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수돗물이 깨끗하기로 손꼽히는 나라이다. 한국에 살 때는 제발 그런 끔찍한 소리 좀 하지말아줄래? 라고 생각했지만, 독일에서 3개월째 살다보니, 한국의 깨끗한 그 물이 몹시 그립다. 대부분의 한국 거주자들은 한국 물 별로 안깨끗한데? 라고 생각하겠지만, 설거지를 한 후에 자연건조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물이 깨끗하다는 증거가 된다. 여기서 설거지하고 나서 그릇을 자연건조하면, 그릇에 얼룩이 진다. 물 얼룩이 아닌 칼크얼룩이... (칼크 = 석회)


칼크가 포함된 유럽지역의 물을 정수하지 않고 마셔도 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왔다.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현재는 마셔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커피나 차를 마실 때는 석회 유무로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수를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통일된 의견. 정수라고 해봐야 특별할 것은 없고, 한국에서도 꽤 알려진 브리타를 이용해서 간단히 정수한다.



나는 배고플 때마다 물을 마시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물을 많이 마셨다. 그런 이유로 나는 한국에서도 브리타를 이용했었다. 다만 한국에서 브리타를 사용할 때는 언제가 정수기능이 끝나는줄을 몰랐다. 너무 당연한 것이, 독일이 원산지인 브리타의 기능은 석회수의 석회를 거르는 데에 가장 뛰어나다고 한다. 원리는 조상님들이 숯을 담궈두고 그 물을 마시는 것과 거의 동일하다. 필터 안의 활성탄과 이온교환수지가 특정 이온들을 흡착하는 간단한 원리. (간단하지만 설명하면 또 길어지고 간단해지지 않는 그런 원리) 석회수를 정수할 때 가장 성능이 좋다보니, 유럽의 석회수를 브리타로 거르다보면 필터 교환 시점을 모를 수가 없다고 한다. 쓰다보면 필터에 석회가 그득 쌓여서 물이 정수되는 속도가 굉장히 느려진다고. 나는 아직 첫 필터 사용중이라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몇 달을 써도 물이 정수되는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




내가 왜 이 칼크에 대해서 환장할 것 같냐면, 그릇이나 이런 것들은 이제 해탈하기로 했다. 설거지 후 닦거나 자연건조 후 음식을 담기 전에 다시 닦거나 하는 방법을 이용해야할 뿐. 문제가 되는 것은, 뜻밖에 커피포트이다. 커피포트로 물을 끓이고, 그 물로 주로 홍차나 감기차를 타마신다. 커피포트에는 온전히 물만 끓이는데, 꾸준히 사용하다보면 커피포트 안에 하얀 석회가 마치 돌덩이처럼 바닥에 깔린다.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면서 커피포트에 그 사단이 나 있는 것을 몇 번을 보면서 나름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이전 세입자가 놔두고 간 커피포트에서도 그걸 보고는 나는 너무 놀랐다. 공동사용이 아닌 개인사용이어도 칼크가 이렇게나 끼일 수 있다는건가....? 믿기 힘들 정도로 칼크가 심각히 끼여있었고, 나는 이걸 사흘째 세척해내고 있다. 칼크 세척에 가장 좋은 것은 식초, 그리고 Zitronensäure라고 한다. 뭔지 모르지만 우선 식초부터 사서 해결해봐야겠다.



식초로 해도 해결되지 않아서 Zitronensäure을 구입해서 사흘 째 시도중인데, 도저히 칼크가 사라질 기미가 없다. 그냥 내 정신건강을 위해 제일 싼 커피포트 하나 구입해서 내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든 이 challengeable problem을 풀어볼 것인지. 우선은 너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는데, 내 노력에 꿈쩍도 안하고 있다. 아주 조금 석회가 물에 녹아서 나오는데, 그렇게 조금만 나오기에는 커피포트안에 거의 석회동굴 수준의 석회가 깔려있다... 사진 찍으면 다들 너무 혐오스러워서 얼른 버리고 새로 사라는 얘기를 카톡으로 전해줄 것이 당연하기에 사진은 올리지 않는다... 어떻게 개인이 쓰는 커피포트에서 이정도의 칼크가 끼여있을 수 있는건지, 나는 아무리 이해해보려해도 이전 세입자를 이해하기가 힘들다. 이런거 어차피 제일 싼거 만원이면 사는데, 그냥 버려버렸으면 내가 이 꼴 안봐도 됐잖아... 심지어 그 이전 세입자의 커피포트까지 버리지 않고 놔둬서, 나는 석회동굴처럼 석회가 끼인 커피포트 두 개를 보면서 으어어어어어어 저에게 왜 이러세요 으어어어어어를 외쳐야했다.





글 수정하고 있는 2016/07/30, Zitronensäure가 뭔지 찾았는데, 구연산이라니... 나는 또 나의 무지함에 부끄러워서 할 말을 잃었다. 이미 진작 구입해놨었는데, 이게 구연산인줄 몰랐다. 이미 사놓고, 구연산 어디서 파는지 찾아봐야겠다!라고 구매리스트에 올려놓고 그런거네... 그런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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