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I am. I totally agree with you.


짧은 영어와 짧은 영어가 만나면 생각보다 말이 겁나 잘통한다. 거기서 느껴지는 내가 영어를 잘 할지도 모른다는 심각한 착각...





어제 괴테 생가를 보려했는데, 생가 바로 앞에 딱 도착했을 때 오후 6시. 문닫는 시간에 딱 도착해주는 뭐 그런... 그래요...


그래서 오늘은 어딘지 위치도 정확히 알았겠다! 괴테 생가를 향해 가는데 음 조금 규모가 큰 듯해보이는, 그리고 위치도 겁나게 좋은 (괴테 생가는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있다) 우체국이 보였다. 이제 노란 간판만 보면 자동으로 반갑다





설레는 마음이 너무 커서 사진을 제대로 못찍었다. 실제로 보면 정말 크다. 정말이다.

그리고는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처럼 줄을 섰다.

오늘도 또 해야하는 한마디 독일어 "Ich möchte Briefmarken kaufen"


오늘은 꼭 해야지, 저번의 점빵처럼 버버거리지 말아야지. 다행히 줄이 겁나게 길어서 계속 연습하며 차례를 기다릴 수 있었다

내 차례가 됐고, 나는 외운 한 문장을 당당히 말했다. "Ich möchte Briefmarken kaufen"

그리고는 그 뒤의 말은 할 줄 모르니까 핸드폰 화면을 내밀었다.




Reinheitsgebot 500주년 기념 우표라고 한다. Reinheitsgebot는 독일맥주순수령ㅋㅋㅋㅋ

세계사 같은 시간에 누구나 들어봤을 그 맥주순수령이 올해가 딱 500주년이라니, 나의 기가막힌 타이밍이란....



사실 이 단어는 사고나서 찾아본거고, 그냥 딱 보면 Bier가 맥주일거고 그림도 맥주고 하니까





내 핸드폰 화면을 보고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반대편을 손짓하신다

세상에........ 반대편에.............. "Philatelie (특별우표판매처)"

그저 나는 너무 행복해서 아 이렇게 나에게 좋은 일들만 생겨도 되는지 행복하고 또 행복했다


그리고 줄을 섰고, 나는 저 문장을 또 외워야했다 "Ich möchte Briefmarken kaufen"

한 문장을 열번 이상 외우면 외워진다. 그 언어가 무슨 언어든간에, 된다. 확실하다.

난 독일어로 '나는 배가 고픕니다'도 할 줄 모르는데, '나는 우표를 사고 싶습니다'는 할 줄 안다.

(2016/07/12 유입키워드에 "독일어로 나는 배가 고픕니다" 이게 뜨길래, 이런걸 언제 썼지? 하고 클릭해보니 이 글이 떠서 엄청 웃었다. 독일어로 나는 배가 고픕니다는 Ich bin hungrig. Ich(I) bin(am) hungrig(hungry) 발음은 헝그리를 엄청 콩글리쉬처럼 발음하면 가장 비슷할 듯. 이히 빈 홍그리ㅎ 이정도?)


나의 어버버한 독어를 바로 알아들으시고는 영어로 응대해주셨다.

영어가 통하다니... 특별우표 창구라서 외국인들이 종종 오는건가...

그리고 꽤 영어가 능숙하셨다. 나의 짧은 영어보다 훨씬 더ㅠㅠㅠㅠㅠ




그리고는 그 앞에 펼쳐진 수많은 특별우표들을 보고 그저 또 행복...





이렇게 예쁜 우표들이 차고 넘치는데.... 여태까지 독일인들은 그렇게 꽃모양의 우표만 보내준거지...

그런거지.... 음.... 여러모로 밉구나....

계산이 잘 안되서 아주 조금만... 원래 사려던 것 중에 아주 조금만 샀다. 그 중 하나인 맥주 순수령 500주년 기념 우표




휴... 자태며 때깔이며 어찌나 고운지... 글구 뒤에 보이는 봉투는 우표를 구입하면 저기에 넣어주는데

저기 쓰인 독일어도 엄청 귀엽다 ㅋㅋㅋ "Meine neuen Briefmarken!" 직역하면 "내 새 우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의 우체국에서 사진 찍다가 혼났으니까; 여기서는 물어봤다. (사실 이 분은 찍게 해주실 줄 알았다. 엄청 친절하고 외국인인 내가 이렇게 우표를 많이 사니까 엄청 신기해하셨다 ㅋㅋㅋ 말끝마다 엄청 잘한다고 막 칭찬도 해주시고 ㅎㅎ) 내가 요기만 딱 사진 찍어도 되냐고, 딴데는 안찍겠다고, 안된다면 안찍을테니까 괜찮다고. 그니까 음.. 원래는 안되는데 찍게 해줄께! 라고 하셨다. 고맙기도 하지ㅠ




우편물 발송창구와 따로 운영된다. 딱 내가 생각했던 전형적인 독일인. 커다란 느낌? ㅎㅎ

물론 독일에서 많은 독일인을 보니, 저기서 배가 짱 많이 나옴이 추가되야하긴 한다.



커다랗고 귀여운 분들이 짱이야....+_+




맥주 우표만 산게 아니고 이것저것 사면서 영어도 할 줄 아는 분이라 대화를 좀 하게 됐는데

내가 여길 찾아서 온게 아니라, 정말 괴테 생가를 찾다가 여길 보게된거면

You are LUCKY girl이라고, 이 곳은 독일 전역에 몇 개 안된다고.

그래서 난 또 대답했지. Yes, I am lucky. I totally agree with you.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숙소로 귀가. 받은 우표들을 꺼내서 또 확인하고 보고 하면서 어찌나 행복하던지...





행복하고 또 행복하고. 앞으로도 계속 행복할 예정이고 :)









이렇게 뜻밖에 특별우표 판매처를 만날 줄 알았으면,

오전에 숙소 근처의 일반 우체국에서 꽃우표를 붙여서 보내지 않는건데ㅠ 아쉽다...

숙소의 직원에게 가까운 우체국을 묻거나, 길에서 DHL man이나 경찰(둘 다 가장 최소한의 영어가 통한다는걸 체득했다)에게 물으면, 외국인인 네가 우체국을 왜??? 라는 표정으로 우선은 가려는데가 우체국이 맞는지 물어보고 알려준다.


여태 꽤 높은 확률로 점빵;일 확률이 있지만, 오늘 안내받은 곳은 정식? 우체국이라 다행이었다.


하지만 이 곳에도 물론 특별우표는 없었고, 오늘 꼭 보내고 싶은 우편물이 있어서 특별히 예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독일 우표들을 여러장 보여주고 싶어서 독일의 보통우표인 꽃우표로 보내기로 했다. 엽서가 아닌 봉투에 넣은 우편물은 최소 우편요금이 1.50. 이 금액으로 몇 그람까지 보낼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없어서 엽서 여러장과 티백 몇 개를 넣었다.


굳이 티백을 보내는 이유는, 한국의 저렴한 티와 독일의 저렴한 티의 월등한 차이를 알려주고 싶어서... 비싼 티백이 아닌 가장 저렴한 카모마일티와 루이보스티를 마셨는데도 그 차이가 너무 커서 놀랍고 또 놀라웠다. 아마 곧 독일에서 마셔본 티에 대한 것들을 따로 포스팅할 예정인데 (밀린 일기가 많아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허브에서 약효를 뽑아내 약을 만드는 기술이 독일이 최고인데다, 심각하지 않은 병은 굳이 약을 쓰지 않고 차로 치료한다는 것도 신기하고 새삼 부러웠다. 



무튼, 티백 몇개와 독일 광고엽서 몇 장을 넣어서 물어보니 53g이라서 3g이 초과됐다고 한다. 음, 50g 이하인가보네... 광고엽서 몇 장을 빼고 다시 쟀더니 47g. Okay! 이렇게 보낸다. 하지만 다양한 우표를 붙이고 싶었던 나의 계획은... 융통성 없는 독일인 덕분에 빠이- 아니, 왜 1.50어치의 우표를 붙이는데, 다양한 우표가 필요하다고 하면 상식적으로 종류가 달라야하는거 아닌가... 왜 €0.75어치 두 세트를 주시는거죠...? 그렇게 한국으로 처음 보내게 된 우편.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공식 엽서의 난해함... 너희가 보여주고 싶은 프랑크푸르트는 저렇다는거 잘 알겠다. 하지만 전혀 저렇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나도 딱히 미적감각이 훌륭하진 않지만, 여러모로 독일인의 미적 감각은 곤란할 때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한게 없이 우체국만 매일 한번씩 갔을 뿐인데 독일에 도착한지도 사흘이 지났다. 사흘동안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거리며 지낼 수 있다니 나의 빈둥거림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따르겠지, 엄마 미안.. 아빠도 미안..


어쨌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시차적응기간을 사흘로 잡고 상대적으로 비싼 4인실에 지냈는데, 시차적응이고 뭐고 내겐 하나도 필요 없었던 일... 해지면 잘 자고 해뜨면 잘 일어날 수 있는, 나는 몹시 좋은 신체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체크아웃이지만 체크아웃이 아닌 그저 방을 옮기는 오늘, 짧은 영어로 또 나의 상황을 설명해야했다. 뭐 자세히 얘기할 필요는 없으니 간단히. 놀랍게도 내 말을 이해했고, 나는 8인실로 옮기게 됐다. 바로 옆방이 8인실이라는거 난 몰랐다. 옮기기 편하게 바로 옆방으로 배정해준대서 새삼 독일인의 이해함에 고마웠다. 독일인이 무뚝뚝하다는 얘기를 자주 하지만, 다 어딘가 이상한 소리로 들린다. 한국인이 지나치게 오지랖이 넓은거라고 얘기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


짐을 옮기는데, 어제 그 팜유얘기를 하던 독일사람을 만났다. 방을 옮기는거야???? 라고 얼굴에 표정이 이상한 채로 묻길래, 아 오해하는구나.. 싶어서, 응! 더 싼방으로 옮기려구ㅠㅠ 하니까 그제서야 이해한다는 듯이... 본인도 본인이 말이 많으신거 알죠? 그래서 언짢았던거죠....? - _-




그렇게 방을 옮기는데, 휴... 환기 좀 하고들 사세요...... 뭣들 하시는거에요ㅠㅠㅠㅠ 4명이 뿜어내는 숨과 8명이 뿜어내는 숨은 절대로 같을 수가 없었고, 살벌하게 드러운 공기가 나를 감쌌다. 하... 설국열차 꼬리칸이 이런 기분이었을까ㅠㅠㅠㅠㅠ


4인실은 너무 상쾌했는데ㅠㅠㅠㅠ



돈이 막 수십유로가 차이나는 것도 아니고 사흘치 해봐야 10유로 정도 차이나는데, 굳이 왜 옮겼을까... 그냥 4인실에 있을껄...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뭐 이미 옮겼으니까... 그 차액은 세탁기에 쓸거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가난한 여행자여....




사흘간 풀었던 짐을 옮기는 것도 이렇게 빡센데, 이사는 어떻게 하지.... 못하겠다....



짐들 다 무슨일인지....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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