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뿐 아니라 거의 모든 여행에서 항상 다인실을 이용해왔다

뭐 특별한 이유는 없고, 단지 가격이 가장 저렴하니까

한국은 대부분 여성전용이 있을 정도이도로 조금 기형적이긴 하지만

그건 한국의 특수성때문이고...


이번 독일 여행에도 너무나 당연히 다인실을 예약했는데

20시간의 비행은 처음이라 피곤할거라 생각하고 4인실로 예약했다

다인실중에 가장 적인 숫자가 보통 4인실이다


내 나름은 비행하느라 고생했다고 4인실을 예약했는데

비행하느라 한 고생같은거 없고요....? 넘나 쌩쌩한 것...

마취총 좀 주시겠어요?


어쩌다보니 나 빼고 세 명이 다 남자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그런 스타일의 외국인들

휴,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아주 업다운이 심하네....

거 적당히 좀 합시다....


왜이렇게들 고운지 원... 아이고 도련님들...




그렇게 둘째날의 아침이 밝았다.

딱히 시차적응을 못한건 아닌데, 잠도 습관이라고 최근 몇 일을 몇 시간만 자도 쌩쌩한 탓인지, 오늘도 그렇다. 또 얼마 안자고 일어나서 이것저것 하느라 바쁘다. 뭐 노느라 바쁜 것도 꽤 좋은 삶이란 생각이 든다.



누워서 인스타그램을 하다 트위터를 하다 한국 신문기사도 좀 읽다가 뭉개고 있는데, 나머지 세 명이 전부 다 체크아웃을 한다고 한다. 음, 그래? 뭐 너네가 가면 더 훈남이 오겠지. 바이바이- 셋 중 두 명은 친구라, 두 명이 먼저 체크아웃을 했고 방에는 나와 다른 한 명만 있었다. 특별히 별 생각 없었고, 여태 모르는 남자와 둘만 넓은 도미토리를 쓴 적도 꽤 있었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었다. 두 명이 나가면서 다시 자라며 불을 끄고 갔고, 다른 남자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 불이 꺼진 채 커텐도 걷지 않은 상태의 방은 몹시 캄캄했다.


그렇게 한시간 넘게 인스타그램에 트위터에 뭉개고 있다보니 배가 고파져서 일어났는데, 뭔가 실루엣이 이상했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 뭐 외국인의 수면스타일;을 정말 많이 고려해서 잘 때는 나체로 잘 수 있다쳐도 왜 저러고 방을 활보하는건지 모를.....


못본 척을 하려했지만, 너무 방끝에서 끝까지 활보하고 다니는 바람에 못본 척이 될 수 없었고, 열시 쯤 바로 방에서 나와서 로비에 있었다. 그리고는 두 시간이 지난 후 체크아웃했겠지 싶어서 방에 다시 올라왔는데, 여전히 나체 상태로 짐을 싸고 있다. 세상... 너 혼자 사니?????



분명 동양인 여자라고 일부러 골려주려고 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두 시간동안 나체 상태로 옷을 쌌다는거에서 혹시 정말 나체의 상태를 좋아하는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도착하자마자 본게 이따위거라니....-_-

아침을 그렇게 배불리 먹고 나니 졸음이 온다.

너 정말 여행자 맞는거야?

아 몰라 한숨 잘래.... - _-......



그러고 눈뜨니 양심상 햇살도 좀 봐야할 것 같고

조식 먹고 자러 이 숙소 온 것도 아니니까 ㅋㅋㅋㅋ


나간다! 씻기 귀찮지만 씻는다!


샤워기 중에 빼서 쓸 수 있는거 말고

아예 천장에 매달려서 머리로 물이 바로 떨어지는 샤워기가 있다


이 숙소에 그 샤워기가 있는데, 닝겐들이 키가 크니까 천장도 높고,

그 샤워기도 높이 매달려있어서....

그거 좀 썼더니 머리통이 왜이렇게 아프니.......




아침을 나름 거하게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몇 걸음 걸었다고 배고프다니.... 여보세요 위새끼 장새끼... 양심 좀 있으세요.........


뭐든 밖에서 먹으면 돈이니까 간단하게 먹어야지!

일요일에 슈퍼가 문 닫는구나............

여보세요? 문 여는 곳은 없나요?

오늘 일요일이라구요? 한국은 24-7 오픈인데요? 네? 그건 한국이 잘못된거라구요?


그렇지... 그게 잘못된거지....

이렇게 된 이상! 처음이자 마지막 외식을 하기로 한다!!!!

(뜬금도 없고 연관성도 없고....)



내가 외식을 하겠다는데... 돈을 쓰겠다는데도.... 문 연 곳이 없어ㅠㅠㅠㅠㅠㅠ

아이고 여러분들.... 제가 배가 고파요.... 낮잠자는데도 칼로리가 소모됩디다???


문 연 곳이 제발 있어주세요............




문 연 곳은 아시안 식당 / 케밥 / 끗



아이고 염병....



문 연 곳이 한 군데 있는데, 음 너무 비싸진 않을까....?

다행히 메뉴판이 밖에도 있다!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은데....? 

배고파.... 힘이 없어.... 염병....




뭔지 잘 모르지만 9번으로 선택!

너무 싼거 고르면 딱 돈값해서 돈쓰고도 기분나쁘더라고....





그리고는 자꾸 음료를 묻는데, 아 왜 귀찮게 뭐 마실거냐고 묻는건데....

비싸서 안마신다고... 못마신다고!!!!!!

근데 나중에 이거 찾아보니까, 메인 요리 주문할 때 음료를 같이 주문하는게 예의라네...

예의없는 닝겐될 뻔 했다....ㅠ


계속 나중에 시킨다고 말하다가, 음식이 딱 나오는 순간,

아 이거 탄산 없이 곤란하겠다 싶어서 바로 슈웹스 주문 ㅋㅋㅋㅋ





쨔쟌 - 






특별히 맛집 나부랭이를 찾아서 간게 아닌데도 이 정도면 엄청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립 주변에 원래 저렇게 살이 많이 붙어있는지도 처음 알았다.

립만 뜯었는데도 배가 불러........



난 원래 감자나 고구마같은 배부른 식량작물은 먹는거 딱 질색인데

그냥 뭔가 고기반찬에 곁들이는 소량의 밥처럼; 먹어주니 딱 좋았다



어떻게 계산하는지 전혀 몰랐던 나는, 주방 근처에 가서 기웃거림;;;;

자리에 앉아있으면 계산서 갖다준다길래 응!!! 하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계산서를 가져왔는데................

니맘대로 팁???????? 팁은 내가 주는거 아닌가요??????

니맘대로 팁을 붙여서 계산서를 줘?????

내가 존나 호구상인가..... 나 지금 독어못한다고 무시하는거지??? 쒸익,,,,, 쒸익,,,,



하지만 뭐 어쩌겠어... 독어는 하나도 못하고, 영어로도 딱히 따지고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데.... 그냥 20유로 주고 나옴.... 팁은 2유로 정도 받아갔는데 뭐... 2유로로 배웠다고 생각하면 되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이고 내 2유로 아까워죽는다....


근데 이것도 나중에 찾아보니 독일은 팁 문화가 있대서.... 그냥 짜지기로 했다

아는게 하나도 없잖아......... 우리 존재 용감하게 아무것도 모른 채 독일 왔구나? 멋있다 - _-b






꽤 많이 피곤했는지, 아주 푹 잘 자고 일어났더니

조식 시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배! 꼽! 시! 계!


이 게스트하우스는 너무 좋은게, 조식시간이 치사하고 째쨰하게 막 7~8시 이런게 아니라, 통 크게! 닝겐들이 커다란 나라는 이렇게 통도 큰가!!! 730~12!!! 12!!!! ㅋㅋㅋㅋ 정오에 먹는 것도 조식이냐구요 ㅋㅋㅋㅋㅋㅋㅋ


낮잠자고 내려와도 충분한 시간.... 이 게스트하우스를 고른 이유...ㅋㅋㅋㅋ


게다가.... 심지어.... 세상에.... 세상에!!!!!!!!!!

저에게 또 이런 행운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게스트하우스 무료 조식의 퀄리티가 대체 왜 이렇죠???????


왜 이게 무료에요???

물론 모두에게 다 무료는 아니고, 이 숙소에서 3박 이상을 한 사람들에게만 무료로 제공되는거긴 한데, 3박 이하는 4.5유로로 먹을 수 있다. 4.5유로가 6천원 조금 안되는걸 감안하면, 엄청난 퀄리티.... 




자 이제 사진이 필요한 시간!







전체 샷이 시작하기 전에, 독일 = 누텔라

소금 후추 꿀과 함께 기본적으로 모든 테이블에 누텔라가 비치되어 있다


처음 봤을 때는 너무 신기했는데, 이젠 굉장히 익숙해졌다.






조식 전체샷, 딱 봐도 뭐가 많아 보인다





대여섯 종류의 빵이 항상 제공된다.

다들 어떤 빵을 주식으로 먹는지 궁금해서 이른 시간부터 일부러 계속 지켜봤는데,

특정인이 먹는 빵은 항상 같았다.

먹는 빵이 정해져 있는 것 같은데, 뭐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취향 탓인가...


딱 봐서 만만해보이는 빵들은 이미 다 먹어봤고,

(휴.. 빵이 원래 이런 맛이라니..)

사진상에서 가장 왼쪽에 있는 것은 빵인데 빵같은 식감이 아니었다

약간 찌덕거리는? 저것도 다른 이름이 있겠지

하지만 알 필요 없다. 별로 안땡기는 맛...



그리고 사진상에서 가장 앞에 있는 것은

초! 코! 파! 운! 드!

찌! 덕! 거! 리! 는! 초! 코!


어쩐지... 다들 처음엔 아무도 안가져가고 다 먹을 때쯤에 저거 가지러 오더라...

뭔지도 모르고 그냥 안먹다가 한번 먹고는 또 5키로쯤 가볍게 찌는 상상을 했다

악몽이야.......................

상상 속에서는 부디 행복하자....


왼쪽에 Ricotta cheese, Quark cheese

그 뒤로 또 치즈, 땅콩버터 with cheese, 버터

가장 뒤에는 토마토와 오이






삶은 계란, 짜먹는 햄, 떠먹는 햄;;; 잼 3






그 때 그 때 바뀌는 과일바구니의 과일들, 우유, 요거트





다양한 종류의 씨리얼들,

견과류 등의 각종 토핑들,

쌍큼한 요거트, 뭔가 좀 꾸덕거리는 요거트




쇠통?;;;에는 치즈가 담겨 있다! 가운데에는 다른 종류의 치즈





햄과 소세지의 나라답게 아까 짜먹는 햄 떠먹는 햄에 이어

슬라이스 햄도 항상 세 종류씩 있다.

햄 종류만 5개 이상... 항상 비치...


독일... 너는 러브...





초코렛으로만 만든 씨리얼 좀 너무하는거 아니냐구....

살찌는 방법을 미국만 아는 줄 알았는데

누텔라와 하리보의 독일을 내가 너무 간과했구나, 미안






그렇게 Five Elements Hostel에서의 첫 조식을 정말 간단히 먹었다

쓰고 있는 현재인, 오늘(4/28) 먹은 사진과 비교하니

반도 채 안먹었구나....


난 혹시 내가 뭔가가 입에 안맞을까봐

탈나거나 할까봐 걱정되서 저렇게 조금씩 맛만 보는 것처럼 퍼온건데

그런건 우리에게 있을 수가 없어... (허경영짤)



배탈이 뭐죠? 입에 안맞는게 뭐죠?

독일 사람들은 수돗물 그냥 마신다면서요?

그럼 저도 수돗물 그냥 마시면 되나요?

물갈이가 뭐죠? 도착한 첫 날부터 수돗물 그냥 마셨습니다만....






그렇게, 행복하고 행복한 아침식사가 끝났다.

커피, 오렌지쥬스, 홍차 세 종류를 번갈아 마시면서

느긋이 한 시간쯤 먹고나니

내가 무슨 귀족이라도 된 것 같았다.

언제 이렇게 느긋하게 아침을 먹어봤나...


길어야 20분의 식사 시간에도 밥을 누가 그렇게 천천히 먹냐는 얘기를 하던 사람들.

5분의 식사 시간, 그게 과연 식사였던가. 사료 아닌가?



그저 행복한 시간들

내가 이렇게 행복함을 온전히 누릴 자격이 있는가?

혹시라도 여태까지 없었던 거라면

그 자격이 있을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 한 번 거하게 잘 먹었다고 이렇게 자아반성이 되다니

역시 나는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체질이야...... - ㅁ-....

배고픈데 무슨 소크라테스가 어떻게 되냐 이거에요....

배고프면 짜증부터 난다 이거에요....



ps.

처음에 이 숙소 이름을 본 순간, 예약을 꽤 진지하게 고민해야했다

이름 이렇게 짓기 있냐구요.... 원소 다섯 개??????? 뭐야... 하면서

혹시 다른 뜻이 있나해서 검색했는데 음양오행 = Five Elements ?????????

뭐지.... 어째서 프랑크푸르트 게스트하우스 이름이 음양오행인거야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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