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공은 화학이고, 나는 여전히 나의 전공이 굉장히 좋다. 하지만 내 세대는 너무 당연하고 이 영상에 나오는 1세계의 아이들 조차, 여전히 과학은 남자들의 학문이라고 여겨진다. 어째서? 수많은 면접을 보면서 항상 들었던 말은 여자이기 때문에 들어야하는 말들이었다. 남자친구, 결혼, 출산. 계획이 있다고 하면 꺼려하고, 계획이 없다고 하면 모자라거나 유별난 사람 취급받고. 여자는 그저 다음 세대를 생산하는 부속품일 뿐인가? 어째서 여자들은 원하는 학문을 할 수 없는건지?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런 광고 굉장하다. 한국의 모든 브랜드 광고들은 다 썩었다. 국뽕이 없으면 만들어지지 않는 브랜드 광고가 무슨 브랜드 광고인지. 이 짧은 광고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가 보인다고 하면 너무 과한 칭찬인걸까. 저 나이의 아이들이 이미 본인들과 남자아이들이 구별되어서 키워진다는걸 알고 있다. 그것을 저렇게 이벤트로 만들어준다면, 저 아이들은 과학에 흥미를 여전히 가질 수 있겠지. 좋은 광고라는 말로 표현이 다 안될 만큼 좋은 광고다. 


그리고 마지막 문구에 괜히 찡하다. We're waiting for you

어떤 회사가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그 말. 얼마나 큰 힘이 될까.






미래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어떤 회사에 내가 들어갈 수 있게 된다는걸 안다면 지금 이 순간도 더 열심히 지낼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겠지. 어차피 미래의 나는 그 회사에 들어가게 되니까, 대충 살아도 되겠구나- 하는. 아마 나는 후자에 더 가까운 사람일 것 같다. 그러니 미래를 모르는 지금, 나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조금 더 잘 해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중학생의 나는, 너무 당연하게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여고에 진학하면서 총 열개 반 중 이과반은 두 반이 겨우 만들어지고 어거지로 세 반이 만들어지는걸 보면서, 여자들이 수학을 못하는게 아니라 여자는 수학을 못한다는 그 사고가 수학을 못하게 가둔다고 생각했다. 초등학생들을 꽤 오래 지도했는데, 그 나이 때에는 남녀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중학교에 가면서 확 달라졌었다. 그만큼 주변에서 많이 듣게 되니까. "여자는 수학을 못한다는 얘기" 그리고 수학을 못하면 과학을 할 수 없다는 얘기. 물론 맞는 얘기다. 하지만 수학을 못하는 경제학자도 가능한가? 수학 못해서 경영대학 갔다가 대입 준비 다시한 사람을 나는 안다. 수학을 못하면 문과, 수학을 잘하면 이과, 이게 무슨 경성고보 시절 얘기인지.


사람들은 언제쯤 변할까. 정확히 한국은 언제쯤 변할 수 있을까. "과년한 여자는 결혼하고 나면 애 낳는다고 출산휴가 가고 그래서 뽑기 좀..." 출산휴가를 여자만 쓰는 분위기도 사라져야하는데, 현재 한국의 분위기를 보면 남자가 출산휴가 쓰는 분위기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은 모두가 다 같은 코스를 밟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 나라인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가 조금 그 트랙에서 벗어나려하면, 그것이 과연 걱정인지 아니면 너도 나처럼 고생하면서 살아야해!! 라는 마인드인지 끝없이 오지랖을 떤다.


30살을 일주일 남겨두고 독일행을 결심했고, 만 31살이 되고 두 달 후 독일땅을 밟았다. 특별히 착한 딱은 아니라 부모님께 엄청나게 감사한 부분은 딱히 없지만, 그 모든 주변의 쓸데없는 소리들로부터 방패가 되어 주신 점 하나는 몹시 감사하다. 그리고 내게 결혼 얘기를 단 한번도 꺼내지 않으셨다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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