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이 학원에서 만난 선생님은 총 다섯 명이다. 다소 정신사납게 왔다갔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다양한 발음을 접할 수 있어서 좋은 점도 분명히 있다. 


선생님들이 이 티스토리를 볼 일은 전혀 없겠지만, 혹시라도 같은 어학원에 다닌 사람이 보면 누군지는 알 수 있게, 하지만 정확한 이름은 기입하지 않겠다. 나를 가장 오랫동안 가르친 선생님은 M, 93년생.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통번역을 전공했다. 영어를 굉장히 잘해서 본인이 자꾸 영어가 튀어나오는게 내 독일어에 안좋다고 미안해한다. 나도 그게 내 독일어에는 안좋을 수도 있다는거 알고는 있지만, 나의 정신건강에는 굉장히 좋다. 이 선생님은 수요일마다 학교에 가야해서 다른 선생님이 수업을 맡는데, 첫 달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똑같다. 첫 달의 선생님 S는 영어를 전혀 못했다. 독일어 수업을 배운지 8주차 사흘째인 지금은, 영어를 전혀 못하는 선생님과도 힘들지만 수업을 할 수는 있는데, 첫 달에는 수요일마다 정말 힘들었다. 같이 수업듣던 스페인 남자는 수업을 알아듣지 못하겠다며 수요일마다 결석했다. 그래서 나는 수요일마다 혼자 수업을 들었는데, 정말정말 힘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또 다른 선생님인 Y와 수요일마다 수업하게 됐다. 이 선생님도 영어를 잘 하는데, 내가 영어로 말하려하는걸 제지한다. 무튼 이 선생님과 오늘 첫 수업이었는데, 제목에서 쓴 저 사건이 생겼다.


내가 얼마나 암기에 취약하냐면, 삼각함수 특정 각도들 기본으로 암기하는 그걸 고등학교 수학 과정 내내 못외워서 시험 때면 항상 귀퉁이에 삼각형 두 개를 그려놓고 시작했다. 45도 삼각형과 3060도 삼각형... 영어로 생각하면 I my me mine 변화 테이블을 배운지 두 달째에도 헷갈리고 있다는거다. 그런데 나는 좀 할 말도 있는게, 전부 다 달랐다면 오히려 외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격 남자 정관사가 여격에서는 여자라고. 목적격 남자 정관사가 여격 복수 정관사라고.. 미친 사람의 말처럼 들리겠지만 독일어 아시는 분은 이해하시겠죠... 그니까 영어에서는 정관사 the 하나인데, 독일어는 이게 남성/여성/중성/복수형 이렇게 총 네 종류고, 그걸 주격/목적격/여격/소유격으로 각각 달리 변화한다. 변화하면 아예 겹치는거 전혀없이 전부 다 다르게 변화한다면 차라리 외울 수 있겠는데, 같은걸 어느 격에서는 여자고 어느 격에서는 남자고 이렇게 쓰니까 나는 이게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서 환장하는 중...


근데 내가 이걸 제대로 못외운다는; 다소 망충한 정보가 선생님들끼리 공유되는 듯한 사건이 오늘 생겼다. 오늘 처음 만난 Y선생님과 처음으로 소유격을 배웠는데, 이전에 배운 격 변화들 다 한번 복습해보자고 해서 나는 음 또 책을 읊어야겠군- 싶었다. 선생님이 책 덮고 말해보라고 해서 나는 멘붕... 근데 배운지 두달됐는데 관사 못외우는거 보면 나도 정말 어지간하다.. 어쩜 이렇게 암기를 못할 수 있지...




말로 설명하려니 쓰는 내가 더 곤란해서 표 하나 찾아왔다. 독일어의 성별+격 변화는 이렇습니다. 오 미친..

제발 다음주 안에는 외울 수 있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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