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헤메던 겨울이 거의 다 지났고, 1월부터 다니기 시작한 만하임 대학 부설 어학원의 수업도 다음 주 화요일에 세 번째 레벨이 시작된다. 두 달이 지났으니 적응도 끝났다. 처음에는 이전 학원과 달리 숙제도 너무 많고 나 빼고 다들 말도 너무 잘하고 시험도 너무 자주 봐서 학원가기 너무 싫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오르는 작문 점수 확인하는 것도 기쁘고, 조금씩 내가 늘고 있다는게 느껴져서 그저 다 좋다. 


그간 딱히 여유는 없었지만 찾지 못하고 있는 인스타그램이 아쉬워서 더 열심히 거의 매일 티스토리에 강박적으로 뭔가를 올려왔다. 나의 근황은 없이. 걍 그렇게 매일 뭔가 올리면, 조금 더 빨리 안정될 것 같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나는 그런 인간이었다. 티스토리 계정에 다시 로그인할 수 있게 된 후, 처음 다시 글을 쓴 날이 131일, 한달하고 일주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그 때보다 나는 훨씬 더 상태가 좋아졌다. 역시 나는 타이핑이든 손으로든 뭔가를 쓰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나약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튼- 요즘 나는 정말 잘 지낸다. 이렇게 잘 지내다가 또 무너지면 나는 어쩌지 하는 세상에서 가장 쓸데 없지만 나에게는 정말 중요한 걱정을 하면서, 그렇게 지낸다.



지난 일요일, 정말 오랫만에 여유롭게 티타임을 가졌다. 한번 치즈케익을 입에 들이고 나니, 월요일 내내 케익이 엄청 땡겼다. 물론, 커피나 차는 그간 많이 마셨지만, 내가 생각하는 티타임에는 핑거푸드가 없으면 안된다... 물론 과자나부랭이 핑거푸드 말고 내게는 "케익"만 핑거푸드다. 손가락으로 먹을 수 없는 핑거푸드라니 뭔가 이상하게 들리지만, 내가 그렇다면 그런거지 뭐- 치즈케익을 마트에서 많이 파는걸 봤지만, 홀케익 사이즈로만 판매해서 구입해본 적은 없었다. 홀케익이 한 6천원 정도밖에 안하니까, 한국에 비하면 정말 저렴한 가격이긴 한데, 집에 딱히 사람 더 없으니 그거 나 혼자 다 먹는거고, 내가 그걸 잘 컨트롤하면서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나는 무절제의 화신- 그런데 나는 케익이 먹고 싶은데! 어쩌란 말인가.


뭔가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꽤 높은 확률로 내 눈 앞에 나타나는 경험을 자주 했었다. 모르겠다, 어쩌다보니 아다리가 그렇게 맞게 된건지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마트가 네토(Netto)지만, 물건이 다양하지가 않아서 어쩌다보니 가장 먼 리들(LiDL)로 장보러 다닌다. 물론 멀다고 해서 막 엄청나게 먼 것은 아니고, 네토와 리들은 걸어서 한 5~7분 거리에 있다. 어제, 괜히 네토에 한 번 들리고 싶었다. 그리고 네토에서 이렇게 장을 봐왔다. 



너무 사랑하는 냉동야채, 샐러드야채, 샐러드 드레싱(50%할인이라 평소 안사던거 한번 사봄),

그리고!!! 220g짜리 치즈케익!!!!

치즈케익 220g이라고 하면 감이 안오니까 스타벅스 홀케익이 몇그람인지 확인해보려했는데, 불친절한 스타벅스. 공식 사이트의 검색이 왜이렇게 구린지.. 홀케익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네... 조각 케익은 찾긴 했다. 스타벅스 치즈케익 한 조각 145g. 근데 또 이게 완전히 비교하기는 어려운게, 스타벅스 치즈케익은 아래의 딱딱한? 치즈가 아닌? 부분이 있다. 내가 산 치즈케익은 그게 없다. 무튼, 작지도 크지도 않고 딱 적당한 크기의 치즈케익 판매처를 알아냈다는 사실을 이렇게 길고 장황하게 쓴다. 


중요한 것은 가격! 은혜롭기도 해라.. 0,99유로.



그렇게, 정말정말 오랫만에 약차;가 아닌 홍차를 아침에 내렸다. 아침마다 감기차를 그렇게 주구장창 마셔댔는데, 지난 주에 살짝 따뜻해졌다고 감기차 사흘 안마셨더니 바로 감기걸리고... 물론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긴 했다. 무튼, 감기차가 딱히 나쁘다는건 아니고 그냥 저냥 맹맹한 맛이라 특색없는 차인데, 존재감을 뿜뿜하는 홍차를 아침에 마시니 뭔가 기분이 좋아졌다. 밀크티를 마시고 싶었는데, 집에 우유가 없다. 설탕도 없지만 꿀은 있어서; 설탕 대신 꿀을 조금 넣었다. 오- 설탕보다 더 나은거 같은데...?



그렇게, 오늘 오전 530분의, 꽤 이른 티타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등대컵! Unser Norden (Our North)

치즈케익이 다소 작아보이는 건 기분 탓이 아닙니다. 220g을 한번에 퍼먹지 않기 위한 나의 몸부림. 덜어먹기. 저 그릇은 참 유용히 잘 쓰고 있다. 올리브 그릇이 되기도 하고, 계란후라이 그릇이 되기도 하고, 이제는 치즈케익용 미니 접시까지. 아, 나 주방저울 있어서 저 치즈케익 무게 잴 수도 있었는데 왜 안쟀지... 대략 40g 정도 될 것이다. 6등분 했으니까.




방 형광등이 노란 불이라.. 방에서 뭘 찍어도 이렇게 누렇게만 나온다.


티타임은 원래 아침 먹고 하는거니까, 아침도 이미 먹었다는걸 적어본다... 감기 때문에 요즘 내내 일찍 잠들고 있고, 배고파서;;; 다섯시 전에 깬다. 연금 받으며 살아가는 할머니가 된 느낌으로, 해뜨기 전이지만 창문을 열어서 환기시키고, 아침을 먹고, 영양제 일곱알을 먹고, 홍차에 치즈케익을 먹는다. 그러고 나니 이 시간이다. 늦잠을 잔 적은 없지만, 언제나 학원가기 참 바쁘다. 아침마다 뭔가를 쓰고 싶은 이 생각에. 무튼, 그렇게 오늘도 잘 보낼 것 같은 하루다.


요즘 근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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