쓰는건 민폐니까 오늘은 두 시간만 끓였다. 그리고 한 이틀 더 두 시간 끓이고 오븐에 넣을 생각이다.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줄은 몰랐는데... 뭐 그래도 글쓰는 지금(2016/06/22)은 라자냐를 먹고 있으니, 괜찮다. 한 사흘 고생하고 보름 행복하면 됐지 뭐.






식은 라자냐는 오븐에 다시 뎁혀서 먹으면 간단하다. 오븐에 넣기 전에 모짜렐라 치즈를 이렇게 또 조금 넣고 오븐에 넣는다.

다이어터 양심상 많이 넣을 수는 없었다. 라자냐 먹는 다이어터라니, 단어 조합이 엄청나다.




독일어도 영어처럼 많은 동사들이 접두사+어근의 형태를 갖고 있다. 그런데 그런 형태의 동사들 중 꽤 많은 동사들이 문장에 들어가면 접두사와 어근을 분리시켜야한다. 나는 이것이 굉장히 흥미로운데, 아직은 당연히 어렵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나의 짧은 독일어 실력이 탄로나면 곤란하니 영어로 바꿔서 예문을 써볼 생각이다. 영어 실력도 탄로나면 곤란한데...)



아 너무하다... 접두사 붙는 동사가 단 하나도 생각이 안나서 I에서 멈춰버렸다. 그냥 삭제하려다 당당하게 써둔 I가 웃겨서 그냥 놔두고 모국어로 예문을 들어야겠다......... 영어실력도 이정도다... 아마 곧 0개 국어 구사자가 되겠네...


그런데 어쩌나, 나의 모국어와 독일어는 어순이 다르네... 휴... 그냥 대충쓰겠어요, 저는 선생님이 아니니까. 큽...



"나는 벙어리로 되돌아갔다" 이걸 영어로 쓴다면, 나는 / 되돌아갔다 / 벙어리로 이런 문장이 될텐데

이걸 독일어로 바꾸면, 나는 / 돌아갔다 / 벙어리로 / "되" 이런 식으로 동사가 활용된다. 혹시 나만 재밌으면 어쩌지.... 저는 정말 이게 너무 재밌는데... 저만 그런거면 조금 당황스러울 것 같아요....



왜 이게 재밌냐면, 마지막 그 접두사를 듣기 전까지는 이 사람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런데, 독일어는 말이 엄청나게 빠르고, 서로 어떻게 그 말을 기다리고 듣는건지 그게 너무 궁금해서... 물론 나는 아직 벙어리라 누구에게 이런 디테일한 것을 물어볼 수가 없어서 조금 답답하다....


아무래도 예문 없이 이런 얘길 하는건 너무 의미없어서 필기 노트를 펼쳐봤다...

umsteigen(to transfer a subway) / aufsteigen(to descend) / absteigen(to ascend)

이 세 동사의 어근은 같다. steigen


만약 이 동사들이 전부 영어였다면 이렇게 쓰였을 것이다.

I umsteigen today. / I aufsteigen today. / I absteigen today.


그런데 이 동사들은 모두 독일어라 이렇게 쓰인다.

Ich steige heute um.

Ich steige heute auf.

Ich steige heute ab.



이렇게까지 썼는데! 나만 신기한거면! 내가 그냥 모든게 다 신기한걸로....



그리고 또 신기한건, 어떤 접두사는 100% 이렇게 쪼개야하고, 어떤 접두사는 절대로 쪼개지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접두사는 쪼개질 때도 있고 쪼갤 수 없을 때도 있다. 불! 규! 칙! 변! 화! 요즘 이걸 뇌에 새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당연히 잘 안된다. 이제 한 달 배웠는데 능숙하길 바라는게 잘못된거겠지. 더 열심히 해야겠지.



Schweinekotelett 700g 3,59

Hackfleisch 1kg 2,99

total €6,58 (\8600)


예전에 잘못 샀던 라자냐를 직접 해먹어보려고 간고기를 샀었다(불과 이틀 전). 그런데 신선식품이 많이 저렴한 마트에서 너무 싸게 팔길래, 

이거도 같이 사서 총 구매 가격의 평균치를 낮췄다. 이런걸 바로 퉁치기라고... 큽...

아무리 생각해도 좀 많이 산 느낌이다. 스테이크용도 아니고 간고기로 고기파티는 어떻게 해야할까... 할 수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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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같은건 그저 돈벌이 수단밖에 안된다고,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종이의 질감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편협한 사고였을 뿐,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e-Book을 산다고 생각하게 됐다. 외국에서 사는 한국사람들이 한글로 씌여진 책이 읽고 싶을 때, 가장 편리한 방법은 e-Book일테니까. 이게 생기기 전에는 다들 어떻게 한글로 씌여진 책을 읽었을까? 


외국에서 지낸지 이제 두달이 되어가는 나조차도 종종 한글로 씌여진 책들이 읽고 싶어지는데, 더 오래 지낸 사람들이 한글로 씌여진 책이 읽고 싶을거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다. 나의 사고는 여전히, 이렇게나 좁다. 



뭐 이건 온전히 내 문제이긴 하지만, 내가 연구하던 분야가 전자잉크쪽도 관련이 있어서, e-Book을 볼 때면 실험해야할 것 같고 그래서... 특별히 정감이 가거나 하지 않았다. 크레마 카르타가 그렇게 잘 나왔다고 하던데, 나는 그 전자잉크를 보면 얼마나 많은 뼛가루가 여기 갈려있을지 눈에 너무 보여서, 즐겁게 읽을 수가 없을거라 생각했다. 이제 실험 안한지도 2년이 넘었는데, 실험실의 망령을 떨쳐보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래도 나는 실험이 너무 즐거웠는데, 당분간 실험 못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쉽기도 하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되는 일들은 이제 잊어도 되지 않을까.


나는 실험이 좋지만, 실험실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더 이상 나도 실험을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 혹시 어떤 실험실이 나를 좋다고 해준다면, 나는 다시 실험을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 깊은 자리에 실험과 연구에 대한 나의 관심을 잠시 묻어두려한다.



또, e-Book 얘기로 시작한 글이 아무말대잔치가 되었다. 만하임 카테고리에 쓰려던 글이었는데, 아무말대잔치 카테고리에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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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거트 2,19

소스 0.85x2

돼지고기 소스 0,99

페퍼민트 티 0,55

켈로그 씨리얼 2,89

감자튀김 0,89

납작복숭아 1,49

total €10,70 (\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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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카테고리에는 독일어 공부하면서 배운 것만 적으려했는데, 딱히 만하임에 대한 얘기는 아니고 오히려 독일에 대한 얘기라 여기다 적어본다. 나중에 카테고리 정비가 되면 카테고리는 옮겨질 수도 있다)



수많은 예거밤으로 정신을 놓아가면서 술을 마셨으면서, 어째서 J로 시작하는 예거마이스터(Jägermeister)가 "예"로 읽어져야하는지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독어를 배우니 Jägermeister를 예거마이스터로 아주 쉽게 읽어낼 수 있다. Meister??? 혹시 내가 생각한 그 Meister?? 진짜 그런가보네.. 혹시 Jäger도 특별한 뜻이 있나? 술 이름이 아닌? 하면서 찾아봤더니, Hunter 그러면 Jägermeister 프로사냥꾼...? 진짜네... "Professional Hunter" 앞으로는 마시는 맥주들도 다 이름을 찾아봐야겠다고 새삼 다짐했다. 이렇게 영원히 까먹을 수 없는 독일어 단어를 하나 또 알게 됐다. 근데 술 이름 이중적으로 참 잘지은 것 같다. 예거밤으로 얼마나 많은 커플이 탄생했을거야..


예거마이스터를 위키백과에서 검색해봤더니, 재밌는게 나왔다. 원래는 "기침약"으로 개발된거라니. 독일 사람들 정말 멋있는 사람들이야.. 35도짜리 기침약이라니! 궁금해져서 좀 더 찾아봤더니, "독일에서는 식사 후 소화를 위해,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예거마이스터'를 즐겨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거마이스터에는 허브·계피·생강·꽃잎·과일 등 총 56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처음 이 음료를 만든 목적은 천식, 위장병 등의 치료 목적이었다" 이런게 나왔다. 나도 독일사람처럼 살기 위해서 감기 기운이 있을 때마다, 배가 더부룩할 때마다 예거마이스터를 마셔줘야겠다.


예거마이스터가 혹시 독일 술인가?라고 생각을 하게 된건, 마트 계산대 앞의 20ml짜리 예거마이스터가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찍었을 때이다. 분명 내가 아는 그 예거가 맞는데, J로 시작하네? 원래도 J였나.. 독일이라 이름을 바꾼건가.. 여태 예거를 어떤 영문 철자로 만났는지조차 전혀 기억이 안나다니. 기억력 어쩌지...ㅠㅋㅋ



미니어처 집착증이 있는 나는, 이걸 보자마자 사야해!!!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너무 저렴한 가격에, 한국에 갈 때 이걸 기념품으로 열댓새쯤 사가는건 어떨까? 라고도 생각했다. 




20ml1,19유로, 오늘자 환율로 1600원. 왜 쓸데없이 이렇게 작은 용량을 파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앉아서 주구장창 먹는 용도가 아니라 "휴대용"이고 딱 싱글샷 하나만 하고 싶을 때 최고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호주머니에 이걸 기침약이자 소화제로서 들고 다녀볼까 하고. 스벅에 앉아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이거 타먹으면 죽이겠는데??? 라는 생각이 바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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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집의 다음 세입자가 되고 싶으니 저를 세입자로 받아주십시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저는 독일에 합법적으로 들어와있습니다.

제 여권 사본과 제 어학원 등록증과 제 계좌를 보내니, 확인해주십시오.


내가 이 집의 다음 세입자가 되고 싶은데 나를 세입자로 받아주세요

나는 이런 사람이고, 독일에 합법적으로 들어와있어요

내 여권 사본과 내 어학원 등록증과 내 계좌를 보내니, 확인해주세요



높임말이 없으니 이 두 느낌의 중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무튼 다음 집을 계약하기 위해 보내는 서류의 레터는 저런 내용으로 씌여졌다. 그리고 레터에 쓰인대로 내 계좌 확인서, 어학원 등록증, 여권 사본도 같이 서류로 보내야한다. 어학원 등록증은 어학원에서 받아야하니 학원에 얘기를 했다. 이 학원에 다니고 있다는 증명서가 필요하다고 했더니, 어디에 쓰려고? 라는 답이 돌아왔다. ??? 이런 답변은 예상하지 못했는뎁... 읭... 그 때 바로 생각난게 은행이었다. 은행에서 필요하대!! 내가 계좌를 다른거로 변경하려는데, 그러려면 내가 학생인 증명서가 필요하대. 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한다. 왜 이런 소리를 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또 화가 난다ㅠ


내가 이 학원의 학생이라는 증명서가 발급됐다. 그런데.. 독일어를 완전히 이해하진 못해도 이건 은행에게 보내는 레터다. 한국의 그 틀에 짜맞춰진, 인쇄버튼만 누르면 되는, 증명서라는건 존재하지 않는다. 집에 도착해서 구글 번역기를 돌려보니 이런 내용이다. 이 학생은 5월 9일부터 우리 학원에서 독일어를 배우고 있는 학생입니다. 첫 코스는 잘 끝냈고, 지금 두번째 코스를 듣는 중이며, 이 학생이 학생 계좌를 만들 수 있게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ㅁ;ㄴㅇ리ㅏㅁ얼 ;매ㅑㅕ3ㅁㄷ0ㅔ ㅇ'ㄿㅁㄷㅇㅍㄴㅇ라ㅓㅁㄴ ㅓㅇㄴㄹ 이거 아니잖아....



검색해보니, 독일은 이런 증명서를 발급받을 때 수신처를 기입하는게 관례라고... '학생만 살 수 있는 집으로 이사가기 위해서 학원생이라는 증명서가 필요하다'는 말을 미리 작문한 후, 외워서 다시 증명서를 받아야겠다. 이사하는게 쉽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또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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