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에 여름 휴가로 옆 방에 사는 중국인이 상하이에 다녀온다고 한다. 한달간 못볼거라고 같이 점심 먹자고 하길래, 난 그냥 초대하는건줄 알고 알았다고 했다. 한시간 후에 다른 방 중국인도 요리를 시작하길래, 어...? 하면서 진짜진짜 아껴둔 비빔면을 꺼냈다. 다같이 식사한다고 중국음식들 차리는데, 나는 식사랍시고 식빵이나 피자를 낼 수 없으니... 어울리지도 않고. 약간 기름진 중국음식에 아주 약간 매운 맛이 있는 비빔면이 잘 어울릴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한국에서 50% 추가된 비빔면 특별판;;을 독일 가져오려고 사놨었다. 그런데 캐리어 싸다보니 도저히 넣을 수가 없었고, 동생이 말하길 한인마트가면 전부 다 판다길래 마지막에 뺐었다. 그리고, 한인마트같은건 만하임에 없었고, 동생에게 부탁했었다. 만하임올 때 비빔면 좀 사다줘... 고맙게도 몇 개 사다줬었다. 아끼고 아껴온 내 비빔면ㅠㅠㅠㅠ을 꺼내서 만들었고, 나 이거 안꺼내고 계속 넋놓고 있었으면 진짜 이상한 사람될 뻔 했다....
요리의 이름들을 다 물어봤는데, 중국어가 너무 어려워서 기억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모든 요리들은 기가 막히게 맛있었다. 특히 가장 앞쪽의 저 고기요리는, 무려 20시간을 저 상태로 쪘다고 한다. 만두먹을 때만 찜기를 쓰던 나는 고기를 찌니까 이렇게나 부드럽구나... 하고 놀랬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지금, 한국도 갈비찜 있네? 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내가 요리할 때, 고기를 쪄본 적은 없다... 고기는 무조건 직화!!! ㅋㅋㅋ
가장 멀리에 보이는 저 비빔면이 3개 분량이다. 대충 다른 음식들의 양도 가늠될듯...
한국 누들이라고 하니, 국물이 있는 라면을 생각한건지, 아니면 비빔면이 아직 독일에 없어서 얘네가 모르는건지 물 없는 한국 누들은 처음 본다고 했다. 색과 향이 약간 매운거 같다길래, 하나도 안매워~~ 라고 대답해줬다. 나의 말을 너무 신뢰한건지 중국인 두 명이 한입 크게 먹고 맨밥과 물을 계속 먹는걸 봐야했다... 미안... 이정도의 매운건 중국인에게 맵지 않다고 생각했어.. 같은 동북아시아니까...? 하지만 이내 맵지만 땡기는 맛이라는걸 알아챈건지 인기 폭발이었다. 씬나게시리... 비빔면을 밥 반찬 삼아서 먹는걸 보게 될 줄이야 ㅋㅋㅋ
부엌이 그렇게 넓은 편은 아니라 모든 인원이 다 요리를 할 수는 없었고 어쩌다보니 여자 세 명이 요리를 했는데, 중국 남자도 요리를 잘한다는건 알고 있었다. 이 누들 어떻게 만들었냐고, 본인도 이걸 만들어 먹고 싶다고 물어서 나는 몹시 당황했다... 그냥 끓이면 되는데... 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소스는? 이라고 묻길래 소스는 패킹에 다 들어있어...... 미안... 이런 대답밖에 못해줘서ㅠㅠㅠ 하지만 정말이란다... 이렇게까지 인기있을 줄이야. 너무 즐겁다. 역시 같은 문화권에 있다는건 종종 이렇게 즐거운 일을 만들어준다.
중국인들에게 이 얘기 해주는거 언제나 인기 폭발이라 10년;만에 또 하게 됐다. (호주에서도 중국 학생과 식사할 일 있었을 때 이 얘기 해준 적 있었는데, 그 때도 인기 폭발이었다.) 중국 유학생이 올린 글이었는데, 가끔 중국인의 집에 초대를 받아서 처음 식사를 하게 되면, 본인도 모르게 한국 식사 예절대로 음식을 전부 다 먹게 되고, 중국인들은 그들의 식사 예절에 따라 음식이 부족했나봐ㅠ 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오늘도 이 얘기 해줬더니 중국인들 다들 너무 좋아한다. 한국 테이블 매너는 준비된 모든 음식을 다 먹는거라고 했더니, 엄청 놀란다. "어떻게" 이렇게 많이 준비한 음식을 다 먹냐며 놀란다. 그것이 한국 식사 예절이란다... 물론 중국 식사 예절은 그렇지 않은거 알고 있어서, 한국인 유학생이 중국에서 유학하면서 중국 친구를 사귈 때 오해를 많이 받는다고 했더니 막 웃는다. 한국은 중요한 식사자리에서 잘 먹는걸 보여주려고 소화제를 미리 먹고 식사자리에 간다는 말도 해주고 싶었는데, 나의 영어는 너무 짧은거지.. 그리고 한국에서 먹듯 엄청 빨리; 막 신나서 급하게 30분쯤 먹고 내가 좀 지쳐보이니까, "한국 예절 지키지 않아도 괜찮아! 여긴 독일이고, 우린 중국인/이탈리아인이야!" 라고 했다 ㅋㅋ (옆방 중국인의 남자친구가 이탈리아인이다.) 유쾌한 중국인들이다. 저런 호방함 좋아... 준비된 음식을 모두 먹어야하는 한국인의 식사 예절과 초대받은 사람이 모든 음식을 먹지 않도록 넉넉히 요리를 만들어야하는 중국인의 식사 예절이 만나면...? 방패에 창이 꽂혀야한다....... 큽.......
그렇게 두 시간 넘;게 점심을 먹고, 식사를 마칠 때 쯤 이탈리아인이 얘기한다. 우리는 모두 한숨 자야해. 그래서 내가 거들어줬다. 당연하지! Because stomach will work! 이런 어이없는 영어에 다 웃어준다. 역시 우리는 모두 영어가 짧고, 짧은 영어에 모두 행복할 수 있다. 세계인은 하나... (한숨 자고 바로 쓰는 글, 글쓰는 현재 독일 시간 2016/06/26 4:47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