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 세계의 여성들은 오후 세 시에 퇴근하는 조기퇴근 시위를 한다.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로, 여성은 오후 세시 이후부터는 무급으로 일하는 셈이나 마찬가지라서 그것을 알리고 바꾸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조기퇴근 시위를 처음 알게 되었던 아기 페미니스트 시절, 시위조차 너무 멋있어서 그저 너무 뿌듯했다. 세상은 남자가 중심이지만, 절대로 그렇게 너네들끼리 해먹게 놔두지 않겠다는 놀랍고 위대한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렇게 뒤에서 쫓아만 가도 되는지 싶었다. 하지만, 한국은 뒤에서 쫓아만 가기에도 힘든 사회였다.


세상은 매일 달라지고 있지만,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그것이 기득권이라고조차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들은 아무것도 가진게 없다고 한다. 가진거 없는 너희가 더 노력하면 된다고 한다. 어떻게, 뭐, 다시 남자로 태어날까? "비정치적 존재로 살아가는 것도 특권이다"라는 사무치는 문장을 트위터에서 봤고, 그 문장을 공유하려고 한다.



남자로 사는건 특권이며, 백인으로 사는건 특권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30대 비혼으로 사는 모든 여성분들께, 지지와 연대를 보낸다... 결혼하지 않은 우리는 잘못되지 않았다. 여자는 결혼을 선택할 수 있고, 여자의 삶에 결혼은 필수가 아니다. 여자를 갈아서 지탱되는 가부장제를 절대적으로 반대하며, 한국과 같은 사회에서 결혼을 선택하는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인지되어야한다.


나는, 남자와 똑같이 초중고교육을 받았고, 대학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석사학위도 있다. 그런 내가, 여자라는 이유로 취업과 생활 곳곳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20대 후반의 나는 곧 결혼한다고 회사를 떠날 여자로 간주되었고, 모든 면접에서 그따위 질문을 들어야했다. 결혼생각 딱히 없다고 대답하면 유난떠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는지, 회사에서 어울리지 못할 것 같은데 학교 생활 잘했냐고 묻던 면접관도 있었다. 아, 예 제가 인간사회가 너무 싫어서요! 왕따였네요! 이렇게 대답할껄 그랬다. 호황기에 운좋게 그 대기업 들어갔고, 어쩌다보니 그까지 올라간 너희들이, 지금 피터지게 해도 정규직으로 취직하는게 불가능한 한국에 있는 80년대 중후반~90년대생들한테 그따위로 대해서는 안되는거지. 이러니, 내가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을 수 있는가.



몇 달 전에는 정말 또라이같은 일이 있었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만든건데, 넓디 넓은 마음으로 출생아수를 가축화해서 그린 도표들까지는 이해해줄 수 있다. 그런데, 가임기 여성 지도? 미쳤어요???? 가임기 여성이 많은 동네에서는 가서 뭐하라고? 더 소름끼쳤던건 그 그래프가, 천이나 만의 대략적인 숫자가 아니라, 일의 단위까지 세세히 기록되었다는 것이다. 이 사이트를 혼자 만든 것도 아닐텐데, 그 많은 사람들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정상적인 사람이 없었다는걸까?




세상에 이렇게 멍청할 수도 있나 싶었던 눈치 빻은 행정자치부의 트윗.




그리고,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트위터 계정.



아들 낳겠다고 여자들 다 낙태시킬 땐 언제고, 이제와서 왜 가임기 여성이 없지? 왜 자궁이 없지? 왜 여자들이 아이를 안낳지? 아이고...




그리고, 가임기 여성 지도의 멍청함이 사라질 때 쯤, 또 다른 멍청이가 등장했다.

세상에 멍청이가 많아도 너무 많다. 아, 좀 멍청한 유전자는 물려주지 맙시다, 네?



너무 멍청해서 말을 잃었다. 그리고, 가임기 여성 지도를 만든 인간들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한다.

기집년들이 많이 배우니까 애 안낳네? 못배우게 하자! 세상에, 지금 2017년인데? 내가 대체 뭘 본거지?



다른 나라의 사정은 잘 모르지만, 한국은 여성 후려치기 역사가 한두번 있던 일이 아니다.

위의 두 사례도 정부기관에서 주도한 사업이고, 아래 두 사진도 정부기관에서 뭐가 잘못된 줄도 모르고 올려둔 내용들이다.


아름다운 가슴의 모식도를 얘기하는 보건복지부



양육비 내줄 것도 아니면서 고나리질하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신사임당 친정이 얼마나 잘 살았는지는 모르나보다. 멍청함은 이렇게 악하다.


이 모든 멍청한 이들에게.







오늘, 광화문에서 오후 세 시에 모인 사람들의 사진도 같이 올려둔다. 찡하다. 너무 더디지만, 사회는 분명히 변하고 있다. 세계 35개국에서 같은 취지로 진행되는 조기퇴근 시위는 성별 격차 없이 노동의 몫을 동일하게 분배하자는 의미에서 ‘동일임금의 날(Equal Pay Day)’로도 불린다.






오늘, 독일 노동청의 트위터에 올라온 이미지.

We make women strong together.






오늘은 109주년 세계 여성의 날이다. 그리고, 세계 남성의 날도 있다. 1119일, 왜 여성의 날만 있냐고 딴지걸지 말고 11월 19에 너네들끼리 뭐라도 하세요. 있는지도 모르는 날로 모두가 알고 있는건, 누구의 잘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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