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구황작물이 싫다. 부유한 적은 없었어도, 특별히 가난하게는 살아보지 않았던 탓에, 나는 가난함을 모르고 자랐다. (혹시나해서 붙이자면, 문장 그대로이니 오독하면 곤란하다. 글자 그대로일뿐이다. 가난을 폄하하지고, 나의 삶을 자랑하지도 않았다. 자랑할 만한 삶을 살지도 못했다.) 무튼, 그래서 나는,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강렬했던 특정 기억들이 가난함과 닿아있다. 그 중 가장 큰 부분이 바로 많은 소설들에서 읽은, 구황작물인 감자와 옥수수로 기근을 버틴 그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몰입을 잘 하는 편인데(쉽게 잘 빠지는 장점이자 단점이 있다), 감자와 옥수수를 특별히 많이 먹어보지 않았었던 어린 나이에 이미 감자와 옥수수는 전쟁이 생각나는 그런 먹거리로 받아들이게 됐다. 이상한 일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 나이에 왜 전쟁소설을 좋다고 그렇게 읽었는지 모르겠다. 어릴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너무 다른 사람이다. 너무 다른 존재지만, 어릴 때의 내가 현재의 나를 만들긴 했다. 무튼, 구황작물은 맛있을 수는 있는데 살을 찌우고 배부르다. 너무 싫은 존재들이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요즘 매일 감자를 주식으로 먹고 있다. 특별한 이유는 아니고, 그냥 밥은 하기 싫은데, 뭔가 조금은 속이 든든해야하니 탄수화물은 섭취해야할 것 같아서 뭘 먹어야할지 마트를 둘러보니, 독일인들은 감자를 굉장히 다양하게 먹고 있었다. 크뇌델은 날이 살짝 쌀쌀할 때 아침에 그거 한두개 먹고 학원가면 세네시간은 거뜬히 든든했었다. 요즘은 감자튀김;을 주식으로 먹으며 지내고 있다. 감자튀김인데 당연히 맛있는거 아니야??? 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한국에서도 감자튀김은 특별히 즐기지 않았다. 맥주 마시러 가서 안주로 감자튀김 주문하면 내게 결투신청하는거였다고... 뭐 맥런치는 봐줌, 싸니까.



나를 먹여살리고 있는 REWE의 저가 브랜드 Ja! 총 세 종류의 감자튀김을 만들어낸다. 맥도날드 감자튀김과 같은 그 감자튀김은 1키로에 0.79유로, 다른 두 종류는 1키로/750g1.09유로씩. 이 큰 용량들의 가격이, 약 1500원정도라는 셈이다. 맥도날드 감자튀김은 1000!!! 어떻게 주식이 안될 수가 있냐 이거에요... 집에 진짜 좋은 오븐도 있어서 기름 하나도 안넣고 매일 감자튀김을 오븐에 구워낸다.




오븐에 구워내면, 원래 있는 기름들이 오히려 빠진다. 그래서 저 베이킹용 종이를 깔고 오븐에 굽는다. 감자튀김 각각도 다 맛있고, 하인즈 케챱도 열일한다. 원래는 가장 싼 맥도날드용 감자튀김만 한 달간 사먹었는데, 동생이 오는 기념으로 조금 비싼, 그래봐야 1500원정도인 다른 감자튀김도 샀더니 너무 맛있는거다. 오천원도 아니고 오백원 정도는 쓸 수 있으니까, 오백원 더 들여서 감자튀김 세 종류를 다 구비해놓기로 했다. 이 푼돈에 삶의 질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씨리얼 섞어서 먹어야 맛있다고 알려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알려주신 삶의 팁을 응용해서 저는 감자튀김도 섞어먹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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