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홈쇼핑에서 꽤 히트한 제품인 "간식맨". 이름을 처음 듣고는 뭔데 이렇게 이름이 촌스러워.. 했었다. 영문 이름이 "Snackman". 오해해서 미안. 집주인이 내가 평소에 뭘 먹는지 다른 플랫메이트한테 물어본 듯 하다. 밥은 안먹고 빵을 자주 먹는다면서~ 근데 집에 토스터기가 없어서 하나 사주려고~ 워낙 비싼 방이라 짧게 살고 옮기려했는데, 이러면 자꾸 미련 남잖아ㅠ 나는 아직 핸드폰이 없으까 연락은 당연히 플랫메이트와 한다. 플랫메이트는 일반적인 토스터기의 사진과 이 사진을 내게 보여주면서, 이게 더 유용할 것 같지? 라고 했다





한국에서 겁나 유행인 조리도구인데, 이것도 독일산이라니.. 독일산 가전은 지멘스만 알았는데, 이 회사도 유명한가보다. 집에 있는 믹서기도 이 회사 제품인데 특이하게도 OEM이 한국이라 기억한다. 한국에서 사면 판을 총 세 개 주던데, 여긴 저 판 하나뿐인가.. 실망했는데 상세페이지에 보니까 판 세개 다 준다. 첫 사진 저렇게 구매욕 안들게 찍지 말라구... 그리고 놀랍게도 아마존에서 구입한 다음날에 도착했다. 독일 국내 택배 살벌하게 빠르다. 그리고 도착한 기념이기도 하고 마침 어제 잔뜩 온갖걸 다 사오기도 했고, 호화 샌드위치! 를 해먹기로 한다.




별거 없으니 사진 설명은 따로 없이 슥슥 사진만





사진 세 장만에; 설명해야하는 사진이 나와버렸다. 나는 이게 돈까스인줄 알고 샀다. 너무 돈까스처럼 생겼잖아.. 그런데 오른쪽 상단의 정직한 감자그림. 저 그림보다 포테이토라고 글씨를 써주면 안되는거였을까. 어쨌든 이건 해시브라운이다. 다소 얇긴 하지만 어쨌든 해시브라운이다. 돈까스인줄 알고 잘못샀지만, 샌드위치 안에 해시브라운을 넣기 위해서 실수한 것처럼-







이렇게 또 무식함을 뽐냈다. 샌드위치 메이커인데 왜 샌드위치 두 쪽이 한꺼번에 안들어가? 그럼 어떻게 만들어? 라고 생각했다. 휴... 빵이 두개가 겹쳐져야 샌드위치일거 아냐ㅠㅠ 대체 뭐하시냐구요...




호우! 전부 다 탑처럼 쌓으니 이렇다. 호기롭게 치즈를 저렇게 크게 넣었다.

당신의 다이어터로서의 양심, 떨어뜨리지 않으셨습니까?




이전 라자냐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대충 알 수 있는 사진.

위에서 찍으면 이렇게 다소 납작해보인다. 하지만 실제 두께는 살벌하다




간식맨이 열일해줘서 조금은 납닥해진 샌드위치. 무려 아침으로 먹었다. 아침을 거하게 먹어야 하루 종일 기운도 넘치고, 그렇게 점심도 저녁도 거하게 먹고 점점 우람해져왔다. 음 언제 식단조절 시작하려나.. 식재료가 이렇게 싸니까 식단조절하려고 풀 사는게 더 비쌀 것 같다. 이건 한국도 그렇긴 했지만.




식재료를 계속 REWE에서 샀다. 그리고는 사람이 세 배 쯤 많아보이는 마트에 들어갔다. 뭔데... 나 여태 제일 싼 마트에서 구입한게 아니었어???? 더 쌀 수 있는거야??? REWE도 충분히 싸다고 생각했는데, 더 싼 곳이 있었다. 근데 분위기가 뭔가 깔끔했던 REWE와는 다소 다르다. 아니 많이 다르다. 우선 이런 광경;은 REWE에서는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런게 곳곳에 너무 많다. 우유 터져있고 밀가루 터져있고 법석이다.



뭘 저렇게 이빨자국까지 내가면서 먹었어야했는지, 그냥 손으로 좀 떼먹은 것도 아니고 너무 무례하잖아... 심지어 이 빵코너는 구석에 있는 곳도 아니고, 입구 바로 앞이다. 







분명 전용잔 이벤트는 한국 특화 이벤트라고 들었는데, 외국은 다 전용잔 사야한다고. 근데 내 눈에 보이는 이건 뭐죠? 여기 혹시 한국인가요? 외국 안가보고 외국얘기 하는 사람 말 이제 믿지 말아야지... 어디 남해 독일마을 갔다와놓고 독일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거 아닌가 몰라... 심지어 내가 완전 좋아하는 바카디!!!! 너무 사고 싶었지만, 살 수 없었다. 이유는 아래에 묶어서 적을 예정




그리고는 과일 코너로 갔다. 마침 딸기가 세일이라길래 딸기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긴 한데, 뚜껑은 없어서 이상한 형태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진짜 멍청하기 짝이 없는 소리긴 한데, 무게를 달아서 금액이 측정될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한국처럼 무게 달아서 스티커 붙이는게 없이 그냥 사람들이 그 딸기 한통을 가져가길래. 근데 딸기를 사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통에서 딸기를 더 담아갔다. 이게 뭐야... 이빨 자국나게 먹은 빵에 이어서 딸기까지... 독일에서 이런 모습을 보니 조금 놀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놀랄 것도 없지, 어차피 다 사람사는 동네일 뿐인데. 딸기를 더 담는데 막 눈치를 보길래, 음 뭔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을 저들이 하고 있구나. 그런데 다들 하는구나, 나도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나도 딸기를 한참 더 담았다. 그리고는 REWE보다 여기가 확실히 많이 저렴하길래 주말동안 먹을 식재료들을 샀다. 고기 고기 고기...






손에 드는 장바구니는 따로 없고, 이런 바구니와 한국처럼 동전 넣고 꺼내쓰는 카트가 있다. 카트를 쓰면 더 많이 사게 될게 뻔하니 이걸로 장을 봤는데, 이거 꽤 많이 들어간다.... 돈 적게 쓰겠다고 이거 끌고 다니다니 ㅋㅋㅋ 아이고 의미없다




그렇게 잔뜩 담은 내 주말 식량. 독일와서 한번도 이런 계산대 사진은 찍은 적 없었는데, 이걸 찍은게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바카디를 못산 이유와 함께 제일 아래에 적을 예정) 그 와중에 독일이 확실히 술 소비량이 엄청난 나라라고 느낀게, 계산대 앞에 미니어처 술이 있는데 다 엄청싸다. 병이 아니라 플라스틱에 들어있는 술들이라 그럴 수도 있다. 



그렇게 내 차례가 왔다. 딸기... 이 죽일 놈의 딸기... 계산대에서 무게가 자동으로 측정되서 나는 내가 본 가격의 1.5배를 딸기값으로 내야했다. 제 값을 다 지불하는건데, 딸기 몇개 더 담으면서 눈치는 왜 본걸까...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독일 온 이후 10유로 이상은 들고다니지 않는데, 이건 내가 내 자신을 몹시 잘 알기 때문이다. 돈이 있으면 있는 족족 써대는 나는, 나를 이렇게라도 컨트롤해야할 필요가 있다. 고기를 좀 사니까 아무래도 가진 돈보다 금액이 초과될 것 같아서 거의 빠듯하게 계산기로 숫자 맞춰가면서 장을 본거라 딸기값이 저렇게 오버되니까 딸기를 빼야했다. 그리고 안되는 독어로 (실은 손짓발짓으로) 딸기는 안산다고 했더니 엄청 이상한 표정을 짓고는 알았다고 옆에 앉은 직원에게 물어본다. 독일은 계산대에서 뭘 빼고 그러지는 않는가보다. 그렇게 딸기를 빼고나니 9,73이라서 휴- 다행이네 하는 마음으로 영수증을 받았다. 원래는 그 자리에서 바로 영수증을 확인하는데 딸기 빼고 어쩌고 하느라 시간을 좀 끌어서 미안해서 영수증은 바로 가방에 넣고 바삐 내가 산 물건들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불행의 시작)







잘려진 베이컨 1,55

양파 0,79

왕 소세지 1,59

칠면조 스테이크 1,59

해시포테이토 1,39

딸기?????????? 딸기???????????

총 €6,91 (약\9000)



집에 와서 영수증을 확인해보니 딸기가 계산되있고, 바나나가 없다. 아 진짜... 왜 영수증 확인을 안했을까, 독일 와서 영수증 확인 안한 적 처음인데 그 처음에 이렇게 또 몇 유로를 날리게 되는건가.. 물론 큰 돈은 아닐 수 있지만, 그 푼돈도 내게 너무 소중한데.. 20분 전의 내가 너무 싫었다. 그리고는 과감히! 독일어는 못하지만 가서 얘기는 해보기로 결심했다. 오늘은 마트 문닫은 시간이니까 내일 가야지. 근데 내일이라 직원이 날 기억못하고 그러면 어쩌지.. 제발 그러지 않아야할텐데ㅠ



그리고 다음날 마트에 갔다. 독일어 몇 일 배웠다고 작문도 해갔다. 아마 말로하면 내가 말하고 싶은거 다 전달 못할테니까, 구글 번역기가 도와주셨다. 이 여자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어제 이 직원이 내 계산을 잘못했습니다. 나는 딸기를 사려고 했다가 계산대에서 뺐는데, 그 딸기가 계산이 되있습니다. 번거롭겠지만, 다시 확인해주실 수 있을까요? 독일어를 잘 못해서 미안합니다. 이걸 다 독일어로 작문했다구... 발음도 계속 연습하고 정말 그 몇 유로 돌려 받겠다고 쌩쑈... 그리고는 어제 찍었던! 그 계산대의 사진의 캐셔만 확대해서 보여주면서 외운 말을 했다. 하지만 이 여자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까지만 했는데, 오늘 얘 근무 안하는 날이야~ 아이고...... 근데 계산 잘못된게 금요일이었고, 다시 간게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은 휴무, 월요일도 휴무, 그래서 내가 화요일에 다시 와서 그 직원을 만나게 된다해도 그 직원이 나를 기억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외운 뒤의 말을 했다. 어제 이 직원이 내 계산을 잘못했어. 그러니까 저쪽 가서 말해보라고 한다. 가라고 한 곳에 가서 내가 외운 말을 했더니, 독일어 못하니? 라고 한다. 네.. 못해요... 영어 하는 직원 누구야? 라고 말하면서 두리번거린다. 하.. 아무도 없나봐.. 찌밤.. 나는 이렇게 거금; 3유로를 날리게 되는가. 구석에 쭈구려져서 혹시 영어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 기다렸는데, 오!!! 터키쪽인 듯한 남자 직원이 교대한다!! 잽싸게 그 계산대에 가서, 혹시 영어 할 줄 아니? 라고 하니까 할 줄 안다고..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어차피 내가 독일어랍시고; 말해봐야 짜증만 낸다는거 알았으니까 적어둔 부분을 보여줬다. 그걸 읽고서는 오 알겠어 이해했어 하면서 근데 이건 내가 처리 못하고 저기 있는 저 사람한테 말해야해. 라고 하면서 매니저인듯한 여자를 가리키는데, 아까 영어할 줄 아는 직원 없냐고 얘 지금 뭐라는거냐고 하던 그 여자.. 응 알았어! 하고 다시 그 매니저에게 갔서 쟤가 너한테 가랬어. 라고 했더니 근데 난 니 말을 못알아들어. 라길래 그 남자직원에게 가서 다시 도움 요청. 내가 독일어를 못해서 이 상황을 네가 좀 설명해줄 수 있을까? 했더니, 줄서있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카운터를 잠시 닫고 매니저에게 같이 가줬다. 그리고는 통역을 해줬다.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지만 너무 고마워서 연신 배꼽인사를 했다. 매니저는 고작 이 3유로로 나를 귀찮게 하는거야? 싶은 표정을 계속 보였다. 하지만 내게는 그 3유로가 몹시 큰 돈이란다. 나는 그 돈을 반드시 되돌려 받아야한다. 더 위에 전화를 해봐야한다고 좀 기다리라고 해서 알았다고 하고 난 기다렸다. 사실 그 직원이 기억하면 바로 돌려받을 수 있겠지만, 직원이 없거나 기억 못하면 CCTV를 돌려봐야하는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러면 좀 번거로울텐데.. 라는 생각과 함께. 전화를 여러번 하고 나를 부른다. 그리고는 3유로, 정확히는 2,82유로를 환불해줬다. 그러면서 환불 영수증에 뭘 적으라고 주는데, 뭘 적어야하는지 몰라서 그냥 이름만 적었다. 그리고는 내 영수증은 본인이 필요하다고 줄 수 없단다. 응응 괜찮아 돈만 있으면 돼. 이렇게 돈은 돌려받았는데, 애초에 딸기를 빼겠대놓고 바나나를 뺀게 너무 황당하다. 내가 독일어를 못한다고 일부러 이런식으로 계산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푼돈 받겠다고 독일어 못하면서 그 법석을 부리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테니까. 이런 식으로 말 못하는 외국인들 삥뜯어간 돈이 얼마나 될까. 혼자 괜히 씩씩대게 만들었다. 그리고 뭔가 할 말이 많아서 누락된듯한, 바나나. 남자 직원에게 딸기를 뺐는데, 바나나가 계산이 안됐다고 분명 말했었는데, 통역하면서 그 부분이 빠졌나보다. 바나나 공짜로 먹었다. 결과적으로는 개이득인데, 중간 과정이 너무 고됐다. 일주일 지난 지금이야 그냥 웃으면서 쓸 수 있지만, 만약 돈 못돌려받았으면 진짜 슬펐을 것 같다. 



정말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저 독일에 대한 환상 하나로 오게되다보니 다들 기본 상식처럼 알고 있는 것들을 모르는 것이 많다. 그 중 하나가 아마도 Made in Germany에 대한 것들이다. 나는 그렇게나 내가 좋아하던 문구회사들이 다 독일제품이라는 것을 독일 와서야 알았다. 원래 다들 좋아하는 브랜드가 어느 나라 제품인지 잘 아는건지.. 나만 이렇게 기본 상식도 없는 사람인건지ㅠ 내가 아는 독일제품이라고는 그저 고가의 수입자동차들뿐이었다. Mercedes-Benz, VolksWagen, BMW. 이게 내가 아는 독일 제품의 전부였다. 어째 글이 아무말 대잔치로 흘러가지만, 이번 글은 독일 치약 얘기를 해야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허브에 이어서 독일 구매대행으로 다양한 제품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 중 가장 인기제품은 치약인 것 같다. 아무래도 휘슬러나 쌍둥이칼은 무게때문에 직접 여행와서 많이들 사가는 품목 중 하나인 듯 하고, 치약은 (상대적으로) 가벼우니 그런듯. 나는 유전적으로 유난히 잇몸과 치아가 좀 약한 편이다. 몸 다른 부분은 튼튼함을 떠나서 건장한데 입속은 아주 엉망진창이다. 그리고 나는 입자체도 좀 작은 편인데, 치아의 크기도 작다. 양치 좀 하다보면 항상 잇몸에서 피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또 아무말 대잔치가 되어야겠는데... 호주에서 유난히 잇몸이 많이 부어서 피가 좀 자주 심해졌을 때, 약국가서 영어가 안되니까. I have some problems. My teeth are bleeding! 했다가 약국에서 난리법석이 난 적이 있다... 잇몸이 아니고 치아에서 피가 난다니... 지금 다시 떠올려도 병신같아서 참을 수가 없다. 물론 아직도 잇몸이 영어로 뭔지는 모르는데, 예의상 찾아는 봐야할 것 같다. 잇몸은 영어로 gum...? 뭔데 껌이랑 영어 단어가 같냐... 아 가끔 영어 만든 사람 가서 엄청 패주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단어에 성별이 있는 독일어를 배우면서 새삼 영어의 위대함을 느끼게 된다. 영어마저 못했으면 나는 정말 말 한마디 못하고 완전 쌩벙어리였을테니까....



무튼, 치약이 다양하게 나오는 것으로 유명한 나라니까 나도 치약을 좀 좋은걸 사볼까 싶어서 드럭스토어에 갔다. 치약(독일어: Zahnpasta) 종류가... 살벌하게 많았다. 하나하나 다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뭐가 어디에 어떻게 좋은지 독일어 사전으로 단어 뜻을 다 찾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이 올린 후기들도 보면서 대충은 결정하고 갔다. 그래도 조금씩 가격변동은 있으니까 찾아본 가격에 비해 1센트라도 올랐으면 사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구질구질)



잇몸에 특별히 좋다고 유명한 Parodontax(파로돈탁스). 독일어의 어려운 발음이 전부 빠진 브랜드라니, 너무 감사하다. 잇몸이 안좋은 나는 이 브랜드를 사야하나 정말 많이 고민했다. 잇몸이 안좋으면 가장 힘든게, 이가 시리다는 것. 아직은 젊은 나이라고 생각하는데 찬거 입에 넣자마자 아 이시려! 라는 생각이 드는건 꽤 슬픈 일이다. 치약 형태의 잇몸치료제/의약품이라고도까지 하더라. 안써봐서 모르지만



그리고 센소다인. 이건 찾아보니 독일 제품은 아닌가 보다. 영국계 제약회사 GSK (GlaxoSmithkline) 제품이라고. 세계 3위의 제약회사인데 화학과 졸업생인 나는 처음 들어봤다. 더 어릴 때 외국계 기업 입사 준비를 했으면 지금 뭐라도 되있지 않았을까.. 하다못해 직장인이라도 됐을텐데ㅠ 이 나이에 백수라니.. 큽.. 내가 독일 화장품으로 알고있는 피지오겔도 이 회사 제품이라고 하니, 조금 당황스럽다. 나의 무지함을 채워나가면서 살아야한다. 그런데 나는 게으르다... (깊은 한숨)




유아용 저불소 치약으로 더 유명한 독일 브랜드 Elmex. 어쩌다보니 다 Sensitive 치약들만 찍어왔다. 내 손도 이미 내가 시린이를 갖고 있다는걸 아는걸까. 독일에서 사는 사람들이 한국 들어갈 때 선물로 이 브랜드 치약을 많이 뿌리던데, 아마 이게 제일 싸서 그런거 같다. 얼마 차이 안나는 것 같아도 여러개사면 꽤 차이가 나니까. 그리고 그냥 유아용으로만 분류하는게 아니라 유아용/주니어용 이렇게 아이들 나이에 따라 또 나누어지니까 요즘 아이들 키우는 분들이 이 브랜드의 치약을 많이 직구하는듯.




당연하게도 시린이 치약만 있을리는 없다. 다양한 치약이 있다.



 

이 치약의 이름은 '아조나'가 아닙니다. '아요나'에요.. 독일와서 아조나 치약 찾으면 아마 아무도 못찾아줄듯. 한국에서 굉장히 유명한 Ajona. 이 치약이 유명한건 1. 가격 2. 고농축이라 작음. 이 두가지 이유일 것 같아서 아직 나는 이걸 사야할 생각은 못느꼈다. 이미 1유로 이하의 제품이니 딱히 세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항상 저 가격이라 언젠가 누가 한국에서 오거나 내가 한국으로 뭔가 보내야한다면 이걸 보내겠지만. 유럽여행하다가 독일에 들르게되면 이 치약을 사는건 괜찮은 선택인 것 같다. 큰 치약 들고다니기 은근 번잡스럽고, 여행 중에는 뭐라도 짐을 줄여야하니까.




이렇게 몽창 다 찾아보고는, 나는 뜬금없이 Aronal & Elmex 치약에 꽂혔다. 짧은 독어지만, 밤에 쓰는 치약과 낮에 쓰는 치약이 한 세트! 밤/아침의 단어 말고 더 아는 단어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열심히 꼼꼼히 본다. 있다... 세상에... mit Zink, mit Aminflourid 이렇게 타국에서 전공 단어를 만나게 되네요. 화학 원소들을 미국식이 아니라 독일식으로 읽게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얘기가 학부시절 내내 있었는데, 이런 도움을 받게 되다니. 정확히 저것들이 치아와 잇몸에 어떤 효과를 주는지 치과의사가 아니니까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자기 전에 쓰는 치약과 생활하는 시간에 쓰는 치약의 성분이 다르다는건 굉장히 전문적인 제품이라는 느낌이 온다. (물론 나만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이걸 선택해야지. 가격도 두개 가격 감안하면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니까!





따란- Aronal & Elmex 치약과 과하게 크지만 겁나 편해보이는 화장솜을 샀다.




이건 생필품이니까 산거라며 애써 합리화중. 독일 치과가서 돈깨지는 것보다 이런 치약으로 조금이나마 효과가 있으면 이득인거라며 또 꽃중의 꽃 자기합리화를 꽃피우고 있다. 엄마도 아빠도 잇몸 안좋으신데, 이걸 보내드리고 싶지만 보내는 돈이 더 많이 들겠지. 혈육이 한국 들어갈 때 들려보내야지. 귀찮아해도 들려보내겠다.



식량은 어느정도 채워놨지만, 매일 같은거 먹으면 질리니까 오늘도 마트에 간다. 매일 마트가는거 좀 많이 귀찮아지긴 했는데, 그래도 가야한다. 아주 작은 귀찮음을 극복해내면, 먹는 즐거움은 꽤 크니까. 무엇보다, 나는 라자냐를 꼭 먹어야했다. 밀가루부분ㅠ만 있으니까 그 안에 들어가는 소스와 고기를 사야겠다. 유럽에서의 경험이 나보다 많은 혈육에게 라자냐 얘기하면서 이 사기꾼놈들이 그 밀가루 부분만 파는거면서 사진은 마치 라자냐 패키지처럼 그려놨다??? 했더니, 냉장고너에 있었어? 라고 묻는다. 오? 너 머리도 쓰는구나... 미안... 파스타면하고 같은 코너에 있었어... 그러면 당연히 밀가루만 있는거 아니야? 니에니에 머리를 안쓰고 살아서 미안하고요. 그래서 소스를 한참 찾다가 도저히 못찾겠어서 냉장코너로 갔더니, 엄청나게 큰 라자냐가 뙇!!!!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REWE... 이 벙어리 귀머거리인 저를 먹이시고 살려주시고...


아무래도 라자냐 먹을땐 탄산이 있어야할 것 같아서 탄산코너로 갔는데, 펩시 가격이 너무 저렴해서 혹시 펩시 라이트라서 다 못먹게 되면 펩시수육을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2리터짜리 펩시를 샀다. (물론 나는 나를 아직 잘 모른다, 어째서 2리터밖에 안되는 콜라를 다 못마실거라고 생각한거지?) 칼로리 폭탄인 라자냐를 먹지만 탄산은 라이트로 마셔주는건 마지막 양심






1kg짜리 라자냐 2,99

유채씨유 0,99

캔토마토 0,39

PEPSI COLA light 0,89

페트 보증금 0,25

총 €5,51 (약\7200)




그렇게 냉장; 라자냐를 쉽게 구입하고, 오븐에 들어갔다 나온 라자냐. 나름 1/4로 잘라서 예쁘게 먹겠다고 했는데, 이거 먹고 양이 부족해서 1/4을 더 먹었다. 그러니까 나는.. 라자냐 500g을 한번에 다 먹은거지... 이게 위에서 찍어서 높이가 좀 덜느껴지는데, 높이가 상당해서, 정말 나는 내가 너무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지금은 다 지난 일.. 사진보니까 그저 라자냐가 또 먹고 싶을뿐



학원에서 마트 가는 길에 잡화점처럼 보이는 곳이 있는데, 사람이 바글바글하진 않지만 그래도 항상 네다섯명의 사람들은 있길래 음 저 곳은 어떤 걸 파는 잡화점일까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연습장이 필요해진 나는 오늘 여기에 들어갔다. 왜 더 빨리 들어갈 용기를 내지 않은거야? 왜??? 독일판 다이소였다. 1짜리 물건들이 즐비하다. 내가 필요했던 연습장을 1,25에 살 수 있었다. 예상한 금액보다 다소 저렴한 가격에 신나서 다른 것들도 구경을 했다. 그리고 이렇게 샀다. 




연습장 1,25

주간계획표 1,25

만년필 카트리지 1,50

총 €4 (약\5000)





컨버터를 안사와서 못쓰고 있는 만년펜이 있다. 제발 그 만년필에 맞길 바라면서 구입했는데, 놀랍게도 딱 맞아서 감동 또 감동.. 만년필에 안맞았다면, 만년필 저렴한거 사려고 했는데(아무말대잔치)...

이렇게 또 강제 절약...

칼라 카트리지 50개에 2천원이요??? 왜요??? 어떻게 그런 가격이 되는데요????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불어를 배웠다. 명사에 왜 성별이 있어? 이상한 놈들... 하고 언짢았던게 벌써 10년도 더 오래 전인데, 서른이 넘어서 외국어를 새로 배우니 그 때와는 다른 마음가짐이긴 하다. 내가 원해서 하는 공부와 강제로 해야했던 공부의 차이랄까. 고등학생의 싱싱;한 뇌로 불어를 독어를 더 많은 외국어를 배웠으면 지금처럼 고생은 안하고 살텐데, 그게 조금 아쉽다. 모든 공부의 기본, motivation. 나는 그게 부족했던 것 같다.



놀랍게도, 나는 독일어를 단 하나도 모르고 독일에 왔다. 그리고는 수업 사흘 째, 혹시 내가 천재는 아닐까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굉장히 쉽게 느껴지는건 아닌데, 생각보다는 순조롭다. 첫끗발이 개끗발이 아니길 바랄뿐... (퉤퉤퉤)


당연하게도 매일 숙제가 있지만, 그 숙제를 하면서 복습도 또 되서 아직은 마냥 좋다. 어쩌다보니 다른 학생이 사흘째 오지 않아서 나 혼자 수업을 듣고 있어서 더 좋기도 하다. 독과외를 이런 가격에... 이런 행운이 또 있나ㅠ 나보다 어려보이는 선생님은 내가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건지, 엄청 많은 것들을 알려준다. 원래 이렇게 많이 배우는 걸수도 있고...;;



우선 독일어는 내게 재밌는 언어다. 독일어는 수학공식같은 부분이 많아서 외울게 많은 언어라는 말을 들었는데, 수학공식 같은 부분이 많아서 숫자와 수학을 좋아하는 내게 굉장히 흥미로운 언어다. 물론 명사와 형용사가 성별을 가지고 있는건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이라 그냥 외워야한다. 남성이나 여성이라고 생각한 몇몇 단어들이 중성인 것도 꽤 흥미로웠다. (Auto;자동차. 중성이다) 특정 발음들은 여전히 어렵고 못하지만, 그것조차 흥미롭다. 왜이렇게 어려운 발음이 말에 있어야했을까? 



사흘째니까, 아직은 모든게 그저 재밌고 즐거울 때.


혈육이 인접국가에서 살고 있다. 같은 EU라서 비슷한 물건들이 많다고는 알고 있었는데, 식료품까지 완전히 같은게 있을줄은 몰랐다. 오븐이 있는 집에 사니까 예의상 먹어줘야할 것 같아서 냉동피자를 샀는데, 나 오븐에 피자 굽는다~ 하고 사진을 보내니, 저 피자 진짜 맛없는데 왜 저걸 샀어? 라고 묻는다. 참나... 몰라서 샀다 몰라서... 방금 샀다는 사람한테 그런 말은 왜 하는거야? 가만안둬...




치즈 1,59 

버거용 빵 0,85 

계란 1,19 

냉동피자 2,69 

레모네이드 0,69 

(페트 보증금 0,25)

€7,26 (약\9500)




너무 당연하게도 막입인 내 입엔 피자가 그저 맛만 좋았다




피자가 다소 작아보이지만, 나이프와 포크가 지나치게 큰 탓.

반만 먹을랬는데, 먹다보니 남은게 없네... 3500원짜리 한끼라고 생각하니까 간단해졌다.


잘 먹고 잘 지내 보겠다며 야심차게 마트에서 구입해온게 불과 토요일인데, 주말을 나기에는 종류가 너무 적었다. 독일인들이 항상 먹는 치즈나 햄같은 것들도 좀 구비해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햄/치즈가 있을거라고 예상되는 냉장고 앞에서 나는 꽤 당황스러웠다. 이렇게나 많은 햄과 치즈가 인간에게 필요한가... 햄은 뭐 맛이 다른거 나도 알긴 아는데, 저 많은 치즈들이 다 다른 맛을 낸다고...? 어떻게...? 왜??


우선 나는 까막눈이기 때문에 전부 다 사진을 찍어야했다. 아직도! 핸드폰을 개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터넷 연결을 할 수 없고, 집에 와서 뭐가 뭔지 다 찾아야했으니까... 1~2유로여도 괜히 돈 낭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렴. 















햄과 치즈를 실컷 봤지만, 아무것도 알아볼 수 있는게 없어서 

파스타면, 라자냐, 통밀식빵만 샀다.




스파게티면 0,49

라자냐 1,45

통밀식빵 1,65

총 €3,59 (약\4700)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나를 당황하게 했다. 라자냐 정말 좋아해서 저 안에 만드는 재료가 다 들어있는줄 알고 구입했다. 흔들어봤을 때 뭔가 흔들리는 소리도 났고, 뭔지 전혀 읽을 수는 없었지만 뒤에 파마산 가루 어쩌고가 써져있기도 했고 (요리법 예시쯤되는거였나보다ㅠ)... 그래서 산건데!! 라자냐에 들어가는 그 밀가루부분만 달랑 있었다. 뭔지 찾아봐도 도저히 와닿지가 않는다. 나 화딱지나 죽으라고ㅠㅠㅠㅠㅠ 속에 든거 고기며 소스며 다 사다가는 파산하는거 아닌가... 어쩌지... 이래서 역시 모르는건 그냥 사는게 아니다. 치즈며 햄이며 아낀다고 사진 몽창 찍어오면 뭐하는거냐... 이렇게 뻘짓을 펑펑 하는데ㅠ 그래도 1,45유로라서 정말 다행이었다. 더 비쌌으면 정말 슬펐을거야....  


그리고 집에 와서 찍어온 사진들을 보며 뭔지 찾고 있었는데, 단어 두 개 합쳐서 하나의 긴 단어 만드는게 독일어의 특징이라는거 들어본 적은 있다. 굳이 그렇게 세네단어까지 다 붙여야하는지 나는 잘 모겠지만. Salami는 영어로도 Salami라고. 저는 Salami가 뭔지 모르는데요.... 와인과 진한 양념으로 훈제해서 만든 이탈리아식 소세지(Salami), 포도주와 버섯으로 만든 프랑스식 소세지(Jadwurst), 뭔지 찾아봐도 도저히 와닿지가 않는다. 하나씩 먹어보기엔 게스트하우스 조식으로 먹었던 햄들이 살벌하게 짰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당장은 햄을 사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치즈는, 잘 몰라서 그냥 Butterkase 샀다. 고다치즈 이런거 들어는 봤지만 나는 뭐가 뭔지 잘 몰라서; Butter는 Butter니까...? 뭐 치즈는 삭힌; 치즈만 아니면 다 비슷할테니까 (아닐 수도 있음) 무던한 입이 이럴 때 엄청 좋다. 인생의 3복은 막입 막귀 막눈이라고 했다. 나는 막입과; 막귀; 그리고 막눈 보유자라 뭘 먹어도 행복하고 뭘 들어도 그저 좋고 뭘 봐도 즐겁다. 그리고 머리 대면 3분만에 꿀잠자는 유전자도 갖고 있다. 좋은건 다 갖고 있지롱 ;)


유럽 대부분의 은행들은 계좌 보관료가 있다. 아 뭐래... 내 돈을 은행에 넣어만 두는데도 돈을 내야한다고??? 내야합니다. 은행마다 현재의 신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고 알고는 있었다. 그래서 학원 선생님 몇에게 물어보니 Deutsche Bank가 제일 낫지 않을까? 물론 나는 그 은행 겁나 싫어해- 이런 소리나 하고ㅠㅋㅋㅋ 젊은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나는 Sparkasse 쓰는데, 뭐 특별히 좋은건 없어- 네... 제가 직접 다녀보겠습니다...


먼저 Deutsche Bank에 갔다. 두려워하면서 더듬더듬 Termin... 하고 말끝을 흐리니까 영어는 할 수 있니?라고 묻는다. 물론, 영어할 수 있어? 로 물어본거지만, 내가 받아들이기는 영어"는" 할 수 있니? 였다. 그럼! 영어는 할 수 있어!!! 하고 은행 계좌를 열고 싶다. 했더니 너 학생이니? 아니.. 지금은 독일어 어학원 다니고 있어. 라고 대답하니까 한달에 5유로씩 계좌보관료를 내야하고, 정식 학생;이 되면 계좌보관료가 없게 전환해준다고. 크엉... 5유로면 한달에 6500원씩 떼간다는건데. 아 너무해ㅠㅠㅠ 뭐 그래도 아쉬운건 나니까. 그래 나 안멜둥 서류랑 여권이랑 다 가져왔어, 내일 예약할 수 있어? 라고 물었더니 오늘은 월요일인데! 이번주는 예약이 전부 다 잡혀있어서 다음주로 해야한다고. 와... 그래... 근데 또 다음주 월요일은 공휴일이래!!! 아이고 ㅁ;ㅇ니라먼ㅇㄹ;ㅏㅇ ㄻㅇㄴ ㅁㄴ링ㅁ날;ㅇ 러ㅏㅇ ㅊㄹ ㅁ 그래... 화요일... 그래... 그리고는 이런 예약종이를 받았다. 




그리고는 혹시 니가 예약시간을 변경하거나 취소하려고 하면 꼭 전화를 해달라고. 저는 아직 전화기가 없는데....... 뭐 별 일 있겠나요...





아직 이 도시 적응중이라 시내를 돌아다녔다. 돌아다니다가 젊은 선생님이 쓴다고 했던 Sparkasse가 보였다. 여기가 계좌 보관료가 조금 더 싸면 여기서 계좌 열어야지! 하면서 은행에 들어갔는데, Deutsche Bank와 완전 다른 분위기. Deutsche Bank가 한국의 일반적인 은행에 가까웠다면, Sparkasse는 일반 은행의 VIP 창구같은 느낌? 서서 업무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다 넓은 개별 공간에서 개인 데스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냥 계좌보관료만 물어보고 싶어서 인포메이션에 계좌 수수료를 물었더니, 우리 직원이 안내해줄꺼야- 라는 말과 함께 어떤 직원에게 인계되었다.



하...이.... 정말 다행히도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영어가 가능한 직원이었고, 나도 유창하지 않으니 서로가 유창하지 않다는건 몹시 좋았다. 앉자마자 계좌 보관료를 묻는건 너무 없어보이니까ㅠ 이런저런 설명을 들은 후에 물어봤다. 많이들 궁금해하는건지 이미 인쇄된 것이 있었다. 사용할 때마다 수수료가 붙긴 하지만 계좌 보관료가 없는 계좌도 있단다. 혹시 내가 잘못 이해한걸까봐 몇번이고 다시 물었다. 돈 안내는거 맞지? 맞지??? 맞다고 두 번 대답해주고는 세 번은 묻지 않았다.


독일에서는 예약없이는 아무 행정처리도 못한다고 알고 있는데, 심지어 병원도 예약해야해서 아파 죽을것 같아도 내일 예약을 잡고 그래야한다고 알고 있는데, 나는 어째서 예약없이 거주자등록도 계좌 개설도 다 되는거지. 다 나의 수호천사님이 열일해주고 계시기 때문인 것 같다. 집 구한 후에 쉬시라고 했는데도 이렇게 저를 생각해주시고.. 어디로 어떻게 답례를 해야할지.. 독일로 한번 놀러와주세요, 제가 맥주를 사겠습니다. 무튼 그렇게 계좌 개설이 순조롭게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한국인이면 TIN이 필요하다고 한다. TIN이 뭔데... Tax Identification Number???? 저는 그런게 없는데요???? 모든 한국인은 이게 다 있다는데? 라고 하는데 그럴리가 없잖아. 세금 내는 번호가 한국인에게 다 있다고? 나는 한국에서 세금 낸 기록이 거의 없는데, 혹시 계좌 개설에 문제가 생긴걸 수도 있어서 조금 겁이 났다. 이렇게 주구장창 장기 백수로 지내온 한국에서의 내 비루한 인생이 독일에서의 삶도 태클을 거는구나ㅠ 휴.. 싶었다. 그리고는 동료에게 물어본다고 전화를 몇 번 하고는 어떤 안내문을 뽑는다.






이 안내문 보고서는 어이가 없어서... 주민등록번호가 영어로 Tax Identification Number라니 ㅋㅋㅋ 영어인척 하지 마시라구요... 영어는 Social Security number라고... 내가 어이없어하면서 저기 안내된 칸에 내 주민번호를 차곡차곡 쓰니, 이렇게 긴걸 외워??? 하길래 응 그냥 앞은 내 생일이고, 한국에선 이 번호가 정말 중요해서 대부분 자기 번호는 다 외우고 있어. 이 번호인줄 알았더라면 네가 덜 고생을 했을텐데, 내가 이걸 TIN이라고 부르는 줄 몰랐네. 라고 했더니 자기도 한국인은 처음이라 이 문서가 없었다고 걱정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한다. 걱정한거 보였나봐... 그렇게 계좌를 열 수 있게 되고, 엄청난 양의 문서;를 계속 프린트한다. 저게 다 뭔데? 하니까 응, 내가 한 장 보관하고 너한테 한 부 줄거야. 하길래 그걸 물은게 아니지만 뭐.. 그리고는 마치 출국할 때 공항에서 면세점 픽업하면서 싸인회를 할 때처럼, 수없이 싸인을 했다. 너무 많아서 내가 아직도 남았어? 하니까 응, 독일인들은 그렇잖아- 뭐야.. 당신도 독일인이잖아ㅠㅋㅋㅋ 그렇게 많이 싸인을 하고 나도 받은 문서들.




영어 버전따윈 없ㅋ엉ㅋ 독일에 왔으니까 독어로 된 문서 더미를 받거라!!!




독일에서 문서를 보관하는건 중요하단다. 이 보관함을 같이 줄께! 여기에 보관해둬! 라면서 준 은행 파일. 그리고 독일의 은행은 내 계좌를 열어준 사람이 내 담당이 되니 명함을 꼭 챙겨두는게 좋다는 팁을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명함을 챙기려하니 저기에 딱 꽂아준다. 원래 그런 용도로 나온 듯

 




내가 또 막 신나하면서 받으니까, 뭘 더 줘야하지? 하면서 꺼내준 것. Kontoauszüge.

한국의 은행과 달리 독일 은행은 실물 통장이 없다. 그래서 특정 기간에 한번씩 은행에 들려서 거래내역을 뽑아가야한다. 은행 웹사이트에서 PDF로도 받을 수 있다는데, 아직까지 독일인들은 직접 은행에 들리는걸 더 선호한다고 한다. 이걸 안하면, 은행에서 그 거래내역을 뽑아서 집주소로 우편을 보내는데, 이 발송비용을 계좌에서 빼간다. 많은 돈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푼돈이라도 아껴야하니까 잘 챙겨야지. 그리고 카드 받은 후에 카드를 분실하게 되면 꼭 저기 적힌 번호로 연락해야한다고 신신당부를 한다. 거의 한시간 넘게 계좌 개설하는 작업;을 했다. 이렇게나 한 사람에게 할당된 시간이 많으니 당장 예약하기가 어려운거구나... 독일은행은 예약없이는 업무가 거의 어렵다던데, 오늘 바로 계좌 열게되서 너무 다행이야! 했더니, 원래 이 시간에 예약해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안온거라고. Lucky!! 라고 얘기한다. 세상에, 또 Lucky야? 


그리고는 독일어 공부 열심히 해서 다음에 볼 때는 독일어로 대화하자! 라고 하길래 순간 괜히 찡해져서 막 그 당시 내 기분을 독일어로 말해주고 싶은데, 나는 독일어를 할 줄 아는게 안녕 고마워 다시 봐 이런거밖에 없고... 휴... 벙어리의 심정이란 이런걸까. 너무너무 고맙다는 말은 겨우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예약 하나도 없이 거주자등록한 날에 계좌까지 열게 된, 엄청나게 운 좋은 독일 행정처리들이었다. 당분간 공식?업무들은 없으니 이 두 개로 이미 나는 다 이룬 느낌.


(글 순서가 뒤죽박죽이다. 왜 이거 쓰는걸 까먹었지ㅠ 이유는 알고 있다. 돈 쓴걸 쓰는게 재밌으니까....ㅋㅋ)


Bürgeramt(줄여서 암트로 보통 말한다. 한국에는 이것만 하는 곳은 없어서 뭔가 어렵지만, 영어로 Citizens Registration Office)에 Anmeldung(거주자등록)을 하러 갔다. 예약없이는 아무것도 안된다고 들었지만, 그것도 대도시의 얘기인지 내가 있는 동네에서는 딱히 예약이 필요 없었다. 암트에 도착한게 9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고, Anmeldung을 하러 왔다고 하니 여권 가져왔니? 서류 작성해왔니? 집 계약서 가져왔니?를 물어봤고 응! 응! 응! 이라고 대답했다. 한국의 흔한 대기표처럼 생긴 것을 줬고, 대기인수는 서른명쯤. 서른명이면 한시간쯤 걸리려나... 그래도 오늘 바로 되니까 다행이네... 라고 생각했다. 까막눈이라 무슨 뜻인지 하나도 모르지만, 대기표에 적힌 10 Min. 설마 10분 걸린다는건가... 그럴리가... 10분이 채 안되서 내 차례가 왔다. 독일어가 전혀 안되니까 당연히 학원 선생님이 같이가주셨다. 혼자 수업들으니 이런게 될지도. 


암트까지 오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왔고, 선생님이 생각;한 것보다 내가 독일어를 조금 더 안다고 생각했는지 암트에 앉아서 계속 이런저런 단어들을 서로 묻고 대답하고 했다. 내 차례가 됐고, 게르만족은 아닌 공무원이 내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담당자의 이름에 움라우트가 있어서 이건 어떻게 발음하냐고 손짓하니, 선생님이 "아마 전형적인 독일사람 이름은 아닌 것 같아"라고 말해서 나는 순간 엄청 놀랬다. 한국에서라면 이런 말은 분명히 굉장한 실례이고 무례일텐데 독일은 이민자 국가라서 이런 얘기가 괜찮은가보다. 담당 공무원은 직접 터키 이름이라고 말해줬고, 터키 말로 "Black Eyes"라는 뜻이라고 해줬다. 그러면서 본인의 까만 눈동자를 손으로 가리켰다. 나도 내 눈을 가리키면서 나도! 라고 했다. 



인터넷에서 많이 접해왔던 불친절하고 깐깐하고 등등의 암트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이민자로 살면서 공무원까지 되기는 상당히 어려웠을텐데, 한달도 채 안되었지만 독일에서 지내보니 게르만족의 독일인보다 이민자들이 더 친절한 느낌이 있다. 그들도 처음에 독일에 와서 고생하고 그랬을 때가 생각나는거려나- 무튼 그렇게 예약도 없이 방문했던 암트에서 30분도 걸리지 않아서 Anmeldung이 끝났다. 이게 정말 끝이야? 라고 "Black Eyes"에게 물었고, 응 다 했어! 라는 답을 들었다.








작은 종이는 대기표, 큰 종이는 내가 작성한 서류의 뒤에 붙어있던 종이. 첫번째 종이는 안멜둥에 필요한 정보들을 빼곡히 기입했는데, 붙어있는 종이(첫번째 종이에 씌여진 부분이 따라써지는 그 형식의 서류이다)에 이미 이런 개인정보 보호 처리가 되어있는지는 몰랐다. 내가 기입한 첫번째 종이는 암트에서 가져가고, 이 종이를 확인증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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