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마치자마자 버스타고 뮌헨으로 갔다. 내가 있는 도시에서 뮌헨까지는 버스로 5시간 조금 더 걸리는데, 금요일이라 그런지 고속도로가 좀 막혔다. 물론 이미 탈 때부터 30분이 늦어있기도 했다. 그렇게 뮌헨의 도착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이상 늦어지고 있었는데, 내가 뮌헨으로 여행가는걸 아는 내 탄뎀 파트너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늘 뮌헨간다고 하지 않았냐고, 뮌헨 이미 도착했냐고, 뮌헨에서 총격 사건이 있다고. 이게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인데... 하며 뉴스를 검색해봤는데 별게 나오지 않았다. 역시 속보에는 트위터지! 트위터로 검색하니 난리가 나있었다. 도착 예정시간은 이미 지나있었지만, 아직 꽉 막힌 고속도로 위였다. 차가 막힌 걸 감사해야하는지 이건 뭐... 고속도로의 정체는 다 풀렸지만, 버스는 굳이 빨리 달리지 않았다. 버스에서는 라디오가 크게 틀어져있었지만,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냥 상황이 좀 안좋다는 것 뿐. 뮌헨에 도착하기 전에 모든 것이 정리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또 한국에서 보이스톡이 와서 통화를 잠깐 했다. 아직 내가 도착하기 전이라고 하니 어떻게든 다른 도시로 가면 안되겠냐고. 그걸 내가 어떻게 하겠냐며... 별 일 없겠지 뭐... 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한국어로 통화를 하고 나니, 바로 옆 자리에 있던 여자분이 혹시... 총격이 어디서... 라고 묻는다. 아, 한국분이시구나. 뮌헨에서요.. 아직 확실한건 안떴는데, 사망자가 15명으로 추정된대요.라고 했더니 많이 놀란듯. 중앙역에 내려서 어떻게 숙소까지 갈지 걱정하고 있었는데, 숙소가 어딘지 먼저 묻는다. 어떻게 숙소까지 같지...? 이렇게 여행친구가 생겼다. 둘 다 뮌헨을 여행하는건 조금 무리라고 생각했고, 마침 내일 일정이 퓌센이라고 한다. 들어는 본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는 도시. 퓌센...? 이렇게 머리위의 물음표가 보였는지, 디즈니 미녀와 야수에 나오는 그 성이요!!! 라고 한다. 



이 성이 그냥 그림이 아니라고? 모티브가 된 성이 있다고??? 그러면 가야지, 암 가야지. 그렇게 내일의 일정이 그저 우연히 또 정해졌다. 예정시간보다 두 시간 늦게 뮌헨에 도착했다. 뮌헨을 떠나는 사람들은 뮌헨에 방금 도착하는 우리를 조금은 안쓰럽게 쳐다봤다. 그래도 다행히 숙소가 중앙역에서 굉장히 가까웠고, 혼자가 아니라 둘이라 조금 괜찮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뮌헨은 너무 고요했고, 다들 평정심을 유지하는 듯 했다.


중앙역에서 10 정도 걸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의 겉문이 아예 잠겨져있었다. 우리를 확인한 후에 열어줬고, 다시 잠궜다. 꽤 근처에서 총격사건이 있었기에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문을 잠궜다고 했다. 새삼 내가 위험한 곳에 오긴 온거구나 싶었다. 금요일 저녁 8시의 호스텔 로비에는 사람이 없는게 당연한건데, 앉을 자리가 없이 빼곡히 사람이 가득 있었다. 이 숙소에 숙박하는 그 누구도 지금 밖에 있을 수는 없겠구나... 싶어졌다. 짐을 풀어두고, 뭐라도 먹어야겠다 싶어서 동행과 같이 로비로 내려왔다. 안전해보이길래 저녁 먹으러 나가려고 하니, 안나가는게 좋을거라는 조언을 들었다. 배고픈데 우쯔캥.... 그 때 메뉴판의 1리터 맥주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당연히 주문했다. 




로비에는 앉을 자리가 없어서, 빈 자리에 같이 앉게 됐다. 앞에는 영국인 커플이 있었다. 이들은 이 숙소 숙박객이 아닌데, 밖에서 갑자기 일이 생겨서 어디든 안으로 들어오게 된거라고. 이 숙소에 남는 방이 있으면 오늘 여기서 그냥 자고 싶은데, 남는 방이 없어서 그러지 못해서 좀 있다가 나가야한다고 했다. 방금 처음 만난 이들이지만, 뭔가 이 위험한 상황에서 괜히 마음이 안좋았다. 나 앉아서도 잘 자는데 내 침대 내주고 나는 그냥 로비에서 티스토리에 밀린 글이나 쓸까 싶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제임스 맥어보이의 짱팬으로서 영국 억양에 꽤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완전한 착각이었다. 이 영국 남자는 제임스 맥어보이의 영어발음의 수십배나 더 심한 스코티쉬 발음이었다. 와.. 어떻게 이렇게까지... 영어가 단 하나도 안들릴 수 있지... 였다. 심지어 내 동행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고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와서 영어가 한국어보다 더 편한 대학생이었는데도, "언니.. 저렇게 심한 스코티쉬 발음은 처음 들어봐요..." 라고 했다. 나만 멘붕인게 아니었다.



무튼, 금요일의 로비는, 뜻밖의 사건으로 어느 때보다 엄청나게 붐비고 있었다. 그리고 난 한국에서 몇몇 카톡과 보이스톡을 받았는데, 티스토리가 이렇게나 잘 안읽히는구나를 새삼 느꼈다. 뮌헨에 가기 보름전부터 뮌헨 폴더를 만들어뒀었는데, 총격 사건 직후 뮌헨 폴더 괜히 만들었다.. 싶었다. 하지만 인스타에서 내가 뮌헨에 있다는걸 보고 걱정해줬고, 티스토리로 보는 사람들은 아무도... 내가 뮌헨에 있는 줄도 몰랐다.... "니가 있는 도시랑 뮌헨은 멀지? 독일 요즘 무슨 일이 이렇게 많니..." 의 카톡이 여러개 도착했다. 네.. 내가 지금 뮌헨에 있다는 얘기를 굳이 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맥주 1리터를 마시면 배가 부를 것 같았는데, 맥주는 그냥 음료인지 배가 고팠다. 누가봐도 냉동피자인게 분명했지만, 아마 1년치 피자를 오늘 다 팔고 있는듯해보였다. 혼자서도 냉동피자는 우습게 완판을 하는데, 둘이서 못할 이유는 없을거니 피자를 하나 주문했다. 한시간 걸린다고? 그래 알겠다.... 정신없이 수다떨다보니 한 시간은 금방 갔다.



맥주 1리터를 마시고, 냉동피자지만 어쨌든 피자를 반판씩 해치우고 배부른 것도 느끼지 못한 채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숙소 조식을 배터지게 먹었다는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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