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만 영화를 본다는 내 나름의 규칙이 있다.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라고 만들어진거니까, 큰 스크린과 짱짱한 사운드로 듣지 않으면 아무 의미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거의 영화들 중에서 꼭 보고 싶지만 보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언젠가 인연이 되면 재개봉을 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살았고, 한국에서는 꽤 많은 영화들이 재개봉되어서 봤다.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카사블랑카/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고전 영화들도, 목동 CGV에서 특별전 할 때 굳이굳이 찾아가서 봤었다.


내가 보지 못했지만 너무 보고 싶었던 영화 트레인스포팅, 이완 맥그리거(요즘은 유안 맥그리거라고 부르는 듯. 앞으로는 유안 맥그리거로 씀)가 가장 반짝반짝하던 때의 모습이 담긴 영화. 21년 만에 두 번째 이야기가 나오면서, 독일에서는 1995년의 영화도 같이 재개봉했다. 너무 감사한 일.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를, 독일에서 이렇게 보게 되다니 무척이나 설렐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독일 영화관은 독일어 더빙이고, 영어로 상영되는 95년의 트레인스포팅은 딱 한 번 밖에 없었다. 꽤 늦은 시간이었지만, 선택할 수 있는게 없기 때문에 그 늦은 시간에 영화관으로 갔다.


그리고, 나는 독어로 더빙된 1995년 트레인스포팅을 봤다. 몹시 당황스러웠다. 독일 영화관도 꽤 광고가 길기 때문에, 보통 상영시간의 15분 후에 본 영화가 시작되는 편이다. 15분이 지나고 트레인스포팅인 듯한 영화가 시작된 것 같은데 계속 독어가 나와서 음.. 뭐지.. 뭐지.. 하고 넋놓고 있었는데 제목이 떴다. 중간에 나가기도 좀 그렇고, 3시간짜리 영화가 아닌 한시간반짜리니까, 어떻게든 집중해서 독일어를 들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10%도 채 못들었던 것 같다. 그저 유안 맥그리거의 그 반짝반짝하던 시절의 병약미를 큰 스크린으로 보는 것에 만족해도 나쁘지 않다고 최면을 걸면서 90분을 앉아있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직원을 찾았다. 자정즈음이라 모두 퇴근하고 없었다. 정말... 대단들 하다...는 생각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냥 돈 버린셈 치려고 했는데, 뭔가 억울해졌다. 비록 뭔가 되진 않더라도 할 말은 해야겠다 싶어서, 티켓을 들고 다시 영화관을 찾았다. 상황을 얘기했더니, 당일이 아니면 환불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당일에 직원을 찾았지만 다들 퇴근하고 없었어!! 라고 했더니, 아니야, 2층에 사무실이 있고, 거기엔 사람이 있었어. 라는 답변.


????????? 내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황당했지만, 별 권한이 없어보이는 직원이라 알았다고 하고 집에 와서 메일을 썼다. 컴플레인한 메일을 그대로 붙여넣기엔 나의 허접한 영어실력이 뽀록나므로... 대충 뭐라고 썼냐면.

안녕? 만하임 씨네플렉스에서 영어버전으로 영화를 상영해주는 것에 감사하고 있어. 내가 지난 목요일 트레인스포팅 영어버전을 보러 갔는데, 독어버전이 나오더라? 왜그런거야? 영어로 상영하는 회차가 많았다면 다른 회차를 다시 봤으면 되었을텐데, 그게 딱 한번뿐인 영어버전이었어. 1995년 영화라 언제 다시 영화관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구.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나는 지금 독어를 배우는 중이라 그 날 영화를 전혀 이해 못해서 그런데, 환불해줄 수 있니? 나도 너를 귀찮게하기 싫은데, 너네가 영어로 상영했으면 나도 이런 메일을 쓸 필요는 없었을거라는 걸 꼭 알아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는 1995년의 그 영화를 영어버전으로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기대됐는데, 이젠 그러지 못한다는게 너무 아쉬워.

대충 이정도. 그리고는 답변이 왔다.

환불 못해줘!!!! 근데 트레인스포팅2를 보여줄 수 있어. 괜찮아?


오? 솔깃... 내가 이러려고 트레인스포팅2를 아직 안본건가 싶고...ㅎㅎ

그래서 트레인스포팅2 영어버전을 무료로 보고 왔다. 나는 진상인가, 컴플레인 능력자인가?

이메일에도 썼듯이, 너네가 영어로 상영했으면 나는 이 메일을 쓰지 않아도 됐잖아?


I am really pleased to Mannheim Cineplex to provide the Film in English, but what happened at 22/02? Why did you provide in German version? I want to refund my Money back. I had heard, the refund is only at the same day. But if Cineflex provided in English version, I don't need to ask to refund my money back. And I am too sad, that's the only one time to watch the Film in English version.




영어로 상영되는 줄 알고 설레서 찍었던, 1995년 트레인스포팅 입장 사진.




티켓 초점은 어디갔나... 그래서 다시 찍어서 올림!

원래 7유로짜리 특가 티켓인데(정상가 13유로 가량), 나는 이 영화관 회원카드가 있어서 1유로 추가할인 받음




공짜로 보게 된, 2017년 트레인스포팅

영어버전은 하루 한 번, (주로) 굉장히 늦은 시간에 상영된다. 선택권이 없다. 독어가 빨리 늘길 바라는 수 밖에




원래 이렇게 포스터에서도 사진을 찍는다. 항상 영화보고 나올 때.

1995년 트레인스포팅에 이 사진이 없는건, 왜 영어상영이 아닌 독어상영이었냐고 말할 사람을 찾아야했기 때문에. 못찾았다는게 문제.

가격 0,00유로!!! 당당하다! 뿌듯하다!!




6,00유로에 본 1995년 트레인스포팅 티켓과,

0,00유로에 본 2017년 트레인스포팅 티켓




그리고 독일와서 처음 봤던 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

할인가격이 있을거라고 전혀 생각 못하고 당당하게 13,40유로에 봤다.

영어로 볼 수 있다니!!! 감사합니다!!! 하면서...


그리고 스타트렉 비욘드, 저 때 영화관 회원카드를 만들면 영화를 6유로에 볼 수 있다길래 당연히 만들었었다. 




5월 초, 만하임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한국에서만큼은 아니어도 매달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서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영어로 상영되는 영화를 70%도 이해할 수 없고, 또, 대사가 많고 빠른 영화들은 더더욱 힘들었다.

트레인스포팅의 경우는, 심각한 스코틀랜드 억양이라 더더욱 힘들었고,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독백이나 상황설명이 워낙 많아서 화면으로 유추해낼 수 없는 그런 말들이 굉장히 많았다. 물론 1995년 트레인스포팅의 경우는 90분간 독어 듣기연습 한다고 생각하면서 앉아있었고. 그래서 총 10개월의 기간동안, 영화관에서 영화는 딱 다섯개밖에 보지 못했다. 겨울에 헤멘거 감안해도 한 달에 하나가 채 안된다. 그렇게나 좋아하는 영화인데, 언어의 장벽이라는게 새삼 너무나 높고도 높구나 싶어서 속상하다.



독일에는 현재 히든 피규어가 개봉해있다. 한국은 아직 미개봉이고, 3월 말에 개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너무너무 보고 싶은데, 전문적인 용어가 대부분인 대사들을, 굉장히 많이, 빠르게 하는 것을 예고편에서 보고 볼 마음을 접었다. 독어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영어도 좀 해야할텐데, 언제 독어를 해결하고 영어를 하나.. 싶다. 멀고도 먼 외국어의 길-


일에서의 첫 생일. 딱히 같이 생일을 보낼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그냥 저냥 아는 사람에게 오늘 나 생일이니까 나랑 같이 놀아줘! 라고 하기도 싫고. 그래서 동네친구 구하는 사이트에 가봤다. 마침 내 생일에 동네친구 구하는 모임이 있길래 참가신청을 눌렀다. 너무 감사하게도 모이는 장소가 집에서 5분 거리의 까페! 뭐 갔다가 뭔가 안맞거나 별로면 커피 한 잔 하고 집에 오지 뭐. 그렇게 오후 두 시에 집 근처 까페로 갔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였고, 총 열일곱명이 모였고, 국적은 열다섯개. 나는 유일한 한국인이었고, 중국인도 한 명 있었다. 아시안은 그렇게 둘. 독일에 두 달만 있을 예정인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독일에서 가장 짧게 지낸 사람이 나였고, 당연하게도 나의 독일어가 가장 안타까운 수준이었다. 물론 영어도 마찬가지라는게 더 속상한 일.




내가 주문한 소이 카라멜 마끼아또.




네 시간 넘게 떠들었다. 문자 그대로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저녁시간이 되자, 집에 갈 사람은 가고 시샤 바를 가고 싶은 사람은 시샤 바로 가자고 했다.


시샤 바를 가는 길에 찍은, 만하임의 유일한 명물. 급수탑.




나 분명 까페에서 술을 마시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시샤(물담배) 사진은 없는걸까.. 술이 나오니까 그냥 얼른 사진찍고 마시기 바빠서 그랬던걸까. 시샤바에서 거의 다섯시간을 있었는데 어떻게 시샤 사진이 하나도 없지. 어떻게 된 일이지... 안타까운 일이다. 


각자 마시는 맥주는 당연히 따로 주문한다. 저번에 술마셨을 때도 그렇고 어느 나라의 문화인지는 모르겠는데 항상 같은 샷을 인원수대로 시키고, 그걸 원샷하면서 술마시는걸 시작한다고 했다. 이 날 이걸 제안한 사람은 브라질 사람이었고, 저번에 이 얘기를 한 사람은 독일 사람이라 어느 나라의 문화인지는 모르겠다. 뭐가 됐든 술에 대한 예의를 아는 사람들이다. 아무렴.




오늘의 시작 샷은 예거 마이스터-




내 맥주는 에딩어 헤페바이젠- (에딩거라고 다들 부르지만 원래 발음은 에딩어가 맞다)




실내는 이런 분위기.




더 앉아있기 궁디가 아플 때 쯤, 나왔다. 그리고 불들어온 관람차를 구경했다.




그리고는 다들 배고프다며 케밥집에 왔다. 뭔가 막 대단한 요리를 먹으러 가기엔 다들 맥주를 워낙에 마셔대서 배부른 상태고, 그렇다고 제대로 식사를 한게 없는데 그냥 집에 가기엔 살짝 배고픈 상태고 해서. 이럴 때 가장 만만한게 케밥. 만하임은 터키사람이 워낙 많이 사는 도시라 어느 케밥집을 가든 꽤 맛있다. 물론 제일 양이 많은건 만하임 중앙역 앞의 시티되너. 짱짱. 오늘은 그냥 시내 중심에 있는 케밥집에서 3.5유로에 하나 사먹었다. 배부르다.




까페에서 만난게 두 시. 내가 집에 들어온 게 새벽 한 시.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과 무려 열한시간을 같이 있었다. 이게 당일로 끝이 아니었다는게 문제. 이 직전 포스팅에서 독일의 카니발에 대해서 썼듯이, 카니발은 독일의 큰 축제 중 하나다. 내가 사는 만하임에서도 내일 카니발이 있다고 해서 나는 혼자 가보려했는데, 같이 가자고 한다. 만하임이 아닌, 여기서 한 30분 정도 걸리는 다른 도시에. 솔깃한 마음과 학원 숙제해야하는 마음이 싸우다가 그냥 놀기로 했다. 원래 놀 때는 혼자보다 여럿이 재밌는거니까!


부활절 6주 전. 사순절(Fastnacht)의 시작 직전에 사육제(Fasching/Karneval)가 열린다. 이 6주는 예수님이 황야에서 40일간 단식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사순절이 시작하는 첫 날은 부활절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7주째의 수요일이 된다. 이 날은 성회일(Arschermittwoch)이라고 하며, 참회하는 날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사실상 거의 남아있지 않고, 사순절이 시작하기 전에 먼저 신나게 놀고 단식재를 시작하자는 뜻에서 카네발이 생겼다고 한다. 성회일 이틀 전 월요일, 로젠몬탁(Rosenmontag)에는 몇몇 도시에서 굉장한 규모의 퍼레이드가 있다. 다들 코스튬을 챙겨입고, 평소에는 몹시 조용하기로 유명한 독일인들 모두의 꽤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날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로젠몬탁이 지난 이틀 후의 성회일에는 술이 과하게 취한 것을 참회하는 날이라고도 한다.


올해의 로젠몬탁은 227일이고, 로젠몬탁은 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있는 만하임에서는 일요일에 퍼레이드가 있다. 그리고 퍼레이드와 축제가 있으니 너무 당연히 시내와 급수탑 앞에 각종 먹거리 판매 부스가 들어서있다.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던 바로 그 장소, 글뤼바인은 없지만 다른 것들로 다 채워져있다. 


목요일 낮, 먹거리 판매부스들이 하나씩 설치되고 있다.





목요일 오후, 영업시작!




만하임의 유일한 관광명소(라고 하기에 정말 별 것 없는), 급수탑

크리스마스 마켓도, 사육제도, 항상 급수탑은 핫플레이스다.

이번에는 관람차가 멋있게 들어서있다. 사이즈가 애들용이던데, 어른은 탈 수 없는걸까...




측면에서 봤으니까, 정면에서도 한 번 더-




만하임에도 분명 퍼레이드가 있을 것 같아서 나름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봤는데 나오지 않았다. 독어 말하기 연습도 할 겸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센터로 갔다. 하지만 역시 나의 독어를 이해하지 못했고, 영어로 대화해야했다... 그리고는 공식문서인 이걸 보여주면서 손으로 안내해주길래, 사진 찍어도 될까? 했더니 맘껏 찍으라고 건네줬다. 그리고 난 여기에 올리면서 다시 확인하게 된 것은, 만하임은 공식 문서에도 사투리를 쓴다는 점.. 저기 적혀있는 Manne'mMannheim의 사투리로 만하임을 부르는 말이다. 마넴정도로 발음된다.




스타벅스 앞 시샤 까페에서도 외부 의자를 치우고 놀이기구가 설치됐다.




독일 스타벅스의 이런 행사는 처음 본다. 원두 구매시 톨사이즈 음료 무료! 솔깃하면서 오랜만에 스벅에 들어가봤다




그런데, 자주 있는 행사가 아니라 그런지 대부분의 원두는 다 털려있었다. 그래 잘됐어.. 커피 맛도 모르면서 굳이 스벅 원두를 살 필요는 없으니까...!! 그리고는 만하임도 스벅 시티머그가 있어서 사진을 찍어봤다. 독일 국가 머그도 만하임 시티머그도 심지어 카네발 기념머그도 다 너무너무 후지고 구려... 폰트부터 이미 틀려먹은 느낌적 느낌.




여기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던 위치는 아니고 그냥 시내의 길인데 여기에도 먹거리 노점이 생겼다.

저 빵 얹어져있는 저 커다란 틀 너무 뻐렁치게 멋있다.




같은 틀, 다른 가게. 저 아래에 아마 불이 있는 느낌.




MVV는 충남도시가스 정도 되려나. 만하임의 전기공급 회사이다. 나도 이 회사와 전기계약을 했다.

그리고 오늘 전기세 내러 서비스 센터 방문했는데, 사순절 화요일에 우리 일찍 문닫는다!는 공지가 붙어있다.




주말 식량을 장만해놔야하기 때문에 마트에 갔다.

밀카에서 계란이?????




그럴리가 없잖아... Löffel Ei (스푼으로 떠먹는 계란)

초콜렛을 계란 모냥으로 만들어놨으니까 걍 수저로 먹으라는거

이것뿐이 아니다. 온갖 토끼모양의 초콜렛들이 난리가 나있다.




바로 이렇게.




초코렛은 꾹 참고 꾹 참고 꾹 참고, 내가 살 것만 사서 나왔다.

그리고 제일 처음에 올렸던 그 두 사진의 해질 때쯤의 모습.




거의 매일 가는 만하임 중앙우체국 바로 앞. 힙한 인형뽑기 기계가 들어와있다.




급수탑 반대쪽에 시내 광장이 있고, 그 광장쪽에서 급수탑을 바라보면 이런 느낌이다. 길가 곳곳에 온갖 먹거리 상점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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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를 맛집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밖에서 약속이 있는데 1인당 20유로 이상을 쓸 수는 없는 상황일 때 가는 곳.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언제나 긴축재정이니까. 여기는 커피마시러 자주 왔는데, 다들 식사를 하고 있길래 다음에 한번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에 조금 놀랐다. 왜 여기에 이렇게 대학생들이 가득한지 알 수 있었달까.


독일에서는 메뉴를 주문할 때 음료를 주문하는게 예의라고 한다. 나는 사실 걍 물만 마시면 되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외식할 때 딱히 필요는 없는 음료를 주문하게 된다. 그리고는 오- 맛있어... 오- 살찌는 맛.. 이렇게 생각한다. 물을 주문하면 간단한데, 물 한잔에 1유로 이상을 쓰기에는 너무 돈이 아깝다.



내가 주문한 자두 쥬스, 일행이 주문한 환타. 오, 화질 무슨 일이지...




내가 주문한 예거 슈니첼 (버섯소스 돈까스), 일행이 주문한 치즈버거

감자튀김은 기본으로 끼여있다. 한국에서 식사 주문할 때 나오는 밥처럼, 여기서는 감자튀김을 그렇게 준다.

감자튀김 정말 많이 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 못먹겠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나를 항상 과소평가하지.. 다 먹어치웠다




얼마나 저렴한지 메뉴판도 같이 올린다. 내가 먹은 예거슈니첼 6,4유로

동행이 먹은 치즈버거 4,8유로




내가 주문한 자두 쥬스 3.3유로

동행이 주문한 환타 2.9유로



둘이 배부르게 먹고 18유로 나왔고, 팁 10% 더해서 20유로 냈다.

이런 가격으로 독일에서 외식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하지만 막 일부러 찾아갈 맛집은 아니고, 만하임에서 갈만한 레스토랑 다 가봤으면 그냥 싼 가격으로 외식하는 셈 치고 갈 정도.

뭔가 분위기가 복작거리고 어린 대학생들이 많아서 그냥 커피 마시면서 한없이 죽치고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만하임 멕시칸 음식점, 아즈테카

Mannheim, Azteca Mexicana

Stadthaus, N1, 68161 Mannheim


외식을 거의 안하지만, 시내 중심에 위치한 이 음식점에 세 번을 갔다. 엄청나게 맛있어서라기 보다, 위치 좋고 테이블 많아서 (대부분은)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가격도 합리적이고 (마냥 싸다는 얘기 아님, 가성비타령 극혐), 채식메뉴 많아서 채식하는 사람들도 같이 갈 수 있고, 평일에는 런치메뉴 있어서 더 저렴하고, 기타 등등의 이유로 각각 다른 사람(들)과 세 번이나 간 식당이다.



주말이라 안타깝게 런치메뉴는 주문할 수 없었고, 퀘사디아 메뉴로 주문했다.

알고서 주문한건 아니지만, 내 메뉴는 감튀가 없이 샐러드가 있는 퀘사디아였고, 동행인은 감튀가 있는 퀘사디아였다.

모르고 주문한거지만 어쨌든 성공. (다이어트 중입니다....)




가격은 메뉴당 9.xx유로씩. 음료를 같이 주문하는게 예의고, 탄산수를 같이 주문했다.

그렇게 두 명이 먹은 가격은 26유로 가량 나왔고, 4유로 팁을 더해서 30유로를 계산했다.



접시까지 닳아없어질 정도로 싹싹 다 먹었다. 다 먹은 사진은 비위상하니까 찍지 않는다.




뭔가 아쉽다. 뭔가 아쉽다. 술을 마셔야한다. 다이어트 중이라매.........

외식을 거의 하지 않아서 어딜 가야할지 몰랐는데, 대충 걷다가 사람 많은 은식점에 들어갔다.


Dionysos(Διόνυσος), 그리스 레스토랑 (체인)

우리가 아는 그 디오니소스 맞다. 고대 그리스 신화의 술과 풍요의 신.


뭔가 그리스와 맥주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나는 와인을 주문했다.

웰컴 드링크로 유추되는 어떤 작은 샷잔을 두 개 받았고, 솔직히 별로였다...

그리고 와인. 그리스 와인 이렇게 맛있는거였나????


내가 레드와인을 딱히 찾지 않는 이유는 텁텁함 때문인데, 그리스 와인은 어떨지 모르니까 우선은 드라이하지 않은 와인으로 주문했다. 와인은 공기와 만나게해야해서 그런지 저렇게 작은 병에 250ml를 담아서 주고, 두세모금 분량을 높게 따라주는데 너무 좋았다.




두번째 와인. 뭔가 드라이한 와인도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드라이할 것 같지 않아서 주문했다. 세미드라이. 오? 아주 약간 텁텁한데 맛있어...




더 마시면 주정부릴 것 같아서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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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하하하하하하하....



처음에 집 구하고 할 땐 택시타라는 얘기 일절 안하던 엄마가 짐 다 정리되고 했으면 택시타라고 하길래,

"나는 가난해서 택시타면 안돼. 튼튼해서 한 두세번 왔다갔다하면 이사 다 할 수 있어"라고 했더니

너는 맨날 가난하니... 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게요, 저는 항상 가난하고, 엄마는 항상 부자죠...





썬글라스 쓰고 찍었더니 이렇게 어둡게 찍힌줄 몰랐다. 새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만하임에서 제일 큰 성당. 앞으로 성당을 다녀볼까 한다. 성당도 새벽기도 있으면 매일 새벽에 기도하고 싶은 마음. 뭔가 기도할 거리가 많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나는 어떻게 될지. 보통 새벽기도까지는 거의 하지 않지만, 절대자에게 말을 건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할 수 있는 것이 기도라고 생각한다. 나는 고등학생 때도 교회 새벽기도를 꽤 잘 다녔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서 방탕한 삶을 살았지.





집 현관문을 나서서 바라보면 성당이 이렇게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전에 살던 집 앞을 흐르는 강변 위를 떠있는 구름을 파노라마로 찍어봤다. (사진을 클릭하면 원본으로 뜹니다) 독일은 이렇게 예쁜 구름이 있는 나라가 아닌데, 걸어서 이사하는 나를 보호라도 하듯, 축복이라도 하듯 이런 구름들이 이사하는 내내 떠있었다. 




새 집에서는 부디 이전 집에서보다 더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으면, 청소 잘 하고 살기를.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들을 잘 해내며 살아가기를.

이 곳에 온 목적을 잊지 말고 매일 열심히 묵묵히 내 할 일을 잊지 말고 해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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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은 하나도 안쌌지만 욕조목욕은 해야한다, 암만.



어차피 짐은 닥치면 다 하게 되있고, 목욕은! 급하게 할 수 없으니까! 빻은 소리지만 그럴듯 하지 않습니까?



이 집은 정말 좋았다. 욕조마저 넓은 화장실, 넓은 부엌, 뷰도 좋았고 개인 베란다도 있었다. 보안도 확실했고, 우체통도 흰 색이라 예뻤다. 전기세를 따로 내는 것도 아니라 매일매일 오븐으로 온갖 요리를 도전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감자튀김은 단 한번도 기름으로 튀겨본 적 없고 항상 오븐으로 구워냈다. 1유로짜리 냉동피자여도 오븐으로 구우면 맛있었다. 같이 사는 중국인들도 뭐 썩 좋을건 없었지만 특별히 나쁠 것도 없었다. 학원에서 걸어서 5분 거리.


하지만 너무 비쌌다. 정말 단 하나의 단점이었다. 그런데 정해진 돈으로 생활해야하는 내게는 그 비싼 집값을 부담하기가 어려웠다. 일을 하지 않고 공부만 하는 기간을 줄여서 그 후는 일을 하면서 돈을 충당해도 되지만, 내 독일어 실력으로 일을 구하기는 당연히 쉬울리가 없다. 미래의 언젠가 독일어가 확 늘었을 때를 가정하고 지금 현재 가진 돈을 펑펑 써버리면, 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한국으로 다시 압송되야한다. 그렇게 되서는 안된다.


싼 집을 찾고 찾고 또 찾았다. 꽤 많은 집을 봤지만, 마땅치가 않았다. 그렇게 세 달씩이나 저 비싼집에서 살게 되는건가, 혹시 그게 네 달이 되고 다섯 달이 되면 어쩌지- 했는데, 다행히 두 달 보름만 살고 이사할 수 있게 됐다.




이전 집과 새 집을 비교하자면, 욕조가 없는 좁은 화장실, 거의 없다시피한 좁은 부엌, 뷰는 도로가 바로 보이고, 베란다는 없다. 보안은 확실하지만, 우체통이 검은색이다. 전기세 별도. 학원까지 걸어서 25분 거리.


대체 왜 이사를 해야해???? 싶겠지만, 돈! 돈! 돈때문이다!!!!!!!!!!!!!!! 이렇게 아낀 돈으로 나는 우표를 사고 여행을 할 것이다. 내가 무슨 옷을 사는 것도 아니고 가방을 사는 것도 아니니, 집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더 아낄 부분이 없었다. 그래서 집을 아꼈다. 예산안에서 잘 해결되서 비자 기간동안 문제없이 잘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이사가면 욕조 목욕은 더는 못하는걸까... 목욕탕 문화는 독일에 없는건가-



나... 이사할... 수는 있는걸까....? 



방 사진이 두 개를 찍어봤다. 사진이 뜨기 전에 미리 말하자면, 이 두 부분은 내 방에서 가장 깨끗한 부분이다. 책상과 탁자. 뭐 어쨌든 위에 뭐 올려놓고 하는 곳인데, 아무것도 찾지 못할 것 같지만, 저 혼란된 것들 속에서 다 잘찾아낸다. 저렇게 다 널부러져있어야 찾기도 쉽고 좋은데 다들 좀 곤란해하는 눈치...


뭐 나도 책상 위에 아무 것도 없는 채로 살 수도 있지만(사실 불가능), 이것들을 다 종류별로 정리하려면 그 정리함들을 사는 데만해도 돈이 상당히 들 것이다. 아마 이사하면서 내 온전한 공간이 생긴다면, 그것들도 하나씩 사야겠지. 우선은 이 방에 내 가구는 단 하나도 없으니 빨래하고 나면 옷을 접어둘 수납장도 없어서 저 탁자위에 막 쌓아놓고 그랬다.



방이 많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또 주절주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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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오른쪽 아래에는 사용된 마테가 잔뜩 붙어있다. 저 중에서 아직 접착이 되는 것들은 다시 사용한다. 막 사용할 마테가 없어서 이러는 것 맞다... 내가 가진 마테들은 다 예쁘고 비싼 마테들이라 막마테가 좀 필요한데 딱히 구할 방법이 없다. 우표 엽서 편지 뭐 법석인거 잘 알고 있는데, 놀랍게도 내 나름의 구분이 다 잘 되어있는 모습이다.




이건 탁자. 직접 앉아서 쓰는 책상과 달리 탁자는 주로 책상에서 작업한 것들을 옮겨둔다. 그냥 선반처럼 쓰는 탁자. 원래는 여기에도 의자를 놔두고 뭔가 앉아서 했는데, 언젠가부터 이렇게 선반처럼 쓰고 있다. 나는, 오늘 이사해야한다. 그런데 지금 상태는 이렇다.


최근 갑자기 시내 곳곳에 특정 조형물이 세워지길래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오늘 우연히 글자가 눈에 들어와서 봤는데, 세상에 모차르트? 내가 아는 그 모차르트? 모차르트랑 만하임이랑 무슨 상관이야...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찾아봤더니 모차르트가 만하임에 잠시 살았다고 한다. 아이고 뭐 한 두달 살았던걸로 관광에 써먹고 싶은가보네... 싶었다.


독일어로 설명이 뭔가 많이 되어있는거 봐서는 그렇게 간단한게 아닌가본데? 싶었고, 자세히 찾아보니, 모차르트의 부인인 콘스탄체 모차르트가 만하임에서 어릴 때부터 쭈욱 살았다고! 그래서 매년 여름, 만하임에서는 "모차르트의 여름"이라는 큰 축제가 열린다. 매일 다른 음악회가 열리고 까페나 바에서도 매일매일 공연이 열린다. 




만하임 번화가의 조형물




집 바로 앞 국립극장의 조형물




여전히 집 바로 앞의 국립극장.

색감을 전혀 못잡아내는 아이폰님. 아프지 마세요... 제가 새로 핸드폰을 살 형편이 안된답니다... 제발 좀 더 버텨주세요..




이건 집 뒤의 옥외 광고판과, 광고용으로 제작된 엽서

엽서 공짜로 나눠주는 곳은 이제 직감적으로 딱 느낌이 온다.





어째서 이사가게 되는 딱 그 주에 이 축제가 시작되는건지 나는 알 수가 없네... 한 주만 더 빨리 시작됐으면 매일매일 국립극장 야외음악당에서 하는 공연볼텐데, 밤 열시에 시작되는 그 무료공연을 보고 10분 걸어서 집에 도착한다면 정말 좋을텐데. 새 집은 국립극장과 많이 멀다... 슬프네...





새벽 다섯시에 까르보나라를 만들면서 보게 된 장관. 이 집이 비싸지 않다면 나는 이 집에서 계속 살텐데, 여럿이 살아서 불편한 점이 물론 있지만, 그걸 다 상쇄할 만큼 이 집은 정말정말 좋으니까. 엄청 큰 욕조도 있고. 부엌도 크고 다 좋은데, 월세가 너무 비싸다는게 문제.




까르보나라를 만드는 동안 해가 떴다. 구름도 오늘따라 유난히 예뻐보이는 것 기분탓이겠지.

오늘은 이 (비싸고) 좋은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주말이다.




평화롭다. 나도 이 평화에 끼이고 싶다.




Collini center in Mannhe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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