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형으로 분류되는 세일러 만년필을 거의 5년쯤 썼고, 지나치게 멀쩡했다. 이렇게 저렴한데, 역시나 내가 길을 잘 들인 모양이군! 이라고 생각하면서 정말 잘 썼다. 영원히 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잉크를 컨버터에 넣은 날, 힘이 넘쳤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디 부분을 돌리다가 부러뜨렸다. 이제 더 이상 쓸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억울한데, 이상한 상태로 부러져서 컨버터가 만년필 바디에서 빠지지 않는다. 이미 부러진 세일러는 살릴 수 없다지만 컨버터는 다른 만년필에서 다시 쓸 수 있는데 뺄 수가 없다. 어떻게 빼내야할지 매일 궁리하는데 아직은 모르겠다. 무튼, 이 사단이 난게 바로 내 생일 전, 24일이었다. 


꽃중의 꽃, 자기합리화. 생일이니까! 선물을 사라는거 아닐까? 라는 생각에, 세일러 만년필이 고장난 기념;으로 세필 만년필을 구입하기로 생각하고 검색을 했다. 하지만, 일본 필기구 회사의 제품들은 세필이 너무 당연히 존재하는데, 여기는 세필이 딱히 필요하지 않다. 이걸 한국에서는 그저 말로만 들었고 왜 그런지 알 수 없었다. 만년필로 영문과 국문을 같이 쓰면서 느끼는건, 확실히, 영문의 경우에는 두꺼운 촉이어도 딱히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국문의 경우에는 세필로 쓰면 몇몇 부분들이 뭉그러진다. 무튼, 나는 굳이 영문/국문때문이 아니라도 가늘게 필기하는걸 좋아해서 세필이 꼭 필요하기에 세필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했다. 하지만, 백화점에서는 팔지 않기 때문에 이전에 라미 다크라일락을 샀을 때처럼 시필해보고 살 수는 없었다. 만년필만큼은 인터넷 쇼핑을 하지 않는다고 다짐해왔는데, 인간의 다짐이란 참 하찮다.




그렇게 독일 아마존에서 라미를 구입했다. 한 자루 아니고 두 자루. 왜 두 자루를 샀는지는 모르겠다, 혹시 한 자루만 샀는데 뽑기에 실패한거면 속상하니까? 그리고 나는 두 자루 다 뽑기에 성공했다. 세일러만큼의 세필은 아니지만, 이정도면 내가 기대한 것보다 더 괜찮다. 




한국에서는 라미를 전혀 쓰지 않았었다. 그냥 누구나 다 갖고 있는 만년필이라 굳이 나까지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다크라일락을 구입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 생각은 변함없었다. 하지만 한정판이고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이라서 잉크와 함께 처음으로 라미를 구입했고, 다른 만년필들이 뽀각뽀각 박살날 동안 튼튼함을 자랑해주었다. 독일제가 역시 튼튼하네.. 일제보다! 라는 생각까지 갖게 되었고, 두 자루를 한 방에 걍 구입했다. 아마도 이제 한동안 만년필을 새로 구입할 일은 없을 것 같다.


PS. 지난 금요일 밤에 독일 아마존에서 라미 사파리 두 자루와 컨버터를 구입했다.

    그런데 글쓰는 목요일 오전인 오늘까지, 만년필은 왔는데 컨버터가 오지 않았다... 이참에 어쩔 수 없이 카트리지를 써보는거지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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