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걸어서기도 하고, 배가 고플 시간도 지났고, 이래저래해서 나는 뭘 꼭 먹어야겠는데, 학생식당은 문을 다 닫는다고... 아니 그래도 어떻게 한 군데도 안열겠어??? 하면서 학교를 좀비처럼 돌아다녔다.




저기는 열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제발ㅠㅠㅠㅠㅠㅠㅠㅠ 




열었다!!!!!! 다행ㅠㅠㅠ

영어 메뉴 있나요? 했더니 있다길래 마음 편히 앉았는데,

스페셜 메뉴는 독어로만 써져있단 얘기는 왜 안해줬어요....?



콜라 커피 이런 메뉴들은 뒤에 다 영어로 되있고... 내가 봐야할 메뉴들은 다 독일어..

이건 독일어인데... 했더니 그건 독어로밖에 쓸 수 없는거라고 했다. 궁금한건 설명해준다고... 예... 대충 몇 개만 찝어서 이건 뭐에요? 이건 뭐에요? 하다가 토마토/모조가 들어간거 보니 대충 토마토랑 치즈랑 뭐가 들어갔나보다! 하고 그거로 결정.




그리고 나온 음식. 나오기 전까지 얼마나 걱정하면서 기다린 내가 무색하게도 너무나 친근한 메뉴가 나왔다. 미트볼이라고 써주면 덧납니까? ㅋㅋㅋㅋ 이게 왜 독어만 있는 단어죠??? 왕 큰 미트볼! 이렇게 쓰면 될 것 같은데...



음식이 맛있으니 그저 다 행벅.... 거의 다 먹어갈 때쯤 드는 생각. 혹시 여기도 팁을 줘야하는건가, 아니면 대학교안에 있는거니까 안줘도 될까. 영어로 물어보기에도 좀 애매한 상황... 그냥 앉아있기로 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면서... 근데 뭐 다른 사람이 어떻게 계산하는지 봐도 내가 알 수 없는거였다... 그 사람이 팁을 주는지 아닌지까지는 판가름이 안되니까... 큽... 


계산하겠다고 손짓을 하니 계산서를 뽑아왔다. 오...? 팁은 안줘도 되는가보다! 역시 학교가 짱이야bbbb 그렇게 한끼에 또 만원어치를 혼자 잘 드셨다. 그래도 저번에 먹은 3만원짜리보단 낫다고 혼자 생각하기로 했다. (그건 포스팅을 안했다는걸 방금 알게 됐다...;; 나름 거의 다 쓴다고 썼는데 은근 구멍이 숭숭) 맛있게 잘 먹었으면 된거지 뭐!


수학부 건물을 지나니, 누가 봐도 엄청 중요해보이는 글자가 있다.

저 건물이 이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인가보군. 뭘까.. 입학처? 종합지원동?

물론 나는 전혀 모르니까 그냥 이 글자만 찍어왔다.


앞의 관사까지는 찍을 수 없어서 짤렸고, 원래는 Dem Lebendigen Geist


이제서야 찾아보니 이 건물은 종합강의동, 종합강의동 앞에 가장 중요한 이 글자를 세워놨다니 조금 신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Dem Lebendigen Geist의 뜻은 살아있는 정신에게. 대학 슬로건이 이렇게 멋있어도 되나... 

이 엄청난 슬로건은 딱 한 번 바뀐 적이 있다고 한다. 


Dem Deutschen Geist 독일의 정신에게 나치가 정권을 장악했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독일의 모든 대학 중 가장 먼저 나치에 협조한 대학이었고, 그 당시 살아있는 정신이었던 학자들은 대학에서 많이 떠났다고 한다. 대학광장에서 나치가 정한 불온서적들이 나치 선동가들에 의해 불태워지는 일도 있었다. 




이 슬로건에 관해서 찾아보다가, 하이델베르그 대학의 분서 사건과 관련해서 대학 어딘가에 G.E Lessing의 시가 적혀있다고 하는데, 나는 학교가 너무 넓어서 못찾았다. 곧 다시 가게 될건데 꼭 찾아서 보고 싶다.


Was einmal gedruckt ist, gehört der ganzen Welt auf ewige Zeiten.

Niemand hat das Recht, es zu vertilgen.


What is printed once, belongs to the world forever.

Nobody has the right to destroy it.


한 번 인쇄된 책은, 세계에 영원히 속하게 된다

누구도 그것을 파괴할 권리는 없다.




한글로 바로 번역기 돌리니 제대로 안되서 영어를 한번 통했더니 깔끔해졌다



굉장하다. 너무 멋있는 문장이라 외울 것이다.





하루의 여유가 더 생겼으니 독일 최초의 대학인, 하이델베르그 대학에 가보기로 했다. 우리가 들어본 많은 학자들이 여기서 공부를 했고, 노벨상 수상자가 7이나 나온거로도 유명하다.


버스를 타도 되지만 나는 가난한 여행자니까, 걷는다. 도보 한시간 정도는 걷기에 충분하니까- 



Heidelberg Bismarckplatz에서 5분 정도 거리의 그저 평범한 도로인데, 뭔가 예뻐서 찍어봤다.






그냥 건물




또 그냥 건물, 개나리와 벽돌색의 조화가 예쁘다.




따로 주차장이 없어서인지 주말엔 이렇게 집앞에 줄줄이 주차를 해둔다.




놀라울만큼 반짝이던 하늘

불과 지난주였던 프랑크푸트르트의 하늘과 너무 달랐다





가정집이 정말 맞는걸까

이렇게 예쁜 집이라니 너무 부러웠다




한국으로 생각하면 빌라 같은건가보다

다 다른 사람들이 계속 들어갔다 나오고 했다

이 건물도 몹시 예뻤다




무슨 건물이 또 이렇게 예쁜가!!! 하면서 찍었고,

저쪽 길로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길래 나도 따라가봤다




쨘! 성당이다


뾰족한 첨탑 두개까지 다 나오게 찍고 싶었지만

아무리 아무리 바닥에 엎드려도 찍히지 않았다

정말 길고 길었다




학교 건물처럼 생겼네- 하고 생각했는데, 정말 학교 건물이었다 ㅋㅋ 아직 캠퍼스엔 도착하지 않았지만, 거의 모든 독일 대학은 이렇게 도시 곳곳에 건물이 퍼져있다. 한국처럼 이 안에 대학교 짓는다! 인문대학 상경대학 이학대학 공학대학 예체능대학 전부 다 짓는다! 해서 대학이 생긴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대학이 조금씩 커진거라, 그렇다고 한다. 하이델베르그는 무려 1386년에 개교했고, 당시에 신학부/법학부/철학부로 출발했다. 그러니 당연히 현재의 종합대학의 모습을 갖추려면 도시 곳곳에 대학 건물이 있는 이유가 이해가 된다. 그래서 대학도시라고 불리는 도시들에 가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학생들이 수업을 제 시간에 가려면 자전거는 필수라고 한다. 난 자전거 못타는데... 큽... 




반짝반짝이던 하늘에 갑자기 구름이 몰려왔다. 비오면 안돼.. 우산 안가져왔어.. 제발..




시내에서 하이델베르그 대학을 가려면 큰 다리를 건너야한다




볼 때마다 엄청 반가운 우체국




구름이 어째 조금 사라지는 느낌도 든다

우체국 마크도 달팽이마냥 귀엽고 귀엽고 좋다




다리를 건너는건 맞는데... 내가 건넌 다리가 아니라고 한다 ㅋㅋㅋ

길치가! 한 시간 거리를 걸어가려면 두 시간 이상이 걸린다는건 익히 잘 알고 있다

이 때쯤 대략 두 시간이 걸렸다... 우리 존재 화이팅


건넜던 다리를 다시 돌아가면서 다시 시내쪽으로 갔다

꽤 큰 독일 경찰서가 있어서 괜히 또 반가워서 사진 찍었다




헤메고 헤멘다. 그래도 예쁜 건물들이 즐비해서 기분 좋다




구름새끼... 갈 생각 없는가보다. 저를 좋아하지 마시라구요




Volkshochschule

Schule는 딱 봐도 School이다. 까막눈이니까, 눈치껏 사는거지!




주유소가 상큼하다 생각해서 찍은 사진인데, 눈치빠른 필터도 열일해서 힙터지는 사진이 되었다




예쁘다.




학교로 건너가는 다리! 이번엔 제대로 찾은게 맞다





한국의 대학처럼 여기부터 대학교라고!!! 캠퍼스라고!!! 를 나타내는 표식 없이 이래저래 걷다가 어디론가 들어가보니 쨘- 여긴 수학부란다! 라는 글자들이 있어서 조금 당황했다. 나는 수학부부터 보고싶진 않았어... 숫자들 저를 그만 좋아하세요, 사양합니다. 혹시 또 하이델베르그 성처럼 대학교에도 문이 있는데 나 혼자 이상한데로 들어가서 그런거려나...




그렇게 대학교를 들어갔는데, 고요하다. 이상하리만큼 고요해... 젊은 기운을 느끼고 싶어서 온건데, 동네 노인들과 어린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있다. 학생들은???? 이상했다. 학교가 맞긴 하지....? 그리고 학생식당도 문닫아있다... 뭔데!!! 뭐냐고ㅠㅠㅠ 나보다 유럽을 조금 더 먼저 경험한 혈육에게 물어보니, 주말엔 애들 다 부모님 계신 집으로간다고... 아니 그럼 유학생들은 어디서 밥먹는데? 집에서 먹지



아 예... 저는 집이 읍네요....





일요일, 대학은 그저 동네사람들의 공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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