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하임의 이 좋은 아파트에서 산지는 65일째


두 달 딱 지내니까 이제 거의 완벽히 이 집과 주변에 적응했는데, 다음 주에 이사를 앞두고 있다. 독일의 집값은 상상을 초월하게 비싸다. 얼마인지는 말할 수 없지만 비싸다는 말은 할 수 있다. 그래서 저렴한 집을 찾고 찾았다. 그리고 혼자 살고 싶기도 했고. 똥싸야하는데 화장실에서 누가 안나오면 너무 괴롭다. 대전에 살 때는 변기 막혔을 때 죽을 힘을 다해서 집 앞 롯데백화점에 뛰어갔었는데, 여기는 근처에 화장실이 있지도 않을 뿐더러 있다해도 유료화장실일테니 갈 수가 없다. 그리고 사람의 식사시간은 거의 비슷하니까, 하우스메이트가 점심 먹을 준비를 할 때, 나도 해야한다. 그런데 여럿이서 부엌을 쓰기엔 너무 복잡하다. 부엌이 꽤 큰 편인데도, 한 명이 아닌 여러명이 움직이면 정신없다. 물론 오븐이 한 개이기도 하고. 먼저 식사준비를 시작한 사람이 끝낼 때까지 다음 사람은 그냥 기다리는게 예의처럼 되버렸는데, 배가 고프면 사나워지는 나에게 너무 괴로운 시간들이었다.


이래저래 한달 고정지출을 줄이려고 하니, 집세밖에 줄일게 없었다. 운좋게도 꽤 저렴한 (하지만 웬만한 서울 월세는 거뜬히 되는) 방을 구했다. 화장실도 부엌도 다 혼자 쓴다! 화장실도 부엌도 다 혼자 쓰면서 저렴하기까지 하니 방은 엄청 작다. 부엌도 거의 없는 수준에 화장실에 욕조도 없다. 원하는걸 갖지 못하는걸 배워가는게 어른이라고 했다. 나는 그 방에서 살기로 결정하면서, 또 조금 어른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집에 비하면 너무너무 작고 건물도 후지고 주변도 황량하고, 무엇보다 우편함이 검은색이다. 이 집의 우편함은 흰색이라 예쁘고 깔끔했는데.. 무튼, 오늘이 독일에서 지낸지 76째, 만하임의 이 좋은 아파트에서 지낸지는 65일째가 된다. 나는 내가 아직 독일에서 지낸지 3개월도 채 안됐다는게 여전히 신기하다.


한국에서도 어딜가든 적응잘하기 세계 20위안에는 든다고 자부했는데, 조금 더 순위를 높여도 될 듯. 이것도 장점이라면 큰 장점이다. 지나간 것은 그냥 흘러가게 놔둔다. 어차피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과거에 얽메여봤자, 나만 힘드니까. 즐거운 기억만 생각만 갖고 앞으로 가다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안나와도 할 수 없다. 어쨌든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 중간에 좀 쉬어가기도 하고 누워있기도 하지만, 어쨌든 처음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상태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할 수 있다. 안빈낙도. 



가진건 체력 하나뿐이라며, 밤새 버스타고 와서 씻고 뭘 챙겨먹을 시간도 없이 바로 학원에 갔다. 학원에서 졸지 않은 것은 정말 초인적인 능력이 마지막으로 발휘된 모양이다. 집에 도착해서 뭘 챙겨먹지도 않고 옷 갈아입고 세수하고 쫌만 자야할 것 같은데.. 몸이... 정상이 아닌 것 같ㅇ... 라며 쓰러지듯 기절했다. 그렇게 기절하고 일어난게 딱 지금. 오후 여섯시. 거의 다섯시간을 이렇게 쭉 잔거다. 보통 낮잠은 길어야 두 시간인데, 생각보다는 할만하다고, 그렇게까지 많이 피곤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겁나 피곤했나보다. 나는 미리 예약하지 않은 것을 두고두고 반성해야한다. 다음에는 부디 이런 짓을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


무튼, 그렇게 기절했다 자고 일어나니 네덜란드에서 사온 튤립 구근이 보인다. 네덜란드 다녀온 기념으로 뭘 좀 사볼까 찾고 찾아봤지만, 물가가 너무 비쌌다. 엽서 한 장에 1유로는 여기도 마찬가지니까.. 엽서를 사도 우표는 우체국에 가야 살 수 없으니 엽서에 대한 뽐뿌는 자연히 사라졌다. 뭔가 기념할만한 뭔가 없을까? 싶었는데, 튤립 구근이 굉장히 싸길래, 샀다. 핑크색 튤립과 푸른색 튤립을 5개씩 샀다. 당장 심고 싶었지만, 다음 주에 이사를 해야하니까. 그런 것들까지 짐을 늘릴 수는 없다. 딱 열흘 후면 심을 수 있다! 그리고는 네덜란드에서 찍은 많은 사진들을 보면서 참 많이 웃었다. 



네덜란드에 가고 싶었던 이유가 세 개 있는데, 세 개는 나중에 나열하고, 그 중 하나는 바로 암스테르담 레터. 앞에서는 도저히 찍을 수가 없는 상태라서 뒤에서 찍어서 좌우변환을 하는게 가장 나을거라는 현지인의 조언에 나는 또 그렇게 따라했다. 하지만 뒤에서도... 저 보이시나요? 월리를 찾아라처럼 저를 아시는 분은 저를 찾아봐주세요........... 나름 브이도 하고 있는데... 왜 이 사진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지...? 그나저나 정말 구름이 환상적으로 예뻤다. 





여행도 좋지만, 역시 나는 잠은 집에서 자야하려나봐... 잠을 못잔건 전혀 아니고 오히려 너무 잘잤는데, 원래 뭘 많이 챙겨다니다보니, 그리고 그걸 이틀 짐으로 늘여서 싸다보니 이것저것 뭘 넣어제껴서... 조금 무거웠달까.



현재까지 이 학원에서 만난 선생님은 총 다섯 명이다. 다소 정신사납게 왔다갔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다양한 발음을 접할 수 있어서 좋은 점도 분명히 있다. 


선생님들이 이 티스토리를 볼 일은 전혀 없겠지만, 혹시라도 같은 어학원에 다닌 사람이 보면 누군지는 알 수 있게, 하지만 정확한 이름은 기입하지 않겠다. 나를 가장 오랫동안 가르친 선생님은 M, 93년생.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통번역을 전공했다. 영어를 굉장히 잘해서 본인이 자꾸 영어가 튀어나오는게 내 독일어에 안좋다고 미안해한다. 나도 그게 내 독일어에는 안좋을 수도 있다는거 알고는 있지만, 나의 정신건강에는 굉장히 좋다. 이 선생님은 수요일마다 학교에 가야해서 다른 선생님이 수업을 맡는데, 첫 달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똑같다. 첫 달의 선생님 S는 영어를 전혀 못했다. 독일어 수업을 배운지 8주차 사흘째인 지금은, 영어를 전혀 못하는 선생님과도 힘들지만 수업을 할 수는 있는데, 첫 달에는 수요일마다 정말 힘들었다. 같이 수업듣던 스페인 남자는 수업을 알아듣지 못하겠다며 수요일마다 결석했다. 그래서 나는 수요일마다 혼자 수업을 들었는데, 정말정말 힘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또 다른 선생님인 Y와 수요일마다 수업하게 됐다. 이 선생님도 영어를 잘 하는데, 내가 영어로 말하려하는걸 제지한다. 무튼 이 선생님과 오늘 첫 수업이었는데, 제목에서 쓴 저 사건이 생겼다.


내가 얼마나 암기에 취약하냐면, 삼각함수 특정 각도들 기본으로 암기하는 그걸 고등학교 수학 과정 내내 못외워서 시험 때면 항상 귀퉁이에 삼각형 두 개를 그려놓고 시작했다. 45도 삼각형과 3060도 삼각형... 영어로 생각하면 I my me mine 변화 테이블을 배운지 두 달째에도 헷갈리고 있다는거다. 그런데 나는 좀 할 말도 있는게, 전부 다 달랐다면 오히려 외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격 남자 정관사가 여격에서는 여자라고. 목적격 남자 정관사가 여격 복수 정관사라고.. 미친 사람의 말처럼 들리겠지만 독일어 아시는 분은 이해하시겠죠... 그니까 영어에서는 정관사 the 하나인데, 독일어는 이게 남성/여성/중성/복수형 이렇게 총 네 종류고, 그걸 주격/목적격/여격/소유격으로 각각 달리 변화한다. 변화하면 아예 겹치는거 전혀없이 전부 다 다르게 변화한다면 차라리 외울 수 있겠는데, 같은걸 어느 격에서는 여자고 어느 격에서는 남자고 이렇게 쓰니까 나는 이게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서 환장하는 중...


근데 내가 이걸 제대로 못외운다는; 다소 망충한 정보가 선생님들끼리 공유되는 듯한 사건이 오늘 생겼다. 오늘 처음 만난 Y선생님과 처음으로 소유격을 배웠는데, 이전에 배운 격 변화들 다 한번 복습해보자고 해서 나는 음 또 책을 읊어야겠군- 싶었다. 선생님이 책 덮고 말해보라고 해서 나는 멘붕... 근데 배운지 두달됐는데 관사 못외우는거 보면 나도 정말 어지간하다.. 어쩜 이렇게 암기를 못할 수 있지...




말로 설명하려니 쓰는 내가 더 곤란해서 표 하나 찾아왔다. 독일어의 성별+격 변화는 이렇습니다. 오 미친..

제발 다음주 안에는 외울 수 있게 해주세요.........






만하임 중앙역 바로 앞에 Kim ha라는 아시아마트가 있는데, 이름이 너무 한인마트 같아서 엄청 기뻐하며 들어갔었던 기억이 있다. 당연히 한인마트 아니고, 중국식재료도 아닌 동남아쪽 식재료만 가득했었다. 그 엄청난 향신료 냄새에 엄청 놀랬던 기억이 있다. 그 곳 말고 다른 아시아마트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오늘 가봤다. 한국 식품들이 굉장히 많았다. 부탁받은게 있어서 이런저런 것들을 좀 샀다. 




이런저런 것들을 구경하다가 한국맥주가 있는거 보고 몹시 당황했다. 독일에서 한국맥주를 찾는 멍청이가 있단 말이야??? 소맥이겠지.. 싶었지만 카스가 아니라 하이트뿐이었다. 뭘까.. 독일의 정말 맛있는 맥주들이 대부분 1유로 이하인데, 330ml 하이트를 1,29유로에 대체 누가 사는걸까....




소주를 굳이 이까지 와서 마셔야해? 그것도 3,95유로나 하는데? 싶었는데, 한국인들끼리 마시면 소주를 꼭 마신다는 얘기를 들었다. 음, 나는 아는 한국인이 없어서 그런거였구나... 소주 마실 일 없었고, 앞으로도 없었으면... 청하는 좋아하는데, 저 가격에 마실 수는 없다. 




막걸리는 또 왜 있는거지... 옆에 아침햇살도 있었다. 



새우깡이며 온갖 라면들 다 있었지만, 내가 필요한 딱 하나의 물건인 비빔면은 팔지 않았다.


다음 주에 여름 휴가로 옆 방에 사는 중국인이 상하이에 다녀온다고 한다. 한달간 못볼거라고 같이 점심 먹자고 하길래, 난 그냥 초대하는건줄 알고 알았다고 했다. 한시간 후에 다른 방 중국인도 요리를 시작하길래, 어...? 하면서 진짜진짜 아껴둔 비빔면을 꺼냈다. 다같이 식사한다고 중국음식들 차리는데, 나는 식사랍시고 식빵이나 피자를 낼 수 없으니... 어울리지도 않고. 약간 기름진 중국음식에 아주 약간 매운 맛이 있는 비빔면이 잘 어울릴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한국에서 50% 추가된 비빔면 특별판;;을 독일 가져오려고 사놨었다. 그런데 캐리어 싸다보니 도저히 넣을 수가 없었고, 동생이 말하길 한인마트가면 전부 다 판다길래 마지막에 뺐었다. 그리고, 한인마트같은건 만하임에 없었고, 동생에게 부탁했었다. 만하임올 때 비빔면 좀 사다줘... 고맙게도 몇 개 사다줬었다. 아끼고 아껴온 내 비빔면ㅠㅠㅠㅠ을 꺼내서 만들었고, 나 이거 안꺼내고 계속 넋놓고 있었으면 진짜 이상한 사람될 뻔 했다....


요리의 이름들을 다 물어봤는데, 중국어가 너무 어려워서 기억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모든 요리들은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특히 가장 앞쪽의 저 고기요리는, 무려 20시간을 저 상태로 쪘다고 한다. 만두먹을 때만 찜기를 쓰던 나는 고기를 찌니까 이렇게나 부드럽구나... 하고 놀랬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지금, 한국도 갈비찜 있네? 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내가 요리할 때, 고기를 쪄본 적은 없다... 고기는 무조건 직화!!! ㅋㅋㅋ



가장 멀리에 보이는 저 비빔면이 3개 분량이다. 대충 다른 음식들의 양도 가늠될듯... 





한국 누들이라고 하니, 국물이 있는 라면을 생각한건지, 아니면 비빔면이 아직 독일에 없어서 얘네가 모르는건지 물 없는 한국 누들은 처음 본다고 했다. 색과 향이 약간 매운거 같다길래, 하나도 안매워~~ 라고 대답해줬다. 나의 말을 너무 신뢰한건지 중국인 두 명이 한입 크게 먹고 맨밥과 물을 계속 먹는걸 봐야했다... 미안... 이정도의 매운건 중국인에게 맵지 않다고 생각했어.. 같은 동북아시아니까...? 하지만 이내 맵지만 땡기는 맛이라는걸 알아챈건지 인기 폭발이었다. 씬나게시리... 비빔면을 밥 반찬 삼아서 먹는걸 보게 될 줄이야 ㅋㅋㅋ


부엌이 그렇게 넓은 편은 아니라 모든 인원이 다 요리를 할 수는 없었고 어쩌다보니 여자 세 명이 요리를 했는데, 중국 남자도 요리를 잘한다는건 알고 있었다. 이 누들 어떻게 만들었냐고, 본인도 이걸 만들어 먹고 싶다고 물어서 나는 몹시 당황했다... 그냥 끓이면 되는데... 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소스는? 이라고 묻길래 소스는 패킹에 다 들어있어...... 미안... 이런 대답밖에 못해줘서ㅠㅠㅠ 하지만 정말이란다... 이렇게까지 인기있을 줄이야. 너무 즐겁다. 역시 같은 문화권에 있다는건 종종 이렇게 즐거운 일을 만들어준다.



중국인들에게 이 얘기 해주는거 언제나 인기 폭발이라 10년;만에 또 하게 됐다. (호주에서도 중국 학생과 식사할 일 있었을 때 이 얘기 해준 적 있었는데, 그 때도 인기 폭발이었다.) 중국 유학생이 올린 글이었는데, 가끔 중국인의 집에 초대를 받아서 처음 식사를 하게 되면, 본인도 모르게 한국 식사 예절대로 음식을 전부 다 먹게 되고, 중국인들은 그들의 식사 예절에 따라 음식이 부족했나봐ㅠ 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오늘도 이 얘기 해줬더니 중국인들 다들 너무 좋아한다. 한국 테이블 매너는 준비된 모든 음식을 다 먹는거라고 했더니, 엄청 놀란다. "어떻게" 이렇게 많이 준비한 음식을 다 먹냐며 놀란다. 그것이 한국 식사 예절이란다... 물론 중국 식사 예절은 그렇지 않은거 알고 있어서, 한국인 유학생이 중국에서 유학하면서 중국 친구를 사귈 때 오해를 많이 받는다고 했더니 막 웃는다. 한국은 중요한 식사자리에서 잘 먹는걸 보여주려고 소화제를 미리 먹고 식사자리에 간다는 말도 해주고 싶었는데, 나의 영어는 너무 짧은거지.. 그리고 한국에서 먹듯 엄청 빨리; 막 신나서 급하게 30분쯤 먹고 내가 좀 지쳐보이니까, "한국 예절 지키지 않아도 괜찮아! 여긴 독일이고, 우린 중국인/이탈리아인이야!" 라고 했다 ㅋㅋ (옆방 중국인의 남자친구가 이탈리아인이다.) 유쾌한 중국인들이다. 저런 호방함 좋아... 준비된 음식을 모두 먹어야하는 한국인의 식사 예절과 초대받은 사람이 모든 음식을 먹지 않도록 넉넉히 요리를 만들어야하는 중국인의 식사 예절이 만나면...? 방패에 창이 꽂혀야한다....... 큽.......


그렇게 두 시간 넘;게 점심을 먹고, 식사를 마칠 때 쯤 이탈리아인이 얘기한다. 우리는 모두 한숨 자야해. 그래서 내가 거들어줬다. 당연하지! Because stomach will work! 이런 어이없는 영어에 다 웃어준다. 역시 우리는 모두 영어가 짧고, 짧은 영어에 모두 행복할 수 있다. 세계인은 하나... (한숨 자고 바로 쓰는 글, 글쓰는 현재 독일 시간 2016/06/26 4:47pm)


브렉시트! 통과! 이런 날엔 읽지 못하는 독어 신문이어도 기념삼아 사둬야 할 것 같아서 서점에 갔다. 그런데, 독일분들.. 영국이 꺼지든 있든 상관없다는거 너무 대놓고 표현해주시는거 아닌지... 6/24 당일 신문에는 브렉시트가 1면에 실린 독일 신문이 하나도 없었다. 적어도 바덴 뷔르덴베르크주 만하임에서는 그랬다. 딱 하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서는 1면에 다루고 있었는데, 불문판도 독문판도 있었지만, 너무 비싼 그대.. 그냥 사진만 찍어왔다... 한국에서도 르몽드는 이렇게 비싼가?




그리고 다음 날인 오늘, 드디어 1면에 브렉시트가 깔렸다. 그 중에서 가장 신나보이는 이 신문을 샀다. 간단한 디자인인데, 굉장하다. 




그리고 이건 어제 신문 찾아다니다가 본 샤를리 엡도. 파리 테러로 처음 알게 됐는데, 꽤 유명하다고 한다. 독일에서도 불문판을 꽤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미국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될 날을 프랑스도 기다리고 있는듯? ㅎㅎ



독일어 수업을 들은지 오늘로 딱 6주다. 나는 뭘 배우든 초기 습득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이라 아주 간단한 회화는 할 수 있다. 물론 내가 원하는 긴 문장들은 전혀 안되지만. 처음 4주를 가르친 선생님이 여름휴가를 갔고, 다른 선생님과 2주동안 수업을 듣게 됐다. 처음 선생님과 달리 이 선생님은 굉장히 프로페셔널했다. 처음 선생님이 아마추어라는건 아니지만 분명 연륜은 부족했다. 93년에 나는 이미 국딩이었는데, 소풍으로 대전엑스포 가고 그랬는데!! 선생님이 93년에 태어났다니... 무튼, 보름간 굉장히 잘 배운데다, 한국식으로 진도 쫙쫙 빼줘서 정상 속도보다 일주일 빨리 끝났다. 이래저래 감사한 마음도 있고, 독일어로 작문도 해보고 싶어서 선생님께 엽서를 썼다.


나는 한국에 있을 때도 엽서를 자주 썼었다. 우표 붙여서 보내는거 말고 선생님들한테. 학년 마치거나 학원 끝나거나 그런 때에 거의 항상 써와서 나는 그게 정말 좋은데, 유난떠는 애라고 학급 친구들에게는 좀 미움도 많이 샀다. 지금 생각하면 유난떨지 말껄 그랬다 싶기도 하다. 무튼, 이 선생님께 엽서를 써서, 쉬는 시간에 "엽서에요! 선생님 드리는!" 이렇게 말하니까 선생님 표정이 약간 안좋아졌다. 왜지.. . 혹시 독일은 이렇게 엽서를 주는게 예의가 아닌건가.. 아 찾아보고 올껄ㅠ 이라는 생각과 함께, 내 입에서는 "독일어로 썼어요!"가 바로 나왔다. 뇌를 안거치고 말이 나온 느낌? ;; 그랬더니 선생님 표정이 좋아지셨다. 영어로 썼을까봐 걱정하셨던걸까. 영어 잘 못하시니까.




이 엽서에 썼다. 원래는 한국적인 이 엽서들 다 인천공항에서 펜팔들한테 뿌리고 오려고 한건데, 인천공항에서 엽서 몇 개 쓰니까 시간이 어찌나 빨리가던지... 해외펜팔들에게는 쓸 시간도 없이 주변 지인 몇 명에게 쓰고 나니까 시간이 부족했다. 독일에서 살게되면서 한국적인 엽서는 이제 어딘가로 보내기도 뭣하고, 쓸 일 없겠네.. 하고 남은 한국엽서들은 한국으로 다 돌려보내려고 했는데, 이렇게 쓰게 될 줄이야... 그리고 이렇게나 반응이 좋을줄이야... 일부러 화려한걸로 골랐다. 이 선생님은 독일인답지 않게 굉장히 화려하고 원색을 좋아하신다. 상하의 모두 노란색에 시계까지 노란색으로 맞춰서 입고 온 날에 나는 조금 놀랐다. 그런데 또 그걸 소화하고.. 뭔가 너무 대단한 분이다. 한국적인 엽서를 독일에서 이렇게 쓰게 되다니! 나의 게으름이 나를 구원했다. 




엽서를 보고는 너무너무 좋아해주셨다. 엽서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해주고 싶은데, 내! 독! 어! 가! 너무 초급이라 아 답답해 죽을뻔... 나는 독일어로 쓴 문장에만 신경을 썼는데, 선생님이 엽서의 그림을 보시면서 대뜸 이건 무슨 Theater에서 공연을 하는거냐구 물으셔서 아.. 카드 설명도 좀 미리 준비해올껄.. 싶어졌다. 궁중악이라고 얘기해드렸으면 더 좋아했을텐데, 그놈의 로얄패밀리라는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처음으로, 독일어로 쓴 엽서! 독일어 하나도 모르고 와서 6주동안 이렇게 장족의 발전을 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너무 뿌듯하다. 



내용은 뭐 별거 없다. 


친애하는 선생님께,

수업 굉장히 잘 들었어요. 그리고 휴가를 미리 알려줘서 고마워요. 왜냐하면, 작별인사로 엽서를 쓰는걸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한국어로는, HelloGood-bye를 같은 말로 써요, "안녕" 모든 Hello는 모든 Good-bye잖아요. 물론, vice-versa.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날을 기다릴께요. 그 때가 되면, 지금보다 분명히 더 잘 말할 수 있을거에요. 저는 굉장히 수다스러운 사람인데, 독일어로 충분히 말할 수가 없었어요. 휴가 잘 보내세요!

당신의 학생, Seo


이렇게 썼다. 언어에 관심있어하는 외국인들에게 이 얘기 해주면 정말 좋아하는, 나의 레파토리 중 하나. HelloGood-bye가 한국어로는 같고, All Hello comes to All Good-bye. Of course, vice-versa. 이거 내가 거의 백번은 말했다. 물론 한국어가 저런 의미로 같은건 아닐지 몰라도, 그냥 썰푸는거지, 뭐. 




선생님이 엄청 고마웠는지, 엽서 받자마자 나를 진짜 쎄!!!게 꽉 안아줬다. 그리고 엽서 내용 읽고 또 막 글썽이면서 또 꽉!!! 안아주셨다. 독일인의 환대는 이런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엄청난 포옹이었다. 선생님은 체구가 작은 분이신데 팔에 온 힘을 다해서 안아주셔서 나도 순간 울컥했다. 앞으로도 모든 선생님들께 다 이런 엽서를 하나씩 써야겠다. 두 번째 엽서의 독일어는 더 나아질거고, 가장 마지막 엽서는 이 학원을 떠나게 될 때 원장선생님께 써야지. 그 때의 내 독일어 작문은 지금과는 비교도 안되게 훌륭해졌으면 좋겠다. 막 필기체로 쓰고도 싶다. 



나는 구황작물이 싫다. 부유한 적은 없었어도, 특별히 가난하게는 살아보지 않았던 탓에, 나는 가난함을 모르고 자랐다. (혹시나해서 붙이자면, 문장 그대로이니 오독하면 곤란하다. 글자 그대로일뿐이다. 가난을 폄하하지고, 나의 삶을 자랑하지도 않았다. 자랑할 만한 삶을 살지도 못했다.) 무튼, 그래서 나는,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강렬했던 특정 기억들이 가난함과 닿아있다. 그 중 가장 큰 부분이 바로 많은 소설들에서 읽은, 구황작물인 감자와 옥수수로 기근을 버틴 그 이야기들이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몰입을 잘 하는 편인데(쉽게 잘 빠지는 장점이자 단점이 있다), 감자와 옥수수를 특별히 많이 먹어보지 않았었던 어린 나이에 이미 감자와 옥수수는 전쟁이 생각나는 그런 먹거리로 받아들이게 됐다. 이상한 일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 나이에 왜 전쟁소설을 좋다고 그렇게 읽었는지 모르겠다. 어릴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너무 다른 사람이다. 너무 다른 존재지만, 어릴 때의 내가 현재의 나를 만들긴 했다. 무튼, 구황작물은 맛있을 수는 있는데 살을 찌우고 배부르다. 너무 싫은 존재들이다.



그런데, 그랬던 내가, 요즘 매일 감자를 주식으로 먹고 있다. 특별한 이유는 아니고, 그냥 밥은 하기 싫은데, 뭔가 조금은 속이 든든해야하니 탄수화물은 섭취해야할 것 같아서 뭘 먹어야할지 마트를 둘러보니, 독일인들은 감자를 굉장히 다양하게 먹고 있었다. 크뇌델은 날이 살짝 쌀쌀할 때 아침에 그거 한두개 먹고 학원가면 세네시간은 거뜬히 든든했었다. 요즘은 감자튀김;을 주식으로 먹으며 지내고 있다. 감자튀김인데 당연히 맛있는거 아니야??? 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한국에서도 감자튀김은 특별히 즐기지 않았다. 맥주 마시러 가서 안주로 감자튀김 주문하면 내게 결투신청하는거였다고... 뭐 맥런치는 봐줌, 싸니까.



나를 먹여살리고 있는 REWE의 저가 브랜드 Ja! 총 세 종류의 감자튀김을 만들어낸다. 맥도날드 감자튀김과 같은 그 감자튀김은 1키로에 0.79유로, 다른 두 종류는 1키로/750g1.09유로씩. 이 큰 용량들의 가격이, 약 1500원정도라는 셈이다. 맥도날드 감자튀김은 1000!!! 어떻게 주식이 안될 수가 있냐 이거에요... 집에 진짜 좋은 오븐도 있어서 기름 하나도 안넣고 매일 감자튀김을 오븐에 구워낸다.




오븐에 구워내면, 원래 있는 기름들이 오히려 빠진다. 그래서 저 베이킹용 종이를 깔고 오븐에 굽는다. 감자튀김 각각도 다 맛있고, 하인즈 케챱도 열일한다. 원래는 가장 싼 맥도날드용 감자튀김만 한 달간 사먹었는데, 동생이 오는 기념으로 조금 비싼, 그래봐야 1500원정도인 다른 감자튀김도 샀더니 너무 맛있는거다. 오천원도 아니고 오백원 정도는 쓸 수 있으니까, 오백원 더 들여서 감자튀김 세 종류를 다 구비해놓기로 했다. 이 푼돈에 삶의 질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씨리얼 섞어서 먹어야 맛있다고 알려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알려주신 삶의 팁을 응용해서 저는 감자튀김도 섞어먹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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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크무슈에 들어가는 그! 하얀 소스가 베사멜 소스라고 해서, 라자냐 만들고 남은 베사멜 소스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베사멜 소스로 만든 샌드위치인데 베사멜 소스가 안보이는 이유는! 내 베사멜 소스는 하얗지 않기 때문에... 까막눈이라 밀가루가 아닌 호밀가루를 샀기 때문에^^.... 마침 살라미도 있고, 고다 치즈는 냉장고에 항상 있으니, 순식간에 슥슥슥 얹어서 한끼를 또 해결했다. 하루 세 번 뭔가 만들어서 먹어야하는거 너무너무 고단하다. 설거지 너무 싫고, 그래서 뭘 만들려다가도 그냥 식빵에 치즈 살라미 샌드위치 소스 넣어서 간식맨에 넣고 치즈만 딱 녹여서 먹는 끼니가 늘어난다. 이것도 결코 복잡하게 먹는건 아니지만, 더 간단하게 먹고 싶다. 근데 더 간단할 수는 없겠지... 휴- 아마 하루 세 끼 요리하고 설거지하는 시간과 하루에 공부하는 시간이 꽤 비등할 것도 같다. 물론 오븐 30분 돌리는데 그 옆에 내내 붙어있는건 아니지만. 




요즘 냉동피자에 좀 맛들렸다. 냉동피자 3개에 3유로라서 한끼에 1유로라고 생각하니 개이득.

냉동피자에 내가 가진 온갖 치즈들 다 얹어서 오븐 돌리면 1유로의 행복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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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일 없는 목요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처럼 시내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행사가 있다! 가까이서 뭔지 자세히 관찰했다. 꽝이 좀 많긴 하지만, 꽝이어도 작은 초콜릿 하나를 받을 수 있으니 개이득. 줄을 섰다. 그리고 내 차례가 왔다. 저기 보이는 주황색들이 당첨칸이고, 각각 15, 20, 25유로의 당첨이다. 숫자가 안적힌 저 주황색은! 꽝이다. 그러니까 당첨될 확률은 굉장히 적다. 그 엄청난 확률을 뚫고! 제가 바로 당첨이 됐습니다. 오예-




대부분 아이들;이 줄을 서있어서 으른인 내가 줄 서있기 아주 조금 부끄러웠으나, 쪽팔림은 잠깐이고 기쁨은 영원하다는 생각을 하며 줄을 서 있었고, 20유로의 쿠폰을 득템했다! 주황색 칸에 도착하자 다들 박수를 쳐줬고, 가...감사...라고 혼잣말을 했다.


츄카츄카!!! 라고 씌여있는 쿠폰! 어예... 초콜릿도 받았다!




새로 오픈한 가게를 배경으로 쿠폰 사진 남겨봤다.




한 장 더! 일부러 촛점을 뒤로 맞춘건 아니라고 우겨봅니다... 부들부들 아이폰...




28유로를 잃고 20유로를 얻었으니 이제 8유로만 더 당첨되면 본전이다!

음, 28유로 잃은 얘기는 슬퍼저 쓰지 않았지만, 버스 예매 잘못해서 그 큰 돈을 쌩으로 날리고 광광우럭따...




ps. 야민정음 넘나 좋다. 몇 달을 빠져 있는 단어 : 광광우럭따

처음엔 검색 안되게 욕하려고 발전했다. 이띵박, ㄹ혜

그리고 욕하려고도 발전했고, 머가리

자꾸 검색해서 고소장 날리니까, 좀 신기할 정도로 신박하게도 발전했다. 이거 누구 이름인지 알아맞춰보시구요. 숲튽훈

이 야민정음은 처음 생각한 사람 대단하다. "뜨또"

뭔지 모르겠다면, 보고 있는 화면을 놔두고, 고개만 오른쪽으로 90도 꺾어보면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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