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페어콘토(Sperrkonto). 한글로는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고, 영어로 Blocked account.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정말 그렇다. 그래서 지난주에 비자청에 가서 할 말을 작문해서 학원 선생님한테 수정받았을 때, 선생님이 Sperrkontoopen할 수 없다고, Girokonto(일반계좌)겠지! 라고 하시길래, 아니에요. 이게 외국인이 학생비자 받는데 필요한 특수 계좌에요. 독일인들은 모를거에요. 그랬더니 바로 구글에 찾아보시더니, 오! 계좌 이름이 이상하잖아... Sperren(차단시키다/동결시키다)라며 혼잣말... 


* 그리고 내가 신청한건 어학비자가 아닌 유학준비비자, 많이들 이 두 비자를 통용하는데, 어학비자는 원칙적으로 최대 1년이고, 유학준비비자는 2년까지 가능하다. 그냥 어학비자가 입에 붙어서 제목에만 어학비자로 기입. 



암튼, 슈페어콘토가 마치 기본인 것처럼 알려져있지만, Ausländerbehörde(이후 비자청으로 통칭)에서 받은 필요서류에 의하면 슈페어콘토가 반드시 재정에 관련된 기본적인 서류는 아니었다 (도시마다 다르니까 주의). 우선 테어민을 잡으러 비자청에 가서 받아온 안내서류. 도시에 따라 테어민을 인터넷으로 잡을 수 있는 곳도 있는데, 만하임은 직접 가야했다. (인터넷으로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직접 갔다. 관청에 가는건 항상 겁나지만, 어떻게든 강제적으로라도 공식적으로 독일어를 조금이라도 말할 기회를 늘려야한다). 



약속한 날에 가져와야할 것들이 체크된 안내서류. 이 종이 한 장으로 배우자 비자도 블루카드도 신청할 수 있는 폼으로 바꿀 수 있다. 이 종이 한장으로 돌려쓰겠다는 의지. 내가 체크받은건 유학준비비자에 필요한 서류들. 여기서 자세히 봐야할 것은 재정에 관련된 sontige Einkommensnachweis 부분. 반드시 슈페어콘토를 개설하는게 필수는 아니라고 적혀있다. formal obligation이어도 된다고 적혀있다. 



만약, 내가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이었으면 문제없이 슈페어콘토를 개설했을거다. 아마 계좌개설 수수료도 없을 것이고, 오늘 은행을 방문하면 오늘 바로 종이로 된 실물통장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긴 독일이다. 계좌개설 수수료도 있고, 계좌를 여는데는 최소 4주가 걸린다. 처음에 내가 슈페어콘토가 아닌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했던건, 미리 해두는걸 성격상 전혀 하지 못하는 나는; 유학준비비자 서류도 급하게 준비했다. 그러다보니 4주 후에 계좌가 개설되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 아 시발 돈이 있는데 왜 계좌를 빨리 안만들어주냐고!!!! 그래서 지난주 목요일에 이 부분을 물어보러 비자청에 다녀온 것이다.




그 때 받았던 재정과 관련된 자세한 서류는 이것이다. 이것또한 도시마다 다를 수 있으니 비자를 신청할 도시의 이민국에 각자 확인하시길 바란다며. 아래부분에는 영어 설명도 있으니 필요하신 분은 각자 읽으시길 바라며... 저 다섯가지 중에서 한가지로 재정에 대한 증명을 하면 되는 것이다. 슈페어콘토는 1번이 아니다. 4번이다. 비자청의 담당직원이 나에게 말한 것은 1번, 1번의 저 독일어와 직원이 써준 알파벳이 거의 같은 것인데.. 알아볼 수가 없다... 필기체 개롭다.




지난주에 비자청에 가서 문의한 것을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나는 지금 슈파카세에 계좌가 있고 슈파카세에서 슈페어콘토를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슈파카세에서 슈파렌을 하려면, 비자청에서 직접 발급받은 서류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것이 필요없다고 알려진 도이체방크에 갔다. 작년까지는 도이체방크 창구에서 슈페어콘토를 개설할 수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인터넷으로만 개설할 수 있다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인터넷에서 관련 서류를 뽑고 기입해서 포스트방크(*도이체방크 아님)에 현금과 함께 가져가면, 여권으로 신분확인을 한 후에 개설 절차가 진행된다고 했다). 이 과정이 아주 짧게 걸려도 3주, 게다가 나는 도이체방크의 일반계좌도 없기 때문에 그것보다 더 오래걸릴 수 있다고 했다.


한없이 게으른 자여!!! 비자 기간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어찌하여 아무 준비도 없이 이렇게 천하태평한가...



내가 한 길고 긴 상황설명의 독어작문을 한 문장만 남기고 다 없애버리면 바로 이 문장만 남는다.

Ich habe nicht bedacht, dass wenn jemand kein Konto bei der Deutschen Bank hat, es länger als 6 Wochen dauern kann.

I didn't thought, that when someone have no bank account at Deutsche Bank, it could take 6 weeks longer.

한국어로 바꾸면 너무 의역이 되니까, 영어로 그대로 바꿨다. (독어작문 선생님께 교정받은거고 제 실력은 아닙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던거다. 나 돈 있거든! 내가 돈이 없어서 이러는게 아니야! 근데 도이체방크에서 계좌 여는데 6주가 걸린대!!! 나 비자예약 잡은게 2주전이고, 다음 주에 예약일이니까 나는 3주안에 슈페어콘토를 만들 수가 없었어!!! 그니까 다른 방법 다른방법 알려줘봐!! 랄까... 물론 내 이 마음은 전달되지 않았겠지......... 하지만 조금은 전달된 듯...? 저렇게 서류를 주면서 부모님이 재정적인 지원을 해준다는 서류와 부모님 여권 사본을 갖고 오라고 했다. 그리고 나의 부족한 독일어는 우선 이거 재정서류로는 임시비자를 받게 해줄 수 있고, 슈페어콘토가 개설되면 그 때 다시 유학준비비자를 신청받는걸로. 나의 부족한 독일어는 왜 없는 얘기를 지어내는걸까... 소설쓰지 말았으면..


무튼, 내 딸이 독일에서 공부하는 특정기간동안 재정적인 지원을 해줄 것이라는 비공식적인 서류를 직접 만들고, 아빠한테 여권 사본을 이메일로 받고 온갖 법석법석을 떨면서 슈페어콘토 없이 재정증명을 하는데 성공했다.



물리적으로 슈페어콘토를 개설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서 다른 방법을 열심히 찾기도 했지만, 슈페어콘토 계좌 개설비는 2017년 현재 무려 200유로. 26만원!!!! 도이체방크 너네가 회사 사정이 어려운건 알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작년에 150유로였던걸 올해 200유로로 올리는건 좀 너무한거 아닌가 싶고. 독일에서 공부하려는 외국인들이 호구인건 잘 알겠지만 150유로도 충분히 비싼 금액인데 그걸 또 올리다니 뭔가 삥뜯기는 기분. 정말 감사하게도 결과적으로 잘 해결되었고, 나의 합법적인 독일 체류기간은 201888일(16개월)까지로 늘어났다.




* 슈페어콘토(Sperrkonto) : 각 주별로 정해진 금액은 다르지만, 정해진 금액 x12개월 만큼의 돈을 은행에 동결시킨 채, 매달 정해진 금액만 출금할 수 있는 특수계좌. 만하임(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경우 글 쓰는 20172월 현재, 최소 월 720유로의 돈이 있다는걸 증명해야한다. 8640유로 (720유로x12개월)를 들고 도이체방크에 가서 콘토를 슈페어런하고 싶다고 문의하면 해줄 것이다. 하지만, 이 계좌의 가장 큰 문제는, 정해진 금액 이상을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어학원과 집만 왔다갔다하면서 사는 대부분의 어학생들에게 목돈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사람일은 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월 720유로 이상을 뽑을 수가 없다. 구동독 지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독일의 도시들의 방값은 대부분 4~500유로쯤 되니까, 월 2~320유로로 생활해야하는데 이거 은근 빡빡한 일이다.. 여행? 그런거 꿈도 꿀 수 없는 금액. 또,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혹시 신변이나 일정에 문제가 생겨서 이 계좌를 닫아야할 때, 내 맘대로 닫을 수가 없다 ㅋㅋㅋㅋ 내 계좌인데! 내 맘대로 닫을 수가 없다니!! 진짜 그렇다. 정해진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슈페어콘토를 닫아야할 때, 비자청에서 어떤 서류를 받아가야 슈페어런된 콘토를 해지할 수 있다... 내 돈인데 내꺼가 아니야... 



암튼, 슈페어콘토 검색으로 들어오신 모든 분들이 각자 살고 있는 도시의 외국인청(비자청)에서 부디 좋은 담당자 만나서 원하는 기간만큼 비자 받으실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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