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특별한 일 없이 또 다이어리를 쓰고 밀린; 일기를 티스토리에 쓰고 (일기는 미루지 않으면 써지지 않는 것 같다. 04/25 일기를 쓰는 현재는 05/04) 하면서 숙소의 로비에서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는데, 50대? 60대쯤 되어보이는 독일 여자분이 앞에 앉아도 되냐고 묻는다. 네! 앉으세요!


니가 아마 나랑 같은 방을 쓰고 있을거야- 라고 운을 떼길래, ???? 했더니, 방에서 니 "특이한" 슬리퍼 봤어 라길래 그냥 웃었다. 내 슬리퍼가 좀... 예쁘지? 헤헿



호주에서 사온 해변용; 슬리퍼가 독일 게스트하우스 생활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몹시 유용하다. 슬리퍼 안가져왔으면 또 와서 괜히 돈쓸뻔 했다.



무튼 그렇게 그 독일인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오늘은 Free Crepe Day라고? 물론 알고 있었다. 뭐라도 공짜로 먹어보려는 나의 심뽀.... 사실 한국에서 크레페를 먹어본 적은 있지만, 그게 크레페라고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다.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디저트들은 일본을 거쳐서 들어오면서 원래의 형태와는 많이 달라진다. 크레페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 크레페 처음 먹어봐서 그러는데, 추천해줄 수 있어? 라고 크레페를 만드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처음인데다 그게 독일이면 당연히 누텔라지! 라고 하길래, 오케이!! 하고 누텔라를 발라서 자리에 앉았다. 독일에 사흘 있어서 느낀 점이 딱 하나 있다면, 한국인이 외국인 김치 먹는거 보고 괜히 좋아하듯이, 독일인도 외국인(특히 아시안)이 누텔라를 좋아한다고 하면 그걸 그렇게 좋아하더라. 시야가 좁으신 유럽인들이시여, 아시아에도 초콜릿 있어요... 여러분만 그런걸 먹는게 아니랍니다... 겨울에는 스위스미스도 마시는데, 놀랍죠?



독일인과 둘이 대화하다 뭔가 괜히 어색하거나 내 영어가 끊;기면 누텔라 얘기를 해주면 겁나게 좋아했다. 모두에게 통할거라고 생각한 내가 잘못.... 이 독일인에게도 한국인들 누텔라 진짜 좋아한다고 해줬더니, 엄청 진지한 얼굴로 "이 누텔라가 너의 마지막 누텔라가 되길 바랄게" 읭.... 제가 뭘 잘못했죠... 모르겠지만 뭔가 잘못했다면 죄송합니다.....


내가 어딘가 곤란한 표정을 짓긴 했는지, 심각한건(serious) 아닌데, 또 한 편으로는 심각하다며 누텔라에 팜유가 들어간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누텔라를 먹을 수록, 밀림이 파괴되고 있다고.... 미안... 이럴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 지 모르겠어.... 당신... 환경론자군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한국의 초콜렛은 팜유의 선택권이 없답니다



한참을 얘기하다가 또 독일인의 자부심, 동네에 대한걸 물어봤다. 내가 만난 모든 독일인은 본인이 나고자란 동네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이 있었고, 그게 나는 참 부러웠다. 길든 짧든 대화를 하고 나서, 나 독일 여행을 좀 오래할건데, 내가 꼭 가야할 도시 다섯개만 추천해줄 수 있어? 라고 물어보면 항상 네 개는 좀 심각하게 고민하고, 다섯번째는 본인이 살고 있는 도시를 추천했다.


비행기에서 만난 독일인도 그랬고, 이 여자분도 똑같은 대답을 했다. 물론 다른 독일인도 마찬가지.... 본인의 고향은 쾰른이라고 했다. 한국어로 쓰면 쾰른이지만, 이거 독일발음 상당히 어렵다. 내가 아무리 쾰른쾰른이라고 해도 그 어떤 독일인도 나의 발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막 대성당이!!! 이런식으로 하면 아아아아 하면서 "쾰-은" 뭐 이런 비슷한 발음을 한다... 뒷 발음은 절대 "른"이 아니다.



본인의 동네는 이미 유명해서 꼭 갈거라고 생각하지만 (자부심 장난없다) 혹시라도 안가려 했다면 꼭 가야한다고. 대성당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꽤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도 했다. 네... 혹시 50년대의 쾰른이 궁금하지 않냐면서, 본인의 페북에 업로드한 동영상을 내게 보여줬다. 40분짜리 동영상을 선택권없이 봐야했다.... 이미 많이 보셨는지, 나는 외울거 같아서 담배나 피고올께~ 마저 잘 보렴~ 음....? 그래요....



그리고는 심각할 정도로 나의 많은 시간을 빼앗았다. 흠, 같이 어울리는 것도 좋지만 나는 내 시간이 꼭 보장되어야하는데, 이러면 좀 곤란하네... 싶었다. 그래도 내일이 마지막 4인실이니까 뭐, 별 일 없겠지



무튼 팜유 얘기 듣고나니까 누텔라가 조금은 불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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