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00:40AM

부모님은 바쁘신 분들이라 본가가 있는 도시에서 배웅

리무진 시간은 12:00PM

출국 12시간 전부터 자유의 몸이 되었다


6시간이 걸려서 공항에 도착했고

엄청난 짐들 앞에서 나는 또 나의 미련함을 탓해야했다

그 취미생활 나부랭이 안하면 되는거 아니야? 와

취미생활이 없으면 왜 사는데? 뭐땜에 사는데? 의 양가감정 사이에서

언제나 이기는건 후자였다


누군가의 인스타그램 프로필을 보고 한참 웃은 적이 있다

"취미가 많아 가난합니다"

완전 나잖아.......

그리고 그 취미들은 약간 부유한 취미입니다 까지 더해지면 완! 벽!


부유한 사람들의 취미를 부유하지 않은 사람이 가진다는건

어쩌면 몹시 잔인한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부유한 사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은

제 입장도 생각해 주세요....



무튼, 그렇게 엽서 수백장;;;과 함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체크인은 출국 세 시간 전부터니까 9:40PM부터 카운터가 열릴 것이고

나는 약 4시간이나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공항 소인을 찍은 우편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보냈다



우체국이 6시에 문을 닫으니 545분쯤 공항에 도착한 나는 정신없이 바빴다

우체국으로 달려가서 인천공항 특별소인부터 찍어야했으니까




나는 PostMark에 대한 나의 짝사랑이 공항에서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

심지어 찍고나서 너무 예뻐서 감탄까지 했다...



우선 우다다 찍어두고, 우체국 문 닫은 이후인 6시에는

출국층 스타벅스 옆에 앉아서 굳이 300원 텀블러 할인까지 받아가며

망고바나나를 흡! 입!



부모님께 보여드리려고 멀쩡한 부분만 찍은 사진...

이거 말고도 쇼핑백이 세 개가 더 있다........ㅋㅋㅋㅋ

다 들고온 내가 정말... 휴...



무튼 찍어둔 소인들을 보면서 생각나는 사람들과

원래 보내야했던 우편물들을 전부 정리하고 나니

열통이 넘었다....;;

가져온 우표들도 열심히 붙였다

귀한 우표들도 몇 개 쓰고, 이번에 자취방 정리할 때 보니까

껴안고 산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싶긴 해서

열심히 열심히 뭐든 갖고 있지만 말고, 쓰려고 노력하기로 했다




그렇게 우편물은 다 마무리 됐고,

수화물을 보내려는데, 쇼핑백에 든 것들을 큰 캐리어에 우겨넣었다

원래 23kg 딱 맞춰서 왔는데, 쇼핑백 세 개가 더해지니까 31.8kg....

야 이.... %%%%ㅁㄴㄹ앰리ㅑ 읾ㅇ낢 ㅇㄴㄹ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떻게 한 25kg정도는 봐달라고 어필할 수도 있는데,

거의 10kg가 넘은건 빼도박도 못하고....

독일은 엽서가 비싸댔는데 가서 사면 다 돈인데.... 의 마음과

어차피 수화물 추가도 돈이야!!!! 멍청아!!!! 의 마음이 공존....

양가감정 새끼 부디 없었으면...ㅠㅠㅠㅠ



하지만 저는 언제나 멍청아!!!의 선택을 하죠

씨원하게 돈지랄을 하며 수화물 추가를 선택합니다

그래도 하늘이 절 마냥 버리진 않는다고 생각한 점 하나는

32kg까지 1차 수화물 over-charged

32kg부터는 2차 수화물 over-charged

32kg는 넘지 않아서 더 심각한 돈지랄은 하지 않아서 기쁜 마음으로 생각하기로...

원효대사 해골물 해골물 해골물....ㅠㅠㅠㅠㅠㅠㅠㅠ

아이고 돈 아까워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무튼 그렇게 씨원하게 32kg 짐을 보내고 나니

분명 몸이 가벼워야하는데! 여전히 무겁군요....

여전히 짐이 많으니까..........................=_=....


수화물 무게때문에 고생하고 뭐 결제하고 그러는거 시간 걸리고 해서

당장 출국장으로 떠나야하는데, 아직 우편물을 못보냈는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인천공항에는 2층에 우체국과 우체통이 있고,

3층 출국장에는 정중앙의 외부에 우체통이 있는데

아무래도 정중앙의 우체통까지 다녀오려면

면세점을 포기해야하는 그런 시간....

분명 공항에 6시간 40분 전에 도착했는데요....?????

왜 저는 시간이 부족하죠??????

따로 밥을 먹은 것도 아니고 저녁도 걍 스벅에서 베이커리 하나 먹었는데...


억울하지만 지금 억울함을 어디 얘기해봐야 소용없고....

체크인 카운터에 부탁을 했다

우편물(티백도 몇개씩 넣어서 막 두툼함ㅠㅠㅠㅋㅋ) 이거 우체통에만 넣어주시면 안될까요?

제가 지금 바로 출국해야해서요ㅠㅠㅠㅠㅠ 제발 부탁 좀 할께요ㅠㅠㅠㅠㅠ

방금 체크인할 때 오버차지 낸게 불쌍해서인지,

내가 출국장에 늦으면 괜히 비행기 출발에 문제될 수도 있을거 같아서인지,

이유는 모르지만 엄청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냥 우체통에만 넣으면 되는거죠? 라고 하셔서

네네네네네 하고 난 출국장으로 마구 달려야했다


출국 6시간 40분 전에 공항에 도착해도

바쁘게 면세점 인도장에 달려가야하는 사람이 있을 수가 있다니

네 있습니다... 있네요.......... 그건 바로 저



출국 수속하는데 줄은 왜 그렇게 긴지ㅠㅠㅠㅠㅠㅠㅠ

저기요!!!! 제가 태어나서 시계를 처음 사보는데요!!!!!!!!

면세점 인도장에 있는데 제가 그거 못찾을 수도 있을거 같아요ㅠㅠㅠㅠㅠ

저부터 수속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ㅠㅠㅠㅠㅠ 라고 외치는 나를 상상하고는

제발 이렇게까지 급하게는 다니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될 지는 잘...



줄은 길었지만 생각보다 금방 훅훅 지나가서

나도 훅훅 지나갈 줄 알았지만,

필통에 커트칼 나와서 뺏기고

스타워즈 물통도 뺏기고

뭐 다 가져가라 야 다 가져가

배고플 때 먹으라고 엄마가 싸준 토마토는 내가 먹고 뚜껑을 잘못 닫아서

쇼핑백 안에서 새고 난리법석이 되고

아이고 신이시여 제가 부디 시계를 찾을 수 있게 해주세요ㅠㅠㅠㅠㅠ



확인하고 면세점 인도장 갔어야하는데

두 개 중에 하나 찍는건데 이게 피해가겠어?

피해간다고!!!! 넌 항상 그랬다고!!!!!!

휴.... 진짜 막 뛰고 뛰고 법석에 법석을 거듭해서

면세품을 찾는거까지 완료..................

셔틀트레인타고 가는 비행기였으면 아마 면세품 못찾았을거라고 생각하니까

지금 내 노트북 옆에 있는 이 시계가 더 소중하고 그렇네....


비행기 입구 닫히기 8분 전에 미친듯이 달려서 게이트에 도착했는데

아직 보딩을 안했잖아요.........................................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저를 버리시진 않으셨나봐요.... 감사합니다....

물통에 물 가득 담아서 원샷하고

화장실 갔더니, 다들 왜 세안하세요????

음 장거리 비행이라 화장 지우고 타야한다고????

아하? 나도 따라하기.... 별로 화장 한 것도 없지만 따라하기 ㅋㅋㅋㅋ

얼굴 씻었더니 가면 벗은거 같고 행복


화장 두껍게 하는 편도 아닌데 화장 지우고 나면 왜 그렇게 행복한지 ㅎㅎ




무튼 그렇게 정신없이 출국 완료!!!


비행기에서는 어떤 재밌는 일이 일어날지 기대하고 타긴 했지만

생각보다 더 꿀잼 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서든! 일을 만들고! 어디서든! 적응하는! 나의 초능력 +_+v



독일어 공부를 최소한이라도 하고 가겠다며

워홀 비자를 발급 받고 바로 출국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정리할 것들도 남았고,

10년 넘게 밖에서 지내온 자취짐도 정리해야했고

거의 한국에서의 신변을 정리하는 기분으로 버리고 버리고 버려도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많았는지 새삼 깨달았다


병적으로 수집해왔던 나의 삶이었는데

영화티켓이며 영수증이며 뭐 전부 다 버려야했다

그 어디에도 내 짐들을 위한 공간은 없었기에




그리고 독일로 가져갈 짐을 싸는 것도

옷이나 그런건 한국에서도 그렇게 유난스럽게 입지 않았기에

두세벌로 빨아서 돌려입으려 했는데

엄마는 그런 나를 철천지 원수처럼 대했다

어쩜 그러냐고, 옷 있는거 다 챙겨가라고

그래서 엄마가 있을 때 싼 짐은 다 옷들이고,

새벽에 나 혼자 몰래 싼 짐은 다 잡동사니들이다.



어쩌면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인데,

그 작은 돌멩이가 이렇게 큰 파도가 될 줄은 나조차도 몰랐다.

저지르고 보는거지 뭐!!!


30여년간의 내 삶을 요약하면

저지르고 수습하며 사는 삶이었다




출국 이틀 전날 까지도 짐 하나도 안싸고 그저 일상을 즐기다가

출국 전날에 밤새면서 짐을 쌌다.

쟤는 또 닥쳐서 한다고 엄마도 아빠도 혀를 끌끌 차셨지만,

나는 닥치지 않으면 모티베이션이 없어서 뭐가 안되요... 이런 딸이라서 죄송합니다




28인치 캐리어, 23키로가 겨우 맞춰졌다

기내용 캐리어, 7키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대충 체크인할 때 분위기보고 판단해야지



우선 공항에 전부 다 바리바리 들고가서

정 안되면 버리거나, 친구한테 부탁해서 택배 하나만 어디 창고에 맡아달라고 하기로

엄청난 양의 짐을 추가로 싸매고 가기로 결정



엄마도 아빠도 그따위로 짐싼 나를 보고 또 한심해하셨지만

저는 이렇답니다. 이런 저를 한심해하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모두가 같은 방법으로 사는 건 아니잖아요? (당_당)


유럽에 가게 된다면 (이런 방법으로 가게 될 줄은 몰랐지만)

반드시 에티하드나 카타르를 타고

사막 투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막연히 있다

(나는 막연한 희망과 생각에 대한 이상한 믿음이 있는데

막연하고 구체적이지 않을 수록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그것이 이뤄지는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돌아올 때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톡에서 인천으로 들어가는 비행기를 탈 생각이 있기 때문에, 편도로 비행기를 발권해야했고, 에티하드나 카타르의 비행 분위기를 알아야했다.


보통 그 나라의 국적기는 그 나라의 분위기와 많이 따라가는 편이고, 히잡쓴 여자들이 많이 타거나 한다면 조금 꺼려질 것도 같았다. 그 여자들이 꺼려진다기보다 여자를 물건으로 취급하는 그 문화 자체가 안맞을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의 평가는 내게 원래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고,

최소 한 번 이상의 내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에티하드나 카타르의 특가가 뜨길 기다렸다




기적처럼 에티하드의 특가가 떴고

바로 예약!!!

매일 비행기 티켓 확인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비상구 앞줄이라 누워서 가기에 최고라는 22열에도 예약에 성공했다




내가 에티하드 항공을 선택한 이유는

1. 언젠가의 사막여행(스탑오버로의 짧은 여행이지만)을 꿈꾸며,

 에티하드 항공 미리 경험해보기

2. Dilmah!!!!!! Dilmah!!!!!!!!!


이 두 개가 전부다.

특히 딜마티와 관련해서는 비행기에서 재밌는 일도 있었다.



무튼 40만원에 인천-아부다비-프랑크푸르트 비행기 발권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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