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울적한 이야기는 모두 종료!


그간 여기저기 다닌다고 열심히 다녔지만, 스페인만 기록에 남겨둘 예정이다. 스페인에서의 닷새만 얘기해도 가을까지 얘기해야한다. 많은 독일인들이 왜 스페인으로 휴가를 한 달 씩 다녀오는지 너무나도 알 것 같았던 여행이었다. 차근차근 적기 전에, 새로운 카테고리 개설을 자축하며 스페인 먹부림 사진 열 한장을 나름 엄선해서 먼저 올린다. 기억이 너무 잊혀지기 전에 사진과 글을 몽창 다 올려야할텐데 걱정이 앞선다. 세비야 34일, 바르셀로나 23일간의 먹부림 중 일부.


(식당 이름과 메뉴, 가격은 추후에 올릴 포스팅에서 상세히 적을 예정.)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과거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 나쁘다고 하기엔 기쁘고, 기쁘다고 하기엔 내가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며 잘못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반성과 후회를 하게 된다. 물론 3분짜리 반성과 후회지만.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서 굳어버린 만년필을 세척했다. 오랫동안 따뜻한 물을 흘려보내도 굳은 잉크는 계속계속 녹아져나왔다. 9개월 가량을 쓰지 않았으니 너무나 당연히 꽉 굳어있었다. 그렇게 만년필을 손에 쥐니 무언가 쓰고싶어졌다. 별 의미없는 것들을 적어가며, 영어단어도 휘갈겨가며. 아무래도 내 일상의 하나였던 우표를 사야겠다. 논리 그런거 없다. 돈을 쓰면 즐겁다. 벌지 않는 인간이 쓰는 것만 즐기는 것은 죄악이지만, 나는 이미 죄인이다.



우체국에 들어가면서 문득 든 생각은, 나에게 불친절하고 무례하게 대하던 그 직원이 창구에 있으면 어쩌지 싶었다. 나는 그 사실조차 다 까먹고 있었다. 내가 숫자를 독일어로 제대로 말하지 못해서 이상한 발음으로 우표를 구입하려할 때마다 한숨을 쉬던 그 직원. 그 직원의 존재가 떠오르면서, 그냥 다시 나갈까 싶었다. 하지만 우표 판매창구로 가는 도중, 간이 창구가 하나 생겼길래 봤더니, 그 불친절한 우표 판매 직원이 거기에서 보험을 팔려고 호객아닌 호객을 하고 있었다. 왜 이렇게 기쁘지? 게다가 우표 판매 창구에 갔더니 나에게 친절했던 그 직원이 여전히 창구에 있었다. 예전처럼, 핫핑크색 손톱을 하고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 후, 내 차례가 되었을 때 뜻밖의 인사를 들었다. 


Ich habe Sie lange Zeit night gesehen. (직역하면, 나는 너를 엄청 오랫동안 못봤었어!! 정도)


나를 이렇게 기억할 줄 알았다면, 뭐라고 대답할 말을 준비해서 갔을텐데 생각지도 못한 친근한 인사라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다. 오랫동안 못봤는데 지금 좋아보인다 좋은 일 있나봐!! 라고 말을 덧붙인다. 좋은 일이 있던가? 이제 방에서만 있지 않는다는 그 자체가 내겐 좋은 일이긴 하다. 하긴 그랬지, 나는 매달 우표 발행일마다 우표 사러 오는 아시아인 여자였지. 침대에서 누워서 지내느라 나의 상황을 잠시 잊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독일어를 해대며 저 반가운 인사에 대한 대꾸를 했지만, 내가 하고 싶던 말은 10%도 채 못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괜찮다.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이 도시에 있다. 정신을 놓지 말고 살아내야한다.

가수 호란이 2015년에 썼던 글을 몹시 좋아한다. (이 글을 꼭 읽고 제 글을 읽어주세요, 꼭이에요). 따로 제목이 있진 않지만, 글을 다 읽고 나면 특정 문장을 자꾸만 입으로 소리내어 말해보게 된다. "나무는 고통을 정서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나는 그간 많이 아팠다. 어떻게든 하루 한 끼는 먹으며 살았지만, 행복한 일도 즐거운 일도 딱히 없기에 인스타그램도 티스토리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위에 링크한 호란의 글 속에서처럼 나는 주변사람들과 영혼없이 웃고 떠들었고, 속으로는 웃고 떠드는 내 자신을 또 혐오하고 가여워하고 있었다. 나는 언제쯤 아프지 않을까, 언제쯤 조금 정상궤도의 삶을 살 수 있을까 바라고 기다리면서 그렇게 시간을 문자 그대로 죽이고 있었다. 왜 이렇게까지 힘들어야하는지, 알지 못했다. 다들 그렇게 독일겨울이 힘들다고 하기엔 나는 이미 작년 가을즈음부터 고장이 났었다. 그리고 왜 그 상태가 되었는지 모른 상태로 하루하루 한달한달 그리고 무려 세 번의 계절이 지났다. 나는 최근 그 이유를 알게 되었고 스스로가 또 너무 한없이 가여워서 살 수가 없었다. 진작 알았어야했는데, 미처 알지 못했던 내 자신이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작년 이맘때의 나는 독일어에 허덕이고 있었다. 재밌지만 재미있지 않았던 새 언어 배우기. 그리고 늘지 않는 실력. 매달 530유로씩이나 내야하는 비싼 학원을 다니면서 전혀 달라지는게 없어서 괴로웠다. 공부는 재밌지만, 공부를 했지만 대수롭지 않은 결과에 매번 괴로웠다. 그렇게 독일어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학원 수업 진도의 속도에 비해 내 스스로의 공부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학원을 잠시 그만두었고, 나는 다시 학원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만두고서야 느낄 수 있었던 너무나도 당연했던 점은, 강제적으로 매일 3시간씩 듣던 독일어는 생각보다 효과가 꽤 좋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언어를 잃었다. 독일어도 못하면서 무슨 언어를 잃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주변 환경이 한국어가 아닌 상태였기에 나는 언어를 잃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밖을 나가면 모든 곳에서는 독일어가 들려오는데, 나는 분명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은 삶을 세 계절이나 보냈다. 2011년에 구입한, 낡은 노트북이 켜지지 않는 날이 많아졌고, 굳이 켜지 않다보니 켜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문제는, 핸드폰을 새로 깔면서 각종 앱 연동에 문제가 생겼다. 다른 앱들은 뭐 어떻게든 찾으면 되는거였는데, 카톡은 이전에 쓰던 번호가 필요하다고 한다. 개인적인 사정과 유난유난 개유난으로 한국에서 쓰던 번호로 카톡을 가입한 적이 없었던 나는, 사흘에 한번 꼴로만 켜지는 노트북에서만 카톡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부모님과 연락하는 것도 뭔가 죄송스러워서 연락을 뜸하게 했더니, 동생에게 와츠앱(외국 메신저)으로 '엄마가 누나랑 연락이 안된대'같은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행복하자고 결정한 독일행인데 많은 사람에게 걱정을 끼쳤다. 결국, 핸드폰에는 독일 번호로 새 카톡을 깔아야만 했다.


놀랍게도 최근 차차 상태가 좋아졌고, 그 이유를 다양히 찾아본 결과, 아마 상태가 좋아지는 것의 시작은 모국어로 쓰여진 새로운 책을 읽었을 때 즈음이었던듯하다. 사실 모국어로 된 책이 나를 치료했다! 고 하기엔, 게으름부리며 + 특별히 도움이 되지도 않는거 같은데 매달 수십유로의 돈이 아까운 마음도 들고 해서 그간 먹지 않았던 영양제를 다시 챙겨먹기도 했다. 그리고 거의 1년을 고장난 씽크대로 살다보니 집에서 요리를 안해먹게 되었었다. 최근, 집 관리인이 씽크대를 고쳐줘서 더 이상 화장실에서 사방천지에 물 튀어가며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된 점도 큰 변화이다. 물론, 열흘 전쯤부터 해가 쨍쨍해진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무엇 하나가 그간의 무기력함의 절정 속에서 죽고 싶지만 죽지도 못하는 상태에 있던 나를 다시 살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복합적이게 보이는 다양한 이유 속에서 가장 첫 부분에 있는건 역시나 모국어로 된 책이다. 참 이상한 점은 나는 활자에 중독된 사람이라 트위터를 너무 좋아하고, 한국어로 된 뉴스도 매일 잘 읽고, 한국 예능을 같이 보며 웃을 수 있는 남자친구도 있고, 종종 같이 밥먹자거나 커피마시자거나 하는 지인도 있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니 사실 큰 도움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모국어 굶주림을 채워주지 못했던 것 같다. 1년 만에, 모국어로 쓰여진 소설을 읽고 나니 그 잊고 있었던 행복함의 게이지가 쭈욱 채워졌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 들르게 된다면, 다른 무엇보다 크레마를 꼭 사올 것이다. 종이책은 독일에서 구하기도 어렵고 짐도 되니 어쩔 수 없지만 모국어로 된 책은 꼭 꾸준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기간의 한정이 있는 비자로 살아가는 외국인 신분이면서 세 번의 계절을 이렇게 흘러보낸 것은 엄청나게 멍청한 짓이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다.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



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만하임으로 어학을 하러 오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작년에 온 내가 이제 누구를 데리고 관청을 가기도 하고 특히 슈페어콘토 관련된 것을 이것저것 알려줄 일도 생기게 되다보니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정리를 다시 하려다가,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어학원에 대해서 써보려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만하임 대학교 어학원에 대한 것을 먼저 쓰고, 제일 먼저 다녔던 EIMS, 그리고 (다녀보지는 않았지만) 아벤트 아카데미에 대해서도 한두줄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만하임은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는 않다. 물론 프랑크푸르트에 비해서는 저렴한 편인데, 같은 집이어도 작년에 계약하는 것과 올해 계약하는 것의 가격이 다르다. 만하임의 경우에만 그런 것은 아니고, 어쩌면 다소 생소한 개념인데, 같은 아파트의 같은 평수의 방이어도 가격이 전부 다 다르다. 새로 계약할 때마다 15~20유로 정도의 금액이 더 올라가는 독일의 월세 계약내용이라 그렇다. 예를 들면, 내 방의 경우 만하임 시내의 학생기숙사이고 24크바이다. 나는 작년 7월, 밤미테 350유로에 방을 계약했다(전기세 별도). 내 이전 세입자는 330유로에 계약을 했었고, 내 방에서 내 다음에 살게될 세입자는 360~370유로에 방을 계약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대부분의 방은 가격이 같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만약 어떤 방은 6개월씩 세입자가 바뀌고, 내 이전 세입자처럼 어떤 방은 2년을 쭈욱 살았다고 생각하면, 그 두 방은 이미 80유로의 월세차이가 나는 것이다. 물론 6개월씩 바뀌는 경우에는 20유로가 오르지는 않는다고 알고 있다. 기간에 따라 올라가는 금액은 조금 차이가 있지만, 이전 세입자에 비해 막 50유로를 올리거나 하는 경우는 없다고 들어서 그 방에 쭈욱 오래살았던 세입자가 있는 방은 상대적으로 금액이 낮을 수 밖에 없다.


아휴, 어학원 얘기하려고 했는데, 다들 집 구하기를 어려워해서 이렇게 집 얘기를 또 했다. 무튼, 20175월 현재 만하임 대학 부설 어학원의 한달 학원비는 550유로이다. 첫달은 550유로이고 두번째달부터는 530유로를 내면 된다. 갱장히 비싸고 비싸다. 그래서 작년 봄에 만하임에 아베체데도 모르고 도착한 나도, 너무 비싸서 우니 부설 어학원 등록하는 것을 멈칫했다. 그리고 나는 어쩌면 내 인생 전체를 압축할 수 있는 말인 "쉬운 길은 다 제끼고 돌아가는 길을 좋아하는 삶"에 또 한 몫했다. 우니 부설 어학원을 다니면서, 내가 작년에 여기를 먼저 등록했다면 더 잘 배울 수 있었을텐데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뭐 후회하면 무얼 하겠냐만은-


우선 만하임 우니 부설 어학원은 이미 5월 즈음에 내년 수업 계획이 전부 다 공개된다.

2017Kurstermine http://www.daf.uni-mannheim.de/de/intensivkurse_deutsch/kurstermine_2017/

2018Kurstermine http://www.daf.uni-mannheim.de/de/intensivkurse_deutsch/kurstermine_2018/

작년 중순에 485유로에서 500 초반으로 오르고 올해 한방에 550으로 오르더니 내년은 동결인가보네...

가장 비쌀 때 학원 수업 듣는, 돈지랄하는 보람^^...


수업 일정과 DSH 시험일정을 같이 보면 알겠지만, 수업 날짜 자체가 아예 DSH 시험에 딱 맞춰져있다. 그리고 독일의 5,6월은 휴일이 많아서 기간이 살짝 길어보이지만 정확히 수업일은 20일이다.


만약 내가 20179월에 시작하는 수업을 듣기 원한다면, 나는 825일까지 등록을 마쳐야한다(Anmeldeschluss). 그리고 94일 월요일 오전 9시에 L15,14로 가서 반배치고사(Einstufungstest)를 봐야한다. 한국에서 B1까지 공부하고 왔다고 해서 바로 B2나 B1를 들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말자. 시험지를 받아보면 다소 심약한 사람은 꽤 곤란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시험지를 받은 후 5분쯤 혹시 내가 A1부터 다시 듣게되는건 아니겠지.. 라는 생각마저 들 수 있다(내 경우). 바로, 첫 페이지가 작문이기 때문이다. 그냥 작문도 아니고, 주제는 한줄로 주어지고 그것에 대해서 쓰라고 A4 한페이지가 할애되어있다. 그리고 나는 배점이 40%?였던 작문을 거의 날려먹었기때문에 (퍼센트가 확실치 않은데 40%였던가 60%, 거의 절반 가까이의 퍼센트였고 충격이 너무 커서 정확히 기억도 안난다.) 한국도 아닌 독일에서 B1까지 들었지만, 내 수준은 A2라는 평가를 받고 충격과 공포...


아예 하나도 모르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의 독일어 레벨보다 한두단계쯤은 낮은 반으로 배정이 되는데, 그래서 불만을 가지는 경우도 꽤 있는걸로 아는데, 이건 수업에 들어가보면 깔끔히 사라진다. 내 경우에는 첫날은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듣고 첫날 수업이 마치면 오피스에 가서 하다못해 A2,2로라도 좀 올려줄 수 없냐는 얘기를 하려고 가려했는데, 첫 날 수업을 들어갔는데 어쩌면 난 이보다도 더 아래반에서 시작해야하는건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수업을 같이 들었던 학생들이 다 뛰어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A2인데 다들 독일어로 말하고 있었다. 그것도 몹시 빠른 속도로. 이게 뭐지.. 그렇게 20171월, 만하임 우니 부설 어학원에서 A2,1부터 시작했다.



내가 EIMS를 다녔을 때, 단 한번의 중간시험도 승급시험도 본 적이 없다. 이것은 분명히 EIMS의 시스템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하임 우니 부설 어학원은? 매주 단어시험이 있고, 2주째에 중간시험(Zwischentest), 4주째에 종강시험(Abschlusstest)가 있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과정을 들을 수가 없다. 시험은 네 영역 모두 다 치뤄진다. 듣기/읽기/쓰기/문법, 그리고 매주 단어시험은 보너스. 듣기와 읽기 / 작문과 말하기 / 문법과 단어, 이렇게 세 영역으로 묶어서 평가된다. 첫 달이 끝난 후 받았던 성적증명서이자 수료증 http://fromde.tistory.com/244


B1,1쯤 올라오면, 이미 시험을 못봐서 못올라오는 학생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살벌하게 어려워진다. B1를 제대로 안해두면 독일어가 발목을 잡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발목이 잡혀있다..... 무튼, B1,1때의 공부량은 실로 어마어마한데, 어학원을 다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엄청 바쁘다. 심지어 나 혼자하는 공부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학원에서 내준 숙제를 다 하는데 한 세시간쯤 걸리고, 그 날 배웠던 것들 - 심지어 통째로 다 복습하는 것도 아니고, 단어만 새로 다 찾아보는데도 한나절이다 - 을 복습하다보면 해가 진다. 이걸 쉬지않고 하다보면 진짜 진이 빠진다. 꽤 많은 학생들이 B1,2까지 마치고 Pause(자체방학)을 한다고 한다. 나도 그 중 하나이다. 그래서 B2,1부터의 얘기는 없다. 듣지 않았으니까!!!




파우제를 하고 스스로 공부하겠다는 결심은 이미 자연발화된지 오래.. 대체 언제 공부했었나 싶을 정도로 신나게 매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잘 놀고 있다. 세상에 아무것도 안해도 이렇게 잘 놀 수 있다니...를 느끼고 있달까.


이 글을 처음 썼을 때의 제목은 "만하임 대학교 어학원에 대하여"였다. 그런데 다 쓰고 나니 너무 만연체이고, 이건 만하임 대학교 어학원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4개월간 우니 부설 어학원을 다녔으나 따라가지 못하고 자체방학을 해야했던, 부진아의 넋두리정도라서 제목을 바꿨다.

"만하임 대학교 어학원 부진아의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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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 떠나는 베를린 여행! 급 가게되는거 치고는 꽤 저렴한 가격에 티켓을 구입했고, 무려 만하임 - 베를린 왕복을 19유로에 다녀올 수 있었다. 개이득. 시간도 겁나 이득이었다. 새벽 한시에 만하임에서 출발해서 베를린에 오전 9시에 도착하는 기차. 여태까지 모든 여행은 플릭스부스를 이용했는데, 뭔가 베를린은 기차로 오고 싶었다. 이유는 베를린을 가본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베를린 버스터미널은.. 강변터미널같은 느낌... 너무 구리고 구리고 구리다. 베를린 기차역은 삐까뻔쩍 서울역의 느낌 가득.


기차에서 내내 인스타와 인터넷과 인터넷을 했더니 배터리도 별로 없고 우선 어딜 가기 전에 앉아서 찌끔 쉬고 싶어서, 내 영혼의 고향, 와이파이가 짱짱한 스타벅스를 찾았다. 그런데 베를린 중앙역 스타벅스는 의자가 없다... 의자 주세요... 그리고 너무너무 정신없었다. 여길 갈 수는 없겠네, 다른 까페가 있겠지! 하고 한 층 더 내려가니, Einstein Kaffee!! 이미 프랑크푸르트에서 가본 곳이고, 와이파이 짱짱하고 콘센트도 있는 까페라 들어갔다. 그리고 새벽 내내 자다 깨다 자다 깨다 달려온 나를 위해 에스프레소 마끼아또 한 잔!



벽의 사진이 힙- 해서 소파 위에 에스프레소 잔을 올려두고 찍어봤다. 베를린에 왔으니 힙스터처럼!! ㅋㅋ




그리고 오자마자 구입한 베를린 엽서 다섯장과 가져온 우표들을 놔두고 사진을 찍었다.

이 엽서는 쓸 시간이 너무 없어서 두 장만 겨우 쓸 수 있었다는 슬픈 이야기...




베를린 힙스터들이 다 모인다는 유명한 브런치 까페! Distrikt Coffee

차이라떼를 주문했는데 컵 사이즈가..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싸우고 싶었지만 옆테이블들에서 나오는 메뉴들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메뉴 이름 뭔지 모르겠는데... 계란을 반숙으로 요래요래하고 아래에는 아보카도랑 토마토가 이케이케 들어가고




그리고 이건 핫케이크-



두 명씩 온 사람들 전부 다 이 조합으로 먹고 있었다. 역시 좋은 선택이었다며. 물론 너무 맛있기도 했다며.


Distrikt Coffee

Bergstrasse 68 Berlin, Germany 10115



그리고 저녁은 술도 살짝 곁들여야지! 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맥주를 마셨는데, 어머 맥주가 너무 맛있고 맥주 세 잔쯤 마시니까 칵테일을 마셔야할 것 같고 뭐 그런 술이 술을 부르는 이유로 계속계속 마시다보니, 1년간 독일에서 외식으로 쓴 돈 중 가장 많은 돈을 지불했다. 대략 9만원......... 아이고 미친년....... 싶었지만 즐거웠으니까 됐다....





동행과 내가 칵테일을 계속 물처럼 마시고 있으니 이런 20ml짜리 샷잔에 술을 또 서비스로 줬다.

왜??? 이거도 더 빨리 마시고 취해서 칵테일 더 시키라구?? 그러지 뭐 꿀꺽꿀꺽




그렇게 두 잔씩 더 얻어마시고 정말 장렬히 전사... 어떻게 대중교통을 탔는지 기억도 안난다. 띠로리..



Schnitzelei

Röntgenstraße 7, 10587 Berlin


햇살이 끝도 없이 좋던 날, 프랑크푸르트 마인강 근처에서 피크닉을 했다.

바리바리 싸들고 간 피크닉이 아니라, 즉흥적으로 간거라 맥주 한병씩에 감자칩뿐이었지만

햇살이 한없이 좋아서 모든게 그저 다 좋았다.


남친이 맥주와 감자칩을 사러 간 사이에, 쇼핑한 것들을 주섬주섬 널어놓았다.

별거 안샀다고 생각했는데, 참 많이도 샀다... 참 많이도...

향수와 러쉬 배쓰밤, 그리고 너무 사랑하는 로네펠트




JEVER!! 영원히 사랑해!!! 

독일 오시는 분 중에 맥주를 좋아하는 분들은 예버를 꼭 드셔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프푸 백화점은 이용 금액이 아예 정해져있다. 1유로를 줘도 50센트를 자동적으로 막 거슬러줌..

여자칸이 딱 두개라서 줄이 한없이 길다. 근데 돈을 주고도 갈 수 있는 화장실이 많지는 않아서 다들 여기를 많이 간다. 우선 깨끗하기도 하고.

하지만 나는 합바헤의 맥도날드 화장실을 간다! 거긴 걍 30센트만 줘도 되니까.




라멘을 먹고 싶다고 노래하길래 라멘집에 왔다. 국물 찐한거 봐...

하지만 이럴수록 오사카를 가고 싶어서 병이난다는 것도 또한 사실이다.



주말에 재외투표하러 가려고 했는데, 이래저래 고민되는 사항이 워낙 많아서 더 고민하기 싫은 마음에, 평일에 무리해서 다녀왔다. 투표하기 직전의 한 시간이라도 좀 더 생각해볼까 해서 날씨도 선선하고 터벅터벅 걸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프랑크푸르트 대사관까지 도보로 한 시간정도 걸리는 거리에 위치해있다. 


쭈욱 마인강변을 따라 걷다가 슥슥 들어가면 되는군! 하고 간단히 생각했지만, 당연하게도 간단하지 않았다.




강 위의 다리를 건너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그 이유로 나는 서울에서 지낼 때 합정에 살았고, 합정 - 당산 이 구간을 굉장히 좋아했다.







한참을 걷다보니, 알디가 보였다.




그리고는 레베와 리들. 세 마트가 다 옹기종기 모여있었고, 세 마트의 규모가 모두 다 컸다. 동네 정말 짱이네...




재외국민 투표 안내문에 "쌍둥이건물"이라고 씌여있었다.

그래서 처음 본 이 쌍둥이 건물을 보고 와 대사관이 이렇게 좋은 건물에 있다니 와.. 했는데, 그럴 리가 없었다.




이 건물에는 LG가 있다. 새삼 겁나 부럽네...




쌍둥이 건물이긴 한데 뭔가 음... 할말않하.... 태극기로 대사관 건물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 좀 제발 오지 마라... 독일 날씨로는 드물게,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외국에서 보는 한글은 몹시 반갑다. 그것이 비록 정부기관일지라도.




아무래도 평일이다보니 대기없이 바로바로 투표할 수 있었다.




(글을 쓰는 현재 530일, 이미 새 대통령이 정해진 시간에 이 글을 쓰니까 기분이 이상하지만, 쓸 건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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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바오에서 마테를 샀다. 좀 많이 샀다. 그리고 너무 당연하게 세관에 걸렸다. 같은 상품으로 구매한 것은 책모양 마테 세 개뿐인데, 판매자가 테이프 54개 이렇게 적어서 보냈다. 물품 들여오다가 놀랬을듯. 얘는 뭘 믿고 54개나 똑같은걸 산거야? 세금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인가? 했겠지. 무튼. 세관에 걸려있으니 세관에 갔다. 인보이스를 같이 갖고 가야하는데, 또 너무 쓸데없이 가격을 낮춰서 적어줬다. 마테는 독일에서 한 롤당 3유로정도 하는데(한국은 1유로 정도), 중국은 0.3유로 정도이다. 그런데 안그래도 독일의 10%에 불과한 가격을 또 낮춰서 0.03유로라고 적어서 인보이스를 발행했다. 애초에 내가 산 금액은 면세금액 안이라서 아무 문제없는데, 물품 총 금액을 $15로 적어서 인보이스를 발송했다. 아 그거 아니라구요... 안그래도 의심사고 있는데, 인보이스도 찜찜하니까, 이거 회사에서 쓰는거니? 집에서 쓰는거니? 라고 묻는다. 독어를 제대로 듣지 못하기때문에, 내가 이해한건, 회사에서 구입한거니? 집에서 보낸거니? 하... 왜때문에 나의 독어는 이지경인지...


너무 당당히 회사!!! 이렇게 대답해서 그런지, 상급자로 보이는 직원이 다시 묻는다. 그제서야 아... 내가 잘못이해했구나ㅠ 하고는 아니아니 집!! 집!!! 이랬더니, 집이라고? 집에서 테이프 54개를 쓴다고??????? 라고 되묻는다. 이거 다 다른거에요!!! 뜯어서 보여줄께요!!! 라고 외쳐야했다. 그렇게 박스를 뜯고는 54개 중 다섯개쯤 꺼냈을때. 오케이 알겠어. 여기 싸인해. 이제 가도 돼. 휴...




지나친 친절로 마테 54개를 보내면서 무게 0kg, 금액 1$로 기입해준 타오바오 판매자님.

너무 당연히 세관에 제일 먼저 잡힐 대상이 되어주었다.




떼샷! 무슨 말이 더 필요하죠...? 마테, 너는 러브. 너는 개미지옥.




정리를 쭈욱 해볼까나? 휴. 정리함이 없네. 정리함도 하나 사야겠네^^....




그리고 어떻게든 뭐라든 어디에든 쓰고 싶어서 책 마테를 꺼내서 Schmitt & Hahn 서점 오픈 175주년 기념 노트에 붙였다. 제일 아래쪽 한바퀴만 둘렀는데, 그 위에도 공간이 오묘히 남길래 둘렀더니, 은혜로운 책이 두 줄! 까리함은 다섯배!!! 너무 좋다 진짜... 마침 오늘의 필사 페이지도 제인에어라 더 뻐렁치는 마음으로 다같이 오늘의 한 컷-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아닌, 그르니에 전집의 첫 번째 책. 섬. 알베르 까뮈를 좋아한다고 자주 말했지만, 그가 영향을 받은 사람은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까뮈 그 자체만으로도 내게는 너무 충분했다. 심지어 잘생겼으니 퍼-펙트. 민음사의 이번 이벤트인 손끝으로 문장읽기(이전 글 읽기)에서 까뮈와 그르니에의 몇몇 책이 선정되었다고 해서, 단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지만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골랐다. "섬"


모국어로 씌여진 새 책을 읽은게 반년만이라, 프랑크푸르트에서 책을 전해 받자마자 세 시간도 채 안되어서 후루룩 읽었다. 문자 그대로 "후루룩" 읽었다. 쉽게 쓰여졌다고 생각했기에 크게 생각지 않고 훅훅 넘어갔다. 하지만 두 번째에 필사를 하면서 천천히 읽기 시작하니, 문장 하나하나가 다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읽었던 문장을 손끝으로 다시 읽으면서 책 전체를 필사하고 있다. 



많은 문인들과 수도자들이 필사를 한다고 알려져있다. 문인들은 좋은 문장을 배우기 위해서, 수도자들은 수도를 위해서. 나는 그 두 목적 모두를 위해서 매일 필사를 하고 있다. 마침, 4 24일의 세계문학캘린더가 비어있는 페이지라서 이 책에서 내가 좋아하는 부분을 넣어봤다. 그리고 마지막 날인 오늘, 26일, 책 전체를 다 베낀 노트를 촤라락 넘기는 영상을 찍으려했는데, 캐리어를 분실하게 되어서 지금 책이 내게 없어서 필사를 몇 일 못했다. 고로 나는 다음달에도 이 책을 베껴쓰고 있을 예정이다. 오늘 오픈한 민음사의 다른 이벤트인 밑줄긋고 생각읽기에 떨어져서 이렇게라도 혼자 뭐라도 해보려는건 아니다. 아니 맞다. 그 이벤트에 대기할 수 있게 되면 (독일과 한국의 시차 상 이벤트가 오픈되는 시간은 학원가기 직전이라 제일 바쁜 시간이다...) 민음북클럽과 같이 신청해서 이번에는 DHL로 받아보려했는데, 그런 것까지는 제발 좀 하지말라는 하늘의 뜻인지 오늘 오전에 정신없이 바빴었다. 무튼, 그렇게 나는 다음달에도 이 책을 혼자 꿋꿋히 필사할 것이고, 책 한권을 다 쓰고 나면 단 하나뿐인 내 글씨로 씌여진 장 그르니에의 "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벌써 설레인다.



가난한 사람에게 병이란 여행과도 같은 값을 지닌 것이며 병원 생활이란 그 나름의 으리으리한 고대광실 생활이다.

만약 부자들이 그걸 알았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병에 걸리지 못하게 했을 것이다.


책을 읽지 못했던 몇 달간 참 많이 아팠다. 그리고 책과 함께하고 있는 최근 세 달은 매일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비록 읽었던 책을 외울 정도로 또 읽고 또 읽고 하고 있다는게 조금 속상하지만. 그래서인지 5월 중순쯤 집에서 보내줄 택배 안의 민음사의 몇몇 책들이 더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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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일월 사흘을 프랑크푸르트에 있었다. 뭐, 있었던건 잘못된게 없다. 다만 과음을 했고, 필름이 끊겼고. 예...

 가장 큰 실수는, 바로 제목의 행동. 프랑크푸르트에서 만하임 오는 고속버스에서 캐리어는 버스 짐칸에 그대로 냅두고 내 몸만 달랑 내렸다. 불행중 다행이게도, 내가 탄 버스가 쮜리히나 어디 헝가리까지 가는 노선이 아니라 정말 다행. 내가 탄 버스의 운행도시는 함부르크 - 칼스루에. 최종 목적지인 칼스루에는 만하임에서 차로 한시간 반 정도의 거리에 있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에게 SOS를 보냈고, 직접적으로는 알지 못하고 건너건너 아는 사람의 도움을 받게 됐다. 그리고 보내온 사진들.



1. 내가 이런 모양의 캐리어라고 보낸 사진. 하이델베르크 로테 게스트하우스 문 앞.




2. 버스에서 찾은 직후




3. 트람타고 집에 가는 중




4. 손님 침대에서 자는 캐리어



정신 좀 제발 챙기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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