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의 그것은 내 얘기. 근데 써놓고 보니 죽을 날보다 몇 일 더 산다면 좋은 것 아닌가? 라고도 생각한다.



사실 그때그때 쓰는게 맞다. 티스토리에서 과거 시간으로 글 저장 못하게 바꾼 것도 그래서 이해하려고 하는 편이다. 6월을 넘기지 않으려했는데, 결국 6월을 넘겼다. 71일은 넘기지 않으려고 몰아쳤지만, 어쩜 여행 일정이 딱 7월 2일 새벽부터인지. 당연히 7월이 되기 전에 6월의 모든 글을 쓴다는 내 계획은 가뿐히 못지켰다. 나는 어쩜 이럴까. (글 쓰는 지금 현재는 여행 다녀온 7월 4일 오후 9:15)



어떻게든 미루며 살아왔다. 제 때 무언가를 끝내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미루고 미루다보니 항상 마감시간에 급급했고, 마감시간 다되서 아 더 못하겠네~ 하고 쓰다 때려친 이력서만 수십개는 될 것이다. 미루고 미루는 성격이다보니, 주변에서는 항상 느긋하다고만 생각한다. 그건 제가 뭔가 바쁘게 하는걸 못봤기 때문이죠... 뭔가 바쁘게 할 때는 다 집에 쳐박혀서 정신없이 하는 편이다보니.. "항상 느긋한데 뭔가 하고는 있는 사람"으로 보여지는거 잘 알고 있는데,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게으를뿐이에요...



이 게으름이 극대화된건 호주 교환학생 이후라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 그 전에도 나는 다소 게으른 부분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다소 게으르지만, 게으름은 한국에서 굉장한 부덕이고 악행이기에 게으름을 표현해내지는 않고 살았다. 그래서 대학 1학년 때의 나를 아는 사람들은 "항상 바빠보였다"고 했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토플 공부를 위해 학교를 휴학하고 정말 미친듯이 영어공부를 했다. 그 때 그렇게 열심히 했던 영어가 정확히 11년 후 독일에서 박살이 나고 있다는게 너무 슬픈 일이지만.. 호주에서의 1년은 정말 꿈같은 시간들이었다. 그 때의 나는 게으름의 절정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어딘가에 기록을 한다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않았다. 20대 초중반의 내가 생각하기에, 그 강렬한 기억들은 영원할 줄 알았다. 30대 초중반의 나는 나의 기억을 믿지 못하기에 이렇게 기록에 의존한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두 달간의 독일 생활과, 이틀간의 네덜란드, 그리고 셀 수 없이 다닌 일본 여행, 1년간의 호주 교환학생 정도의 외국 경험으로 생각하기에, (이것이 성급한 판단이지는 않길 바라지만,) 날씨에 따라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굉장히 차이가 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 "러시아와 독일에 대문호가 많은 것은 날씨가 춥고 밖에 나가서 뭔가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우스갯소리이지만 그냥 하는 말은 아니다. 독일은 날씨가 변덕스럽기로 유명하다. 나는 그나마 날씨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남부독일에 살고 있는데도, 가방에 항상 챙겨야하는 것은 썬글라스와 우산이다. 언제 비가 올지 모르고, 언제 해가 미친듯이 뜰지 모른다. 일기예보같은건 유럽에서 믿으면 안된다. 그냥 기온정도만 체크하는 수준. 날씨가 이 모양이니, 예민한 사람들은 밖에 나갈 수 없다. 신발 젖고 옷 버리고 이런게 얼마나 예민했을텐데.. 그리고 예민한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몸도 병약하니 집에만 계셔야한다. 그런 분들이 대문호가 되셨겠지. 13일로 버스만 16시간을 타며 여행다니는 나같은 튼튼한 사람은 평생 글을 쓸 수 없는 삶일지도 모른다. 


호주의 날씨는 사람을 게으르게 만드는 날씨다. 비 안오고 해는 항상 너무 반짝거리고. 그냥 풀밭에 누워서 원없이 놀고먹기 좋은 날씨. 이런 날씨를 가진 나라들은 높은 확률로 후진국들이다. 어차피 밖에서 자도 얼어죽지 않으니 집에 대한 특별한 생각도 없고, 널린게 과일나무인데 먹는거 걱정없고. 호주도 마찬가지다. 영국과 그런 관계가 아니었으면 호주도 딱히 잘사는 국가는 아니었을거다. 그런데 후진국과 선진국을 비교하는거 정말 의미없다는 생각을 새삼 했다. 국가가 돈이 많아도 개개인이 행복하지 않다면? 국가의 이미지는 특별히 나쁘진 않은데 모두들 헬조선을 외치는 나라라면? 아이고 의미없다...



내가 호주에서 1년을 지내면서 들었던 얘기 중 가장 놀랍고 신선하고 부러웠던 것이 하나 있다. 현재는 달라졌을지 모르지만, 내가 교환학생으로 지낸 2006년에는 사실이었다. 대학 진학률이 95%는 될듯한 한국과는 달리, 호주는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일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것에 대해서 더 하급의 일을 한다는 그런 개념이 전혀 없다. 학문을 위해서만 대학에 진학하고, 그래서 외국인들이 유학오는 것을 굉장히 반긴다. 어렵고 힘든 일은 안하고 싶어하니까. 그래서 내가 호주에 있었던 그 때는 간호학과를 졸업한 한국인들이 호주로 이민가는 것이 굉장한 붐이었다. 지금은 아니겠지만. 


호주의 대학등록금은 나라에서 빌려주며, 이자율은 0%. 졸업과 동시에 학자금 빚을 떠안게 되지만, 졸업 후 취직을 못하게 된 경우에는 대학교씩이나 졸업한 우수한 인재가 취직할 자리가 없는 것은 나라의 탓이기 때문에 학자금 상환이 취직 후로 미뤄진다. 영원히 취직 못하게 된다면? 영원히 갚지 않아도 된다. 나는 이걸 호주에 가서 꽤 초반에 들었는데, 영어를 제대로 못해서 내가 잘못이해한 줄 알았다. 그런데 몇번을 물었는데도 저렇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저 얘기를 해주던 학생이 말하길, 호주에서 취직하지 않고 외국에서 취직하면 평생 안갚아도 돼! 나는 일본에서 취직하고 싶어! (일본어 수업에서 만났었다) 여전히 이런 시스템일지 조금 궁금하다. 졸업과 동시에 3~4천만원의 학자금 빚을 떠안게 되고, 졸업 후 몇 년은 그 학자금의 이자만 간신히 내며 허덕이는 주변의 지인들을 봐서 그런지 그저 부럽고 부럽기만 했다. 




아무말대잔치는 끝맺음이 항상 어렵다. 제목은 저런데 또 내용은 너무 중구난방이다. 중구난방이라는 단어, 혹시 내가 또 뭔가 잘못썼을까봐 사전에서 찾아보니 정확한 뜻이 대박이다. "막기 어려울 정도로 여럿이 마구 지껄임" 오늘의 아무말대잔치는 중구난방으로 역시나 또, 마무리 짓기 어려운 상태로 이렇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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