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댓개의 글을 사진첨부해야해서 글만 써두고 임시저장해놨는데, 이 글은 시의성이 필요해서 바로 올린다.)

평소에 제 블로그에 와주시는 분들께, 이 글을 먼저 보시게 되더라도 최근 제가 쓴 글을 모두 본게 아니니 다른 글들도 같이 봐주시라는 말을 글머리에 남겨둡니다.



브렉시트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건 얼마 안됐었다. 영국이 항상 아이고 징징징 우리가 EU를 먹여살리고 있잖아 징징징 하던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또 그렇게 징징거리고 EU는 영국을 어르고 달래면서 그래도 우리가 남이가~로 해왔던 여태까지처럼 진행될 줄 알았다. 그런데, 브렉시트 투표가 진행중인 현재, 찬성이 50%를 넘었다. BBC의 투표 방송은 굉장하다. 연령별로 찬반을 보여주고 있는데, 나이든 사람의 찬성이 압도적이다. 예전부터 영국과 한국의 묘한 동질감을 종종 느꼈는데, 노인새끼들이 병신같다는게 그 느낌의 이유였나보다. 


나이든 사람은 독재자의 딸을 투표로 선출한다. 어차피 당장의 내 집값만 떨어지지 않게 해주면 되는 5년짜리 대통령을 원하니까. 내 또래의 2~30대들은 (대부분) 절대적으로 독재자의 딸을 거부하고, 브렉시트를 반대한다.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그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대통령 선거의 결과도 마찬가지였고. 


브렉시트의 투표가 이런식으로 진행될거라는건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전세계 금융이 난리법석이다. 영국 아마존에서 그간 봐왔던 물건을 질러야할 시기라고 신나있는 사람들도 있다(폄하 아님). NHK는 너무너무 신나있는게 캡쳐로도 보인다. 9시간만에 엔화가 달러당 100원이나 올랐다. 파운드화/달러 환율은 31년만의 최저치라는 기사도 보인다. 1985년 영국 경제 침체기 수준이라고. 내가 태어난 후 처음 맞는 파운드화/달러 환율인 셈이다. 나도 영국 아마존에서 뭐라도 사야하나... 아니, 영국 여행을 당장 가야하나?


브렉시트는 EU의 실패를 뜻하는거라는 헤드라인들이 많이 보인다. 정말로 영국이 탈퇴를 하면, 잘사는 나라들은 다 탈퇴하고 싶겠지,잘사는 국가의 분담금으로 못사는 국가의 경제를 받쳐주고 있다는거 잘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리스 경제위기때 스페인이 그거 같이 부담해주다가 나라가 휘청거렸다는건 다들 잊은 듯 하다. 그렇게 서로 도와주고 살면 안되는걸까. 꼭 내껀 절대 못뺏겨!!! 라는 이기적인 생각으로 살아야하는걸까.


섬나라는 정말 뭔가 특별한게 있는걸까? 왜 섬나라들은 그렇게 이기적일까. 브렉시트라니, 이기주의의 끝판왕을 보고 있다. 영국이 나갈게 아니라 못사는 나라들이 EU가 되지 못하게 규정을 빡빡하게 바꾸는게 순서라고 생각하는데, 같은 화폐를 쓰는 나라들 사이에서 물가 차이가 그렇게나 심하게 나니까 너무 당연하게 못사는 나라에 들어가는 돈이 많을 수 밖에. 이런저런 구질구질한 이유를 대고 있지만, 결국 독일이 주도하는 EU에 있기가 고까워서 같이 못해먹겠다!! 이게 브렉시트를 하겠다는 이유 아닌가. 이민자들이 들어오는게 싫다고? 그 이민자들이 영국 자국민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들 다 해주고 있는건데, 그것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건가.


2016년은 인류에게 시련의 한 해인걸까. 미국의 새 대통령이 트럼프가 될 지도 모르고, 영국은 부끄러움같은건 없는건지 자국 이기주의 끝판왕을 당당히 투표로 진행하고, 한국은.. 뭘 특정하기 어렵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망하고 있었고... 영국 같은 나라는 망해야하는데, 망하지 않는다는거 아니까 더 열받는다. 다른 나라들은 유로화 다 같이 쓰는데 왜 너희만 그렇게 특별해서 계속 파운드화 썼는데? 그 때 국가적으로 엄청난 환차익본거 알고 있으니까, 지금 환차손 좀 난다고 우는 소리 말길.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와 통합하고, 스코틀랜드는 다시 독립하겠다고 투표해서 다 독립해버리고 잉글랜드만 남아서 대영제국이 망하는걸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괜히 신나는걸...? 그러면 제발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에서도 쫓겨나길! 너네같은 나라가 왜 상임이사국이야? 하면서 ㅋㅋㅋ 꿀잼...



브렉시트 때문에 아무말대잔치 카테고리에 새 글을 썼다. 이 글에서만 보면 영국을 너무 싫어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영국을 많이 좋아한다. 좋아하는 나라가 병신같은 짓을 자꾸 해대니까 화가 나서 말을 보태지 않을 수가 없다. 어디 내가 잘 모르는 나라에서 어느 병신짓을 한다해도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근데 나는 영국이 좋고, 영국의 닥터후 뮤지엄에 여행갈 날을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왜 자꾸만 어디가서 영국 좋아한다는 말 하면 교양없는 사람 취급받을 짓을 하는건지... 영국인들이여, 부디 정신차리세요.




트위터 명절이 된 듯한 지금 이 시간의 내 타임라인, 전세계가 합심해서 영국을 놀리고 있다.






섬적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섬나라의 적은 섬나라다 ㅋㅋㅋㅋㅋㅋㅋ 아베노믹스네 뭐네 지랄해도 브렉시트 한방이면 끗




남들 망하는거 구경하는건 이렇게나 재밌구나. 외국에서 한국 구경할 때 이런기분이었겠지?




독일인들이여, 차라리 꺼지라고 중지를 내미는건 어떤가요...?

독일 언론 "영국 EU 남으면 1966년 월드컵 논란의 골 인정" (클릭시 새 창)






e-Book 같은건 그저 돈벌이 수단밖에 안된다고,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종이의 질감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편협한 사고였을 뿐,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e-Book을 산다고 생각하게 됐다. 외국에서 사는 한국사람들이 한글로 씌여진 책이 읽고 싶을 때, 가장 편리한 방법은 e-Book일테니까. 이게 생기기 전에는 다들 어떻게 한글로 씌여진 책을 읽었을까? 


외국에서 지낸지 이제 두달이 되어가는 나조차도 종종 한글로 씌여진 책들이 읽고 싶어지는데, 더 오래 지낸 사람들이 한글로 씌여진 책이 읽고 싶을거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다. 나의 사고는 여전히, 이렇게나 좁다. 



뭐 이건 온전히 내 문제이긴 하지만, 내가 연구하던 분야가 전자잉크쪽도 관련이 있어서, e-Book을 볼 때면 실험해야할 것 같고 그래서... 특별히 정감이 가거나 하지 않았다. 크레마 카르타가 그렇게 잘 나왔다고 하던데, 나는 그 전자잉크를 보면 얼마나 많은 뼛가루가 여기 갈려있을지 눈에 너무 보여서, 즐겁게 읽을 수가 없을거라 생각했다. 이제 실험 안한지도 2년이 넘었는데, 실험실의 망령을 떨쳐보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래도 나는 실험이 너무 즐거웠는데, 당분간 실험 못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쉽기도 하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되는 일들은 이제 잊어도 되지 않을까.


나는 실험이 좋지만, 실험실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더 이상 나도 실험을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 혹시 어떤 실험실이 나를 좋다고 해준다면, 나는 다시 실험을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 깊은 자리에 실험과 연구에 대한 나의 관심을 잠시 묻어두려한다.



또, e-Book 얘기로 시작한 글이 아무말대잔치가 되었다. 만하임 카테고리에 쓰려던 글이었는데, 아무말대잔치 카테고리에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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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카테고리에는 독일어 공부하면서 배운 것만 적으려했는데, 딱히 만하임에 대한 얘기는 아니고 오히려 독일에 대한 얘기라 여기다 적어본다. 나중에 카테고리 정비가 되면 카테고리는 옮겨질 수도 있다)



수많은 예거밤으로 정신을 놓아가면서 술을 마셨으면서, 어째서 J로 시작하는 예거마이스터(Jägermeister)가 "예"로 읽어져야하는지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독어를 배우니 Jägermeister를 예거마이스터로 아주 쉽게 읽어낼 수 있다. Meister??? 혹시 내가 생각한 그 Meister?? 진짜 그런가보네.. 혹시 Jäger도 특별한 뜻이 있나? 술 이름이 아닌? 하면서 찾아봤더니, Hunter 그러면 Jägermeister 프로사냥꾼...? 진짜네... "Professional Hunter" 앞으로는 마시는 맥주들도 다 이름을 찾아봐야겠다고 새삼 다짐했다. 이렇게 영원히 까먹을 수 없는 독일어 단어를 하나 또 알게 됐다. 근데 술 이름 이중적으로 참 잘지은 것 같다. 예거밤으로 얼마나 많은 커플이 탄생했을거야..


예거마이스터를 위키백과에서 검색해봤더니, 재밌는게 나왔다. 원래는 "기침약"으로 개발된거라니. 독일 사람들 정말 멋있는 사람들이야.. 35도짜리 기침약이라니! 궁금해져서 좀 더 찾아봤더니, "독일에서는 식사 후 소화를 위해,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예거마이스터'를 즐겨 마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거마이스터에는 허브·계피·생강·꽃잎·과일 등 총 56가지 재료가 들어간다. 처음 이 음료를 만든 목적은 천식, 위장병 등의 치료 목적이었다" 이런게 나왔다. 나도 독일사람처럼 살기 위해서 감기 기운이 있을 때마다, 배가 더부룩할 때마다 예거마이스터를 마셔줘야겠다.


예거마이스터가 혹시 독일 술인가?라고 생각을 하게 된건, 마트 계산대 앞의 20ml짜리 예거마이스터가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찍었을 때이다. 분명 내가 아는 그 예거가 맞는데, J로 시작하네? 원래도 J였나.. 독일이라 이름을 바꾼건가.. 여태 예거를 어떤 영문 철자로 만났는지조차 전혀 기억이 안나다니. 기억력 어쩌지...ㅠㅋㅋ



미니어처 집착증이 있는 나는, 이걸 보자마자 사야해!!!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너무 저렴한 가격에, 한국에 갈 때 이걸 기념품으로 열댓새쯤 사가는건 어떨까? 라고도 생각했다. 




20ml1,19유로, 오늘자 환율로 1600원. 왜 쓸데없이 이렇게 작은 용량을 파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앉아서 주구장창 먹는 용도가 아니라 "휴대용"이고 딱 싱글샷 하나만 하고 싶을 때 최고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호주머니에 이걸 기침약이자 소화제로서 들고 다녀볼까 하고. 스벅에 앉아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이거 타먹으면 죽이겠는데??? 라는 생각이 바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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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떠났다. 한국을 떠나서도 한국과 특별히 다르지 않게 살고 있는 그들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한국처럼 공부에 치여살고,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를 단 한번도 떠나지 못한 채 몇 해를 외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좀 의아했다. 왜 즐기지 못하고 저렇게 살아야할까, 저런 삶이 싫어서 한국을 떠났을 텐데 왜 한국에서 사는 것과 별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을까?



나는 교만했다. 내가 겪지 않은 것을 내 기준으로만 생각했다. 유학생들은 현지 월급에 맞춰진 그 물가에 맞춰서 살기에는 가난했다. 어디든 가려면 돈이었고, 숙박비는 한국보다 최소 두 배는 비싸다. 숙소의 상태는 돈값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래서 어떻게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당일치기 여행이라도 한다고 하는데, 당일치기는 온전한 여행이라고 말하기에 힘든 점들이 많다. 


심지어 나는 짧지만 1년의 교환학생 경험이 있음에도 이 정도로 오해를 했는데, 아예 여권도 없는 사람들은 이들을 얼마나 부럽기만 한 눈으로 바라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어학원을 다니는 나도 부럽다는 얘기를 듣는데, 무엇이 사람을 부럽게 만드는가. 나의 인터넷에 기록된 삶은 내 삶 중에 가장 좋은 삶일뿐이다. 나는 인종차별도 이 한 달 간 여러차례 겪었고, 마트에서는 잔돈을 집착적으로 확인해야한다. 독일어 못하는 외국인이라고 잔돈을 덜 주는건 어느정도의 일상이다. 그런 것을 굳이 장황하게 남기고 싶지는 않았다. 뭐 언젠가 한번 올려볼까?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아직은 행복하고 좋은 얘기만 쓸 것도 차고 넘치기에 그런 것들을 남기고 싶지는 않않다.




어학원에서 배우는 것들은 매일매일 예습복습하니, 주말에는 항상 시간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리고는 매주 주말마다 어디라도 나가는 삶을 살아보려했다. 여행을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경비 계산을 해보고는, 살인적인 물가에 그냥 포기하고 만다. 집에서 세 끼를 다 해먹을 때는 식비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는데, 12일이라도 가게 되면 식비가 가장 부담스럽다. 어떤 것이든 사람의 손을 거친 것은 다 비싸지는 나라, 인건비에 대한 부분이 명확하다. 그래서 이번 주말도 그저 집에만 있을 예정이다.


사실 집 안에서도 혼자 할 것은 많다. 하지만 조금 다른 것을 해보고 싶었을뿐이다. 나의 교만함을 또 다시 반성한다. 이번 주말은 대청소를 해야겠다.



주말에 어디라도 가보려다가 대충 경비 계산하고 혼자 울적해져서 쓰는 글

그리고는 주말 내내 독일 전역에 폭풍우를 동반한 천둥번개가 몰아쳐서 어디 안가길 잘했다고 또 좋아했다.


Mittwoch 수요일


어떤 외국어를 습득하든 가장 먼저 배우는 것들은 알파벳 읽는 방법, 숫자, 그리고 아마 요일을 나타내는 표현들일 것이다. 그래서 독일어를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요일 표현은 다 알 것이다. 영어처럼, 한국어처럼 독일어도 모든 요일에 -tag (=day)이 들어간다. 하지만 수요일은 제외다. 요일 표현을 배우고 나서 다른 요일들은 다 외우고 발음도 할 수 있는데, 수요일만 어려웠다. 헤메는 내게 선생님이 middle of the week라서 Mittwoch라고 말해주신 이후로는 잊을 수가 없다. Mitt(e) + woch 중간 + 주. 한국은 토요일도 일하던 나라니까, 일주일의 중간이 수요일과 목요일이어야 했을텐데, 이 나라는 애초에 아예 토/일요일은 쉬는 날이니까 당당하게 일주일의 중간! 수요일! 한국에서 아직도 주 6일을 근무해야하는 특정직업 종사자들에게 안타까운 마음과 응원을 보낸다. 


학원에 다닌 3주 동안 정확히 두 번의 휴일이 있었던 걸로 생각해보니, 일주일에 4일만 수업(근무)하니까 능률이 훨씬 더 오르는 것 같았다. 물론 정확히 수요일에 딱 쉰 적은 없지만, 목요일에 쉬니까 금요일의 하루가 선물 같았고, 그 주 주말은 더없이 잘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음, 이건 내가 공휴일인지 모른 상태로 쉬게 되서 그럴 수도 있다...



독일에서 열흘간, 두 도시에서 총 세 군데의 게스트하우스에 있었다. 그들이 어던 비자로 일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이 일을 쪼개서 하는걸 새삼 느꼈다. 총 6박 7일을 있었던 Five Elements Hostel에서는 그 기간동안 열명이 넘는 스탭을 본 것 같다. 숙소 규모가 워낙 크기도 했고. 네이버에서 저 호스텔 이름 검색하면 내 글만 다섯갠가 뜬다 ㅋㅋㅋ 이 글도 또 검색에 걸리겠지, 티스토리 검색기능 좀 문제있는거 같긴 하다... 유입 키워드 보면 황당한 것 많다. 나/체가 꽤 긴 기간동안 키워드 1위였다. 굴욕... 지금은 독일치약이 키워드 1위다. 이 키워드도 언젠가 써볼 일이 있으면 좋겠다. 키워드 구경하는거 꿀잼. 하이델베르크의 숙소에서는 사흘 지내는 동안 사흘간 하우스키핑하는 사람이 모두 달랐다. 혹시 이거 파트타임잡이냐고 물어볼 수는 없었지만, 그 셋 모두 주 5일 근무도 안하는거였다, 첫날에 나를 응대했던 직원이 굉장히 친절하길래 둘째날 왔던 다른 하우스키퍼에게 어제 일한 분은 오늘 일안하냐고 했더니 이 작은 숙소는 혼자서 하우스키핑해도 돼! 라고 말하면서 이번주는 내일 지나고 그 다음날에 일하러 온다고 했다. 보통 주 2~3일이라고 했다. 지금 학원에서는 3주간 세 명의 선생님과 수업을 했는데, 메인 선생님이 있고 그 선생님은 수요일에는 수업을 안하신다. 다른 선생님이 수요일에 수업하시는데, 처음에 나는 이게 조금 이상해서 물어봤더니, 독일 사람들은 수요일에 쉬는 근무조건을 좋아한다고 했다. 사람들 생각 다 똑같구나 ㅎㅎ 그리고 이 나라는 그게 선택할 수 있구나



일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다보니 생각난게, 철저하게 7~8시간 근무를 지키고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한국에서 독일로 취업하는 것을 알아봤을 때, 9시 이전에 출근하는 조건의 직장들이 많다는걸 알게됐다. 몇 시에 출근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야근까지 모두 함께 멍청하게 사무실 의자에 앉아있어야했던 한국을 생각하면서 미쳤어? 퇴근시간은 똑같을텐데 누가 미리 출근해...? 라고 생각했는데, 동네의 Bürgeramt(Citizens Registration Office)에 처음 갔을 때가 생각난다. 수업시간ㅠ에 거주자등록을 하러 가라고 해서 이렇게 수업 꽁으로 먹으려고... 라고 몬난 생각을 했는데, 월요일은 암트가 오후 2시에 문을 닫는다. 업무 시작 시간은 7시. 정확히 7시간 근무만 한다. 물론 중간에 점심시간도 있다. 공무원은 한국도 시간 다 지킨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개인의 가게도 마찬가지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1층에는 잡화점 + 빵집이 있는데, 여기는 주로 아침에 회사가는 사람들이 커피와 빵을 사들고 가는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이 곳이 열린걸 볼 수가 없었다. 장사 안되서 망한줄로만 알았다. 이 가게의 영업시간은 7시 ~ 3시. 하루 8시간의 근무를 하는 셈이다. 학원은 9시부터 12시, 학원 마치면 두세시간은 시내에서 살거 사느라 돌아다니기 때문에 나는 이 가게가 매일 내가 그 앞을 지나는 시간과는 달라서 보지 못했을 뿐 매일 영업하고 있다는걸 새삼 알게 됐다. 엄마 가게의 영업시간이 오전 9시 ~ 오후 9시라는걸 잘 알고 있는 내게, 퇴근같은거 없이 주 7일을 거의 밤샘을 하면서 일해왔던 내게, 너무 부러운 근무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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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weinhaxen


한국의 족발이 이 요리에서 변형된 것이라는 얘기를 본 적이 있다. 한국에서도 먹어본 적은 있는데, 우선 어떻게 쓰는지도 몰랐을 뿐더러 그냥 외국음식요리 이름을 굳이 분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김치"같은 단어라고 생각했다. 나눌 수 없어보였다. 그런데 독일어를 공부한지 3주째인 지금, 왜 저게 두 단어로 보이지 않았었는지 의아하다.



Schwein + Haxen 돼지 + (구어) 사람; 다리


뭐 사람 다리여도 돼지 다리로도 쓰고 그런거겠지. 그리고, 저 단어를 떨어뜨려서 쓰게 되면 schweine Haxen으로 써야한다. 왜 그런지는 독일어를 공부하시면 아시겠죠... 독일어 전공자가 이 글 보면 어처구니없을 듯... 네, 독어 배운지 3주째인 학생입니다. 


첫 단어로 이걸 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서로 가본 식당을 추천 비추를 날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슈바인학센을 먹었는데, 식당이 아니라 추천을 못한다고 했더니 그게 독일식 족발 맞죠? 슈바인학센이 무슨 뜻이에요? 라고 내게 질문했다. 머리가 딩- 


독일에서 사는 것은, 영어권 국가에서 사는 것과 가장 큰 차이가 하나 있다. (물론, 독일어를 못한다는 경우에 한해서.) 하나도 모르는 외국어를 쓰는 나라에서 사는건, 어딘가 불시착한 외계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지구별여행자 같은 단어 굉장히 오글거려서 싫어하는데, 불시착한 외계인이라는 단어 말고는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 혹시 영화 중에 Lost in translation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이 영화를 봤으면 내가 하는 말이 바로 이해될텐데.. 설명을 못하는 병에 걸렸다ㅠ 치료제가 필요하다



스칼렛 요한슨한테 처음 빠진 영화가 이거로 기억한다. 내게는 여전히 이 영화에서의 스칼렛 요한슨이 최고. 순간 Her의 사만다가 떠올라서 고민했지만, 그래도 Her에서는 목소리만 나왔으니까 이게 더 좋은걸로- 매치포인트에서의 스칼렛 요한슨도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어서 더 좋다.



이 영화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네이버 영화에서 긁어옴


일상이 무료하고 외로운 밥 해리스(빌 머레이)와 샬롯(스칼렛 요한슨)은 도쿄로 여행온 미국인이다. 영화배우인 밥은 위스키 광고 촬영차 일본을 방문했지만 일본의 낯선 문화와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소외감을 느낀다. 또한 이제 갓 결혼한 샬롯은 사진작가인 남편을 따라 일본에 왔지만, 남편에게도 안정을 얻지 못하고 외로움과 불확실한 앞날에 대해 번민한다. 같은 호텔에 머무르고 있던 밥과 샬롯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던 중 호텔바에서 우연히 마주친다. 두 사람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외로움을 느끼는 서로의 모습속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서로에게 이끌리게 된다. 이 둘은 도쿄 시내를 함께 구경하고, 얘기를 나누면서 급속도로 가까워지는데...



물론 크게 보면 불륜인데, 영화에서 그 상황적인 묘사가 엄청났다. 특히 신혼인데 남편놈이 얼마나 부인을 내버려두는지 보는 내가 다 화날 정도였다. 모두가 일본어를 써서 사람 속에 있다는 생각이 전혀 안드는 "일본"에서, 서로만 서로의 말을 들을 수 있는, 로맨틱. 음 이 단어도 너무 오염됐네.. 낭만적이다. 




슈바인학센 단어뜻을 찾아보지 않은걸 설명하려고 이렇게나 심각한 설명충이 되어야한다니 개롭네... 


나는 영화 Lost in translation에서의 그 둘처럼, 독일에 와서 엄청난 소외감을 느꼈다. 그런데 나는 소외감이라는 느낌을 싫어하지는 않는다, 온전히 혼자라는 생각에 행복할 때도 있다. 관광지의 상점들을 제외하면 아주 쉬운 영어도 일반인에게 거의 안통한다는걸 알고는 아주 조금의 안도감도 들었다. 거의 같은 감정의 Lost in translation. 독일에 와서 6일을 프랑크푸르트에서 뭉개면서 그 느낌이 극대화 되었고, 내 가장 친한 친구와 하루에도 몇시간씩 잘 놀 수 있었다. 내 가장 친한 친구는 나 자신.





일주일에 한 번씩은 열리는 것 같은 동네축제의 길거리 음식들. 말이 축제지 정말 이 음식만 있다.... 나는 슈바인학센을 이 동네축제에서, 서서 먹었다. 슈바인 학센 얘기할 때마다 서서 먹었다면 다들 엄청 놀라던데, 슈바인학센 하나의 양이 꽤 큰 편이라 혼자서 식당을 가기에는 무리ㅠ 


멀리 보이는 역이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프랑크푸르트의 저렴한 숙소는 홍등가에 밀집되어 있어서 걱정했지만, 위치가 너무 좋아서 홍등가임에도 아무 문제없이 잘 지낼 수 있었던거겠지.




전통 슈바인학센은 껍데기에 맥주를 발라가면서 구워내는 것이다. 그래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판매트럭 바로 앞에서 먹길 잘했다 싶었던게, 포장하면 1회용 플라스틱 나이프 포크를 준다. 나는 아래 상태의 슈바인학센을 먹어보고 너무 좋았다. 그리고 혼자서 거의 발골하는 수준으로 뜯어먹고 있으니까, 주인아저씨가 콜라를 그냥 주셨다. 음료 시키려니 마트의 두 배라 안시켰는데(그래봐야 2유로) 내가 목이 메여보였나...ㅠ




속은 촉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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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부분에 굉장히 잘 꽂히는데,

그 중 거의 20년 넘게 꽂혀있는 부분이 루트(Root)이다.

정확히 절반인 두 개가 곱해져서 온전한 하나가 된다?

세상 그 어떤걸 똑같이 나눌 수 있을까-


너무 낭만적이야...



아마 조금 더 꽂혔더라면 수학과에 갔겠지, 이정도만 반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비하의 뜻은 전혀 아닙니다, 저는 순수학문 전공자들에 대한 무한한 존경이 있습니다. 이런 저도 순수학문 전공자라는게 함정)




덕분에, 내 많은 SNS들은 Root로 시작한다.

트위터도, 인스타그램도

(물론 계정명은 다르다, 똑같이 만드는 사람은 아마 없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한번 트위터 이용자들끼리 만나는 자리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무슨 용기로 나갔는지 잘은 모르겠다)

주최자이자 사회자였던 유명 연예인이 내 계정명을 보시고는

공학도죠? 이래서 공학도들이 사람들하고 잘 만나지를 못해...

누가 이 계정의 Root가 뭐냐고 하면 그냥 뿌리라고 해요,

수학기호 루트라고 하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꺼야

그 연예인의 가족이 서울대 공학부 교수라 나는 이해할 수 있는 개그였지만

다른 사람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다소 진지...


그래? 그렇다면 더더욱 얘기하고 다녀야겠다- 고 생각했다

관련된 이메일 계정도 새로 만들었고, 올 2월부터 시작한 인스타그램도 Root를 넣었다

나는 이렇게나 경고했으니 이런 내가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그냥 가시던 길 계속 가주세요- 라는 뜻이었는데

사람들은 생각보다 학창시절의 수학따위는 금방 잊는건지

Root가 뭔데? 라는 질문을 많이 했다

심지어 나의 취미는 원예라고 지레짐작도 많이 하고 있었다....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제 각종 계정의 Root는 수학의 그 Root에요! 제가 거의 20년 넘게 꽂혀있는 이미지에요! 저는 이 개념이 너무 사랑스럽답니다! 이런 제가 이상할지 몰라도 저는 당신들을 해치지 않아요! 라고 말하기 곤란하니까 카테고리 이름을 아무말대잔치로 바꾼 기념;으로 걸맞게 아무말대잔치를 한 번 해봤다.




다시 밀린 것들 쓰러갑니다. 이건 밀린거 다 쓰고나면 공개로 돌릴 예정.


(2016.05.22. 공개로 전환했습니다, 드디어! 닷새분량만 남아서 너무 행복합니다)



몇 명 안되겠지만, 갑자기 티스토리가 없는 주소라고 떠서 놀라신 분들의 연락 잘 받았습니다

저는 뭐든 시작하면 그만두지는 않아요, 그럴 수 없는 성격입니다...




제 티스토리 주소는 이거였죠

deustchland.tistory.com


그런데 독일에 온지 딱 보름째인 오늘이 되어서도

저는 deu 다음의 세 알파벳, uts가 항상 헷갈려요

그래서 오늘도 주소를 적을 일이 있어서 쓰려다가

음 쓰다가 틀려서 곤란해지면 안되지, 

마침 티스토리를 열어놨으니 그걸 복사하자! 했죠

그리고는 별 생각없이 복사하고는

혹시 틀리진 않았겠지...? 이걸 지금 열흘 넘게 열어놨는데???

하고 사전에 단어를 넣었는데......... 없ㅋ엉ㅋ....


예... 아무리 많이 안쓰는 티스토리라고 해도 어떻게 국가이름이 비어있겠습니까...

deutschland.티스토리.컴

없을리가 없죠....

딱히 티스토리를 하고 계시는거 같진 않지만......




그렇게 장렬히 거의 보름간 무식함을 뿜뿜하면서 살아왔습디다



재빠르게 주소를 변경하였습니다

http://fromde.tistory.com/



마치 아무도 못본 것처럼 해주세요


이것은 제 독일 전용 인스타 계정과 같습니다

instagram @from.de




굳이 힘들게 좋아요를 누르고 그런 수고는 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뭐 딱히 팔로잉도... 그런거에 특별히 의미두지 않습니다

모든건 제가 다 기록용으로 하는거고, 제 아이폰이 16기가 나부랭이라서 매일 용량부족하다고 하도 사진을 지우라고 해대서... 하는 것일뿐입니다. 물론 가끔 리플 달리고 그러면 또 신나서 답글달고 그러긴 합니다... 제가 행복해서 하는 것이니 좋아요 하나에 일희일비하지는 않습니다. 그런거 의미없다는거 진작 다 알고 있습니다...



동영상을 올리기에 인스타그램이 좋길래 독일 전용 계정까지 만들고 인스타그램 원래 계정도 있고 어쩌다보니 이것저것 주렁주렁하는게 많습니다. 아무래도 독일 전용계정이라 영어로만 올리고 있는데, 짧은 영어라 많이 올라가진 않겠지만, 언젠가 삘받으면 뭐... 올리겠죠....... 언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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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라는건 어쩌면 당연한 개념이지만,

시간이 늘고 또 늘어나는걸 겪으며 하루를 보내다보니

뭔가 더 어려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인천공항에서 2016/04/23, 00:40에 떠났는데,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2016/04/23, 14:20에 도착했다.

환승시간 합쳐서 약 스무시간이 걸렸지만,

시차 덕분?에 7시간을 번 셈이다.



열시간을 날아서 아부다비에 도착했는데, 다섯시간이 걸린 것이 되었고,

일곱시간을 날아서 다시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는데, 다섯시간이 걸린 것이 되었다.



누구나 똑같이 가질 수 밖에 없는 24시간인 하루에, 선물처럼 일곱 시간이 생긴 셈이다. 비행기에서 내내 잠들어있었던게 아니라 깨있었기 때문에 더 이런 생각이 든 것 같다. 2016/04/23, 00:40부터 시작한 나의 423일은, 몸이 20시간 40분의 비행과 환승을 겪었어도 여전히 오후 2:40 -



공항에 도착할 때마다 시계를 다섯 시간, 두 시간, 이전으로 돌리면서 마치 내가 시간을 지배하는 자!!!가 된 듯한 기분도 들었다. 나만 하루에 31시간을 사는거지. 다른 사람들은 24시간인데. 하루는 좋았는데, 매일 그런다고 생각하니까 급 졸음이 쏟아지네.... 이런 바람은 없었던 걸로, 취소....




나의 2016 04월 23일은 31시간이라니. 그 사실이 이렇게나 신기하고 생소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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