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춥다.


대략 작년 추석부터 올해 설날까지 4개월을 통째로 날려먹었다. 그리고 지금은, 비자 갱신때문에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바빠졌다.




나는 계절과 상관없는 사람인줄 알았다. 흔히들 말하는 나쁜 날씨인 비오는 날씨를 좋아하고, 어두컴컴한 날씨도 좋아한다. 그런데 독일의 날씨는 내가 알던 그 "나쁜 날씨" 그 무엇보다 심각했다. 처음엔 그냥 아주 약간의 슬럼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핸드폰을 소매치기 당하고, 다시 구입한 핸드폰은 우체국에 두고 나와서 잃어버리고, 노트북은 갑자기 와이파이를 잡지 못하고.. 잘 계약된 줄 알았던 집은 내가 공식적인 학생이라고 말했는데 아니었다며 강제로 쫓겨날 뻔했고 (내 나이의 독일에서의 공식적인 학생은 "대학교" 소속뿐이다.) 암튼 뭐 온갖 일들이 많았다. 독일어가 무서웠고, 독일이 무서웠다. 



그렇게, 나는 이 땅에서 고독사/객사하는 줄 알았다. 병원 예약을 하려고 병원에 연락을 해본게 10월 초였는데, 모두 12월 이후에나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예약과 예약과 예약의 나라.. 아픈 것도 미리 예약해둬야한다니 굉장히 가깝게 느껴졌던 이 나라가 그렇게 영영 멀게 느껴졌다. 3개월이 지나가면서, 거의 매일, 나는 이 모든 것을 극복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100% 극복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 조금 나아졌다. 다시 그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또 나의 수호신에게 빌어본다. 나를 불쌍히 여겨서 조금만 더 도와달라고. 





건물이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반대편에는 모두 건물들이다. 이런 안개 가득한 날이 흔하다.




학원가는 길. 이런 날씨에 운전을 어떻게들 하는건지 새삼 대단하다.




만하임 대학교. 안개만 있는듯한 저 부분에 학교 건물이 있다. 안개가 짙어서 전혀 보이지 않지만.




그나마 날씨가 조금 좋던 날의 아침. 이 정도만 해가 나도 그 날은 조금 나아진다.




이 모든 사진은 오전 8시 즈음, 학원가는 길에 찍은 사진들이다.




마지막으로 올린 글이 8월 중순, 그리고 오늘은 그 다음해 1월의 마지막날. 나는 그 긴긴 시간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지냈다. 그래서 요즘 뭔가 더 해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나를 잡아먹을 수록, 나는 또 무너질 수 있으니 그 생각을 버리려고 한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 일상을 다시 회복하는 중. 나의 이 버려졌던 공간에 다시 와줄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내 공간을 버리면 안되는거니까. 나는 이렇게 또 내가 버려둔 내 공간을 다시 채워나갈 첫 글을 다시 올려본다.


방금, 방문유입기록을 보다가, 카톡 유입을 보고 혼자 또 찡해졌다. 그냥, 그냥.. 나는 잊혀지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 오늘은 더 기분 좋게 지낼 수 있을 것만 같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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