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걱정하고 걱정해온 비자 신청하러 가는 날. 뭔가 몸을 사려야한다고 생각했다.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났고, 챙겨야할 것들을 하나하나 챙기고 또 챙겼다. 그렇게 수업을 들었고, 정오가 되었다. 오늘 비자 테어민은 오후 2시. 어차피 걸어가는거고, 멀지 않아서 집에 들렀다 가도 되는 시간이지만, 괜히 집에 가면 또 쳐지고 하는 것보다 밖에서 있다가 할거 다 하고 집에 들어가는게 나을 것 같았다. 마침 오늘이 2월 새 우표 발행일이라 우체국에 갔다. 이번달에 나온 새 우표가 또 예쁘다. 몇 달간 개인 사정으로 기념인이 인쇄된 우표를 구입하지 못했었지만, 이번 달부터 다시 구입하고 그러는거지 뭐- 혹시나 싶어서 지난 달의 기념인이 인쇄된 함부르크 우표가 남아있는지 물어봤다. 이제는 이정도 독일어는 할 수 있다. 완벽한 문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예전에 숫자에 겁내고 모든 것들에 다 겁내던 그 때와는 분명 다르다. 불과 한 달전만해도 나는 그렇게나 독일어를 말하는게 무서웠는데, 참 모를 일이다. 항상 비슷한 상태로 지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의 면역체계는 그것을 거부하나보다. 무튼, 지난 달의 함부르크 우표를 물어봤더니 아마 없겠지만~ 하면서 찾아보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 우표가 딱 두개씩 남아있었고, 바로 샀다. 너무 예뻐서 또 반할뻔... 


요즘 독어가 아주 조금 되는 것 같아서 스몰 토크를 시도해봤다. 뭐 일부러 하려고 한건 아니고, 해야할 말인데 예전같으면 그냥 손짓발짓으로 했었을 것을 오늘은 문장으로 만들어서 해봤다. "기념인이 찍힌 우표는 항상 위쪽 부분이 조금 더 예쁘던데, 위쪽으로 바꿀 수 있을까요?" 이런거. 막 웃으면서 너도 우표 많이 좋아하는구나! 뭐 이러고 ㅎㅎ 그렇게 아끼고 아껴서 딱 사야할 것들만 사고 계산을 했는데, 잔돈 1유로를 덜 거슬러준걸 내가 미처 확인을 못했다. 우표 보느라 바빠서... 계산대에서 우표를 정리하고 있었는데, 내 손에 쥐어진 돈을 확인해보더니 1유로 덜준거 미안하다면서 1유로를 그 자리에서 바로 줬다. 마트든 우체국이든 계산 실수가 꽤 나는 편이고, 바로 확인한다고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내가 확인을 못했지만 챙겨준거니 고마워서 웃으면서 immer rechnen (항상 산수를) 해야한다고 흐어어 했더니. 당연하지! 1유로는 1유로인데! 뭐 이래서 괜히 기분이 더 좋았다.



그리고는 비자청에 갔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항상 관청을 오는 것은 뭔가 쫄린다. 그래도 오늘 아직까지는 별 문제없이 좋은 기분 그대로니까 뭔가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간 사무실. 서류를 잔뜩 다 건네는데, 은행 거래내역 복사해온게 안보인다.... 막 정신없어하니까 천천히 하라는 말도 해주고, 세상에.. 왜 갑자기 친절해지셨죠...? 지난 주에는 진짜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너 독어 하나도 못하는구나? 이런 뉘앙스의 응대를 받았는데, 오늘은 무슨 이유인지 담당자의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리고 찾던 그 서류를 결국 못찾았는데, 원본이 있으니까 본인이 복사하면 된다며 아무렇지 않아했다. 서류들을 원본과 사본 다 준비해오라고 적혀있는데, 다들 원본만 가져오고 사본은 준비해오지 않는데 나는 사본도 다 준비해왔다며 막 띄워도 준다. 저에게 왜이러세요... 지난 주에는 이러지 않으셨잖아요... 이유는 모른다. 어쨌든 새삼 비자는 복불복이라는 말이 더 잘 느껴졌고, 비자기간도 내가 받고 싶었던 16개월을 받았다.



몸이 붕붕 뜨는 신나는 느낌으로 집으로 갔다. 음? 열쇠가 없네? 집열쇠가 없네? 저번에도!!! 방에 열쇠 놔두고 그냥 나오더니!!!! (독일은 집 문을 닫으면 문이 잠긴다) 무튼 그래서 관리인을 만나서 문을 열어달라고 하려고 사무실 앞에 앉아서 한 한 시간쯤 기다렸다. 오늘은 목요일, 아저씨는 금요일에 출근 안하고 주말 출근 안하니까 지금 못만나면 나는 주말 내내 잘 곳이 없는건가? 안돼.. 만나야해.. 근데 항상 아저씨를 만나는 것은 어려웠다. 그렇게 각종 방법을 다 떠올려보던 차에...!! 지난 번에 열쇠 방에 두고 나온 이후로 지갑에 예비키를 넣어다니고 있었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뭐야.. 열쇠 있으면서 나 한시간 넘게 기다린거야...? 예비키가 지갑에 있으니까 항상 지갑이 조금 무겁고 잔돈이랑 섞여서 번거로웠는데, 내 정신머리에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없으니 앞으로 계속 예비키를 들고 다니는걸로. 그래도 예비키가 있어서 이게 어디냐며.. 없었으면 나 집에 못들어갔을거 아냐ㅠ



무튼, 오늘 하루는 뭔가 다 빠짐없이 잘되는 날이었다. 마지막의, 열쇠 안들고 나온 일이 살짝 삐끗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비키가 있었으니까, 최종적으로 잘된 거니까? 매일이 오늘같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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