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박물관에 나들이 삼아, 잡지식 삼아, 발걸음하는걸 좋아한다. 프랑크푸르트에 참 많은 미술관/박물관이 있지만, 입장료가 저렴하지 않다. 자주 갔던 괴테생가&박물관도 입장료가 7유로나 되니, 마음편히 무언가를 보기에도 쉽지는 않다. (가장 유명한 슈태델 미술관의 입장료는 14유로). 하지만 나는 열심히 검색을 할 수 있는 사람이고, 독일 연방은행(Deutsche Bundesbank)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박물관인 Geldmuseum(화폐박물관)을 찾았다. 위치는 다소 찾아가기 귀찮지만, 뭐 괜찮다.




오늘 하늘엔 구름이 가득하다




입구




올해 9월까지 독일 연방은행이 갖고 있는 금자랑(문자 그대로의 Gold)을 하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모르고 간건데 개이득




특별전시장 중앙에는 세계지도와 함께 특정 몇 나라의 금 생산/소비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한국 없음)




전 세계 최대 금 생산국가는 중국, 전 세계 최대 금 소비국가또한 중국이라고 한다.




독일어라 놀랐다면, 영어로 된 뒷면도 같이-




금자랑(걍 금화라서 안찍음;;)에 이어 금괴자랑





금 특별전은 끝!

이제 상설전시. 유로화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

바티칸/모로코와 같은, 유로를 쓰는 작은 나라에 대한 언급




유로 주화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숫자가 쓰여진 면은 동일하지만 그림은 나라마다 다 다르다. 심지어 한 나라에서도 뭘 기념한다고 자꾸 다른 무늬를 찍어낸다. 참고로, 독일은 현재 지역(바이어른, 바덴뷔르템베르크 등의 주)마다 돌아가면서 찍고 있고, 그 전체는 아직 다 발행되지 않았다. 2유로 동전의 나라별로 다른 모양을 보여주고 있는데, 사진을 제대로 못찍어서 잘 안나왔다. 독일의 2유로 동전 기본형은 독수리이다.




혹시 10, 20, 50센트 동전이 있다면, 그리고 그게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받은거라면(프랑스는 높은 확률로 독일 유로 주화가 돌아다닌다), 한번 저 브란덴부르크 문인지 확인을 해보자. 같은 무늬라면! 그 아래에 정말 작게 적힌 알파벳을 보고 내가 지금 갖고 있는 동전이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확인해보자. 내가 가진 모든! 센트들은 다 뮌헨에서 만들어졌다. 항상 확인하는건 아니지만, 확인했던 대부분이 다 D여서 DeutschlandD인줄 알았었다...




독일인의 지갑에 100개의 동전이 있다면, 그 비율은 이렇다고 한다. 당연히 독일 생산 동전이 제일 많고, 그 다음은 이탈리아, 프랑스. 하지만 근소한 차이이다. 난 여태 벨기에 동전은 본 적도 없는데.. 역시 통계는 통계일 뿐이다.




동전은 끝났다. 지폐에 대한 이야기들.


유로 지폐는 한번 디자인이 바뀌었다. 고액권은 디자인이 바뀌지 않았고 많이 쓰는 50유로 이하의 권종만 디자인이 살짝 바뀌었다.




첫번째 유로 지폐는 서로 다른 시기의 건축 양식에서 이미지를 따왔다고 한다.

(아래에 자세한 영어 설명 부분 사진 찍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자세히 읽으시면 됩니다)

순서대로, 고전 - 로마네스크 - 고딕




르네상스 - 바로크&로코코 - 철기시대&유리시대




마지막으로, 500유로 지폐는 20세기 건축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리고 2018년을 끝으로 500유로 지폐의 발행은 종료된다고 한다. 500유로짜리 지폐 정도 비상금으로 갖고 있으면 마음이 편할텐데.

마음의 편안함도 안식도 없다.




위에서 말한, 유로 지폐 디자인에 대한 영어/독어로 된 설명




지폐의 곳곳에 담긴 의미들




지금 내가 가진 지폐는 어디서 인쇄되었나!

혹시 다른 곳에서 인쇄됐을까 하는 마음에 가진 지폐를 털어서 확인해봤더니,

100%의 확률로 독일 인쇄 지폐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내가 가진 지폐는 달랑 한 장...




지폐는 오른쪽 위의 솜을 어쩌구 저쩌구 처리해서 종이처럼 납닥하게 만든 후

여러번에 걸친 인쇄와 각종 특수 처리를 하면서 지폐로 만들어진다.




선정되지 못했던, 유로 지폐 디자인 출품작들.

굳이 자세한 설명은 할 필요도 이유도 없고, 총 6세트의 디자인이 전시되어있다.

(6세트 지폐 디자인 사진 후 영어/독어로 된 자세한 설명 사진 첨부)











Have a guess!

왼쪽부터 각각 20센트/1유로/1센트짜리의 동전이 들어있다.

각각 몇 유로인지 맞춰보기!

정답은 괄호 속을 긁으면 나옵니다 (모두 다 같은 금액, 15유로가 들어있다고 한다)




둘러보던 중, 신기한 장소에 방명록이 있네?? 하면서 달려갔다




방명록...이... 아니네... 이렇게 두꺼운걸 이런 곳에 놔두면 누가 읽긴 하는걸까




하지만 그들은 관련 법전;까지 놔두었다. 독일 인터넷 서점 구매 1위는 언제나 법전이라는 얘기가 우스개가 아니라 사실이기에.




각국의 화폐에 대한 마지막 전시장에는 이런 이야기가 짧게 적혀있다.

그 옛날, 부잣집 도련님이었던 괴테가 해외 여행을 하다가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서.

어려움 - 나라마다 화폐가 달라서 지갑에 다양한 나라의 돈이 있어서 힘들었다

팍씨... 진짜... 욕욕욕




이렇게 각국의 지폐가 전시되어있다. 한국돈 본지 2년이 되서 그런가 바로 안찾아지는거다...

설마 혹시 한국돈 없나??? 하면서 전투모드 변신 준비하고 있었다




나처럼 못찾는; 사람을 위해서 어느 위치에 있다고 알려주는 장비가 있다.





요깄넹! 이걸 왜 못찾았을까 싶다... 평생을 봐온 한국지폐인데 한눈에 왜 안들어오지?

지폐 디자인이 변했으니까! 라는 하나마나한 소리를 해본다




북한 지폐와 나란히 전시되어있다.




방명록이 있으면 언제나 끄적거려야한다. 끄적끄적




전시장을 둘러보는 내내 굿즈.. 굿즈.. 정말 깔끔한 굿즈를 기대했다. 하지만 Shop & Cafeteria라는 지도상의 설명이 살짝 불안했다.

그리고 깔끔한 Cafeteria가 나를 반겼다. Shop은 구석 한 켠의 세 걸음 정도의 규모가 전부였다...

왜... 이런 귀한 재료들로 굿즈를 못만드는겁니까... 독일 연방 은행이여...




독일 연방은행 바로 옆의 작은 아파트 단지. 아파트 사이의 거리가 넓고, 그 사이에 이렇게 고기 꿔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당신들의 그 안락한 삶, 참으로 부럽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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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I am. I totally agree with you.


짧은 영어와 짧은 영어가 만나면 생각보다 말이 겁나 잘통한다. 거기서 느껴지는 내가 영어를 잘 할지도 모른다는 심각한 착각...





어제 괴테 생가를 보려했는데, 생가 바로 앞에 딱 도착했을 때 오후 6시. 문닫는 시간에 딱 도착해주는 뭐 그런... 그래요...


그래서 오늘은 어딘지 위치도 정확히 알았겠다! 괴테 생가를 향해 가는데 음 조금 규모가 큰 듯해보이는, 그리고 위치도 겁나게 좋은 (괴테 생가는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있다) 우체국이 보였다. 이제 노란 간판만 보면 자동으로 반갑다





설레는 마음이 너무 커서 사진을 제대로 못찍었다. 실제로 보면 정말 크다. 정말이다.

그리고는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처럼 줄을 섰다.

오늘도 또 해야하는 한마디 독일어 "Ich möchte Briefmarken kaufen"


오늘은 꼭 해야지, 저번의 점빵처럼 버버거리지 말아야지. 다행히 줄이 겁나게 길어서 계속 연습하며 차례를 기다릴 수 있었다

내 차례가 됐고, 나는 외운 한 문장을 당당히 말했다. "Ich möchte Briefmarken kaufen"

그리고는 그 뒤의 말은 할 줄 모르니까 핸드폰 화면을 내밀었다.




Reinheitsgebot 500주년 기념 우표라고 한다. Reinheitsgebot는 독일맥주순수령ㅋㅋㅋㅋ

세계사 같은 시간에 누구나 들어봤을 그 맥주순수령이 올해가 딱 500주년이라니, 나의 기가막힌 타이밍이란....



사실 이 단어는 사고나서 찾아본거고, 그냥 딱 보면 Bier가 맥주일거고 그림도 맥주고 하니까





내 핸드폰 화면을 보고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반대편을 손짓하신다

세상에........ 반대편에.............. "Philatelie (특별우표판매처)"

그저 나는 너무 행복해서 아 이렇게 나에게 좋은 일들만 생겨도 되는지 행복하고 또 행복했다


그리고 줄을 섰고, 나는 저 문장을 또 외워야했다 "Ich möchte Briefmarken kaufen"

한 문장을 열번 이상 외우면 외워진다. 그 언어가 무슨 언어든간에, 된다. 확실하다.

난 독일어로 '나는 배가 고픕니다'도 할 줄 모르는데, '나는 우표를 사고 싶습니다'는 할 줄 안다.

(2016/07/12 유입키워드에 "독일어로 나는 배가 고픕니다" 이게 뜨길래, 이런걸 언제 썼지? 하고 클릭해보니 이 글이 떠서 엄청 웃었다. 독일어로 나는 배가 고픕니다는 Ich bin hungrig. Ich(I) bin(am) hungrig(hungry) 발음은 헝그리를 엄청 콩글리쉬처럼 발음하면 가장 비슷할 듯. 이히 빈 홍그리ㅎ 이정도?)


나의 어버버한 독어를 바로 알아들으시고는 영어로 응대해주셨다.

영어가 통하다니... 특별우표 창구라서 외국인들이 종종 오는건가...

그리고 꽤 영어가 능숙하셨다. 나의 짧은 영어보다 훨씬 더ㅠㅠㅠㅠㅠ




그리고는 그 앞에 펼쳐진 수많은 특별우표들을 보고 그저 또 행복...





이렇게 예쁜 우표들이 차고 넘치는데.... 여태까지 독일인들은 그렇게 꽃모양의 우표만 보내준거지...

그런거지.... 음.... 여러모로 밉구나....

계산이 잘 안되서 아주 조금만... 원래 사려던 것 중에 아주 조금만 샀다. 그 중 하나인 맥주 순수령 500주년 기념 우표




휴... 자태며 때깔이며 어찌나 고운지... 글구 뒤에 보이는 봉투는 우표를 구입하면 저기에 넣어주는데

저기 쓰인 독일어도 엄청 귀엽다 ㅋㅋㅋ "Meine neuen Briefmarken!" 직역하면 "내 새 우표!"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의 우체국에서 사진 찍다가 혼났으니까; 여기서는 물어봤다. (사실 이 분은 찍게 해주실 줄 알았다. 엄청 친절하고 외국인인 내가 이렇게 우표를 많이 사니까 엄청 신기해하셨다 ㅋㅋㅋ 말끝마다 엄청 잘한다고 막 칭찬도 해주시고 ㅎㅎ) 내가 요기만 딱 사진 찍어도 되냐고, 딴데는 안찍겠다고, 안된다면 안찍을테니까 괜찮다고. 그니까 음.. 원래는 안되는데 찍게 해줄께! 라고 하셨다. 고맙기도 하지ㅠ




우편물 발송창구와 따로 운영된다. 딱 내가 생각했던 전형적인 독일인. 커다란 느낌? ㅎㅎ

물론 독일에서 많은 독일인을 보니, 저기서 배가 짱 많이 나옴이 추가되야하긴 한다.



커다랗고 귀여운 분들이 짱이야....+_+




맥주 우표만 산게 아니고 이것저것 사면서 영어도 할 줄 아는 분이라 대화를 좀 하게 됐는데

내가 여길 찾아서 온게 아니라, 정말 괴테 생가를 찾다가 여길 보게된거면

You are LUCKY girl이라고, 이 곳은 독일 전역에 몇 개 안된다고.

그래서 난 또 대답했지. Yes, I am lucky. I totally agree with you. 

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숙소로 귀가. 받은 우표들을 꺼내서 또 확인하고 보고 하면서 어찌나 행복하던지...





행복하고 또 행복하고. 앞으로도 계속 행복할 예정이고 :)









이렇게 뜻밖에 특별우표 판매처를 만날 줄 알았으면,

오전에 숙소 근처의 일반 우체국에서 꽃우표를 붙여서 보내지 않는건데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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