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필사하는 것을 몹시 좋아한다. 여태 전체를 필사했던 책은 무진기행 한 권뿐이지만, 언젠가는 매일 30분 정도는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필사하면서 지내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지난해에 민음사에서 처음 시작한 "손끝으로 문장 읽기"라는 이벤트. 출판사답게 이벤트 이름부터 이미 까리하다. 그리고 참여인원은 선착순 100명. 1회 때 선착순에 드는 것에 실패하고, 2회 때는 바빠서 확인을 못했었고, 이번이 3회째. 너무 좋아하는 알베르 카뮈와 그 카뮈가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알려진 장 그르니에, 이번 손끝으로 문장읽기의 작가는 그 둘이다.


한국에서도 선착순에 드는 것에 실패했었는데, 이 느리고 느린 독일인터넷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아예 알람을 맞춰두고 대기탔다. 선착순은 십여년 이상 콘서트 광클로 다져졌기에 한국에서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독일의 느린 인터넷때문에 자신은 없었다. 너무 당연히 정시 전에 로긴을 미리 해두려는데, 세상에... 휴면회원... 독일에서 1년 정도 있었더니 대부분의 한국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휴면회원 처리가 되어있었다. 아예 새로 가입하려는데 나는 아이핀도 내 이름의 한국 휴대폰도 없다. 아- 어쩌란 말인가.


한국에서 독일로 이 책을 배달해주기로 했었던 지인에게 SOS를 날렸다. 내가 말한 그 선착순으로 대기타서 책 사는거 (이렇게밖에 설명 못함 ㅋㅋ;;) 하려는데, 내 회원정보가 없고 휴면회원이 되있더라. 그러니 네 이름으로 민음사 가입 좀 하자고... 인증번호 하나만 받아줘.... 제발.... 어리둥절해했지만 내가 너무 부탁을 하니까 걍 해줬다. L군에게 겁나 고맙다. 그렇게 내 이름이 아닌 타인의 이름으로 민음사 웹사이트에 가입했다. 서버시간;을 확인해가며 정각에 눌렀지만, 서버가 뻗었다. 음ㄹ이라;머이 함;ㅕㅈㄷㄱ매 ㅕㅎ;맞ㄹㅇ ;ㅁ


뻗은 서버 한두번 보는 것도 아니고... 다른 메뉴들은 대충 되는거 보니 딱 그 페이지만 뻗었길래 침착히 기다렸다. 그리고 감격스럽게 성공!




이벤트 안내 페이지.





그리고는 이 책을 받겠다고 프랑크푸르트로 나갔다. (나갈 일 없었음...)

나는 정해진 6권의 책 중 "섬"을 골랐다. 무슨 책인지 전혀 모르고 제목으로 책을 선택하는건 언제나 신나는 일이다.


작년인지 제작년인지 모르겠지만, 민음사에서 작가노트도 증정한 적이 있었다. 그 노트들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난 개인적으로 출판사에서 만드는 노트들을 다 좋아한다. 책을 만드는 곳이라 종이 퀄리티 개짱) 독일까지 짊어지고 왔는데, 이렇게 또 나의 인스타 사진을 위해 열일해준 아이템도 됐다.




첫 필사 과제 제출 시에는 한문장만 적었는데, 책이 너무 좋아서 한 문장만 적을 수 없었다. 노트를 한 권 샀다. 그리고 Beck's- 캬-




책 전체를 필사해볼 예정이다.




매일 아침 세계문학캘린더를 필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는데,

(세계문학캘린더 필사 전용 내 해시태그 #Ria_Daily, https://www.instagram.com/explore/tags/ria_daily/)

이젠 세계문학캘린더의 한 문단을 쓰고 나서, 장 그르니에의 '섬'도 필사하기 시작했다.


주말은 치즈케익이라는 특식이 나를 기다린다!! with 냉침한 히비스커스.




하이델베르크에 갔을 때 누워서 책 읽다가 풍경이 너무 좋아서 찍어봤다. 하늘이 어찌나 맑고 파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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