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크로싱에서는 밋업이라는 것이 꾸준히 열리는데, 한국 개념으로는 지역정모 정도의 개념. 내가 사는 곳이 만하임이라는 도시고, 하이델베르그는 이 도시와 기차/버스/심지어 트람까지 연결되어있다. 서울에서 수원가는 그 정도 거리. 강남 말고 종로쯤에서...? 기차타면 20분만에 가고, 트람타도 40~50분이면 도착한다. 이렇게 가까운데서 포스트크로싱 밋업이 열린다는데 안갈 수는 없지! 사실 뮌헨 여행갔을 때도 그 날짜에 뮌헨 밋업이 있어서 참가신청까지 해놨는데, 뮌헨 총격사건때문에 당일에 바로 취소됐었었다. 그렇게 내 첫 포크 밋업은 독일 하이델베르크가 되었다.


무튼, 2016820일, 독일시간 오전 1030분에 하이델베르그 중앙역 서점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타야할 트람을 놓쳤다......... 30분까지 도착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어떻게든 연락을 하려고 했는데, 연락처를 몰라.... 법석을 하면서 어떻게든 중앙역의 약속장소에 도착을 했다. 한 20분 늦었다. 내가 딱 서점에 도착했을 때, 뭔가 바리바리 싸들고 있는 한 무리의 독일인들이 어떤 아시아 여자를 붙들고 뭔가를 묻고 있길래, 아 난줄 알고 저렇게 물어보는구나ㅠ 싶어서 막 뛰어가서 늦어서 미안ㅠㅠㅠㅠㅠㅠ 이라고 했어요. 휴.. 독일인들 늦는거 질색하는데 처음부터 아주... 다들 영어가 너무너무 유창해서 저는 또 아 내 영어는 진짜 아무것도 아니구나 영어도 같이 공부해야겠구나 새삼 느꼈다. 항상 빡시게 느끼고 집에서는 그냥 쿨쿨 잠만 잔다는게 문제.


1050분에 중앙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다같이 탔다. 11시에 시티센터에 내렸고, 엽서 쇼핑하러 가기 시작했다. 나는 당연히 한두군데 가고 점심먹으러 갈 줄 알았는데, 한 시가 되도록 점심먹자는 얘기를 아무도 하지 않았다.......... 나 배고픈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늦어서 딜레이가 생긴거니 그냥 닥치고 따라다녔다. 엽서 가게를 세 군데쯤 갔다. 다들 정말 엄청난 양을 구입해서 나는 그저 또 놀랬다... 


점심 먹으러 이동하는 중에 누군가가 이렇게 얘기를 했다. "나 오늘 하이델베르그 엽서 백장 넘게 샀어" 





점심 먹으러 간 곳은 대부분의 독일 식당이 그렇듯이 술과 식사를 같이 판매하는 곳이었다. 축구경기할 때 여기서 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 고급진 그런 느낌은 아닌데, 독일이 외식비가 워낙에 비싸다보니 나의 주머니가 걱정되었다. 나도 하이델베르그 엽서 백장 사고 싶었는데, 나는 어디갈 때 현금을 한정적으로 가지고 다니니 점심값을 생각해야겠더라며... 그래서 몇 장 못샀다. 독일의 외식은 가장 저렴히 하려고 해도 1인당 20유로(=26천원)은 족히 든다. 음료를 주문하는것이 필수인데다 15~20%의 팁도 줘야한다.


우리가 간 곳의 전경. 우리 자리는 이 바로 근처였고, 사진 상에는 없다. 저 위치를 등지고 내가 앉아있었다.




인원이 네 명 이상이면 어디든 예약을 하고 다녀야한다. 이건 한국도 마찬가지.




메뉴판을 보고 가격에 감동했다. 이 관광도시에 이런 장소가 있다니!!!! 고맙기도 해라... 하지만 이내 나는 메뉴를 읽을 수 없어서 동공지진... 나의 동공지진이 모두에게 느껴졌는지, 메뉴판 translation 필요하면 얘기해! 라고 하는데 아...니야... 나 읽을 수 있어.... 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메뉴 찍기에 장렬히 실패했다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주문한건 오른쪽 상단의 메뉴. 어쩌고 버거 어쩌고 살랏이라고 적혀있어서, 버거에 샐러드도 주는건가보네!! 했는데...




버거는 없이 샐러드와 감튀만 나왔다. 동공지진........................ 버거는??? 버거는???????????????? ㅠㅠㅠㅠㅠㅠㅠㅠ

괜히 도전했다가 망했다. 하지만 맛있었다... 그러면 된거겠지..........




다들 당연히 맥주주문할 줄 알고 당당하게 내가 평소에 마시는 맥주를 제일 먼저 주문했는데, 다들 콜라 바나나 쉐이크 물 이런거 주문해서 2차 동공지진... 나만 맥주 마셨구요??? 하지만 이 은혜로운 거품에 저는 하... 이것도 사진 찍는다고 쿰척거리다보니 거품이 좀 내려간거라며. 원래는 컵 위로 그득그득!!!




밋업에 왔으면 뭘 해야한다? 싸인을 해야한다. 경건한 마음으로 손에 묻은 기름기를 닦으러 화장실에 갔다. 화장실에 템포 저렇게 쌓여있는거 보고 시민의식에 반함... 심지어 여긴 관광지라 독일인보다 외국인들이 더 많이올텐데.. 싶어서 또 놀랬다. 카밀 핸드크림 독일에서 0.95유로ㅋㅋㅋㅋㅋㅋㅋㅋㅋ 1200원!!!! 제발 누군가 저걸 백개쯤 한국에 사가주셨으면... 100개를 사면 13만원... 




싸인타임이 시작되었다. 


나 포함 총 여섯명이 만났는데, 왜 싸인한 엽서는 백 장이 넘...는걸까....? 어휴 완전 빡셌다.

달랑 여섯명이어도 이정도인데 규모 좀 큰 밋업가면 수백장 싸인한다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닌가보다 싶었다.....


내 싸인은 그냥 내가 저 한자를 좋아하기도 하고, 내 성씨이기도 하고, 외국 여행다닐 때 카드 서명 싸인을 한자로 하면 서명 복사를 막을 수 있다고 해서 십수년전부터 써온 싸인인데.... 이제는 중국인들이 너무 많이 여행다니고 외국에도 많이 살아서 싸인을 바꿔야할 것 같기도 하다. 십수년전에는 이렇게까지 중국인들이 외국에 많이 다니지 않았다. 내가 호주에 있었던 2006년에는 중국과 호주의 워홀협정도 맺어지기 전이었으니... 이렇게 또 나이인증을 하고...


특히 내가 이번 밋업에서 싸인과 내 도장을 찍으면서 느낀건, 이렇게 아무 말 없이 한자 싸인과 한자 도장을 남기면 이 엽서를 받은 사람들은 너무 당연히 "중국인" 한 명이 밋업에 참여했다고 생각할테니까. 한글로 된 예쁜 싸인을 궁리해봐야겠다. 한글로 된 도장도 하나 파서 독일로 받아야겠다. (밋업을 위해 별걸 다 준비하는....)




그렇게 레스토랑에서 세시간;;; 넘게 있었다. 그리고는 엽서 쇼핑을 또 하고;;;; 까페를 가자고 한다. 멋있다... 정말 멋있다.... 근데 나는 당일치기로 하이델베르크에 꽤 여러번 왔고, 이미 34일을 여기 여행도 해서 웬만한 엽서 판매처는 다 가봤다고 생각해서 뭘 또 가... 어차피 아는데일텐데... 싶었는데, 전혀. 역시 로컬은 달랐다. 글구 비싼 곳으로 안내하는게 아니라 가격이 저렴한 곳만 골라서 안내해줬다. 나는 새로운 엽서 구매처를 꽤 여러군데 알게 됐다!!! 관광지 엽서인데 한 장에 1유로 이하라니ㅠㅠㅠㅠ 감덩....


그리고 까페에서는 레스토랑에서처럼 실수하지 않기 위해 가장 나중에 주문을 했다. 다들 주문하는거 따라 주문하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세 명 전부 세트메뉴를 시키네요? 그렇다면 나도!!! 1인 1케익 너무 은혜롭고 내 스타일이고....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이 케익 선택하는 건 듣지 못했고;;;; 나 혼자 애플케익... 셋 다 치즈케익.... 큽...


까페오레와 애플케익. 케익도 큼직하고 까페오레잔도 짱크고 핑거푸드까지... 역시 로컬.. 너는 러브




안에 사과가 너무 많아서 놀랍기까지 했다. 그런데 생크림은 또 왜 주는걸까... 나 살찌라고? 헤헿




엽서 자랑타임이 왔다. 나는 이런 내용은 없었기 때문에 들고오지 않았는데.....? 다들 엽서 너무 예뻐서 반할뻔...

그 많은 엽서들 중 내가 뽑은 1등


호주 맥시카드, 아예 우체국에서 이렇게 만들어서 판다고. 센스터진다. 우표도 엽서도 너무 귀엽다. 10년 전에 내가 호주에 있을 때는 우표에 관심이 없을 때라 전혀 몰랐는데, 괜히 아쉽다.







포럼에서 안내되어있기로 "Wichteln"이라는걸 한다고 했다. 구글이 나에게 알려주길 Secret Santa라길래 나는 마니또같은건가보다! 싶어서 엽서들 열 몇 장과 한국적인 주소 스티커, 그리스 친구에게 받은 그리스 사용제 우표 여러장을 넣어서 가져갔다. 한국에서 하듯 주전부리도 사서 좀 넣어야하는건가 고민했지만, 나는 여기에서 유명한 주전부리를 잘 모르니까 괜히 샀다가 별로인걸까봐 그냥 저렇게만 준비해갔다. 그러면서 왜 맥시멈 금액이 없는거지.. 보통 한국에서 마니또하면 만원에 맞춰서! 이런식으로 하니까... 그래서 좀 걱정이 많이 됐다. 혹시 나만 너무 초라한걸 준비한걸까봐ㅠ


그리고 이런 나의 걱정은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었던 걱정 2781091239번째 중 하나로 기록될 듯. 엽서 "한 장"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점심 다 먹고 Wichteln을 한다면서 큰 봉투를 꺼내길래 음??? 했는데 다들 차례대로 엽서 한 장씩을 안보이게 해서 안에 넣는다ㅋㅋㅋㅋㅋ 내가 그간 한 걱정들이 너무 덧없고 어이없고 ㅋㅋㅋ 나도 기쁜 마음으로 아껴뒀던 한국 엽서 한 장을 넣었다. 근데 어쩜.. 뽑는 차례가 내가 마지막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선택권이 없이... 마지막에 남은 엽서를 꺼냈는데...



달렉???????????????????????????? 니가 왜 내 손에????????????????????

역시 나는 후비안으로 태어난건가봐... 이 엽서는 내가 선택하지 않았다. 달렉이 나를 선택했어!! 이 엽서만 남아있었다며!!!

그렇게 오랫동안 닥터후 짱팬이라고 오피셜 포크에 남겨뒀는데, 단 한장도 받지 못했는데... 이렇게 첫 닥터후 관련 엽서를... 달...렉으로... 기쁘고 기쁘지 않았다.




또, 포럼에서 안내하기로는 광고엽서는 갖고오지말라길래 나는 또 착하게 안가져갔다. 근데 광고엽서를 교환하는건 안되는거였고, 그냥 나눠주는건 괜찮은거라고;;; 이 아래의 엽서들이 모두 내가 받은 광고엽서. 광고엽서들 퀄리티... 구입하는 엽서들보다 좋은거같은 느낌적 느낌... 거 어디서 이런거 나눠주는지 공유 좀.... 특히 일반 엽서보다 긴 세 엽서는 내셔널지오그래픽 관련 광고엽서라는데, 뭔 가 관련된 일을 한다고 했다. 독어가 너무 안되서 제대로 다 못들었다... 다시 묻기도 그래서 걍 그런가보다 했다ㅠ 다시 묻는다고 내가 이해할 수 있지는 않고 그런거니까...




이건 어제 구입한 엽서. 하이델베르크와 상관없는 엽서도 샀다.




이건 하이델베르그 관광지 엽서, 모두 밋업 싸인해서 전부 발송한 엽서들.

나름 다양히 고른다고 골랐는데, 멀티뷰들 속에서 싱글뷰로 고르며 최선을 다했다.





다만 좀 신경쓰이는 것은.. 어제 우표를 가지고 가긴 했는데, 가급적 45센트 우표 두장씩 붙이려고 45센트짜리 우표로 전부 가져갔었다. 그런데 싸인하고 주소쓰고 나도 한마디는 쓰려고 하다보니 45센트짜리 우표 두 개 붙이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어제 이렇게 세 장만 보냈다. 그것도... 어제 이 동네에 비온데다가 독일인 다섯명이 정상속도로 대화하는 독어를 7시간 정도 내내 듣다보니 거의 영혼이 가출한 상태라... 하이델베르크에서 보내는걸 깜빡했다ㅠ 다 써놓고 다 싸인받아놓고ㅠㅠㅠㅠㅠ




나는 총 밋업 싸인엽서를 총 9장 준비했다. 준비라고 할 건 딱히 없지만.. 너무 많이 싸인하게 하면 미안하니까. 그런데... 총 6명인데 백장 넘게 싸인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꺼 그냥 빼고 5명으로 나누면 한 사람당 최소 20장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혼자 너무 폐끼치지 않으려고 유난유난개유난..




그리고, Wichteln가 엽서 한 장이라서 너무 다행이었던게, Swap을 위해서 자기 엽서들을 다들 많이 가져왔더라며... 예쁜 엽서들 많이 가지고 오라고 하길래 밋업 싸인용 예쁜엽서를 말하는줄 알았었다... 짧은 영어, 더 짧은 독어... 이제와서 포럼을 다시 확인해보니 스왑을 위해서였던 것 같다. 나는 당연히 그런게 있는지도 몰랐고... 다들 막 50장은 거뜬히 넘어보이는 엽서 뭉치들을 서로 교환하는데, 저는 열댓장 되는, 원래는 마니또에게 주려했던, 그 엽서 뭉치를... 건네야했다... 큽... 근데!!! 너무 감사하게도!!! 그 안에서 또 맘에 드는게 있다고 스왑하자고 하네? 그러면서 저에게 첫 닥터후 엽서를 만나게 해준 그 독일인이, 나 닥터후 엽서 몇 장 더 있어! 라길래 네? 뭐라구요?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내 손에 두 장의 닥터후 엽서가 더 들어왔다. 맷닥과 테닥이라니 엽서 만드신 분 뭘 좀 아시는 분...

나도 언젠가 내 타디스를 꼭 갖고 싶어요. 겉보다 속이 더 넓은 그런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오른쪽 아래의 남자 뒷모습은 뭔가 쓸쓸해보이기도 하고 당당해보이기도 해서 엽서가게에서 샀다. 내가 독타를 만난다면 독타는 저런 첫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싶구 그런 마음.




그리고 이건!!! 어제 하이델베르그에서 엽서쇼핑하다가 들어가게 된!!! 펭귄북스 굿즈를 판매하는 서점에서 무료로 나눠주던 책갈피. 너무 예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있는거 다 가져오고 싶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양심상 세 장만 가져왔다......... 매일매일 가서 다섯개씩 가져오고 싶은데... 안되겠지... 만하임의 서점에는 혹시 이 책갈피 없는지 찾아보려고 한다... 매일 다섯개씩 가져오고 싶은 마음...






습습하하


오랜만에 이렇게 긴 글을 쓰다니, 이렇게 주절주절 할 말이 많다니. 처음부터 끝까지 주욱 쓴거라 길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아닌 변명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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