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같은건 그저 돈벌이 수단밖에 안된다고,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종이의 질감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편협한 사고였을 뿐,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e-Book을 산다고 생각하게 됐다. 외국에서 사는 한국사람들이 한글로 씌여진 책이 읽고 싶을 때, 가장 편리한 방법은 e-Book일테니까. 이게 생기기 전에는 다들 어떻게 한글로 씌여진 책을 읽었을까? 


외국에서 지낸지 이제 두달이 되어가는 나조차도 종종 한글로 씌여진 책들이 읽고 싶어지는데, 더 오래 지낸 사람들이 한글로 씌여진 책이 읽고 싶을거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다. 나의 사고는 여전히, 이렇게나 좁다. 



뭐 이건 온전히 내 문제이긴 하지만, 내가 연구하던 분야가 전자잉크쪽도 관련이 있어서, e-Book을 볼 때면 실험해야할 것 같고 그래서... 특별히 정감이 가거나 하지 않았다. 크레마 카르타가 그렇게 잘 나왔다고 하던데, 나는 그 전자잉크를 보면 얼마나 많은 뼛가루가 여기 갈려있을지 눈에 너무 보여서, 즐겁게 읽을 수가 없을거라 생각했다. 이제 실험 안한지도 2년이 넘었는데, 실험실의 망령을 떨쳐보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래도 나는 실험이 너무 즐거웠는데, 당분간 실험 못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쉽기도 하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되는 일들은 이제 잊어도 되지 않을까.


나는 실험이 좋지만, 실험실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더 이상 나도 실험을 좋아하지 않아도 된다. 혹시 어떤 실험실이 나를 좋다고 해준다면, 나는 다시 실험을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다. 깊은 자리에 실험과 연구에 대한 나의 관심을 잠시 묻어두려한다.



또, e-Book 얘기로 시작한 글이 아무말대잔치가 되었다. 만하임 카테고리에 쓰려던 글이었는데, 아무말대잔치 카테고리에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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