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나는 겁이 굉장히 많지만, 두려움보다는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두려움을 이기는 편이다. 환승시간은 세시간 삼십분. 소지품 엑스레이 검사같은 것들이 필요하니까 한시간 정도 잡고, 또 비행기 출발 30분 전까지 탑승완료해야하니까 나한테는 엄청 길게 잡아야 딱 두 시간의 여유시간이 있을뿐이었다.


특별히 뭔가를 해야하는건 아니었는데, 출발 전에 수화물 보내는 것 때문에 고생을 해서 그런지 열시간이 지난 그 때도 땀이 여전히 찝찝했다. 분명 아까 착륙 직전에 한국어로 공항에 씻을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했으니 간단하게라도 씻어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는 아부다비 공항에 내렸는데....


아 이게 대체 무슨 난리통이지.... 환승공항으로 많이 이용된다는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까지 환승객들이 미어터지게 많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세상에... 세상에!!!!

더 황당했던 것은, 환승객들은 층을 이동해야하는데, 그 에스컬레이터가 고장이 나서... 근데 고장난 에스컬레이터로 걷는 것은 위험하고 그 에스컬레이터를 고쳐야하니까 계단도 전부 다 막아둔 것이다... 아주 약간 내가 피난민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상상도 못할 각종 인종들의 사람들이 환승하러 한 층을 내려가야하는데 못가서 막혀있었다... 이런 상황은 내 계산에 전혀 들어있지 않았고, 혹시 못씻는거 아니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이고 나 찝찝해 죽으라고ㅠㅠㅠㅠ 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내가 오기 한참 전부터 이미 그 난리가 나있었던 탓인지 한 20분 정도 기다리니 다 고쳐져서 사람들이 이동을 했다. 그리고 나는 환승객들의 이동 통로를 따라 가고 있었는데, 혼자 씩씩하게 걷다보니 다들 왜 안보이징... 나만 있네... 그리고 저기 보이는 출국심사장...


역시, 또 길 잃어버릴 줄 알았어!

다시 온 길을 거꾸로 돌아가서 환승통로에 도착했다. 다 됐고 씻기부터 해야겠다 싶어서 에티하드 라운지에 샤워시설이 있다고 들은 것 같아서 라운지로 갔다. 가는 길에 에티하드 승무원을 만나서, 나 한국에서 에티하드 타고 왔고 곧 에티하드 타고 독일가는데, 너희가 샤워실을 제공한다며? 그거 어디있어? 했더니 퍼스트나 비지니스니? 라고 묻길래 아니 이코노미인데? 했더니 이코노미는 라운지에 있는 샤워시설 못써. 아니 너희가 비행기 안에서 그런 말은 안했잖아? 하니까 공항에서 제공하는 샤워시설은 쓸 수 있어.라길래 그래 그건 어딘데? 했더니 엄청 찾아가기 힘든지 레프트 라이트 다운 난리법석.... 화가난다 화가나


하지만 나는 씻을 것이다. 그 후로 어떤 항공사 소속이든 상관없이 승무원들을 볼 때마다 Do you know where can I take the shower? 를 앵무새처럼 외치며, 샤워할 수 있는 곳에 도착!


아... 그런데 보자마자 황당하고 어이털려서.... 샤워기만 있다............... 수건이며 뭐 샴푸며 아무것도 없다........... 아이고 내가 뭘 바라고 여길 온거냐 아이고... 시간만 겁나게 쓰고.... 그래도 나는 씻을 것이다. 물만 끼얹어도 땀은 좀 씻을 수 있겠지




수건을 열개나 가져오면 뭐하냐고 ㅋㅋㅋㅋㅋ 다 수화물로 보내서 내가 가진 캐리어에는 엽서만 수백장 있고 ㅋㅋㅋㅋㅋㅋ 엽서로 몸 닦을거냐구.......... 다른 사람들 어떻게 씻나 보니까, 핸드타올 수십장 뽑아가서 수건처럼 얼굴 닦고 그러네...? 오케이 나도 따라해야지. 나는 몸을 닦아야하니까 ㅋㅋㅋㅋ 핸드타올 엄청나게 뽑아서 샤워하러 들어갔다. 그리고는 내가 그 길고 긴 머리를 짧게 짜른 것을 처음으로 기뻐했다. 그냥 단순히 독일은 미용실 비용도 비쌀 것 같아서 짧게 자른건데, 이렇게 큰 도움이 되다니... 머리카락이 겁나 짧아서 핸드타올 네 다섯 장으로 머리를 말릴 수 있었다 ㅋㅋㅋ 몸이야 뭐 대충 닦고 옷 입었고. 나이스!!!!!!!!


그렇게 샤워 한 번 하기 어렵네... 하면서 샤워를 하고 나오니 이미 거의 한시간쯤 지나있었고, 나는 또 허기가 졌다. 비행기 내리기 직전에 밥 먹었는데... 왜 때문에 또 배가 고픈 것이죠....? 소화 좀 천천히 해.... 제발 좀....



그래서 뭘 먹어야하나- 하면서 공항에 있는 식당 쪽을 가는 길에 엽서 파는 곳이 또 눈에 들어오고... 나 약간 어디서든 엽서 잘 찾는 그런 능력이 있는걸까? 퀄리티가 너무 좋아서 한 장 사서 집에 하나 보낼까 했는데, 아부다비 공항에서 안보내면 아무 의미 없으니까.. 우체국 찾고 법석하다가 환승 비행기 놓치면? ^^..... 안사야지... 근데 가격은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한 장에 $2 ㅋㅋㅋㅋㅋ 아이고 놀고들 계세요.... 안사요.



 





그렇게 식당가에 도착했는데, 여기 화폐가 또 다르니까 멘붕... 물론 달러화도 유로화도 받아는 주는데 내가 손해보는 기분이 드니까=_= 진짜 얼마 안남은 달러화로 고민고민하다 버거킹 - _-..... 다른 메뉴들이 쓸데없이 과하게 비싼 감이 있었고, 버거킹은 원래 한국에서도 어느정도 비싸기도 하니까, 수긍 가능한 가격이었다. $6, 탄산 없이 먹는거 정말 힘들었지만, 남은 달러가 딱 그게 다였다.... 와퍼는 아니고 뭐였는데 기억이 안나네... 무튼 맛있었다.






열심히 먹고, 비행기 시간 맞춰서 열심히 열심히 걸었다. 

공항 참 커..... 별로 안 큰 듯한데 엄청 커....

어찌어찌 다행히 시간 전에 도착해서 (하지만 다른 사람들 거의 다 탄 이후에 탔다ㅠ)

프랑크푸르트까지 가는 비행기를 무사히 탔다!




그런데....? 내 자리에 누구 앉아있다.....?

혹시 이게 바로 오버부킹인가... 혹시 그런가요...........?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는 비지니스에 앉아서 독일을 가게 되었습니다

이런 행운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렇게 행운 다 초반에 몰아쓰면 안되는데ㅠㅠㅠㅠㅠㅠㅠ


어쨌든 지금 현재 행복하니 됐다 싶어서

막 엄청 신나하니까 승무원들도 막 같이 하이파이브 해주고 법석 ㅋㅋㅋ

(한국에서 같이 온 승무원들 아니고 처음 봤는데 다들 어찌나 또 성격들 좋으신지)



다음 포스팅은 비지니스에서 받은 어메니티 자랑? 별거 아니지만 그냥 신나서 ㅎㅎ

열시간 중 아홉시간을 깨어있다 보니,

잘생긴 그 승무원 말고도 다른 승무원들이 내가 대체 안자고 뭘 하는지

엄청 궁금한지 오며가며 뭘 자꾸 물어봤다


글씨쓰는데 문제는 없냐고 묻기도 하고

문제 없다고 하니까 너 대단하다고 하기도 하고

열시간의 비행이 끝나가는 시간이 되니까

승무원들은 다 너무 피곤해보이는데

나는 전혀 피곤해보이지 않아서

왜 너는 지치지 않느냐고 하기도 하고

그들은 일이고 나는 그저 앉아서 쉬며 쓰며 하는건데 어떻게 같겠냐고 생각을 했지만

짧은 영어.... 반드시 영어 공부를 더 할테다...... (항상 결심만 한다)



그 중 가장 많은 대화를 했던 이드리스 엘바;

안피곤하냐고, 대부분은 이 높은 하늘에 열 시간을 앉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피곤해한다고, 근데 너는 하나도 안피곤해보인다고 하길래

내가 지금 유럽에 가는게 너무 행복하고 믿어지지 않아서 마치 "뽕맞은" 기분이라 잠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을 꼭 영어로 하고 싶었는데, 못했다.... 괜히 또 어정쩡한 내 영어로 하다가 아부다비 공항에서 경찰에 인계되면 곤란하니까.... 그냥 안자도 별로 안힘들다고 했더니, 완전 놀랍다면서, 우리가 찾던 인재가 너같은 사람이라면서 ㅋㅋㅋㅋㅋ You've got talent!!! 이러길래 응 나 그 프로그램 좋아해 했더니 유머도 있다면서 또 그 외국인 특유의 오버.... 하... 나도 한 리액션하는데 영어가 짧은게 이렇게 안타깝네....  캐빈크루에게 필요한 탤런트가 너한테 있는거 같다고 인터뷰 잡아줄까? 이렇게 농담을 해댈 때, 아냐 난 키가 작아서 아마 못할껄? 했더니 키는 규정에 없어 / 키는 없지만 암리치는 있잖아 / 어? 너도 캐빈 크루에 관심있었던거 맞구나??? 하면서 서로 막 웃었다. 설명하려면 어렵단다.... 한국의 기형적인 취업시장에서는 대부분 내 분야가 아니어도 다들 서로 잘 알아....ㅠ



다른 여자 승무원은, 내 테이블뿐 아니라 빈 자리인 내 옆자리의 테이블까지 내려서 엽서 수십개를 펼쳐둔걸 보고는 Wow! You made Office here!!! 이러길래 나는 또 그 말이 왜 그렇게 웃긴지, Yes, I did! Office in Etihad! 이랬더니 또 막 웃고. 다들 웃기도 참 예쁘게 잘 웃지.... 나도 좀 예쁘게 웃어보도록 노력해야지, 빙구웃음 말고...



아무래도 엄마아들에게 도움받을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엄마아들이 주변의 한국인에게 환심살 수 있도록 면세담배를 사가겠다고 그렇게 장담을 했는데, 면세담배는 개뿔... 내 면세품 픽업도 못해갈뻔 했다고...........ㅠㅠㅠㅠ


혹시 몰라서 승무원에게 기내 면세로 담배 파냐고 물어보니까, 판다길래 응 나 사고싶어 했더니 조금 있다가 면세품 카트 돌아다닐거라길래 알았다고 하고는 기다렸다. 제일 만만한게 Marlboro, 한보루에 $24, 뭐 비싼건 아니겠지. 마침 내가 가져온 달러화가 있어서 $25을 냈는데, 잔돈을 거슬러주지 않는다. 영수증에는 잔돈도 적혀있는데...? 음 뭐지 싶어서 기다리려다 지금 지나면 안줬는데 줬다고 할지 모르니까 잔돈 안줬다고 했더니 엄청 미안해하면서 잔돈 $1을 준다. 원래 이런 실수 안하는데 미안하다고 하길래 괜찮아, 열시간 비행은 힘들고 피곤한거야. 했더니 또 캐빈 크루의 탈랜트 얘기 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워죽겠네....



그렇게 기내 담배까지 야무지게 사고,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


대부분 가까이의 짧은 여행을 해서 그런지

기내식이 나오는 여행은 거의 해본 적 없을 뿐더러

(나와봐야 뭐 샌드위치 나부랭이정도....)

일반 항공의 경우 기내식이 나오는 세네시간 정도의 비행도

다 저가항공을 타고 다니니

물 한 잔도 돈주고 마셔야하는... 그런 가난한 여행을 해야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이번에는!!!

기름이 펑펑나는 나라의 항공사! 돈이 넘쳐나는 나라의 비행기!

딜마티가 기내에서 무료로 무한으로 제공되고

술쟁이들은 원없이 술을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다는

한 번 이 항공사의 비행기를 타고나면

아에로플로트나 중국동방항공이나 다 씹어먹게 되는

엄청난 돈잔치의 향연, 에티하드!!!



네, 제가 바로 그 에티하드를 타고 독일을 가게 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ㅅ //




우선 기내식이 나오기도 전부터

탑승할 때 본 남자승무원 세 명이 다 너무 잘생겨서

아 우선 만족, 행복해....

뼈대가 다르다는게 이런거구나... 호주에서와는 또 다른 느낌의 외국인들



비행기를 타자마자 간단 기내식을 먹고, 한시간만 딱 자고 내내 깨있으니

엄청나게 허기가 몰려왔다.

딜마티를 계속 마셨지만, 배고픈거랑 물배차는건 다른 이야기...


아 왜 밥 안주냐... 밥 달란 말야....

허기가 지니까 배가 아파왔다

아이고 누가 보면 일주일은 굶은 줄 알겠다며... 몇시간 굶지도 않아놓고ㅠ

위장새끼 일 좀 천천히 해주시겠어요?



그렇게 배가 아파서 몸이 반으로 접혀질 때 쯤

구원처럼 이드리스 엘바;가 내 특별식을 들고 나타났다

어디 아프냐는 말과 함께

아니 배고파서...라고 하니까 너 진짜 재밌는 애라고 막 웃고 갔다

미안하지만 진짜였단다....



대부분의 항공사에서 특별식은 추가비용 없이 선택할 수 있다. 해산물이라고 해서 뭔가 일반식보다 더 좋을 것 같지만 그건 기분 탓이다. 전혀 특별할 것 없고, 다른 선택지는 주로 채식/무슬림(할랄) 이정도니까, 정말 특별할 것 없다. 해산물이라고 회나 스시 한 점을 기대한 내가 바보....



특별식을 주문하면 저렇게 자리 번호와 특별식 종류가 적힌 카드가 꽂혀있는 식사를 받게 된다. 별거 아니지만 또 특별해보이고 좋아한다. 그리고 대망의.... 해산물





사실 나는 은박을 벗겨보고 너무 놀래서 할 말을 잃었다.... 새우로 너희가 생각해낸 기내식이 죽이다 이거지....? 충격..... 마음 상함.... 하지만 처음의 상심과는 달리 또 너무 맛있게 잘, 하나도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다... 음식 남기고 그러면 벌받아요





그렇게 뭔가 아쉬운 기내식을 싹싹 다 긁어먹고 창문을 보니

와- 역시 장거리 비행이어도 창가에 앉는건 바로 이런 사진을 위해서지!!! 라고 생각하게 되는 장관이 펼쳐졌다

아이폰놈... 이게 최선입니까...? 훨씬 더 멋있었는데, 사진에 다 담겨지지 않았다

조금 담겨졌다 싶으면 빙구처럼 웃고있는 내가 막 비쳐있고.........ㅠㅠㅋㅋㅋㅋ




이제 아부다비 공항에서의 환승!!! 아부다비는 어떤 곳일지, 내리지는 못하지만 괜히 엄청 기대된다. 언젠가 사막투어를 하게 된다면, 꼭 다시 이 에티하드 비행기를 타고, 꼭 이드리스 엘바를 다시 만나게 되는 행운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 





ps. 독일에 모처럼 해가 반짝거리는 날이라, 아침에 이것만 쓰고 밖으로 나가려합니다. 혹시 기다리신다면 독일시간 화요일 오전(한국시간 화요일 오후)에 올라오는 포스팅은 이게 다에요!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고 한다.....) 비 안올 때! 해가 반짝반짝할 때 빨리 나가야해요! 언제 비올지 모르는 이 뭣같은 독일 날씨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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