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 시간의 수업은 짧다는 생각도 들지만, 학생이 둘이라 진도가 훅훅 나가니까 세 시간이어도 굉장히 많은 부분을 배우게 된다. 그 날 배운 것은 그 날 복습해야 그나마 따라갈 수 있고, 또 숙제도 있다보니 나름 복습+숙제만 하는데도 시간이 꽤 많이 든다. 그런 이유로 예습은 못하고 있다... 요즘 하는 일은 독일어공부(복습+숙제), 밀린 티스토리 쓰기, 점심/저녁 챙겨먹기가 전부인데, 이것들만 해도 하루라는 시간은 살벌하게 흘러간다. 특히 점심 저녁 챙기는게 은근히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꽤 든다. 한국에서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근근히 연명;하다가, 이곳에 오니 식재료가 워낙 싸서 시간많은 내가 직접 해먹지 뭐! 싶은 마음에 직접 해먹기 시작했다. 직접 만든다는 재미는 있지만, 특별히 요리에 (아직까지는) 취미가 없는 내게는 뭐 그다지... 


같이 수업듣는 스페인사람은 새벽에 일을 해서 거의 복습을 못하는 것 같았다. 복습을 못하는데도 그 정도인거 보니 같은 유럽어라 나보다는 조금 더 쉽게 배우는 것 같아서 조금 부럽지만, 넘치는 시간으로 내가 복습하고 공부하고 있으니까 결국에는 아마 내가 더 잘하게 될 것이다. 반드시 그럴 것이다. 그 학생이 좀 버거워하는 것 같았는지, 선생님은 오늘 숙제를 안내주셨다. (오늘이 수업 8일째인데 처음이다)



나는 해야할 일을 미리하는 그런 성격이 전혀 못된다. 미룰 수 있는 일은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고, 직전에 몰아치기로 하는게 오랜 나의 못된 습관인데, 그래서 뭐든 닥쳐서 하느라 항상 바빴고, 바쁘고, 바쁠 예정이다. 아마 못고칠 것 같다. 복습은 쭈욱 몰아서 하면 머리에 잘 안들어오니까; 가계부 정리 좀 하다가 복습 한시간 하고, 티스토리 글 하나 쓰고 복습 한시간 하고 이런 식으로 한다. 집중력? 그런거 나는 없ㅋ엉ㅋ.... 그렇게 귀가 후 거의 열시간을 그렇게 점심 먹고 공부하다 놀다 공부하다 저녁 먹고 공부하다 하고 나면 잘 시간이 된다. 물론 이 시간까지 숙제는 하지 않는다. 몰라 나도 왜 그러는지... 그리고는 자정이 되기 전에 잔다. 나도 잘 모른다, 왜 이렇게까지 바른 생활을 하게 됐는지... 하지만 바른 생활이라기 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숙제를 하다보니 일찍 잠드는거 같다; 알람따위 맞춰두지 않고 여섯시쯤 일어난다. 세상에.. 이런 아침형 인간이라니.. 한국 시간을 아직 적용받는건가? 이런 아침형 인간으로의 삶은 교복입을 때 이후 처음이다. 눈뜨자마자 뭔가 먹어야한다. 그래야 머리가 돌아간다. 이제는 나름 다양히 구비된 아침식사들을 내 상태에 따라 선택해서 먹는다. 요리고 뭐고 다 귀찮을 땐 씨리얼이 짱, 그래도 뭐라도 씹고 싶을 땐 짧게나마 아침에도 요리를 한다. 그렇게 뭘 먹으면서 아침에 숙제를 한다. 물론 그 바쁜 시간에도 숙제만 하지는 않는다. 나도 왜 그러는지 몰라.. 주로 티스토리에 글 하나 쓰면서 머리를 좀 돌아가게 만들고; 숙제를 한다. 그 바쁜 시간에!!! ㅋㅋㅋ 숙제하다보면 시간이 급박해진다. 티스토리에 글 쓴 시간이 조금 한스럽지만, 그렇게 시간이 모여모여서 50개의 뻘글이 됐다고 생각하니까 좀 뿌듯은 하다. 곧 100개도 되겠지!


수업 10분 전에 집을 나선다. 하지만 이것도 겨우 빠듯하게 5분 전에 나가서 정각에 교실문을 연다. 물론 9시에 집에서 나가기도 한다. 아 그 5분 좀 제발 좀!!! 하면서 매일 엘리베이터 거울 속의 나에게 욕을 한다. 독일 신호등은 유난히 신호가 짧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서 학원까지 5분이면 대부분 도착한다. 하지만 오늘은 7분이 걸렸다. 바쁠거라 생각 안하고 또 아침에 한껏 여유부리던 나....


무튼 수업은 9시에 시작해서, 총 세시간을 한다. 중간에 한번 쉬는 시간이 있어서 마치는 시간은 1215분. 아직은 거의 매일 어떤 식재료들이 필요해서 마트를 가고 있다. 한국 마트도 그렇듯이 계산하고 나면 항상 얼마라고 말을 해주는데, 아직 숫자;가 너무 어려운 내게 마트는 좋은 학습공간이다. 줄서서 기다리는 동안 다른 사람들 금액도 들어보고, 내 차례에는 내 금액도 말로만 듣고 숫자 맞춰보고. 물론 항상 틀리지만. 대부분은 오이로(유로) 부분밖에 못듣기도 한다. 차차 들리겠지. 우유나 빵이나 파스타/펜네/푸실리 이런게 돌아가면서 매일 떨어지고 있다. 단체로 떨어지는 것보다 조금 낫긴 한데, 이제 마트 매일 가는 것도 조금 귀찮긴 하다. 수업 마치고 제발 바로 집에 오고 싶어...



오늘은 본의아니게 들어간 곳에서 수십종류의 LAMY 만년필이 있는 코너와 Pelikan 잉크를 만났다. 굳이 찾아간게 아닌데.. 놀랍고 신기했다. 그리고 너무 써보고 싶던 딥펜이 만원도 안해????? (정확한 가격은 여러분의 정신건강상 적지 않겠습니다) 사야지... 이런걸 안사면 후회할꺼야... 하면서 샀다. 그래서 마트에는 못갔다. 과도한 지출을 자제하기 위해 매일 10유로 이하를 들고 나오는데, 딥펜을 사고 나니까 몇 유로 안남은데다 빨리 써보고 싶어서!!!



그렇게 집에 와서는 종이 열댓장에 딥펜을 휘갈겼다. 말 배우는 어린애처럼 독일어를 배워나가고 있는데, 딥펜까지 사고 나니 글씨도 처음 배우는 어린애와 별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딥펜이 너무 잘 써지는데다 닙 종류도 여러개라 꽤 신나게 놀았다. 그렇게 놀고나니 뭘했다고 피곤한지, 아니면 숙제가 없다고 마음이 이렇게나 편할 수도 있는건지. 



원래도 숙제 받은 날에 숙제를 한 적은 단 하루도 없었는데, 얼마나 마음이 편한건지 숙제가 없다고 낮잠을 잡디다. 그렇게 푹 자고 일어나니까 오후 9시... 보통 이렇게 낮잠자면 밤에 잠이 안온다죠? 저는 그런거 없습니다. 밤에도 잘 잘꺼에요... 너무 당연하게요. 내일 아침엔 아마 오늘 못한 복습을 할 것 같네요. 숙제할 시간이 비어버렸으니까... 그렇다면 저는 밀린 티스토리를 오늘 몽창 쓰겠습니다. 이거 쓰기 전에 59일에 장본거 썼으니까 열흘 차이가 나고 있네요. 닷새정도로 줄여진다면 성공이겠군요. 저의 성공을 기원해주세요!



(2016.05.22 공개로 전환! 드디어 사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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