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뮌헨에 왔는데 뭐라도 보고 가야지 싶어서 아침에 조식 먹으면서 검색한 곳

테러 직후라 실외는 조금 겁났고, 실내가 시원할 것 같아서 여기로 선택.

이름이 뭔가 전혀 박물관같은 느낌은 전혀 없지만, 박물관이다.


공식 홈페이지의 영어페이지

http://www.residenz-muenchen.de/englisch/tourist/index.htm



하지만 영어는 여전히 영원한 외국어... 네이버에서도 긁어왔다.



훌륭한 공예품이 가득한, 유럽에서 가장 화려한 궁전 내부


1385년 처음 지어져 해자에 둘러싸인 작고 보잘것없는 성이었던 뮌헨 레지덴츠는, 1918년까지 바이에른의 통치자였으며 이곳을 왕궁으로 사용했고 정부를 자리 잡게 한 비텔스바흐 가문에 의해 점차 그 모습이 향상되어 갔다. 여러 세기에 걸쳐 지어진 결과로 레지덴츠의 건축 양식과 내부 장식에는 여러 가지 다른 양식이 혼합되어 있으며, 비텔스바흐 가에서 수집한 흥미롭고 다양한 공예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이 건물의 양식은 르네상스에서 시작해 바로크와 로코코를 거쳐 신고전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많은 부분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레지덴츠는 단일 건물이라기보다 열 개의 분리된 안뜰에 지어진 웅장한 건물 단지에 가깝다. 그 규모가 그렇게 웅장하지 않다면 토끼 굴을 닮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중요한 특징으로는 '안티쿠아리움'(알프스 북부에서 가장 커다란 르네상스 홀)의 호화롭게 채색된 천정, 바로크 양식의 교황의 방들, 대(大)프랑수아 퀴비예가 디자인한 로코코 양식의 '화려한 장식의 방'들, 신고전주의 양식의 샤를로테 방 등을 들 수 있다.


전쟁 이후의 복원 작업을 통해 레지덴츠는 독일에서 가장 크고 훌륭한 궁전 박물관 중 하나라는 지위에 오르게 되었다. 방문자들이 꼭 보아야 할 장소로는 귀중품 보관소를 들 수 있는데, 이곳에는 왕실 유물들을 모은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중요한 수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청동, 록 크리스털, 황금으로 만든 섬세한 작품들을 비롯하여 왕관, 의식용 검, 고블렛, 왕실 휘장 등도 훌륭한 전시물의 일부이다. 


'대머리 왕 카를'의 기도서(9세기부터 전해 내려왔다), 그리스도가 못 박혀 죽었다는 진짜 십자가의 성물함, 성 게오르그의 조각상은 역사적인 관점에서 더 많은 이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유물이다. 이외에도 튀르크 족에게서 빼앗아 온 무기들, 스리랑카에서 온 복잡한 상아 세공품, 훌륭한 중국 도자기 몇 점 등 상당한 양의 동양 보물들이 있다.

뮌헨 레지덴츠 [Munich Residenz]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역사 유적 1001, 2009. 1. 20., 마로니에북스)




나의 설명은 무의미. 내부 사진만 주욱 올릴 예정.

문제는, 사진을 다 찍고 싶지도 않았고 너무 많기 때문에 다 찍을 수도 없어서 사진에서는 1%도 채 나타낼 수 없었다.









대부분의 천장은 이 동그란 부분처럼 안이 다 그림으로 채워져있지만, 이 천장은 동그란 부분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 소실되었다고 적혀있었다.



이 천장은 전체가 다 소실.





궁전 내부의 예배당.

방문객들은 위에서 내려다볼 수만 있다.





여기까지가 The Residence Museum이고, 아래부터는 Treasury Musuem. 입장료는 별도, 한번에 같이 구매하면 할인받을 수 있다.







이런 체스 너무 갖고 싶다.. 우선 오랜만에 체스가 너무 두고싶어졌다. 근처 사는 사람 중에 누구 체스둘 사람 없으려나..




이상한 번역으로 인해; 한국어 표현으로 "귀중품 보관소"가 되어버린 Treasury Musuem은 엄청난 양의 보석들이 있었다. 역시 있는 놈들은 과거에도 이렇게 보석으로 지랄들을 하고 살았구나.. 싶었달까. 수집품들 옆에 하나하나 기록된 몇백년도 더 지난 숫자들이 너무 낯설었다. 




궁전의 안뜰은 이런 공원들이 최소 열개는 있었다. 다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다. 더웠으니까.








입장료는 내가 다녀온 20167월 24일 기준으로,

레지던츠 7유로, 트레져리 6유로 (학생할인 받으면 각각 6유로씩)

두 곳을 다 갈거면 한꺼번에 발권하면서 할인받을 수 있다. 11유로, 학생은 9유로




뮌헨에서 그런 일이 있으니 당연히 뮌헨을 갈 수는 없어서 퓌센으로 여행지를 변경했고, 그렇게 그냥 막 따라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바이에른 티켓덕분이다. 이 티켓은 혼자 결제하면 23유로를 내야하고, 그 후 다섯명까지는 한 사람당 5유로만 더 추가하면 된다. 그러니 혼자 이 바이에른 티켓을 사게되면 23유로에 여행하는 셈이고, 둘이서 같이 일정을 맞추면 각각 14유로에 여행할 수 있는 셈이다. 원래 여행에서 동행을 만드는걸 썩 좋아하지 않는터라 바이에른 티켓으로 퓌센에 가게될 줄은 몰랐지만, 원래 인생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다양한 일들이 생기는 법.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바이에른 티켓으로 퓌센에 가게 됐다.


물론 퓌센까지 다이렉트로 가는 기차 선로가 공사중이라 바로 갈 수 없고 버스로 환승하고 법석을 해야했지만.. 그건 그거대로 또 즐거운 일이었다.


대부분의 한국 여행자들은 한인민박에서 바이에른티켓 동행자를 구해서 최대 5인까지 꽉꽉 채워서 이 티켓을 구입하는걸로 알려져있다. 그렇게 되면 1인당 8,6유로에 바이에른 티켓을 구입하는 셈이다. 가격이 굉장히 저렴해지긴 하지만 문제는 티켓은 한 장이라는 점. 다섯명이 모든 일정을 다 같이 움직여야한다. 반드시 5명이 좋은 것은 아니고, 가급적 2~3명을 추천한다. 



저 티켓 결제하고 둘 다 티켓인줄 알고 항상 두 장 같이 내밀었었는데, 그 보름간 또 조금 독일어를 배웠다고 위의 작은건 영수증이라는거 이제는 알겠네.. 그냥봐도 너무 카드결제 영수증인데 어째서 저걸 같이 내밀었을까. 이렇게 무모하게 다녀도, 살아도 되는걸까.



뮌헨을 여행하러 왔지만, 아니 정확히는 바이에른 공국 맥주 순수령 선포 500주년 축제에 온거지만, 뮌헨 시내에 갈 상황이 안됐다. 속상했지만, 뭐 상황이 이런데 어쩌겠나.. 숙소에서 밀린 일기나 누워서 쓰라는건가.. 밀린 일기가 참 많기도 하니.. 그러면 방 침대에 누워서 일기 쓰는 것과 뭐가 다른지 고민해야했다. 달라! 공기가 다르다!!!! (자기합리화)



그렇게 이번 여행이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지만, 내 수호천사는 언제나 어디서나 열일한다. 이런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훌륭한 차선책을 언제나 준다. 동행자가 마침 퓌센에 간다고 하니, 나도 얼레벌레 따라갔다. 하지만 그 와중에 또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 기찻길 공사중! 이 글을 여행 직후에 썼다면 누군가에게는 꽤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었을텐데, 나의 게으름은 언제나 이렇다. 그냥 푸념이 되어버렸다. 기찻길 공사는 글 수정하는 지금 현재는 끝나있다. 730일까지라고 씌여있었다. 거의 3주간 보수공사 중이었고, 나는 마침 그 한 중간에 퓌센에 도착한 것이다. 




뮌헨에서 출발한 기차가 Lengenwang에 도착했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역에서 내렸다. 이 때까지만 해도 동행과 나는 이 기차가 퓌센까지 가지 않는다는걸 몰랐기 때문에, 이 역에서 사람들이 거의 다 내리자 퓌센 말고도 여기도 볼 게 디게 많은가봐요~ 라는 뻘소리를 했다. 안내방송이 독일어로만 나와서 왜 출발 안하고 이렇게 정차중이지... 라며 둘 다 그냥 앉아있었다. 독어를 배우면 뭐하나, 아무것도 들을 수가 없는걸. 안내방송은 일반적인 독어 말하기 속도이기 때문에 굉장히 빠르고, 독일어 공부한지 얼마 안된 나는 거의 못알아듣는다. 뭔가 분위기가 이 기차에 더 있으면 안될 듯하길래, 내리려고 출구를 향해 갔다. 독일어를 못알아들은 한국 사람들만 죄다 앉아있었다. 내리는게 맞는지 아닌지 모르는 상황이라 이거 내리셔야해요~ 라고 오지랖을 떨 수도 없었다. 내 동행과 하는 대화를 듣고 그들도 따라 내렸다. 사실 영어 안내 방송만 나왔어도, 동행도 나도 다 알아듣고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 중요한 내용을 독일어로만 안내해주는지... 새삼 독일의 그런 시스템에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독일 철도청에서 환승버스로 준비한 버스 네 대가 꽉꽉 채워서 퓌센으로 출발했다. 너무나도 화가 나는 상황이지만, 제대로 모르고 온 내 탓도 있겠거니 해서 화를 내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버스의 창밖으로 이런 풍경이 내내 나를 반겨줘서 퓌센까지 가는 동안 이미 번거롭게 퓌센까지 오게 된 이 상황이 다 잊혀졌다. 역시 풍경은 기차보다 버스가 짱이지- 라며 동행과 농담도 했다.




퓌센 기차역에 내렸고, 성으로 가는 78번 버스를 탔다. 이 버스도 바이에른 티켓으로 무료 탑승 가능했다. 그리고 1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니, 아 여기가 유명한 거기구나 싶은 곳에 도착했다. 안내센터에 가서 지도(짱허접) 하나를 들고 멀리 보이는 성을 봤다. 엄청 줌을 땡겨서 찍은거라 사진이 많이 후지다. 그만큼 멀고 높다는거겠지, 우리 아침도 못먹었는데... 라며 얘기를 하고나서 둘 다 엄청 웃었다. 아침 먹었잖아..... 숙소 조식은 그냥 그 하루의 에너지원일뿐, 우린 아직 식사를 하지 않았다며 또 뻘소리를 서로 해댔다. 어제 만났는데, 내내 같이 붙어있어서 그런지 주거니 받거니도 잘 됐다.




식당이 한 세 네개 정도 있고, 뭐 어디든 관광지는 비슷한 맛과 비슷한 가격을 줘야한다는걸 알고 있기에 그냥 가장 예뻐보이는 식당으로 갔다. 배고파서 식당 사진은 찍지 않고 그냥 앉았다. 다들 뭘 먹는지 다른 테이블을 봤는데, 전원이 슈바인학센을 먹고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도... 슈바인학센 하나를 시켰다. 두 개 시켜도 되지만 슈바인학센 자체가 양이 적은 편이 아니고, 어차피 우리는 맥주도 한 잔씩 마실거니 하나만 주문했다. 그리고 늠름하게 슈바인학센이 나왔다. 원래 슈바인학센은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음식인데, 관광지의 주말 점심이라 그런지 미리 많이 요리해둔 것 같았다. 맛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굉장히 빨리 나와서 둘 다 엄청 신났다는 얘기.




그리고 탭비어도 한 잔씩 시켰다. 슈바인학센이 독일식 족발이라고 하는데, 한국족발보다 수십배는 짜다. 그래서 반드시 맥주가 있어야한다.




팁을 줘야하는지 아닌지 몰라서 그냥 10%로 줬다. 근데 관광지라서 아마 안줘도 됐던 모양. 우리가 2유로를 더 내자 조금 놀란 것 같았다.

아이고 아까워라...


영수증에 다 나와있지만 다시 한번 적어보는 가격.

슈바인학센 14,20

맥주 한 잔에 3,90

22유로




먹었으니 소화를 시켜야한다. 그래야 또 저녁을 배불리 잘 먹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저녁은 못먹었다고 한다....)

성까지 씬나게 걸어갔다.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슈바인학센을 먹은 힘으로 육수 뻘뻘 흘리면서 올라갔다.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는 모르겠다. (식당 영수증 시간은 잘못된듯. 10분만에 올라갈 수가 없다)

뭐 길어야 30분이긴 한데, 그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슬리퍼신고 샌달신고 맥시드레스 입고 올라가는 많은 여자분들을 보면서, 운동화에 고무줄바지 입고도 이렇게 씩씩대면서 올라가는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간간히 열살도 안되보이는 아이들이 뛰듯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는 너의 다리와 폐는 참 건강하구나...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성을 입장하지 않고도 꽤 많이 볼 수 있다. 성이 다 비슷하지 뭐... 별 거 있겠어? 라며 둘 다 쿨하게 안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동행은 어제 하이델베르크 성을 들어갔다고 했고, 나도 뭐 얼마전에 하이델베르크 성 안에 들어갔으니 그냥 비슷하다고 상상하기로 했다. 어차피 성은 밖에서 까리하라고 만든거고, 안은 보수공사 다 해서 쌔삥일거니까?



성 문 바로 앞에서 뒤로 돌면, 이런 풍경이 펼쳐져있다. 아- 너무 좋다. 독일 소도시의 매력.




성을 입장하지 않아도 이만큼이나 볼 수 있다. 개이득




그리고 서로의 사진 수십장을 찍어주며 동행이 있다는 기쁨을 누렸다. 동행인이 한국 여자라면 내 상태가 아무리 후져도 인간처럼 나오게는 해준다. 나는 비만인이라 전신사진을 거의 찍어본 적이 없는데, 전신사진도 날씬하게 나오게 해준다는 말에 속아서 전신사진도 찍었다. 언니 이렇게 해보세요! 다리 붙이셔야죠! 같은 말들을 외쳐주었다. 고..고맙다... 하지만 그것이 날씬하게 나온 것이라고 믿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죠...


성을 옆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다. 나는 저 Coat of Arms가 너무 멋있다. 막 뭔가 철갑 두른 기사가 떠오르고 뭐 그래. 어딘가에 거처가 생기면, 독일 주(Bundesland)별로 주장(Bundesrepublik Deutschland, Coat of Arms)을 다 모아보고도 싶다. 제발요. 확정된 미래를 기원합니다, 가급적 빨리.




인증사진 수십장을 서로 찍어주며 사기어플로 셀카도 찍고 거의 한 시간을 그러고 놀았다. 그리고는 내려가려는데, 먹구름이 왕창 몰려온 것을 봤다. 흣 우리는 우산 있지롱- 빨리 비와라! 그리고 이내 비가 왔다.




내려가는 길은 언제나 금방이다. 벌써 다 도착했어? 고작 이 길을 그렇게 힘들어하면서 내려간거야? 싶었다. 내려가는 길에 예쁜 풍경이 있어서 또 사진을 찍었다. 역시나 다 담아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건 엄청 중요한 정보!

마리엔 다리라고, 저 위치에서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봐야 전체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지금 공사중이라 저 다리를 갈 수가 없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찍은 전체 풀샷을 나는 찍을 수도 볼 수도 없었다. 나는 언젠가 다시 오면 되지- 라고 생각하며 크게 아쉽진 않았지만, 만약 짧은 시간에 독일을 많이 빠르게 보려는 여행자들이라면 이건 나름 꽤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상한 점은 보통 독일에서든 한국에서든 이런 공사를 하게 되면 끝나는 날짜도 같이 기입해두는데, 몇 개의 공사 안내 표지판을 봤지만 없었다.




퓌센에서 가장 유명한 두 성인 노이슈반슈타인 성과 호헨슈반가우 성이 거의 마주보듯이 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도 특별히 화려한 성은 아니었는데, 호헨슈반가우 성과 비교하니 꽤 화려한 성처럼 보인다. 

하나 봤는데 뭘 또 가... 라며 멀리서 봤다. 멀리서 봐도 이미 다 느꼈다. 




그리고는 기념품샵을 털러 다녔다. 털 돈은 없었지만, 이미 넋이 털려있었다. 



테디베어 샵도 있었다. 넘버링까지 되있는 한정판 왕과 왕후 테디베어. 가격이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리고 한쪽에는 크리스마스 용품들도 팔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트리를 1년 내내 꾸며두고 사는 것도 내 작은 소망 중 하나. 








기념품샵에서는 소소하게 엽서만 샀다. 다른걸 사기에는 나의 잔고가 허락하지 않았다. 굶을 수는 없잖아...


엄청 귀여운 우체통을 보고는, 엽서 써서 여기 넣어줄께!!!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우체통이 있는 방향으로는 다시 올 수 없었다;




동행이 있는게 조금 부담스러운 이유는, 나는 바쁘게 여행하는 것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유럽을 여행하는 한국사람들은 길어야 한 달의 기간동안 유럽 열 몇개 국가 수십개 도시를 돌아다니는데 나처럼 현지인처럼 어슬렁거리며 다니기 좋아하는 여행자들과 같이 여행하면 서로에게 스트레스다. 나는 여행하면서도 매일 한두시간씩은 꼭 까페에 가서 뭉개며 엽서쓰고 다이어리 정리하고 이런 짓을 해야하는데, 그렇게나 바쁜 여행자들에게 까페 가자는 얘기를 하기가 좀 미안하다.


이 동행은 영국에 살고 있기도 하고, 독일만 여행하는 중이라고 해서 둘 다 편안하게! 까페에 갔다.

너무 비싸네.. 관광지 물가.. 힘들어줍니다... 복불복이 심한 커피보다는, 핫초코를 시켰다.




그리고 까페에서 두 시간을 있었는데, 수다떠느라 엽서 한 장을 겨우 썼다. 다 못쓸뻔 했는데, 동행이 다그쳐줬다 -_-...

비가 오고 있었지만, 독일 우체통은 비 와도 넣을 때 비 안맞게 넣을 수 있다.


까리한 흑백엽서





퓌센 시내로 버스타고 다시 왔다. 마라톤이 방금 시작했다. 동행과 내가 선택한 그 길이 마라톤 코스;;라서 뜬금없이 벽에 붙어서서 뛰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줬다. 별걸 다 보네.. 라고 둘 다 생각했다. 이 바로 전날에 뮌헨 테러가 있었기 때문에, 꽤 많은 사람들이 뮌헨테러를 다양한 방법으로 추모하는 문구를 달고 뛰고 있었다.




출발점이자 결승점은 여기




시작한지 616초.




피자집 이름이 아메리카노..




나는 뮌헨으로 갈 때도 또 버스를 타야하는줄 몰랐다. 근데 너무 당연한 거였다. 한 쪽만 안다닌다는게 더 이상하지... 기차 시간에 맞춰서 움직인 우리는 한 시간을 밖에서 서서 기다려야했다. 퓌센 중앙역 바로 옆에 우체국이 있어서, 그 안에서 비를 피했다. 우체국 짱짱.


우리를 뮌헨에 갈 수 있는 기차역으로 데려다줄 버스가 도착했다.




이런 식으로 안내되어있다.




올 때처럼 한번만 갈아타면 되는 줄 알았는데, 퓌센에서 탄 버스는 어떤 기차역에 우리를 내려줬고, 그 기차를 타고 20분 가서 또 갈아탔다.... 화딱지가 날 뻔 했는데, 다행히 뮌헨까지 가는 기차가 엄청 편한 기차라 누워서 가서 봐줌.




뮌헨까지 가는 기차가 곧 도착한다고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퓌센으로 가는 기차가 들어온다고 알려주고 있다. 저걸 타면 다시 퓌센에 가게 되는거지? 노숙...?




뮌헨에 도착하니, 밤 1050분이었다. 분명 아침 9시에 숙소에서 나왔는데... 퓌센만 다녀오는데 14시간이 걸렸다. 기차 선로 공사중이라는걸 모르고 갔으니 기차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썼다. 그래도 즐거웠다. 저녁은, 못먹었다. 과자 나부랭이 먹으면서 대충 해결했다.





학원 마치자마자 버스타고 뮌헨으로 갔다. 내가 있는 도시에서 뮌헨까지는 버스로 5시간 조금 더 걸리는데, 금요일이라 그런지 고속도로가 좀 막혔다. 물론 이미 탈 때부터 30분이 늦어있기도 했다. 그렇게 뮌헨의 도착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이상 늦어지고 있었는데, 내가 뮌헨으로 여행가는걸 아는 내 탄뎀 파트너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늘 뮌헨간다고 하지 않았냐고, 뮌헨 이미 도착했냐고, 뮌헨에서 총격 사건이 있다고. 이게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인데... 하며 뉴스를 검색해봤는데 별게 나오지 않았다. 역시 속보에는 트위터지! 트위터로 검색하니 난리가 나있었다. 도착 예정시간은 이미 지나있었지만, 아직 꽉 막힌 고속도로 위였다. 차가 막힌 걸 감사해야하는지 이건 뭐... 고속도로의 정체는 다 풀렸지만, 버스는 굳이 빨리 달리지 않았다. 버스에서는 라디오가 크게 틀어져있었지만,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냥 상황이 좀 안좋다는 것 뿐. 뮌헨에 도착하기 전에 모든 것이 정리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한국에서 보이스톡이 와서 통화를 잠깐 했다. 아직 내가 도착하기 전이라고 하니 어떻게든 다른 도시로 가면 안되겠냐고. 그걸 내가 어떻게 하겠냐며... 별 일 없겠지 뭐... 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국어로 통화를 하고 나니, 바로 옆 자리에 있던 여자분이 혹시... 총격이 어디서... 라고 묻는다. 아, 한국분이시구나. 뮌헨에서요.. 아직 확실한건 안떴는데, 사망자가 15명으로 추정된대요.라고 했더니 많이 놀란듯. 중앙역에 내려서 어떻게 숙소까지 갈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숙소가 어딘지 먼저 묻는다. 어떻게 숙소까지 같지...? 이렇게 여행친구가 생겼다. 둘 다 뮌헨을 여행하는건 조금 무리라고 생각했고, 마침 내일 일정이 퓌센이라고 한다. 들어는 본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는 도시. 퓌센...? 이렇게 머리위의 물음표가 보였는지, 디즈니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그 성이요!!! 라고 한다. 



이 성이 그냥 그림이 아니라고? 모티브가 된 성이 있다고??? 그러면 가야지, 암 가야지. 그렇게 내일의 일정이 그저 우연히 또 정해졌다. 예정시간보다 두 시간 늦게 뮌헨에 도착했다. 뮌헨을 떠나는 사람들은 뮌헨에 방금 도착하는 우리를 조금은 안쓰럽게 쳐다봤다. 그래도 다행히 숙소가 중앙역에서 굉장히 가까웠고,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 조금 괜찮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뮌헨은 너무 고요했고, 다들 평정심을 유지하는 듯 했다.


중앙역에서 10 정도 걸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의 겉문이 아예 잠겨져있었다. 우리를 확인한 후에 열어줬고, 다시 잠궜다. 꽤 근처에서 총격사건이 있었기에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문을 잠궜다고 했다. 새삼 내가 위험한 곳에 오긴 온거구나 싶었다. 금요일 저녁 8시의 호스텔 로비에는 사람이 없는게 당연한건데, 앉을 자리가 없이 빼곡히 사람이 가득 있었다. 이 숙소에 숙박하는 그 누구도 지금 밖에 있을 수는 없겠구나... 싶어졌다. 짐을 풀어두고, 뭐라도 먹어야겠다 싶어서 동행과 같이 로비로 내려왔다. 안전해보이길래 저녁 먹으러 나가려고 하니, 안나가는게 좋을거라는 조언을 들었다. 배고픈데 우쯔캥.... 그 때 메뉴판의 1리터 맥주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당연히 주문했다. 




로비에는 앉을 자리가 없어서, 빈 자리에 같이 앉게 됐다. 앞에는 영국인 커플이 있었다. 이들은 이 숙소 숙박객이 아닌데, 밖에서 갑자기 일이 생겨서 어디든 안으로 들어오게 된거라고. 이 숙소에 남는 방이 있으면 오늘 여기서 그냥 자고 싶은데, 남는 방이 없어서 그러지 못해서 좀 있다가 나가야한다고 했다. 방금 처음 만난 이들이지만, 뭔가 이 위험한 상황에서 괜히 마음이 안좋았다. 나 앉아서도 잘 자는데 내 침대 내주고 나는 그냥 로비에서 티스토리에 밀린 글이나 쓸까 싶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제임스 맥어보이의 짱팬으로서 영국 억양에 꽤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완전한 착각이었다. 이 영국 남자는 제임스 맥어보이의 영어발음의 수십배나 더 심한 스코티쉬 발음이었다. 와.. 어떻게 이렇게까지... 영어가 단 하나도 안들릴 수 있지... 였다. 심지어 내 동행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고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와서 영어가 한국어보다 더 편한 대학생이었는데도, "언니.. 저렇게 심한 스코티쉬 발음은 처음 들어봐요..." 라고 했다. 나만 멘붕인게 아니었다.



무튼, 금요일의 로비는, 뜻밖의 사건으로 어느 때보다 엄청나게 붐비고 있었다. 그리고 난 한국에서 몇몇 카톡과 보이스톡을 받았는데, 티스토리가 이렇게나 잘 안읽히는구나를 새삼 느꼈다. 뮌헨에 가기 보름전부터 뮌헨 폴더를 만들어뒀었는데, 총격 사건 직후 뮌헨 폴더 괜히 만들었다.. 싶었다. 하지만 인스타에서 내가 뮌헨에 있다는걸 보고 걱정해줬고, 티스토리로 보는 사람들은 아무도... 내가 뮌헨에 있는 줄도 몰랐다.... "니가 있는 도시랑 뮌헨은 멀지? 독일 요즘 무슨 일이 이렇게 많니..." 의 카톡이 여러개 도착했다. 네.. 내가 지금 뮌헨에 있다는 얘기를 굳이 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맥주 1리터를 마시면 배가 부를 것 같았는데, 맥주는 그냥 음료인지 배가 고팠다. 누가봐도 냉동피자인게 분명했지만, 아마 1년치 피자를 오늘 다 팔고 있는듯해보였다. 혼자서도 냉동피자는 우습게 완판을 하는데, 둘이서 못할 이유는 없을거니 피자를 하나 주문했다. 한시간 걸린다고? 그래 알겠다.... 정신없이 수다떨다보니 한 시간은 금방 갔다.



맥주 1리터를 마시고, 냉동피자지만 어쨌든 피자를 반판씩 해치우고 배부른 것도 느끼지 못한 채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숙소 조식을 배터지게 먹었다는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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