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많이 피곤했는지, 아주 푹 잘 자고 일어났더니

조식 시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배! 꼽! 시! 계!


이 게스트하우스는 너무 좋은게, 조식시간이 치사하고 째쨰하게 막 7~8시 이런게 아니라, 통 크게! 닝겐들이 커다란 나라는 이렇게 통도 큰가!!! 730~12!!! 12!!!! ㅋㅋㅋㅋ 정오에 먹는 것도 조식이냐구요 ㅋㅋㅋㅋㅋㅋㅋ


낮잠자고 내려와도 충분한 시간.... 이 게스트하우스를 고른 이유...ㅋㅋㅋㅋ


게다가.... 심지어.... 세상에.... 세상에!!!!!!!!!!

저에게 또 이런 행운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게스트하우스 무료 조식의 퀄리티가 대체 왜 이렇죠???????


왜 이게 무료에요???

물론 모두에게 다 무료는 아니고, 이 숙소에서 3박 이상을 한 사람들에게만 무료로 제공되는거긴 한데, 3박 이하는 4.5유로로 먹을 수 있다. 4.5유로가 6천원 조금 안되는걸 감안하면, 엄청난 퀄리티.... 




자 이제 사진이 필요한 시간!







전체 샷이 시작하기 전에, 독일 = 누텔라

소금 후추 꿀과 함께 기본적으로 모든 테이블에 누텔라가 비치되어 있다


처음 봤을 때는 너무 신기했는데, 이젠 굉장히 익숙해졌다.






조식 전체샷, 딱 봐도 뭐가 많아 보인다





대여섯 종류의 빵이 항상 제공된다.

다들 어떤 빵을 주식으로 먹는지 궁금해서 이른 시간부터 일부러 계속 지켜봤는데,

특정인이 먹는 빵은 항상 같았다.

먹는 빵이 정해져 있는 것 같은데, 뭐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취향 탓인가...


딱 봐서 만만해보이는 빵들은 이미 다 먹어봤고,

(휴.. 빵이 원래 이런 맛이라니..)

사진상에서 가장 왼쪽에 있는 것은 빵인데 빵같은 식감이 아니었다

약간 찌덕거리는? 저것도 다른 이름이 있겠지

하지만 알 필요 없다. 별로 안땡기는 맛...



그리고 사진상에서 가장 앞에 있는 것은

초! 코! 파! 운! 드!

찌! 덕! 거! 리! 는! 초! 코!


어쩐지... 다들 처음엔 아무도 안가져가고 다 먹을 때쯤에 저거 가지러 오더라...

뭔지도 모르고 그냥 안먹다가 한번 먹고는 또 5키로쯤 가볍게 찌는 상상을 했다

악몽이야.......................

상상 속에서는 부디 행복하자....


왼쪽에 Ricotta cheese, Quark cheese

그 뒤로 또 치즈, 땅콩버터 with cheese, 버터

가장 뒤에는 토마토와 오이






삶은 계란, 짜먹는 햄, 떠먹는 햄;;; 잼 3






그 때 그 때 바뀌는 과일바구니의 과일들, 우유, 요거트





다양한 종류의 씨리얼들,

견과류 등의 각종 토핑들,

쌍큼한 요거트, 뭔가 좀 꾸덕거리는 요거트




쇠통?;;;에는 치즈가 담겨 있다! 가운데에는 다른 종류의 치즈





햄과 소세지의 나라답게 아까 짜먹는 햄 떠먹는 햄에 이어

슬라이스 햄도 항상 세 종류씩 있다.

햄 종류만 5개 이상... 항상 비치...


독일... 너는 러브...





초코렛으로만 만든 씨리얼 좀 너무하는거 아니냐구....

살찌는 방법을 미국만 아는 줄 알았는데

누텔라와 하리보의 독일을 내가 너무 간과했구나, 미안






그렇게 Five Elements Hostel에서의 첫 조식을 정말 간단히 먹었다

쓰고 있는 현재인, 오늘(4/28) 먹은 사진과 비교하니

반도 채 안먹었구나....


난 혹시 내가 뭔가가 입에 안맞을까봐

탈나거나 할까봐 걱정되서 저렇게 조금씩 맛만 보는 것처럼 퍼온건데

그런건 우리에게 있을 수가 없어... (허경영짤)



배탈이 뭐죠? 입에 안맞는게 뭐죠?

독일 사람들은 수돗물 그냥 마신다면서요?

그럼 저도 수돗물 그냥 마시면 되나요?

물갈이가 뭐죠? 도착한 첫 날부터 수돗물 그냥 마셨습니다만....






그렇게, 행복하고 행복한 아침식사가 끝났다.

커피, 오렌지쥬스, 홍차 세 종류를 번갈아 마시면서

느긋이 한 시간쯤 먹고나니

내가 무슨 귀족이라도 된 것 같았다.

언제 이렇게 느긋하게 아침을 먹어봤나...


길어야 20분의 식사 시간에도 밥을 누가 그렇게 천천히 먹냐는 얘기를 하던 사람들.

5분의 식사 시간, 그게 과연 식사였던가. 사료 아닌가?



그저 행복한 시간들

내가 이렇게 행복함을 온전히 누릴 자격이 있는가?

혹시라도 여태까지 없었던 거라면

그 자격이 있을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 한 번 거하게 잘 먹었다고 이렇게 자아반성이 되다니

역시 나는 배부른 소크라테스가 체질이야...... - ㅁ-....

배고픈데 무슨 소크라테스가 어떻게 되냐 이거에요....

배고프면 짜증부터 난다 이거에요....



ps.

처음에 이 숙소 이름을 본 순간, 예약을 꽤 진지하게 고민해야했다

이름 이렇게 짓기 있냐구요.... 원소 다섯 개??????? 뭐야... 하면서

혹시 다른 뜻이 있나해서 검색했는데 음양오행 = Five Elements ?????????

뭐지.... 어째서 프랑크푸르트 게스트하우스 이름이 음양오행인거야 ㅋㅋㅋㅋ

맥주는 조금만 기다려주면 안되니? 내가 지금 한국에서 왔는데, 20시간 비행하고 또 여길 못찾아서 두시간을 헤멨거든. 맥주는 진짜 1분만 후에 마시면 안되니? 꼭 그렇게 맥주를 줘야하는거니....?


내가 기필코 영어공부를 하고야 만다..... 는 다짐을 독일에 와서 하게 된다.... 아이고 염병.... 저 말을 하고 싶었는데 못해서!!!!! 못해서!!!!!!! 체크인 하다말고 탭맥주(=한국의 생맥주 개념) 따라달라는 닝겐한테 맥주 한 잔을 거품 예쁘게 빰빰해서 따라주고 있다....



그렇다, 이 숙소는 1층에서 맥주를 판다. 그것도 굉장히 다양한 종류의 탭맥주와 병맥주, 그리고 간단한 식사까지!





죽을 것 같은 나를 리셉션에 내버려두고 맥주 따르러 갔다. 나는 지성인이다... 지성인이다.... 이런 것에 화내지 말자... 길어야 5분이야.... 그 5분에 나는 죽을 것 같은데요?????? 



그렇게 잘 기다렸다. 잘 기다린 나에게 그저 감동....




잘 기다리고 내 방에 들어갔더니

헤헤헿........ 아무래도 내 눈앞에 있는 니가 천사같은데.........





촌스럽게 왜 이래요... 같은 침대를 쓴다는 것도 아니고.... 

10년 전에 호주 여행할 때도 혼숙 많이 했는데, 촌스럽게... '')



한국에서만 없거나 드문 문화, Backpacker Mixed Dormitory

몰카 작작 좀 찍으라 이거에요. 외국 나와서 남자 목소리의 한국어 들리면 짜증부터 난다구....



휴, 고생 좀 하면 어때 ^^.... 4명짜리 도미토리에 저만 여자네요 헤헤헿....





그렇게 스물 두살이라는 ㅋㅋㅋㅋㅋ 헐벗고 다니는 어린이들을 그저 흐뭇하게 바라보며 늙은이는 좀 누워야겠습니다.....


음...? 근데 제 캐리어가 좀 이상한 것 같네요....







설명까지 하긴 너무 어렵고.... 그냥 보고 아시는 분들은 아시고... 모르시면 말구요....

개그하러 독일까지 왔냐 이거에요............... 처음 개시한 캐리어인데.... 휴...


그래도 뭐 캐리어 안부서지고 잘 도착한게 어디냐 싶다며....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당



그렇게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첫 밤을 기절하듯 잠들었습니다 -

간판에 한글이 없고, 한국어도 전혀 들리지 않았고,

(그거야 그 비행기에서 나만 혼자 그렇게 늦게 내렸으니ㅠㅠㅠㅋㅋㅋ)

인천공항과 비슷한 것 하나는, 택시 아저씨만 나에게 반가운 인사를 한다는 점?


그렇게 나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ㅠㅠ 했다.




숙소까지 어떻게 가는지 알아봤을리가 없잖아....? 중앙역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 뭐를 탄다고 하는데 뭘 타야하는지 모른다. 그런거 미리 알아봐야 김샐뿐이고, 당연히 고생은 항상 하게 되지만 난 이게 좋다.



대충 블로그들 찾아보니, 굳이 내가 사진들 업로드 안해도 필요 없을 정도로 자세히 포스팅이 많이 되어있다. 시키는대로 자동발매기에서 single ticket을 구입하고 중앙역 가는 지하철?에 탑승하면 끝. 간단하네 뭐. 이런걸 뭘 준비를 하고 미리 찾아보고... 뭐 그렇게 해야 편안한 사람이 있겠지만, 나는 준비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곳곳에 자동발매기가 있고, 나는 음 쉽댔어! 하면서 영어로 전환하는 버튼을 찾았는데, 그마저도 못찾고 있는거다.................... 우리 존재 화이팅!!!



옆에 선 사람도 한국인 같길래, 음 커플같으니까 둘 중 한명이 알아왔겠지 싶어서 곁눈질로 보고 있는데, 너희도 안알아봤구나....? ㅋㅋㅋㅋ 에휴 내가 누르는게 낫지... 이것저것 누르다보니 single ticket처럼 보이는 뭔가가 보여서 눌러봤다. 음, 대충 가격이 이 정도가 맞군. 





내가 공항에서 얼마나 헤메고, 엽서 보낸다고 또 시간을 얼마나 썼는지 티켓을 보면 알 수 있다 ㅋㅋㅋㅋ 공항에 도착한게 세시가 안되서인데.... 티켓 발권이 다섯시 반 ㅋㅋ 오늘도 여전히 우리 존재 화이팅!!!


독일은 물가가 많이 비싸다고 들었는데, 4.65유로(=약6천원)이다. 인천공항에서 서울역 들어가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이라니, 마냥 비싸기만 한 물가는 아닌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



아까 우체국 이동할 때는 카트를 에스컬레이터에 끌고 갈 수 있었는데(물론 어려움이 많았지만;;;), 시내로 들어가는 라인에서는 안된다고 한다. 아무리 찾아도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안보이고 에스컬레이터에는 막혀있어서 직접 물어봤다. 나더러 어쩌라고.... 나는 손이 두개인데....



오르락 내리락해야지 뭐 별 수 있나... 하고 생각중이었는데, 어떤 아시아계 여자가 도움이 필요해보이는데? 도와줄까? 하길래 응응ㅠㅠㅠ 또 땡큐땡큐 난리... 분명 독일어로 땡큐를 외워왔는데 여전히 생각나지 않는다....


당연히 내가 28인치를 낑낑대며 끌고 20인치를 대신 들어줬다. 아무렴 어떤가, 도와준다는 그 자체가 너무 고마웠다. - 잠시 정적 - 어느 역까지 가냐고 묻길래. 중앙역에 간다고 하니까. 어느 중앙역? 응??? 중앙역.... 여기 중앙역이 두 개야....




아이고 신이시여....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ㅠㅠㅠㅠㅠ 중앙역이라고만 봤는데... 어딘지는 몰라... 숙소 주소 없어? 주소? 없지.... 그럼 어떻게 찾아가? 글쎄.... 이런 또 나의 병신력을 뿜뿜하는 대화를 하다가 첫번째 중앙역이 지났다. 그리고 이 사람은 자기가 두 번째 중앙역에서 내린다고 했다. 만약에 내 숙소가 첫 번째 중앙역이라면, 반대편까지 짐을 가져다주겠다길래... 하... 천사세요???? 개고생 좀 작작하라고 천사가 사람의 모습을 하고 나를 도와주나 싶었다... 눈물 핑... 하지만 나는 숙소 주소를 모르잖아.... 안될꺼야....



혹시 몰라서 와이파이를 켜봤는데, 뭔지 모르지만 뭔가가 미세하게 신호가 잡힌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와이파이를 열어두는 당신께 또 감사를 드립니다.... 그렇게 내 숙소 주소를 보여주니, 응 이거 첫 번째 중앙역이네. 반대편으로 데려다줄께. 아이고... 세상에 감사해라ㅠㅠㅠㅠㅠㅠㅠ



내가 공항에서 티켓 발권한게 5:36pm, 멍청한 짓 하느라 헤메다보니 퇴근시간이 걸려서... 본의 아니게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에게 여러모로 민폐ㅠㅠㅠ 한국의 지하철은 대부분 승강장과 지하철의 틈이 넓지는 않은 편이라 크게 신경 안써서 몰랐는데, 28인치 캐리어 기차에 넣다가 그 무게에 휘청거리며 발이 빠져서 또 으아아아아 하고 말았는다. 차라리 비명을 지르라고.... 그런 이상한 소리 좀 내지 말고ㅠㅠㅠ 아니면 헬프미라도ㅠㅠㅠㅠㅠㅠ 


놀랍게도 사람 손 세 개가 갑자기 쑥 나타나서는 이 커다랗고 무거운 나를 쏙 들어서 기차 안에 내려다놨다.... 이게 또 무슨 일이지.... 엄청나게 무거웠을텐데 어쩜 그렇게 달랑 들어서... 세상에.... 하.... 영원히 독일에 뼈를 묻겠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으며 나는 중앙역에 도착을 했다. 도착을 했는데, 아까 와이파이 미세할 때 캡쳐한 그 지도 하나로 나는 숙소를 찾아가야한다. 공항에서도 영어가 거의 안통했으니, 영어가 통할거라고 기대하면 안된다... 나... 과연 숙소에 잘 도착할 수 있을까ㅠㅠㅠㅠㅠ 


길치는 당연하게도 방향치이다. 처음에 방향을 잘못 잡으면 나는 더 고생할 것이다. 어떻게든 영어로 아까 캡쳐한 그 지도를 보여주며 손짓발짓을 더해서 설명을 한다. 맞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방향을 안내받았다. 믿어야지... 믿겠어... 그 방향으로 나가자마자 굉장히 깡마른 남자가 큰 소리로 나를 향해 소리친다. ???? 뭔데???? 그리고는 이내 삿대질도 더해진다. ????????????? 시방 지금 나한테 시비터는거야? 하... 뭔데... 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노숙자였던 것 같다. 내가 겁먹고 있으니까 지나가던 사람이 He is homeless. Don't worry. 라고 하고는 또 자기 갈 길 간다. 뭔데 쿨하냐....





노숙자가 삿대질을 해서 겁먹었지만, 눈 앞에 금호타이어 마크에 괜히 안정이 됐다. 영화관 광고도 생각나고. 뜬금없이 왜 저기 광고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반가웠다. 이 사진의 왼쪽으로 가면 금방 숙소가 나왔을텐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길치는 또 갈래길의 선택에서.... 정답이 아닌 방향으로 갑니다.......... 괜히 길치겠어요....?



암, 죽도록 헤메야 도착할 수 있겠지.........

중앙역에 내린지 한 시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밖이다. 여긴 공항처럼 캐리어용 카트도 없고 28인치 캐리어와 20인치 캐리어를 혼자 끄는 묘-_-기를 부리며 면세점 봉투도 챙겨야하고 노트북이 담긴 백팩도 메야하고.... 아이고... 저를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천성이 게으르지만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안들리세요???? 안들리시나요????? 도와주세요.....




누가 유럽의 로망은 트램이랬죠? 너 28인치 캐리어 안끌어봤지? 28인치 캐리어를 끌어본 사람이라면 유럽의 로망이 트램이라는 똥같은 소리를 절대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냥 끄는 것도 힘들고 빡세고 캐리어 두개는 왜 그렇게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고 싶어하는지 진짜 다 때려뿌술수도 없고.........





건널목에 서있을 때마다 저 트램이 가는 곳을 다 막아버리고 싶었다.... 굉장히 얕아보이지만 캐리어 두 개를 동시에 저 위를 건너게 만드는건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 우선 내가 한 시간 이상 헤메서 체력도 바닥나기 직전이었고 (지금 생각하면, 한시간을 그 고생하고도 체력이 남아있던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 주변을 얼마나 헤메고 헤멨는지 모른다. 그래도 내 숙소는 안나와.... 오늘 안에 도착할 수는 있을까.....?




숙소가 홍등가에 있다는 안내&경고 메일은 진작 받았었다. 반대로 생각을 해보는거야. 홍등가쪽으로 가보자, 혹시 모르잖아. 생각보다 금방 찾아질지?



그리고는 저녁 영업을 위해 호객중인 나이 지긋한 마담;들이 밖에 서 있는걸 보고는 여기도 홍등가는 한국과 별 다를게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길을 캐리어 두 개를 끌고 아시아 여자 하나가 헤메고 있으니... 이목이 집중되는건 당연했다. 너무나도 길을 묻고 싶었지만, 썩 좋은 선택같지는 않아서 묻지 않고 계속 헤멨다. 처음의 내 결심은 사라지고, 마담 한 명에게 길을 물어야했다.... 길을 물을 필요도 없이 숙소 이름을 말하자마자, 저기있네? 카지노 바로 옆에? 라는 대답을 들었다... 세상에....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 신이시여 제가 드디어 숙소에 들어갈 수 있나요? (이 때 시간 이미 저녁 8시) 두 시간을 꽉 채워서 헤멘 덕분^^^.....에 정말 체력은 완전히 바닥났고, 숙소를 바로 앞에 두고 또 그 트램 구멍 나부랭이새끼때문에 28인치 캐리어를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차도에서 그러고 있으니 내가 얼마나 위험해보였을까... 양쪽 팔에 문신을 한 어떤 남자가 도와준다고 막 차도로 달려오는데, 만약 중앙역에서 저런 남자가 날 도와준다고 했으면 난 괜찮다고 했을거다. 실제로도 그랬고. 너무 노숙자들이 많았고, 내 캐리어를 들어준다고 하고 캐리어 들고 도망가버리면, 나는 쫓아갈 힘도 없다. 그래서 엄청 힘들어도 계속 혼자 캐리어 두 개를 끌고다녔는데, 이젠 정말 손아귀에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서, 그 문신 가득한 남자가 도와준다길래 어쩔 수 없이 맡겼다. 내가 살짝 꺼려한다는걸 대충 안건지, 딱 횡단보도만 건너주고 사라졌다. 그런데 횡단보도 이후에도 여기는 홍등가라 무슨 보도블럭 상태가 이따위인지ㅠㅠㅠㅠㅠ 아이고 울고 싶다.... 간 줄 알았던 아까 그 남자가 막 뛰어와서는 들어다준다고.... 숙소가 어디냐고... 아이고... 내가 이렇게 도움을 많이 받아도 되나... 문신이 많아서 살짝 걱정한 내가 미안해졌다. 숙소의 리셉션 데스크까지 짐을 들어다주고, 그 큰 캐리어를 들어다주는 과정에서도 문 잡아주는 기본매너까지... 오해한 내가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연신 또 땡큐를 하고 드디어 체크인!!!!!!!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어째 비행 내내 운이 끝내주게 따른다 했다....

공항에 내렸는데, 입국심사를 못받잖아요......



그제서야 독일 여행지 추천을 받으며 신나서 떠들다가,

손에 들고 있던 여권을 떨어뜨린게 생각났다

이야기 하기 전에는 여권이 손에 있었고,

이제 착륙하니까 다들 자리 앉으세요- 할 때는 손에 여권이 없었던 것 같아

아이고.... 화상아.... 왜 사니.... 왜그러니 정말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 자리 근처에 여권이 그대로 있으면 정말 다행인데,

만약 없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건지....

90일 무비자 입국이면 고생 조금 해도 어차피 비자가 없었던거니 상관없는거지만,

나는 1년짜리 비자인데..............

아 정말 내 스스로의 덜렁거림이 밉고 밉고 또 미웠다

제발 여권이 있길 바라면서 입국수속장의 직원에게 얘기했다...



여권을 비행기에 두고 내린 것 같은데, 내가 어떻게 해야하냐고....

우선 입국심사장 옆의 경찰서로 바로 연계되었다

그리고 종이에 내 이름과 비행기 좌석을 적으라고 한다


이름과 비행기 좌석을 적었다.

정말 다행인건, 좌석이 변경되었지만 그게 너무 신나서 그것도 따로 적어놨었다...

휴... 나는 적지 않으면 아무런 생활을 할 수 없는 그런 인간인가보다ㅠ

머리는 왜 달고 다니세요.... 균형잡느라? 아이고 인간아ㅠㅠㅠㅠ


제발 있기를 바라면서 이름과 좌석번호가 적힌 종이를 경찰에게 건넸다

그리고는 비행기쪽에 어떻게 연락을 한건지 우선 기다리라고 한다



매번 출입국 심사를 할 때마다 승무원들은 단체로 경찰서에 들러서 서로 인사를 하고 가나보던데, 나를 보고는 너 왜 여기있어???? 하며 아는 체를 해준다. 영어가 짧아서 "비행기에 여권을 놓고 내린 것 같아" 라고 말을 못하고. "비행기에 여권 놓고 내렸어"라고 말을 해버리니, 승무원들이 일제히 "Why?????"라고 한다. 그러게 나도 그걸 모르겠어......... Hope you find the passport라고 또 상냥히 얘기해주며 승무원들은 갔고, 나는 기다리고 기다렸다. 지나고 나니 경찰서에 있던 시간이 20분 정도였는데, 그 당시에는 그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ㅠ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여권을 찾았다는 말을 건네들었고, 연신 땡큐땡큐를 했다. 분명 독일어로 땡큐를 뭐라고 하는지 외워왔는데,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휴...




그제서야 진정하고 앉아서 기다릴 수 있었고, 곧 내 여권을 들고 Security가 왔다. 또 연신 땡큐땡큐를 말하며 허리가 굽어지게 인사를 하고는, 아무도 남지 않은 입국 심사장에서 나 혼자 입국 심사를 받으려고 줄을 섰다.



아부다비에서 프랑크푸르트로 오는 비행기에서 옆자리의 그 독일인에게 입국심사장에서 한 마디는 독일어로 하고 싶다면서, 독일 왜 왔냐?고 물었을 때 "For Holiday!"라고 말하고 싶댔더니, 한 문장을 만들어줬었다. 


"Ich bin im Urlaub in Deutschland"

발음하기 어려운 U의 발음교정까지 받아가면서 저 한문장을 외우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입국심사관은 내게 독일 왜 왔냐?가 아닌 "What's your problem?"이라는 질문을 했다. 하긴, 그게 맞겠지... 내가 독일에 왜 오고 말고가 중요한게 아니라, 지금은 내가 왜 저 경찰서에 있다가 왔는지를 먼저 물어봐야하니까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버버가 시작되었다. 내가 여권을 비행기에 두고 왔는데 안절부절 안절부절. 누가 생각해도 너무 멍청한 짓인건 맞으니까... 여권이 날 증명하는 유일한 공식수단인데 그걸 막 비행기에 놓고 내려... 하....


내 여권을 유심히 보고는 Get back 이라고 한다. 뭐? 왜 돌아가? 어딜 돌아가? 왜?? 여권 두고 내리면 입국 안시켜주는거야? 왜? 아 내가 잘못한건 맞는데... 가혹하게 그러지말고.... 불쌍한 표정으로 ??????? 이러고 있다가 내가 I have Working Holiday Visa for Deutschland라고 말하니까, 그제서야 Ah? 하면서 여권을 넘겨본다. 일본 많이 왔다갔다한 도장만 잔뜩 있으니까 뭔가 이상한 애 같았던건가ㅠ 끝까지 여권 확인안해보고 나한테 Get Back이라고 한 니가 잘못한거 아냐? 오만 생각을 다 하고 있는데, 혼자 중얼거리더니 내 비자가 Expired 됐대... 아 무슨 개같은 소리냐고.... 죽는다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라고 비자 발행되고 3개월 이내에 입국하면 되는거라고, 지금 두달만 지났어, 확인 다시 해줘. 하니까 Sorry 아 진짜 진짜!!!! Sorry면 다냐고.... 내 여권에 입국 도장을 찍어주면서 "감사합니다" 아 그런 한국 인사 하나 외워주는거 나는 하나도 고맙지 않아. 내가 얼마나 놀랬는지 생각하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무튼 그렇게 별 쌩쑈를 하면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입국했다.

수화물 못찾아서 내 28인치 캐리어 다시 반송되버렸으면 어쩌지.... 하면서 엄청 뛰었는데, 너무 고맙게도 승무원 한 명이 내 캐리어를 레일 밖으로 꺼내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순간 눈물이 핑.... 또 연신 땡큐를 하면서 내 28인치 캐리어와 20인치 캐리어를 카트에 담으려는데, 카트가 안나와.... 음 왜이렇게 카트를 빡빡하게 만들었지? 연신 힘자랑을 하고 있으니 공항직원이 와서 1유로를 넣어야한대............


치사하게 이럴꺼니??? 독일와서 처음 쓴 돈이 공항 카트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이없지만 이런건 그냥 웃으면서 쓸 수 있다.... 대부분 방금 막 내린 사람들이라 동전이 없을테니 지폐도 같이 들어가는 기계로 잘 준비되어있다. 공항 이용객들 1유로씩 삥뜯어서 살림살이는 많이 나아졌고?



공항이니 무료 와이파이를 연결하고, 이제서야 어떻게 숙소에 갈지 검색한다. 미리 준비하고 그런거 난 몰라.... 그냥 즉흥적인게 좋아.... '') 음 뭘 타고 가라네.. 뭐 별거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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