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를 방금 다 봤다. 보고 나니까, 기본 틀을 쿠로사기에서 차용하고 여기저기 짜집기한 느낌이 갱장한데? 싶어서 쿠로사기 찾아보니, 다들 같은 생각하고 있었다. 허접하게 쿠로사기 따라한거라고 많은 욕을 먹고 있었다. 다들 욕하는데 나 혼자 반대의견을 펼치고 싶지는 않지만,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어진 한국 드라마에서 이정도라도 짜집기해서 펀딩을 저만큼 따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지 않을까.. 싶긴 하다. 비꼬는 것처럼 들리지만, 진심이다. 제작승인한 SM에서 쿠로사기를 본 사람이 한 명도 없었을까? 아니면 쿠로사기때 야마삐가 매력 뿜뿜한 것처럼 서인국도 이 드라마로 키워주겠다!!! 라는 생각으로 쿠로사기st로 대놓고 가기로 한걸까?



뭐 어찌됐든, 나는 서인국의 저 눈물점을 엄청나게 좋아해서 아마 쭈욱 보게 될 듯하다. (눈물점 있는 남자와 연애해보는게 소원이었고, 소원을 풀기도 했다는 의미없는 정보를 전달하고) 서인국은 본인이 가수로 데뷔해서 이렇게 연기자로 잘 풀릴줄은 본인도 몰랐겠지. 새삼 서인국이 드라마에서 매력뿜뿜하는걸 볼 때마다 마치 내 자식의 일이 잘 풀리는 듯 기쁘다. 필모도 다 안챙겨봤기에 서인국의 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서인국이 나온 케이블 드라마 두 작품의 짱팬이라고는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서인국은 유난히 케이블 드라마와 합이 좋은 것 같다. 내가 본 서인국의 드라마는 여태까지 총 두 개인데(공중파 드라마 안본지 정말 오래됐다), 하나는 대부분 그렇듯이 응칠이고, 두번째가 고교처세왕이었다. 고교처세왕 보는 내내 연애를 하고 있지만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했다. 내가 보게 되는 서인국의 세번째 드라마도 어쩌다보니 케이블. 같이 나오는 마동석도 좋아해서 나는 더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수영의 연기도 뭐 괜찮다. 감우성-수영 주연의 "내 생애 봄날"도 모두가 욕하면서 아무도 안 볼 때, 감우성만 믿고 혼자 엉엉 울면서 잘 봤었다. 





나는 선호하는 남자 취향이 딱 두 종류인데, 둘을 같이 가진 남자는 단 한번도 본 적 없고, 영원히 볼 수 없을 듯 하다. 만약 일반인이 그 두 가지를 다 갖고 있다면, 어디라도 쫓아가서 내 전부를 다 걸 수도 있을듯. 다소 황당하게도, 병약함과 날티.



내가 지나치게 건강하고 건장해서 그런지 나는 뭔가 튼튼해보이는 남자에게 딱히 매력을 느껴본 적이 없다. 건장한 남자를 보면 나와 잘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안들고, 그냥 일꾼 느낌? 그리고 내가 날티라고는 실오라기 하나도 없다보니, 날티나는 남자들 엄청 좋아한다. 병약한 날티나는 남자가 이상형이라니, 어릴 때부터 인생 망칠 루트를 아주 꼼꼼히 짜놨달까...



한국 드라마 시청을 시작했다고 알리는 글에 뜬금없이 남자얘기라니. 하지만 아무말대잔치니까 괜찮다. 새삼 이 카테고리 정말 잘 만들었다고 느낀다. 남자얘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나는 모르는 남자를 처음 봤을 때, 이 남자와 내가 사귀게 될거라는 느낌이 한 시간 안에 든다. 단 한 번의 오차가 있었는데, 우습게도 그 남자와 연애 못한게 연애 필모그래피 중 가장 후회스러운 것이다. 안군, 잘 지내니?


또, 내가 중간에서 어정쩡하게 처신해서 이도저도 아니게 된 경우가 한 번 있었다. 신입생 때, 과선배였던 복학생과 연애를 했다. 뭐 누구나 욕하는 신입생 낚시질한 복학생은 아니고, 뭐 아니라고 생각하는게 내 마음에 편하기도 하고. 무튼 과선배와 연애하니 과 생활이 편하긴 했을 것이다. 과 선배와 연애하지 않은 상태의 신입생이었던 경험은 없으니 비교할 뭔가가 없네.. 나는 다른 전공을 가진 사람에게 그 전공자들만 아는 이야기들을 듣는 것을 몹시 좋아해서, 중앙 동아리도 했었다. 동아리 이름을 밝힐 수는 없고, 체대생이 90%였 넘었던 동아리에 우연히 (운좋게) 가입했고, 덕분에 1년 반을 신명나게 놀 수 있었다. 미친듯이 노는데 필요한 건 역시 체력이었다. 체력이 넘치던 스무살에, 또래들과 밤새 노는건 몹시 즐거웠다. 내 체력도 어디가서 빠지지 않기에. 동기 중 한 명과 유난히 친했는데, 약간 선을 넘은 느낌이 아주 가끔 들긴 했다. 1년이 지나자, 그 선을 꽤 자주 넘었었다. 선배들이, 은경아~ 과선배랑은 언제 헤어지냐~ 우리 **가 기다리잖아~ 라는 말에, 동기는 선배들에게 제가 은경이 세컨드잖아요. 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꼭 내가 있을 때 그런 소리를 해서 나를 두 남자로 저울질하는 썅년을 만들곤 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미친 새끼라고 야 우리가 뭘 하기나 했으면 그런 말이 억울하지 않다고 씬나게 받아쳤다. 장난처럼 진담인듯 그렇게 줄타기를 하다가, 내가 이 사람의 손을 잡으면 학과 생활이 꼬일게 뻔했기 때문에 결국에 나는 동기의 손을 놓았다. 동아리에서 탈퇴하게 된 이유는, 온전히 그 동기 때문이었다. 그깟 학과 생활이 뭐라고, 체대생을 놓친거지. 과거의 내 선택을 바꿀 수는 없지만, 곳곳의 선택을 바꾸고 싶은 경우들이 있다. 이것도 그 중 하나.


눈물점 말고 피지컬한 특징을 하나 더 꼽자면, 안경쓴 전후가 다른 사람. 주로 인상이 쎄보이는 사람들이 그걸 누르기 위해서 안경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남자들에게 괜한 호감이 있다. 저렇게 사납게; 생긴 남자가 내게만 귀염떨면 얼마나 좋을까 정도의 생각? 그런 이유로 내가 안경 쓰는 것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안경쓴 남자는 하나 더 벗길게 있어서 좋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안경쓰는 것을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록 엄청난 패션 아이템으로 안경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난 안경을 쓴 내 모습과 안경을 쓰지 않은 내 모습의 차이가 꽤 매력있다고 생각하고, 이건 나의 연인에게만 보이고 싶다. 뭐 이런 별 것도 아닌 것에 의미두냐 하겠지만, 원래 별 것도 아닌 것에 의미를 두기 때문에 더 특별한 것 같다. 별 것들에는 이미 의미가 다 부여되어있다. 내가 부여하는 나만의 특별한 의미이기때문에 의미있는 것이다.




내가 특별히 매력이 차고 넘쳐서 두 명의 남자를 어떻게 하고 그런 얘기는 전혀 아니다. 한국에서의 나는 그냥 고도비만인 사람, 여자 아니고 사람으로 분류되어진 경우가 더 많았을 것이다. 신체적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연애 필모그라피를 차곡차곡 쌓아올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리액션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남자와 대화하는 것은 간단했다. 눈을 마주치고 추임새만 넣어주면 끝. 나는 이게 거의 습관처럼 모두에게 하다보니 선생님들에게 예쁨받았고, 남자들에게는 오해를 받았다. 내가 지를 좋아했다고 착각하는 남자들이 많았다. 저도 눈 있그든여?


또 하나는 내가 타인의 취미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본인이 좋아하는걸 설명할 때 사람이 얼마나 반짝반짝 빛나는지, 이건 타인의 말을 잘 들어주면 금방 알 수 있다. 물론 남자에게만 해당된 것은 아니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취미를 주변의 누군가가 이미 준전문가급으로 하고 있다면, 무조건 붙어서 흡수했다. 나는 이 흡수능력이 굉장히 좋은 편이고, 또 내 취미는 취미를 수집하기라서 합이 잘 맞았었다. 그렇게 구남친들에게서 흡수한 취미들 중 기억나는 것 몇 개는, 나이키 운동화, 사진, 만년필, 축구, 레고. 다른 것들도 많을테지만, 내가 내 취미로 완전히 체화한건 이정도가 전부다. 그 중에서 특히 만년필은 내 삶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 구남친들과 뭔가 같이했던 것들이 다 싫어진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사람과 사물을 구분한다. 그리고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항상 나의 선생이 될 수 있다. 심지어 나의 연인이 나의 선생님이라니, 너무 좋잖아. 물론 만년필을 떠올리면 어정쩡하게 몽블랑 볼펜을 선물해준 구남친이 생각나긴 한다. 몽블랑을 사줄꺼면 만년필을 사주지 왜 볼펜을 사줘갖고... 쓰지도 않는거 버리지도 못하게. 그 당시의 나는 아마 코르셋에 꽉 끼인 그런 많고 많은 한국 여자 중 한 명이었겠지. 지금은 만약 연인이 몽블랑 볼펜을 사서 온다면, 이거 환불하고 만년필 사줘! 라고 말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근의 두 연애는 모두 인터넷에서 먼저 알게된 사람들과의 연애였다. 나는 티스토리에 쓰는 이런 글들을 각종 커뮤니티에다 써제꼈다. 남자들이 주로 하던 커뮤니티들이 내 취미들과 맞다보니, 나는 주로 남자들이 많은 커뮤니티에서 랜선 인격을 쌓았다. 여왕벌까지는 아니지만,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남자들이 꽤 있었다. 내가 경기도 이하의 특정 지역 정모에 나간다고 하면, 나를 보겠다며 서울에서도 왔었다. 그리고는 나의 우람함에 다들 놀란듯. 새삼 느꼈던건, 랜선속의 나는 굉장히 매력적인가보다. 라는 생각. 현실에서도 예쁜 여자들은 이런 대우를 받고 살겠지? 라는 부질없는 생각. 뭐 어찌됐든 연애는 쉬지않고 했으니까, 큰 후회는 없다. 






끝도 없이 떠들 수 있지만, 너무 개인적인 잡소리라 이쯤에서 끝내야지. 충분히 많이 떠들었다. 어쩌면 이 글은 비겁한 글일지도 모른다. 제목에서 글 내용을 전혀 추측할 수 없고, 제목에 내용을 숨겨두었으니. 이 글을 공개로 바꾸고 난 후에, 나는 이 글을 썼다는 것도 잊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의 각종 단어들로 키워드 검색이 뜨고 나는 이 글을 비공개로 돌릴 수도 있을 것이다. 부디 그러지 않길 바랄뿐.



아참, 나는 소년스러움에도 환장하게 빠진다. 그리고 남자의 수줍음도. 다 합치니까 갱장하게 이상한 사람으로 조합되지만, 그 몇 가지들 중 두 개 정도의 조합은 상당하다. 대부분 그 조건에 부함하는 사람들과 연애했다. 병약하고 샤이한 소년, 짱이다... 부디 한 명만 걸려주세요, 제가 먹여살리겠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