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내가 누군가에게 뭘 묻고, 그 사람이 내게 대답해주고 하는 것이 낯설기 때문에 우선은 구글 지도로 찾아본다. 그것이 특히 특정인만 알고 있을 경우에는 더더욱. 나는 독일 사람들이 PostCrossing을 많이 하길래, 대부분의 독일인이 우편에 호감을 갖고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이 근처 우체국 어딨는지 알아? 했을 때 음, 모르겠네... 라고 대답하는 독일인이 더 많다는걸 알고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겐 구글 지도가 있으니까! 


그렇게 구글지도가 안내해준 우체국을 찾아갔다. 길치에게 지도를 보고 길을 찾는 것은 역시나 어려운 일이다. 영어가 통하는 사람을 길에서 만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오늘은 어떤 중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중국계로 보이는 학생이 내가 딱 헤메고 있는 길 근처의 횡단보도를 기다리길래, Entshuldigung(=excuse me), can you speak English? 라고 물었는데, No, I speak Deutsh only. 라는 대답을 들었다. 참나 German도 아니고 Deutsch라니 부러워서 눈물이... 응 미안... 하고는 다시 누군가에게 물어야 길을 찾을 수 있을까 하던 차에, 독일 입국 후 처음 만나게 된 독일 사람인 (엄밀히 말하면 입국도 못한 상태긴 하지만ㅠ) 경찰을 보게 된다. 심지어 경찰차도 있는거 보니 혹시 저 사람이 영어를 못하면 그 안의 누군가가.... 할 수 있겠지... 제발요 감사합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경찰들은 모두 조금의 영어는 구사할 수 있다는 답을 했고, 그 조금은 내 영어보다 잘했으며... 예... 무튼 그렇게 바빠보이는 경찰들에게 길을 물었고ㅠ 그들은 내게 길안내를 해준 뒤 거의 바로 차를 돌려서 어디론가 갔다. 제가... 뭔가 잘못한건 아니죠? 괜찮죠???



한 번 봤다고 조금 친근해진 POLIZEI



경찰의 감사한 도움으로 쉽게 찾았다. 우체국!


이젠 멀리서 봐도 반가운 그 노란 표시! 야호!!!



음... 근데 우체국 아닌거 같은데...

저 노란 간판은 우체국이 맞긴 한데...

뭔가 좀 이상한 느낌적 느낌


이 날은 비가 추적추적 와서 유난히 사진이 더 아련터진다

비오는 날에 굳이 또 우표를 사러 가는 우리 존재.. 화이팅!!!



들어갔더니, 음, 점빵인데...?




혹시 우표를 살 수 있나요? 라고 물어보니

(너무 당황해서 어제 외운 독일어 문장을 쓴다는걸 까먹었다)

영어가 유창한 아랍계 직원이 살 수 있다고 나름 친절히 대답했다.

오? 영어가 통한다! 휴.. 다행이야...

우표 좀 볼 수 있을까요? 했더니


보여주는데 꽃꽃꽃꽃꽃!!!!!!!!

휴... 


혹시 다른건 없니...? 라고 물으니

있는데 이것도 네 맘에 들진 않을거야 ㅋㅋㅋ 라고

아이고... 그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안사죠... 우표 두 장을 샀다

장사 잘하시네요....


나중에 이 곳을 다시 자세히 찾아보니 우체국은 맞는데 "filiale"라는게 붙어있었다. 뭐 별거겠어? 싶었는데, 저 단어가 붙은 곳들은 저렇게 점빵에서 우표도 팔고 우편도 대신 받아주는 그런 "지점"이라고 한다. 내가 생각한 지점은 동네 우체국들이 지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직영 개념과 이런 개념은 또 다른가보다. 


독일 우체국을 한국어로 찾으면 항상 기사 검색에 "민영화"라는 키워드의 기사들이 뜬다. 시스템이 꽤 깔끔하길래 위키에서 찾아봤는데, 창립이 1995년부터라고 되어있어서 ??? 했었다. 민영화가 1995년에 된거구나, 한국과 20년 이상 차이나는구나 싶은 마음. 그래도 국제우편 기준으로 우편요금이 세 배나 비싼건 조금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도 민영화되면 이렇게 되겠지, 부디 민영화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



무튼 그렇게 우표를 구입하고, 비가 와서 보내지 않을까 몇 번이나 생각하다가, 독일의 우편 시스템을 믿어보기로 했다. 심지어 만년필로 쓴건디ㅠ 부디 번지지 않았으면...




언제나처럼 특별한 일 없이 또 다이어리를 쓰고 밀린; 일기를 티스토리에 쓰고 (일기는 미루지 않으면 써지지 않는 것 같다. 04/25 일기를 쓰는 현재는 05/04) 하면서 숙소의 로비에서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는데, 50대? 60대쯤 되어보이는 독일 여자분이 앞에 앉아도 되냐고 묻는다. 네! 앉으세요!


니가 아마 나랑 같은 방을 쓰고 있을거야- 라고 운을 떼길래, ???? 했더니, 방에서 니 "특이한" 슬리퍼 봤어 라길래 그냥 웃었다. 내 슬리퍼가 좀... 예쁘지? 헤헿



호주에서 사온 해변용; 슬리퍼가 독일 게스트하우스 생활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몹시 유용하다. 슬리퍼 안가져왔으면 또 와서 괜히 돈쓸뻔 했다.



무튼 그렇게 그 독일인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오늘은 Free Crepe Day라고? 물론 알고 있었다. 뭐라도 공짜로 먹어보려는 나의 심뽀.... 사실 한국에서 크레페를 먹어본 적은 있지만, 그게 크레페라고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다.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디저트들은 일본을 거쳐서 들어오면서 원래의 형태와는 많이 달라진다. 크레페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 크레페 처음 먹어봐서 그러는데, 추천해줄 수 있어? 라고 크레페를 만드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처음인데다 그게 독일이면 당연히 누텔라지! 라고 하길래, 오케이!! 하고 누텔라를 발라서 자리에 앉았다. 독일에 사흘 있어서 느낀 점이 딱 하나 있다면, 한국인이 외국인 김치 먹는거 보고 괜히 좋아하듯이, 독일인도 외국인(특히 아시안)이 누텔라를 좋아한다고 하면 그걸 그렇게 좋아하더라. 시야가 좁으신 유럽인들이시여, 아시아에도 초콜릿 있어요... 여러분만 그런걸 먹는게 아니랍니다... 겨울에는 스위스미스도 마시는데, 놀랍죠?



독일인과 둘이 대화하다 뭔가 괜히 어색하거나 내 영어가 끊;기면 누텔라 얘기를 해주면 겁나게 좋아했다. 모두에게 통할거라고 생각한 내가 잘못.... 이 독일인에게도 한국인들 누텔라 진짜 좋아한다고 해줬더니, 엄청 진지한 얼굴로 "이 누텔라가 너의 마지막 누텔라가 되길 바랄게" 읭.... 제가 뭘 잘못했죠... 모르겠지만 뭔가 잘못했다면 죄송합니다.....


내가 어딘가 곤란한 표정을 짓긴 했는지, 심각한건(serious) 아닌데, 또 한 편으로는 심각하다며 누텔라에 팜유가 들어간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누텔라를 먹을 수록, 밀림이 파괴되고 있다고.... 미안... 이럴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 지 모르겠어.... 당신... 환경론자군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한국의 초콜렛은 팜유의 선택권이 없답니다



한참을 얘기하다가 또 독일인의 자부심, 동네에 대한걸 물어봤다. 내가 만난 모든 독일인은 본인이 나고자란 동네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이 있었고, 그게 나는 참 부러웠다. 길든 짧든 대화를 하고 나서, 나 독일 여행을 좀 오래할건데, 내가 꼭 가야할 도시 다섯개만 추천해줄 수 있어? 라고 물어보면 항상 네 개는 좀 심각하게 고민하고, 다섯번째는 본인이 살고 있는 도시를 추천했다.


비행기에서 만난 독일인도 그랬고, 이 여자분도 똑같은 대답을 했다. 물론 다른 독일인도 마찬가지.... 본인의 고향은 쾰른이라고 했다. 한국어로 쓰면 쾰른이지만, 이거 독일발음 상당히 어렵다. 내가 아무리 쾰른쾰른이라고 해도 그 어떤 독일인도 나의 발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막 대성당이!!! 이런식으로 하면 아아아아 하면서 "쾰-은" 뭐 이런 비슷한 발음을 한다... 뒷 발음은 절대 "른"이 아니다.



본인의 동네는 이미 유명해서 꼭 갈거라고 생각하지만 (자부심 장난없다) 혹시라도 안가려 했다면 꼭 가야한다고. 대성당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꽤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도 했다. 네... 혹시 50년대의 쾰른이 궁금하지 않냐면서, 본인의 페북에 업로드한 동영상을 내게 보여줬다. 40분짜리 동영상을 선택권없이 봐야했다.... 이미 많이 보셨는지, 나는 외울거 같아서 담배나 피고올께~ 마저 잘 보렴~ 음....? 그래요....



그리고는 심각할 정도로 나의 많은 시간을 빼앗았다. 흠, 같이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나는 내 시간이 꼭 보장되어야하는데, 이러면 좀 곤란하네... 싶었다. 그래도 내일이 마지막 4인실이니까 뭐, 별 일 없겠지



무튼 팜유 얘기 듣고나니까 누텔라가 조금은 불편해졌다.

공항에서 보낸 엽서들 말고도,

나는 심지어 보낼 사람을 아직 제대로 정하지도 못했지만,

혹은 언젠가 만나게될 사람을 위해서도,

엽서를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는 상태인게 나의 심신안정에 도움이 된다.



두 번 째로 한국에 가게 되는 엽서는, 숙소에서 썼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서 도움받아야하는 나의 모습이 떠올랐고,

역안을 좀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라는 생각을 했다



영어가 잘 안통하길래 공항에서 정말 간단한 단어로 간단한 독일어를 만들었다.

Deutsche Post, bitter (= Post office, please)

그렇게, 생각보다 쉽게 안내받은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내의 독일 우체국.



맥도날드 옆, 크레페 옆, 생각보다 찾기는 쉽다.






이 사진을 밖에서 찍고, 들어갔는데

우체국 안에 생각보다 사람들이 너무너무 많은거다....


이 많은 사람들이 편지봉투 하나 들고 서있는게 좀 의아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그리고 인도인 직원이 아닌 독일인 직원은 공항 우체국임에도 불구하고 영어가 하나도 안통하던 것이 기억나서, 독일어 문장 하나를 두 번째로 작문했다. 


(첫 번째는 공항 입국심사때 쓰려고 외운 문장, 슈트트가르트가 집이라고 하던 호주 물건들로 온 몸을 도배를 한, 독일인이 작문해준 완벽한 독일어 한 문장. "Ich bin im Urlaub in Deutschland = I am for Holiday in Germany")



첫 번째와 달리 내가 찾아본거라 맞는지는 잘 모르지만... 한 문장을 만들었다

그러니, 첫 번째 문장은 독일인에세 작문을 부탁한거고,

이것이 바로 내가 만든 첫 번째 독일어 문장이다.

Ich möchte Briefmarken kaufen = I want to buy postal stamps



움라우트 발음 입에 안붙어서 몇번이나 연습하고

우표가 Briefmarken이라는 것도 또 몇 번이나 연습하고

역시 외국어는 반복이 짱이구나, 어떻게 다른 문장도 아니고 이걸 처음으로 어찌어찌 만들어서 외울 생각을 했을까...ㅋㅋㅋㅋ 우리 존재 화이팅!!!


덕질은 인간을 얼마나 이롭게 하는가?

좋아하는거 조금 더 잘해보겠다고, 타국까지 와서 단 한번도 배워보지 않은 타국의 언어를 그 타국인에게 물어가면서 공부하게끔 만드는가-




그리고는 줄을 서있는데, 우체국 직원이 돌아다니면서 사람들한테 뭔가 물어보고 있었다. 나한테도 뭔가 물어볼지 몰라, 근데 나 독일어 하나도 모르는데ㅠ 괜찮을까... 부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었으면.... 그리고는 기다렸던대로 나한테 와서 독일어로 뭐라뭐라 한다.... "저 독일어를 잘 못해요" 이 문장부터 먼저 만들고 외웠어야하는거 아닌가.... 너 이새끼 화이팅.....


가만히 잘 듣고 있다가, 마치 그 말을 잘 듣고 (우체국에 처음 온 사람에게 묻게 될 것으로 간단하게 예상되는 질문 = 너 여기 왜 왔니? / 응! 나 우표 사러 왔어) 대답하였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말했다. Ich möchte Briefmarken kaufen


음... 뭔가 잘못됐나봐... 우체국 직원 표정이 좋지 않다... 찌밤... 내가 문장 하나 만들고, 숙소에 있는 독일인 한 명한테 문장 맞는지 확인하고 외울껄.... 에휴...



그리고는 이내 no Deutsche? English? 라고 하길래 고개가 떨어져나갈듯이 끄덕끄덕 하면서 짱당당하게 English! I want to but postal stamps. 음 근데, 표정이 그러세요.... take picture가 어쩌고 어쩌고... 음... 당신의 영어... 좋지 않다... 나의 영어도... 좋지 않다... 우리 서로가 행복할 수 있게 노력하자.... 음... 아까 찍은 사진이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 같다. 우리의 영어는 서로가 힘든 상태기 때문에 손짓발짓이 동원되었다. 내 핸드폰을 보여주며, 우체국 안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Delete? 라고 하니까 맞단다. 휴... 소리나는 카메라도 아닌데, 누가 이른거지.... 내가 아시안이라 밉습니까? 아니면 왜 우체국 내부는 찍을 수 없는건지 알려주시라 이거에요.... 네? 알려주셨다고요? 너가 독일어를 하나도 못해서 못알아들었다고요? 네... 알겠습니다....


혹시 문제가 될까해서 위에 올린 밖에서 본 우체국 사진도 혹시 안되냐고 Outside? Okay? or Delete? 라고 바짝 엎드리니까, 밖은 괜찮단다. 아무렴 괜찮겠지.... 가만안둬....



무튼 그렇게 또 원치 않은 타이밍에 앞뒤 문맥을 1도 모르는 상태로 그냥 나 하고 싶은 말만 했기 때문에 이번 우체국도 실패다. 하지만 줄에 서서 보통 꽃우표가 아닌 다른 우표가 제발 있길 바래본다.


한번 더 써먹었다. 하지만 좀 꺼려지긴 했다. 틀린 문장이면 어떻게하지........

Ich möchte Briefmarken kaufen 를 말하면서 맥주 우표 보여주기....

Nein- 뭐 이제는 알아듣는 놉-


휴 여기도 없구나... 괜히 사진찍다 혼나기나 하고ㅠ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의 우체국에서 우표도 구입도 못하고 사진찍었다고 혼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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