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공항에서 우편물을 보내야했던 이유는,

특별소인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는데

그 당시에 너무 정신없고 넋이 나가서 그냥 보내기만 했다....


28인치(32kg) + 20인치(12kg) + 면세품 + 쇼핑백 등등등

이만큼을 끌고 우체국을 찾아서 헤메는건 정말 빡센 일이었다


하지만 공항에서 꼭 보내고 싶었고,

시내에 우체국이 어느정도 있을지 모르니 있는 곳에서 보내는게 가장 나을 것 같았다



탑승동/입국장과는 다른 건물에 우체국이 있다는 안내를 받았고,

캐리어들 끌고 끌고 끌고 우체국을 찾아 헤멨다


공항인데도 영어가 이렇게도 안통하면,

밖은 대체 어떻다는건 조금 막막해졌다

뭐 대충 눈치로, 손짓발짓으로....



나는 1유로를 기꺼이 쓰고 카트에 담아서 끌고 다녔는데,

꽤 많은 중국인들은 그 1유로를 아끼려는건지 두세개의 캐리어를 묘기하듯 끌고 다니는걸 볼 수 있었다. 중국인이 보기에 내가 약간 중국인 같은건지, 자꾸만 내게 중국어로 뭔가를 물었다. "워쓰한궈런"을 이럴때 한 번 써먹어 본다...... 



이 카트가 없으면 나는 정말 몇발짝도 못움직이는데, 이런 안내장을 봤다.

에스컬레이터에 카트를 끌고 들어갈 수 있어????????

독일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애만 안태우면 된다는거지? 하면서 카트를 에스컬레이터에 실었는데, 생각보다 경사가 더 되서 좀 많이 불안했다. 그리고 그냥 얕은 경사의 평평한 에스컬레이터에서도 왜 끝부분에는 카트를 땡겨주는 사람이 있는지 알게 됐다.... 코스트코 너희들 정말... 똑똑하구나....


에스컬레이터 계단 끝에서, 카트가 헛돌고 에스컬레이터는 계속 돌고, 내 발은 곧 끼일 예정이고, 이런 상태가 되었다. 엄청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비명 한 번 질러지지 않았고, 그냥 어어어어어어 라는 말만 입밖으로 나왔다. 너무 감사하게도, 남자들 여럿이 와서 내 카트를 바로 딱 땡겨줬고, 넋나간 나를 에스컬레이터에서 평지;로 데려다놨다. 그리고는 내가 땡큐를 하기도 전에 그냥 사라졌다. 누군가 곤란하거나 어려워하는 것을 보면 도와주는게 당연한 곳이구나. 그런 호의 거의 못받아봐서... 그냥 고마웠다. 심지어 사례나 그런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감사인사도 하기 전에 다 사라졌어....




세 사람에게 더 물어봐서야, 우체국에 도착할 수 있었다. Post Office라는 말을 모를 수도 있는거구나... 싶어서 새삼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독일어로도 우체국이 Post라는걸 알았을 때는, 그 때 그 사람은 뭐였지...? Office를 몰라서였던걸까....



무튼 공항 우체국에 도착을 했고, 인도사람이 직원이라 영어가 몹시 잘 통했다. 그리고 귀찮을 수도 있는 나의 이런저런 부탁을 다 들어줬다. 이 우체국 이후 세 군데의 우체국이 모두 영어가 단 하나도 통하지 않았기에, 지금 생각하면 새삼 이 직원에게 너무 고맙다.





PostCrossing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독일에서 우편을 받아봤을 것이다. 그만큼 독일은 우취대국이고, 공과금이나 매달 배송되는 모든 우편물에도 아직 우표를 붙인다. 낭만적이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지만 보통우표는 너무 많이 봐서 조금 지겹다. 물론 독일의 우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이 우표가 굉장히 예쁘게 느껴질 수도 있긴 한데, 나는 집에 이런게 수십 장이 있어요..........ㅋㅋㅋㅋ






독일의 보통우표. 금액별로 꽃의 색이 다 다르다. 적힌 숫자들은 센트를 나타내고, 5라고 적힌 보라색 꽃 우표는 5센트짜리 우표이다. 


외국으로 보내는 모든 엽서는 90센트,

외국으로 보내는 모든 항공서장(봉투에 담긴 우편물)은 50g 이하에 한해 1.50유로(=약1950원)이다.

우편보내는 가격이 내 예상보다 더 비싸서 충격과 공포... 동시에 한국은 얼마나 우편요금이 저렴한지 새삼 알게됐다.


한국에서 외국으로 보내는 엽서는 400원,

같은 조건을 독일에서 보내면 90센트(=약1170원)

무려 세 배나 된다. 세상에....



놀랍지만 별 수 있나ㅠ 이게 이 곳의 물가 차이라면 받아들여야지...

한국에서처럼 자주는 못 보낼 것 같다. 조금 슬프지만 뭐 어쩔 수 없지.



꽃우표 말고 혹시 다른 우표는 있냐고 물어보니

얼마짜리를 찾느냐고 묻는다

90센트짜리를 찾는다고 했더니 이런저런 우표들을 꺼내주다가

어 나 그거 할래!!!! 하고 딱 선택했다.





오른쪽에 보이는 우표를 먼저 보여줬는데, 총 일곱개를 사겠다고 하니까 왼쪽의 우표를 꺼내길래 이거 열 개로 사도 돼? 했더니 된다고 한다. 변지가 꽤 예쁜 우표였다. 오른쪽으로 있을 때보다 변지와 함께 있는 우표가 더 예뻤다. (우표는 아니지만, 우표 옆에 붙은 종이를 변지라고 한다. 보통 이 우표처럼 변지가 예쁠 때 변지를 자르지 말고 붙여서 보내면 괜히 더 서로가 즐거운 느낌에 변지가 있는 우표는 변지를 함께 보내는 편이다)



한국 우체국에서는 발행하지 않는 에어메일 스티커도 일곱개 얻었다. 이미 주소와 엽서를 다 적어둔 상태였기 때문에 변지가 위치할 자리가 없는 엽서는 어쩔 수 없이 변지를 조금 잘라내기도 해야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워낙 예쁜 우표라 보내는 나의 입장에서는 그저 즐거웠다. 





이미 써둔 엽서에 변지의 공간을 맞춰보고 있다. 그리고 독일 에어메일 스티커, 특별한 것은 없지만 괜히 붙이고 싶다. 따로 돈드는 것도 아니니까 ;)



독일에서 한국은 우편도 빨리 가는 편이라, 길어야 보름이면 다 받을텐데 받는 사람들이 모두 다 즐거운 마음으로 받았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비록 우편요금이 비싸서 마냥 행복하기만은 할 수 없지만ㅠ




비행기에서 쓴 일곱 장의 엽서들을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무사히 잘 보냈다 :)





어째 비행 내내 운이 끝내주게 따른다 했다....

공항에 내렸는데, 입국심사를 못받잖아요......



그제서야 독일 여행지 추천을 받으며 신나서 떠들다가,

손에 들고 있던 여권을 떨어뜨린게 생각났다

이야기 하기 전에는 여권이 손에 있었고,

이제 착륙하니까 다들 자리 앉으세요- 할 때는 손에 여권이 없었던 것 같아

아이고.... 화상아.... 왜 사니.... 왜그러니 정말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 자리 근처에 여권이 그대로 있으면 정말 다행인데,

만약 없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건지....

90일 무비자 입국이면 고생 조금 해도 어차피 비자가 없었던거니 상관없는거지만,

나는 1년짜리 비자인데..............

아 정말 내 스스로의 덜렁거림이 밉고 밉고 또 미웠다

제발 여권이 있길 바라면서 입국수속장의 직원에게 얘기했다...



여권을 비행기에 두고 내린 것 같은데, 내가 어떻게 해야하냐고....

우선 입국심사장 옆의 경찰서로 바로 연계되었다

그리고 종이에 내 이름과 비행기 좌석을 적으라고 한다


이름과 비행기 좌석을 적었다.

정말 다행인건, 좌석이 변경되었지만 그게 너무 신나서 그것도 따로 적어놨었다...

휴... 나는 적지 않으면 아무런 생활을 할 수 없는 그런 인간인가보다ㅠ

머리는 왜 달고 다니세요.... 균형잡느라? 아이고 인간아ㅠㅠㅠㅠ


제발 있기를 바라면서 이름과 좌석번호가 적힌 종이를 경찰에게 건넸다

그리고는 비행기쪽에 어떻게 연락을 한건지 우선 기다리라고 한다



매번 출입국 심사를 할 때마다 승무원들은 단체로 경찰서에 들러서 서로 인사를 하고 가나보던데, 나를 보고는 너 왜 여기있어???? 하며 아는 체를 해준다. 영어가 짧아서 "비행기에 여권을 놓고 내린 것 같아" 라고 말을 못하고. "비행기에 여권 놓고 내렸어"라고 말을 해버리니, 승무원들이 일제히 "Why?????"라고 한다. 그러게 나도 그걸 모르겠어......... Hope you find the passport라고 또 상냥히 얘기해주며 승무원들은 갔고, 나는 기다리고 기다렸다. 지나고 나니 경찰서에 있던 시간이 20분 정도였는데, 그 당시에는 그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ㅠ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여권을 찾았다는 말을 건네들었고, 연신 땡큐땡큐를 했다. 분명 독일어로 땡큐를 뭐라고 하는지 외워왔는데,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휴...




그제서야 진정하고 앉아서 기다릴 수 있었고, 곧 내 여권을 들고 Security가 왔다. 또 연신 땡큐땡큐를 말하며 허리가 굽어지게 인사를 하고는, 아무도 남지 않은 입국 심사장에서 나 혼자 입국 심사를 받으려고 줄을 섰다.



아부다비에서 프랑크푸르트로 오는 비행기에서 옆자리의 그 독일인에게 입국심사장에서 한 마디는 독일어로 하고 싶다면서, 독일 왜 왔냐?고 물었을 때 "For Holiday!"라고 말하고 싶댔더니, 한 문장을 만들어줬었다. 


"Ich bin im Urlaub in Deutschland"

발음하기 어려운 U의 발음교정까지 받아가면서 저 한문장을 외우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입국심사관은 내게 독일 왜 왔냐?가 아닌 "What's your problem?"이라는 질문을 했다. 하긴, 그게 맞겠지... 내가 독일에 왜 오고 말고가 중요한게 아니라, 지금은 내가 왜 저 경찰서에 있다가 왔는지를 먼저 물어봐야하니까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버버가 시작되었다. 내가 여권을 비행기에 두고 왔는데 안절부절 안절부절. 누가 생각해도 너무 멍청한 짓인건 맞으니까... 여권이 날 증명하는 유일한 공식수단인데 그걸 막 비행기에 놓고 내려... 하....


내 여권을 유심히 보고는 Get back 이라고 한다. 뭐? 왜 돌아가? 어딜 돌아가? 왜?? 여권 두고 내리면 입국 안시켜주는거야? 왜? 아 내가 잘못한건 맞는데... 가혹하게 그러지말고.... 불쌍한 표정으로 ??????? 이러고 있다가 내가 I have Working Holiday Visa for Deutschland라고 말하니까, 그제서야 Ah? 하면서 여권을 넘겨본다. 일본 많이 왔다갔다한 도장만 잔뜩 있으니까 뭔가 이상한 애 같았던건가ㅠ 끝까지 여권 확인안해보고 나한테 Get Back이라고 한 니가 잘못한거 아냐? 오만 생각을 다 하고 있는데, 혼자 중얼거리더니 내 비자가 Expired 됐대... 아 무슨 개같은 소리냐고.... 죽는다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라고 비자 발행되고 3개월 이내에 입국하면 되는거라고, 지금 두달만 지났어, 확인 다시 해줘. 하니까 Sorry 아 진짜 진짜!!!! Sorry면 다냐고.... 내 여권에 입국 도장을 찍어주면서 "감사합니다" 아 그런 한국 인사 하나 외워주는거 나는 하나도 고맙지 않아. 내가 얼마나 놀랬는지 생각하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무튼 그렇게 별 쌩쑈를 하면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입국했다.

수화물 못찾아서 내 28인치 캐리어 다시 반송되버렸으면 어쩌지.... 하면서 엄청 뛰었는데, 너무 고맙게도 승무원 한 명이 내 캐리어를 레일 밖으로 꺼내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순간 눈물이 핑.... 또 연신 땡큐를 하면서 내 28인치 캐리어와 20인치 캐리어를 카트에 담으려는데, 카트가 안나와.... 음 왜이렇게 카트를 빡빡하게 만들었지? 연신 힘자랑을 하고 있으니 공항직원이 와서 1유로를 넣어야한대............


치사하게 이럴꺼니??? 독일와서 처음 쓴 돈이 공항 카트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이없지만 이런건 그냥 웃으면서 쓸 수 있다.... 대부분 방금 막 내린 사람들이라 동전이 없을테니 지폐도 같이 들어가는 기계로 잘 준비되어있다. 공항 이용객들 1유로씩 삥뜯어서 살림살이는 많이 나아졌고?



공항이니 무료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이제서야 어떻게 숙소에 갈지 검색한다. 미리 준비하고 그런거 난 몰라.... 그냥 즉흥적인게 좋아.... '') 음 뭘 타고 가라네.. 뭐 별거 있겠어?

음, 비지니스는 아니라네... 프리미엄 이코노미? 뭐 잘 모르지만

어쩄든 이코노미보다는 상위! 오예!!! 씬난다!



좌석 넓이같은게 특별히 넓다거나 한건 아니고

그냥 어메니티 주는 정도...?

어메니티도 별로 특별할 건 없고, 그냥

파우치가 예뻐서 그저 행벅....







그렇게 내 자리는 아니지만 내 자리가 된 어떤 자리에 앉아서

앞으로의 7시간의 비행이 시작!




원래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 직항이면 11시간 30분이면 가는데,

나는 경유라서 10시간 5 + 7시간 5= 17시간 10


뭐 돈 많으면 직항이 가장 좋은 선택이겠지만, 나는 돈이 없잖아......




그래도 이코노미가 아닌 자리에 앉았으니까 뭔가 인증샷같은 것도 남기고 싶은데

뭔가 좀 한없이 부끄럽고 그렇네....

다들 평화롭게 앉아있는데 혼자 유난떨기 무안해서 안찍음...

지금 생각하면 찍을껄 =_=



신기했던건, 인천에서 아부다비 오는 비행기에서는 특별식이 거의 나 뿐이라

나만 특별식 챙김?을 받았는데,

이 비행기의 이 좌석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특별식이다

다들 채식..... 왜 채식...... 저는 육식....


부자들은 다 채식을 하는건가? 하는 좀 이상한 생각도 했다 ㅋㅋㅋ

아니겠지... 별 상관없겠징..



두 번째 기내식!

두근- 두근-





휴... 내가 정말 음식 가리고 그런 사람 아닌데, 황당할 정도로 이상한 조합이었다....

굳이 물고기를 이렇게 익혀야하는거니...? 소스는 이게 뭐니....

대체 왜.... 평생... 너를 평생....ㅠㅠㅠㅠ


익힌 물고기들은 밥 속에 숨겨져있다...

따로라도 주지.. 하다못해 튀기기라도 하지

이게 뭐람.........






실컷 불만을 말했지만, 싹싹 다 긁어먹었습니다.... 제가 그렇죠 뭐....

다먹은 사진은 드러우니 굳이 올리지는 않아요 ㅋㅋㅋㅋ




그렇게 이번 일곱시간도 또 딱히 잠들지 않고 다이어리 쓰고 정리할 거 정리하고, 독일어느 지역에서 지낼지 지도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 흔한 여행책자 한 권 사지 않았다. 항상 나는 그렇게 여행해왔기에)


그런데 바로 옆자리에 앉은 여자의 모든 소지품이 다 호주 호주 호주길래, 혹시 호주사람이냐고 물었더니? 막 웃으면서 아니라고, 호주에서 휴일 보내고 집에 가는 중이라고. 아 그래.... 독일 사람과 호주 사람을 그 당시에는 구분할 줄 몰랐다. 지금도 100%로 구분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무튼 그 당시에는 몰랐으니까. 







내 또래라서 괜히 혼자 친근감을 느끼며 독일 여행지 추천 좀 해달라며, 씬나게 떠들었다. 그 당시에는 몇시간 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채ㅠㅠㅠㅠㅠㅠㅠ



씬나게 떠들다보니 곧 도착이라고 한다.

열시간 비행하고 나니 일곱시간은 별 것도 아니구나 싶어서 서로의 귀가/여행을 축하해주며 다시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입국 수속 줄에 서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여권이 보이지 않았다.... 워낙 가진 짐이 많아서 못찾는거겠지, 왜 여권이 없겠어. 내가 내내 잔 것도 아니고, 일곱시간 내내 깨있었는데, 없어질리가 없잖아!


하지만 없다, 없다.

독일에 도착은 했지만, 여권이 없는;;; 나는 입국 수속을 받지 못했고,

그렇게 입국 심사장 바로 옆의 경찰서에 인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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