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한게 없이 우체국만 매일 한번씩 갔을 뿐인데 독일에 도착한지도 사흘이 지났다. 사흘동안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빈둥거리며 지낼 수 있다니 나의 빈둥거림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따르겠지, 엄마 미안.. 아빠도 미안..


어쨌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시차적응기간을 사흘로 잡고 상대적으로 비싼 4인실에 지냈는데, 시차적응이고 뭐고 내겐 하나도 필요 없었던 일... 해지면 잘 자고 해뜨면 잘 일어날 수 있는, 나는 몹시 좋은 신체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체크아웃이지만 체크아웃이 아닌 그저 방을 옮기는 오늘, 짧은 영어로 또 나의 상황을 설명해야했다. 뭐 자세히 얘기할 필요는 없으니 간단히. 놀랍게도 내 말을 이해했고, 나는 8인실로 옮기게 됐다. 바로 옆방이 8인실이라는거 난 몰랐다. 옮기기 편하게 바로 옆방으로 배정해준대서 새삼 독일인의 이해함에 고마웠다. 독일인이 무뚝뚝하다는 얘기를 자주 하지만, 다 어딘가 이상한 소리로 들린다. 한국인이 지나치게 오지랖이 넓은거라고 얘기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


짐을 옮기는데, 어제 그 팜유얘기를 하던 독일사람을 만났다. 방을 옮기는거야???? 라고 얼굴에 표정이 이상한 채로 묻길래, 아 오해하는구나.. 싶어서, 응! 더 싼방으로 옮기려구ㅠㅠ 하니까 그제서야 이해한다는 듯이... 본인도 본인이 말이 많으신거 알죠? 그래서 언짢았던거죠....? - _-




그렇게 방을 옮기는데, 휴... 환기 좀 하고들 사세요...... 뭣들 하시는거에요ㅠㅠㅠㅠ 4명이 뿜어내는 숨과 8명이 뿜어내는 숨은 절대로 같을 수가 없었고, 살벌하게 드러운 공기가 나를 감쌌다. 하... 설국열차 꼬리칸이 이런 기분이었을까ㅠㅠㅠㅠㅠ


4인실은 너무 상쾌했는데ㅠㅠㅠㅠ



돈이 막 수십유로가 차이나는 것도 아니고 사흘치 해봐야 10유로 정도 차이나는데, 굳이 왜 옮겼을까... 그냥 4인실에 있을껄...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뭐 이미 옮겼으니까... 그 차액은 세탁기에 쓸거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가난한 여행자여....




사흘간 풀었던 짐을 옮기는 것도 이렇게 빡센데, 이사는 어떻게 하지.... 못하겠다....



짐들 다 무슨일인지.... 머리가 아프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